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5톤 이하 소형 화물차에 대한 충돌시험이 강화된다. 사고예방을 위한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의무도 초소형차(경차보다도 작은)를 제외한 모든 차종으로 확대된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의 안전도를 강화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사업용 차량 교통안전 강화 대책'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이베코 뉴 데일리 3.5톤 트럭
소형 화물차는 사고 시 사망률과 중상률이 승용차 대비 2배 수준으로 높지만 자동차안전기준에서 규정된 각종 충돌시험에서 제외돼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소형 화물차를 충돌시험 대상으로 포함해 인체상해, 문열림, 조향장치 변위량 및 연료장치 누유 등 4가지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신규 모델은 내년부터 적용하고, 출시ㆍ판매 중인 기존 모델은 제작사의 설계ㆍ개선 기간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비상제동장치 의무화도 승용차와 소형화물차까지 확대된다(초소형차 제외). 비상제동장치는 지난해 7월 버스와 중대형트럭에 먼저 의무화됐고 이번 개정을 통해 전체 등록대수 중 90% 이상을 차지하는 승용차와 소형화물차까지 적용된다.
아울러 화물차 적재방식도 명확히 규정하도록 개선된다. 적재량 기준을 비중에서 무게(kg)로 개선하고, 적재방식의 원칙은 폐쇄형으로 규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안전기준 개선을 통해 사업용 차량 사고 발생 시 사망률을 낮추는 등 자동 차안전성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터가 그랜저ㆍ쏘나타ㆍ아반떼 등을 제치고 2021년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다. 지난해 포터 판매량(9만2218대)은 연 10만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반도체 수급난으로 위축됐던 국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거뒀다.
포터뿐 아니라 봉고도 작년 한 해 5만9729대를 기록하며, 국산차 판매 7위에 올랐다. 2021년 국산차 총판매량이 143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포터와 봉고 단 2종뿐인 1톤 트럭이 시장의 10%를 차지한 셈이다.
새해에도 두 차의 인기는 여전하다. 포터의 경우 1월 계약 시 출고 대기 기간만 8개월이 소요되며, 봉고도 5~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1톤 트럭 판매 실적과 다양한 산업 및 시장 수치를 연관지어 분석해봤다.
# '포터지수' 이제는 옛말!
'포터지수'는 포터 판매 실적이 경기에 반비례하여 증감하는 현상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경기 흐름이 나빠지면 실직자 및 취업취약계층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생계형 자영업자와 1톤 트럭 수요도 증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포터 판매량과 경기 흐름을 함께 묶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쏘나타와 아반떼 등 주요 승용차 판매량은 예년의 20~30% 수준까지 떨어지지만, 포터는 70%에 달하는 판매량을 유지하며 선방한다. 특히 1997년부터 쌓였던 재고 물량도 이듬해 하반기에는 빠르게 소진되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급증한 계약 물량에 출고 적체 현상까지 발생한다.
당시 언론은 외환위기에 따른 생계형 노점상 증가와 포터 판매량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직장을 잃거나 취업에 실패한 이들이 자영업자 대열에 합류하며 포터를 구입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도 1톤 트럭 판매량은 경기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까?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포터 및 봉고의 판매 실적을 살펴봤다.
두 트럭은 2008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 2012년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며 잠시 주춤하지만, 2014년부터 매년 15~16만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포터가 연 10만대 판매를 처음 달성한 2017년 1톤 트럭 총판매량은 16만3607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를 경기종합지수(동행종합지수)와 비교해봤다. 경기종합지수는 한국은행이 생산, 투자, 소비, 고용 등 경기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요 경제 지표를 종합해 작성한다. 추세 성장을 살펴볼 때,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고 낮으면 경기가 어렵다고 평가한다. 다만, 단순한 수치 분석보다 방향성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
1톤 트럭 판매 실적과 경기종합지수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두 지표는 동일한 움직임을 보인다. 경기가 좋거나 회복세를 보일 때 포터와 봉고도 더 많이 판매됐다.
반대로 두 트럭의 판매가 전년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2008년과 2012년을 짚어보면, 상관관계는 명확하다. 포터와 봉고 판매가 급감한 2008년에는 리먼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고, 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며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다. 즉, 경기가 나쁠 때 1톤 트럭 판매는 급감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1톤 트럭 판매량은 심각한 경제 쇼크 이후 경기 회복기에 한층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후 포터와 봉고는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매년 15~16만대의 견고한 실적을 유지했다.
이외 포터지수에서 함께 언급된 자영업자 수와 1톤 트럭 판매의 인과관계도 맞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자영업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3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까지 자영업자 수는 3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지만, 같은 기간 포터와 봉고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 포터ㆍ봉고, 이러니 잘 팔릴 수밖에
포터와 봉고의 판매 실적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국내 유통 및 물류 산업의 변화와 맞물린다. 2000년대 초 TV홈쇼핑을 시작으로, PC 기반 인터넷 쇼핑이 본격화되며 생활 물동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더욱이 2014년을 기점으로 모바일 쇼핑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택배 산업은 물론, 1톤 트럭 판매도 덩달아 급증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2000년 2.4개에서 2010년 25개로 10배가 증가한다. 이어 2015년 35.7개, 2020년 65.1개까지 치솟는다. 만 15세 이상 노동 의사 및 능력을 가진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2020년 한 해 1인당 택배 이용 횟수는 122건에 달한다.
유통 및 물류 산업의 변화와 함께 자동차 시장에서도 호재가 더해졌다.
한때 연 1만대 이상 판매되던 한국GM 다마스ㆍ라보가 단종된다. 일부 수요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와 기아 레이 밴 등으로 이동했지만, 생활 물류 부문에서 포터와 봉고가 명백한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정부의 노후경유차 규제와 도심 진입 금지 정책도 기존 1톤 트럭 고객의 차량 교체 시기를 한층 더 앞당겼다. 여기에 환경부 노후경유차 교체 지원 및 세금 감면 혜택은 신차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 이뿐 아니라 LPG 및 전기 1톤 트럭에 대한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과 전기 트럭의 영업용 번호판 총량제 면제 혜택 등도 한 팔을 거든다.
이외에도 자동차관리법 개정 후 캠핑용 차량에 대한 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레저 및 아웃도어 목적의 1톤 트럭 구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현대차가 포터를 기반으로 설계한 포레스트는 현재 9개월의 출고 대기 기간이 필요할 정도다.
그랜저가 끝이 어디인 줄 모르고 약진하고 있다. 쏘나타가 2010년에 세운 연간판매 기록 15만대를 돌파한다고 난리다. 그랜저 개발 스토리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연간 10만대를 오르내리는 차종이 있다면 몇 차종이나 될까?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까지는 누구나 한마디 하겠지만 또 한 차종은?
소형상용차인 포터다.
요즘 판매실적을 살펴보니 현대 포터가 연간 약 13만대, 봉고가 7만대 정도로 두 차종 합해 20만대 정도 판매되고 있다. 수입차를 포함한 연간 170만대인 내수시장에서 10%가 넘는다. 동네 어귀의 과일 장수차, 이삿집차, 배달차, 농가의 농업용 등 생활 현장을 누비는 차들이다.
이 차종은 우리의 경제 상황, 시장 상황을 대표하는 바로미터라고 한다. 경제가 침체되고 시장이 안 좋으면 자동차 판매도 줄기 마련이다. 그 와중에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차종이 소형 상용이라고 하는 포터와 봉고다.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 죽는다고 난리도 아닌 상황에서 주로 자영업자가 구매층인 포터, 봉고 판매가 늘어난다니 무슨 일인가.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일자리에서 밀려난(해고된) 사람들이 생계를 꾸리려고 구입하는 차가 바로 포터, 봉고다. 그러고 보니 동네 어귀에 평소 안보이던 장작구이 통닭차가 서 있던데 포터였나?
2000년대 초, 기아차는 현대자동차 그룹에 합병된 지 얼마 안 되어 정상화를 위해 애를 쓰던 시절이었고 시장에 기아차 합병의 당위성을 보여줘야 할 시기였다. 그룹 입장에서는 합병해 들여놓은 새 회사가 혹시 병이라도 나서 문제가 생기면 회사 사느라고 들인 돈 다 날아가고 시장의 혹평을 받을 판이니 어찌 조심스럽지 않았겠는가?
“기아 살리기 운동본부”라는 말이 있었다. 회의 중에 타부서 고위직 선배에게서 처음 들었다. 사내의 모든 부분에서 기아차가 발전하는 데 유리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다 보니 현대차의 선배 입장에서는 열이 받아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으리라. 처음에는 그런 조직이 새로 생긴 줄 알았다. (바보 아닌가?)
나도 돌이켜보니 그런 일이 많았다. 연구소에서 신기술이나 부품을 적용할 때 현대에서 요구하면 1~2년이 걸리고 원가도 높다는데 기아에서 요구하면 1년 이내로, 원가도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하곤 했었다.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원가라는 게 핵심은 결국은 얼마나 많은 양을 적용하느냐 하는 것인데 초등학생이 봐도 현대차가 훨씬 많이 판매하는 차종이라면 원가도 당연히 낮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게다가 신기술 적용요청은 현대가 먼저 했는데 그걸 듣고 나중에 요청한 기아가 먼저 적용한다는 건 또 무슨 일인가?
연구소에 항의하니 연구 여력이 부족해서 그렇단다. 연구 여력이 부족하면 현대 먼저 개발하고 기아는 나중에 개발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따지니 눈치 없는 이야기 하지 말란다. (평상시 눈치 좋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지만 눈치가 없다니!)
원가 부문과도 논란도 많았다. 같은 기술, 사양을 적용하거나 기아가 더 많은 사양을 적용했는데도 판매 가격 인상은 같거나 기아가 더 낮았다. 기아가 어려우니 양보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는 판매 현장의 불만은 또 어땠을까? 이런 일을 보고만 있는 본사 마케팅 조직을 얼마나 무능하다고 욕했을까?
그런 와중에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현대 포터가 기아 봉고보다 가격이 낮아서 기아차 영업 현장에서 판매에 어려움이 많다는 보고가 경영층에 올라갔다는 이야기였다. 이전 같으면 그야말로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무시했겠지만 시대가 시대인지라 바로 분석해서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그 당시 현대, 기아차의 마케팅 부문 조직은 그야말로 전무후무하게 유례가 없게 같은 본부 내에 현대/기아차 마케팅이 존재하는 체제였다. 같은 코치아래 두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서 결승에서 만났는데 코치는 누구를 응원해야 하겠는가? 원래 운동 잘하는 선수? 한참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신인선수? 아니면 학부형이 팀 후원회장인 선수?
가격 차이가 5% 이내의 차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상당히 주관적이고 브랜드와 감성적인 부분 등 고려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어느 차가 어느 정도 비싸다, 싸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차가 동급 차종에서는 부품을 공용화 하기 때문에 쉽게 비교되는 부분도 있지만 생산현장에서 조립하는 작업자의 능력이나 노사협의 사항에 의한 생산성 등 원가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또 포터나 봉고는 구매자가 영세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아 가격에 민감하다 보니 저가형부터 고급형까지 모델이 많고 모델에 따라 현대가 가격이 높기도 하고 기아가 높기도 하는 등 단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현대/기아 각사 마케팅에서 각각 보고서를 올렸는데 예상했던 대로 현대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보고하고 기아는 이때다 하고 현대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고 보고했다. 누구에게까지 보고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포터와 봉고의 가격을 무조건 맞추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옆집하고 우리 집 짜장면 가격을 비교하려 해도 옆집하고 우리 집 월세도 비교하고 들어가는 재료 수준도 비교해야 하는데 당장 오늘부터 두 집 짜장면 가격을 같게 하라니 이게 무슨 소린가?)
담당자에게 검토 지시를 하니 담당자가 씩씩거리면서 거의 독립 만세 외치러 나갈 수준이었지만 나 또한 위(?)의 눈치를 보니 이러니저러니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마케팅과 판매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선배로서 평상시 실무직원들의 의문이나 불만을 받아들이면서 설득하시던 윗분이 이번에는 그야말로 아무 말 없이 무조건 하라는 대로 하라는 지시만 내리고 중역실 안에서 오락가락하시는걸 보니 대충 버티다가는 전부 죽는 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적군(?)과 타협에 들어갔다.
어차피 상대방이나 나나 하루 이틀 상품업무를 해온 것도 아니고 현재의 가격이라는 것이 여러 요소를 거쳐 결정된 것인데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이 모델별로 가격만 같게 했다가는 당장 시장에서 난리가 날 상황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것이라 최대한 문제가 적게 발생하도록 하는 방안을 협의해나갔다.
일단 제품에 아무런 변화도 없는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가격만 내리고 올리는 것은(그나마 내리는 것은 낫지만) 말이 안 되므로 모델별로 사양을 비교해서 뺄 수 있는 건 빼고 차라리 더 나은 부품은 넣는 등 조절을 해서 모델별로 가격 차이가 적게 해 평균적으로 가격이 동등하게 보이게 하고 그중 판매량이 미미한 최저가 모델이나 최고가 모델은 의도적으로 가격을 같게 해 지시한 경영층의 마음에 들도록 했다. 그 와중에 평소에 포터 가격을 올리지 못해 노심초사하던 원가 부문에서는 희소식을 들은 듯 이번 기회가 대목이라는 듯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사양을 넣고 빼고 해야 하니 당장 적용은 어려웠고 현대/기아 모두 계획에 없던 모델개선(MODEL YEAR 수준) 일정을 수립하고 가능한 최단 시일 내에 생산할 수 있도록 요청했는데 연구소와 생산 부문이 예전과 달리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추진해주었다. (평상시에도 그런 속도였다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요즘 포터, 봉고의 판매 추이와 가격대를 보니 포터가 연간 13만대 수준, 봉고가 약 7만대 수준으로 포터 판매의 50~60% 수준이고 가격대는 LD(Locking Differential)를 기본 적용하기 시작하는 모델 기준으로 포터 모던 1,827만원, 봉고 GL 1,810만원으로 17만원 차이다. 재미있게도 자동변속기는 동일하게 113만원.
판매 비율이나 거의 차이가 없는 가격대나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과거나 지금이나 포터, 봉고는 가격이나 상품성보다도 그야말로 공장에서 생산 가능한 대로 판매되는 차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 아는 일인데 말이다.
유재형 <자동차 칼럼니스트>
필자 유재형은 1985년 현대자동차에 입사, 중대형 승용차 상품기획을 맡았으며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서 갤로퍼, 싼타모 등의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로 옮겨 싼타페, 투싼 등 SUV 상품개발과 마케팅을 거쳐 현대자동차 국내상품팀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나는 트럭을 운전해 본 적이 없는, 승용차만 타 본 일반인이다. 자동차 소식이나 관심이 승용차에만 쏠리다 보니, 트럭의 세계는 비밀에 싸여 있거나 특별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늘 궁금하긴 했다. 트럭을 몰면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SUV나 승합차와 비슷할까? 아니면 전혀 다른 느낌일까?
트럭의 내수 판매량은 연간 17만 대 안팎이고, 승용차는 150만 대 선이다. 언뜻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트럭 시장의 핵심 차종인 1톤트럭은 연간 모델별 판매량에서 늘 최상위권을 달린다. 어지간한 인기 승용차보다 더 많이 팔린다. 실제 도로에서도 1톤트럭은 굉장히 많이 보인다. 이렇게 중요한 존재이고 눈에 자주 띄지만, 나 같은 보통의 운전자들은 1톤트럭을 탈 일이 거의 없다.
늘 도로에서 함께 달리는 존재이기에 탈 기회가 없더라도 관심은 많다. 이러한 일반인의 관점에서 1톤트럭은 어떤 자동차이고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기아자동차의 최신 봉고Ⅲ 트럭에 올랐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차들 중 그나마 1톤트럭과 비슷한 차는 승합차와 픽업 정도다. 승합차는 1톤트럭의 인원 수송 버전이라고 할 만하지만, 앞이 살짝 튀어나온 1.5박스가 대부분이고 뒷좌석 공간도 있기 때문에 느낌이 좀 다르다. 픽업은 유사 1톤트럭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운전 감각이 상용차보다는 승용차의 그것에 가깝다. 때문에 일반인으로서 1톤트럭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첫인상은 워낙 길에서 자주 본 터라 낯익다. 트럭은 모델 체인지 주기가 길어서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전부터 있던 장비라는데, 트럭에 달린 사이드미러 일체형 방향지시등은 놀랍다. 승용차 중에서도 나름 고급형에 달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나온 신형 봉고Ⅲ는 헤드램프가 4등식으로 바뀌고 주간주행등도 들어갔다. 승용차처럼 LED 주간주행등은 아니지만, 상용차도 승용차와 같은 기능을 갖추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적재함은 1톤트럭의 핵심이다. 시승차는 킹캡이라서 늘어난 승객석(캡) 공간만큼 적재함 길이가 줄어들지만, 짐칸이 긴 초장축 모델이라 적재함의 길이가 2,860mm에 이른다. 폭은 1,630mm, 높이는 355mm로 짐공간이 여유롭다. 승용차 트렁크가 아무리 크다 한들 1톤트럭의 적재함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보고만 있어도 무엇이든 다 실을 수 있다는 ‘공간부심’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적재함 난간(문짝)은 손쉽게 내렸다 올렸다 할 수 있다.
1톤트럭은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는 특성이 강하다. 적재함 밑부분에는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게 많다. 배터리, 요소수 탱크, 연료 주입구, 퓨즈 박스, 공구함 등등. 좀 더 깊이 들여다보니 동력을 전달하는 축과 판스프링, 예비 타이어도 보인다. 예비 타이어는 앞뒤 바퀴에 맞게 크기가 다른 타이어 두 개가 적재함 바닥 아래에 겹쳐 있다.
적재함 쪽은 아니지만 앞쪽에도 볼거리는 남아 있다. 엔진이 없으니 보닛이라고 하기는 좀 모호한, 앞 유리 아래쪽 패널을 들면 냉각수와 워셔액 통이 보인다. 그렇다면 엔진은? 엔진은 시트 밑에 자리 잡고 있다. 조수석 시트를 들어내면 엔진이 눈에 들어온다. 웃긴 말로 1톤트럭을 미드십 스포츠카에 빗대는데 진짜로 엔진이 가운데 있다.
실내로 들어서는 과정도 승용차와는 다르다. 겉에서 볼 땐 SUV 정도의 높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발판을 밟지 않으면 올라가기 쉽지 않을 정도로 높다. 안에 들어서니 트럭의 정체성이 확고한 바깥과는 딴판이다. 스티어링 휠의 각도가 누운 편이라 쥐는 감각이 낯설 뿐 실내 전체에서 승용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계기판도 승용차 감각이고 오디오 데크도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대시보드에는 8인치 내비게이션이 우뚝 솟아 있다.
풀 오토 에어컨과 통풍 시트, 열선 가죽 스티어링 휠 등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1톤트럭에도 이런 기능이 들어간다니… 이뿐만이 아니다. 사이드미러도 자동으로 접히고 창문도 전동식이다. 시트도 인조가죽이긴 해도 브라운 색상으로 멋을 부렸다. 선글라스 케이스, 블루투스, 룸미러 하이패스, 뒷유리 열선, 크루즈 컨트롤, 자외선 차단 글라스 등 자잘한 기능도 무척 많다. 승용차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승차 인원은 최대 세 명이다. 가운데 시트에는 사람이 앉기보다는 접어놓고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편이 나아 보인다. 시승차는 킹캡이어서 시트 뒤에 여분의 공간이 있다. 밖에서 볼 때는 세로로 가느다란 작은 유리창 하나가 더 붙은 정도인데, 안에서 늘어난 공간은 꽤 넓다. 자잘한 짐들을 던져 놓기에 아주 알맞은 공간이다.
이제 주행감을 알아볼 차례. 봉고III 트럭은 2.5L 커먼레일 디젤 엔진과 2.4L LPI 두 종류의 엔진을 얹는다. LPI는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탄 차도 그렇고 도로에 돌아다니는 1톤트럭도 디젤이 많다.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133마력, 최대토크는 26.5kg·m로 1,250~3,500rpm 사이에서 최대치의 힘을 낸다. 봉고Ⅲ 디젤은 이번에 신형이 나오면서 요소수 방식으로 바뀌었다. 변속기는 수동 6단과 자동 5단 두 가지인데 시승차는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AT가 연비 면에서는 불리하지만, 장시간 운전한다면 아무래도 자동변속기가 나을 것이다.
제원상 엔진의 성능 수치는 다소 평범해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타보니 가속력이 의외로 가뿐하고 상쾌하다. 최대토크가 1,250rpm부터 나오기 때문에 밟는 대로 불쑥 튀어 나간다. 특히 적재함에 짐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우 가볍게 속도를 올린다. 무거운 짐을 싣고도 허덕이면 안 되니 저속에서부터 충분한 힘을 내도록 한 세팅 덕분이다. 변속기는 자동이라 운전은 편하지만, 수동이었다면 조금 더 역동적인 운전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시프트레버를 활용해 수동식으로 단수를 바꾸면 더 힘차게 달릴 수 있다.
소음과 진동은 트럭인 점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고, 짐을 싣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승차감은 좀 튀는 편이지만 아스팔트 도로에서는 타고 다닐 만하다. 다만 과속방지턱 같은 요철을 넘을 때는 확실히 튀는 경향이 있다. 안정성은 의외로 높다. 뒷바퀴굴림인데다 짐을 싣지 않아 뒤가 좀 가벼운 느낌은 들지만, 커브를 돌 때나 급하게 차체가 틀어져도 심하게 요동치지 않는다. 눈 오는 날 뒷바퀴굴림의 약점을 경험하면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맑은 날 마른 노면에서 정석대로 운전한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차체자세제어장치가 달려 작정하고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지 않는 이상, 크게 자세가 흐트러질 일이 거의 없다. 험로에서는 차동기어 잠금장치(LD)가 탈출을 도와준다.
시트포지션이 높아서 시야는 넓다. SUV와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SUV도 내려다볼 정도다.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는 물론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이탈 경고 장치, 전방 충돌방지 보조 장치도 갖춰 편하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시승한 1톤 초장축 킹캡 2WD 자동변속기 모델은 무게 1,845kg, 복합연비는 1L에 9.0km다. 막히지 않는 길 위주로 달렸더니 연비가 1L에 10km 넘게 나온다. 가격은 시승 모델 기준으로는 1,685만~1,945만원이고, 장축이나 더블캡에서는 4WD도 선택할 수 있다. 초장축 킹캡 2WD에 모든 옵션을 더한 풀옵션의 가격은 2,282만원. 비슷한 옵션을 얹은 SUV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일반인이 타 본 1톤트럭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승용차와 다른 점이 아주 많다. 그렇지만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동안은 승용차와 그리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운전 자세와 보닛 유무에 따른 시야가 좀 다르지만, 조금 특이한 승용차의 한 종류를 타는 기분이었다. 실내 구성이나 편의장비 등이 승용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친근하게 느껴진 이유 중 하나다. 짐을 싣는 데 특화된 차라고 해서 짐칸만 좋게 만들라는 법은 없다. 어차피 운전은 사람이 한다. 사람이 편해야 짐도 기분 좋게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퇴직한 김아무개(50)씨는 택배일을 하기 위해 조만간 배달용 차량을 장만할 계획이다. 개인사업자라 초기 구입 비용과 유지비가 적은 차를 물색 중이다. 그는 “소형 화물차가 가성비가 높고 활용성이 뛰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그늘이 짙어지면서 생계형 소형 트럭 판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현대자동차의 1t 트럭 ‘포터’ 는 7만5천여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천대 이상 더 많다. 지금 추세에다 연말에 전기차 모델까지 가세하면 2017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10만대 고지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GM)이 각사가 판매중인 차종을 다 합쳐도 내수시장에서 연간 10만대 판매에 못미치는 것을 고려하면 세단이나 스포츠실용차(SUV)도 아닌 화물차 단일 차종으로 판매 대수가 10만대를 넘는 것은 이례적이다.
1977년 첫 선을 보인 포터는 벌써 40여년의 역사를 지닌 장수 차종이다. 현재 판매중인 ‘포터2’는 2004년 출시된 4세대 모델(완전변경)을 기반으로 한다. 그동안 소형 트럭은 화물차라는 이유로 인해 편의사양이 시대에 뒤떨어져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신형은 지난 8월 출시된 ‘2020년형 포터2’다. 이 상품은 4세대 모델의 상품성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로, ‘전방충돌방지보조’(FCA)와 ‘차로이탈경고’(LDW) 등의 운전보조장치를 선택 사양으로 갖췄다. 또 주간주행등을 새로 달아 상대편 운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요소수 시스템도 새로 적용해 유럽의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 기준을 충족시켰다. 복합연비는 8.9~9.9㎞/ℓ로 기존보다 3.1% 개선됐다.
신형 포터의 가격은 1675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리미엄급은 1990만원이다.(후륜구동 초장축 슈퍼캡, 6단 수동변속기 기준) 신형은 기존 모델 가격보다 150만원가량 올랐다. 회사 쪽은 “가격 인상 요인이 적지 않았음에도 생업을 위해 차량을 주로 사용하는 소형 상용차 고객들을 위해 가격 인상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신차의 출고가가 오르면 판매가 위축되는 경우가 많지만 포터의 수요는 대체로 꾸준한 편이다. 생계형으로 많이 쓰이는 차량의 특성 때문이다. 차명인 ‘포터’(Porter)는 영어로 ‘짐꾼’을 뜻한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채소나 과일을 팔거나 이삿짐, 택배, 인테리어, 푸드트럭 등의 수단으로 많이 사용해 업계에선 대표적인 경기 불황 지표로 꼽힌다.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인데, 소형 트럭 수요는 주로 경제 상황의 악화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에선 내수시장에서 전체 차 판매량은 줄어드는데 포터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빗대어 포터 판매량과 실물 경기를 연관지어 이른바 ‘포터 지수’로 부르기도 한다. 업계는 최근 베이비부머의 명퇴 시기까지 도래한 가운데 경기 부진으로 조기 퇴직자가 늘어나고 소규모 창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포터 판매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터의 인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경기 불황 때마다 ‘서민의 발’로 불리는 이 소형 트럭은 그랜저와 쏘나타 같은 쟁쟁한 승용차를 제치고 여러 차례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기아차의 소형 트럭 ‘봉고’, 한국지엠(GM)의 경상용차 ‘라보’와 ‘다마스’도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차량들이지만 포터의 독주에 견줄 정도는 아니다.
포터는 오는 연말 전기차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방문에 맞춰 공개된 포터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200㎞를 주행할 수 있다. 포터 전기차가 나오면 승용차에 이어 상용차에서도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포터는 대부분 경유를 연료로 쓰는 탓에 노후 차량일수록 매연을 많이 내뿜는다. 전기차가 등장하면 상용차에 뒤따라붙던 배기가스 논란도 어느 정도 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탑승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소형 화물차는 엔진룸 공간이 없는 차량 구조 때문에 보닛이 짧은 특성을 갖고 있다. 충돌 사고 때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없어 한번 사고가 나면 탑승자가 심하게 다치는 사례가 많다. 포터는 15년 만에 차 값이 2배 넘게 올랐지만 현대차는 2016년 8월에서야 새로 출시한 2017년형 포터2 2WD(후륜 구동) 모델에 한해 에어백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4륜 구동 모델과 특장차에는 에어백 기본 장착은커녕 선택(옵션) 사양도 없다. 일부 차량 구매자들은 “돈을 추가로 내고서라도 에어백을 달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토로한다. 이런 사정은 기아차의 소형 트럭 ‘봉고’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