따뜻한 우체부 :: GM대우 베리타스 - 진리 혹은 진실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베리타스라는 이름은 진리, 진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과연 어떤 진리와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일까. 익스테리어의 진실, 인테리어의 진실, 퍼포먼스의 진실을 밝힌다

오랜만이다. GM대우의 대형차 라인업의 공백을 채우게 될 베리타스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GM대우 내부적으로는 스테이츠맨 이후에 오랜만에 내놓는 대형 승용차이고, 전체 자동차 시장을 놓고 보자면 새로운 모델을 많이 선보인 대형차 시장에 풍요로움을 더해줄 차이다. 주요 경쟁차로는 현대의 제네시스를 꼽을 수 있으며, 역동적인 외부 디자인에서도 느껴지듯이 쌍용 체어맨이나 현대 에쿠스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향하고 있다. 젊은 감각의 역동적인 럭셔리 승용차 정도로 베리타스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리타스는 스테이츠맨과 마찬가지로 호주 홀덴사의 차를 조립해 들여오는 것으로, 홀덴에서는 계속 스테이츠맨(현재 3세대)으로 팔리지만 국내에서는 스테이츠맨의 실패를 고려해 새 이름표를 달게 되었다. 베리타스(veritas)라는 이름은 ‘진리’, ‘진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 그럼 어떠한 진리와 진실이 담겨 있는지 떠나보도록 하자.


The True Exterior
베리타스의 첫인상은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역동적인 것이었다. 짧은 오버행은 금방이라도 앞으로 달려 나갈 것 같은 인상을 주었고 뒷모습과는 달리 납작하게 가라앉은 앞모습은 질주 직전의 맹수처럼 느껴졌다. 이와 같은 느낌은 5m가 넘는 차체를 더욱 길어보이게 만든다. 베리타스의 외관 중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앞 펜더에 자리잡고 있는 사이드 턴 시그널 램프였다. LED 타입인 데다가 에어덕트와 함께 어우러져 있어 베리타스의 인상을 강렬하게 만들어 준다.

직선을 주된 요소로 삼은 베리타스의 디자인은 다이내믹하면서 동시에 보수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그야말로 자동차의 전형에 가까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보수적인 디자인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베리타스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살리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너무 화려하거나 튀는 디자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최대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베리타스는 전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아름답다. 사이드 턴 시그널 램프와 크롬 처리된 사이드 미러가 보수적인 느낌을 완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앞모습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국내에서 실패한 스테이츠맨과 디자인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The True Interior
실내에서 바라본 베리타스는 풍부한 편의장비가 인상적이다. 특히 뒷좌석 승객을 배려한 부분이 돋보였는데 천장에 내장된 7인치 DVD 모니터가 그 예다. 뒷좌석 모니터는 전 모델에 기본으로 달리고,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전동식 뒷좌석 시트뿐만 아니라 전동식 헤드레스트와 안마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베리타스는 분명 소퍼 드리븐보다는 오너 드리븐을 지향하는 자동차이다. 하지만 뒷좌석의 가족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잊지 않음으로써 대형차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좌석 역시 다양한 편의장비가 돋보인다. 오토크루즈 컨트롤과 워크인 스위치까지 갖추었고 보스 오디오는 AUX 단자를 통해 MP3와 같은 외부 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뒷좌석 승객은 무선 헤드셋을 통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터치스크린이 아니긴 해도 센터콘솔에 있는 버튼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만큼은 아니어도 리모컨을 사용해서 일일이 목적지를 입력해야 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리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기능은 각각의 자동차 키를 이용해 운전자별로 시트와 사이드 미러의 위치 등을 설정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베리타스의 장점은 바로 이러한 편의장비로부터 비롯된다. 베리타스는 세 가지의 그레이드로 구분되는데 대부분의 장비가 기본으로 달리는 것이 장점이다. 개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서 기본 차값을 더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옵션으로 장난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는데 그것은 전체적인 마감 품질과 플라스틱 부품의 시각적, 촉각적 느낌과 같은 감성적인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또 센터콘솔에 자리잡은 파워 윈도 버튼은 재배치가 필요해 보인다. 스테이츠맨과 같은 위치인데, 이 점을 불편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시트의 위치가 높아서 여성 운전자의 경우 조금 불편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The True Performance
V6 3.6L 엔진은 베리타스의 차체를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출발부터 가속에 이르기까지 34.0kg·m의 토크와 252마력의 출력이 1.8톤이 넘는 베리타스의 차체를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거기에 더해 뒷바퀴굴림인 베리타스는 감각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주었다. 핸들링도 수준급이고 코너를 공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수동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액티브 셀렉트 자동변속기는 스포츠 모드와 액티브 모드를 선택하여 보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3.6L의 엔진과 조합을 이룬 5단 자동변속기는 조금 시대에 뒤처진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동 모드는 6단 이상일 때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중형 승용차에까지 6단 자동변속기가 달리는 시점에 5단 자동변속기는 어떤 이유에서든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베리타스의 차체 길이는 5,195mm로, 제네시스보다 길다. 차체가 긴 만큼 휠베이스도 긴데, 넉넉한 휠베이스는 당연히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 준다. 뒷바퀴굴림 차는 더욱 그러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Epilogue
베리타스는 성능과 옵션 모두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옵션의 경우 충분히 럭셔리에 값하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가격대비 가치는 그 이상의 만족감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제든 수정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면 그러한 사소한 아쉬움으로부터 럭셔리의 이름에 값하는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품질의 차이가 아니라 디테일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 조동범
시인.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그리운 남극’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과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를 펴냈다. 현재 한신대에서 시창작을 강의하고 있으며, 못 말리는 자동차 매니아로 자동차 잡지와 사보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