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자동차시승' 태그의 글 목록 (14 Page)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지난 2006년 12월 출시된 이래 유럽에서 20만대가 넘게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차. 유럽 내 권위있는 매체의 기자 및 자동차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차’ 부분에서 당당 4위에 선정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차. ‘씨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에서도 자동차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점점 씨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씨드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실제로 기자가 씨드를 운전할 때도 뭇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이 차 이름이 무엇이냐”, “이 수입차는 어떤 브랜드냐?”라는 질문 역시 수없이 받았다.


사실 기자도 처음 차를 봤을 때 다소 낯선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디자인인 까닭이다. 반면 날렵해 보이며 공격적인 디자인은 인상적이다. 앞뒤 오버행(바퀴와 범퍼까지의 거리)이 짧아 탄탄한 느낌이고 큼지막한 헤드램프도 인상적이다. 또한 외형이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커보인다. 일부 C세그먼트(준중형차)급 차량은 다소 약해 보이지만 씨드에선 비교적 안정감이 느껴졌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못지않은 단단한 느낌이다.

씨드는 아우토반 등 유럽 도로 수준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만큼 주행 성능이 탁월하다. 하지만 내내 막히는 국내 도로 사정에서 돋보이게 느껴진 부분은 브레이크. 특히 초보 및 여성 운전자와 같이 운전이 서투른 경우에는 아무래도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는 경향이 있게 마련. 하지만 씨드의 경우 급정차 시 전륜 구동차임에도 불구하고 뒤편이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주저앉아 훨씬 안정된 느낌을 받는다.

이 차의 또 다른 특징은 단단한 서스펜션이다.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거나 급회전을 해도 곧바로 자리를 잡는다. 국산차의 물렁한 서스펜션을 기억하는 소비자라면 다소 놀랄 정도로 탄탄하다. 덕분에 급한 코너길에서도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고 노면을 잘 읽어낸다.


반면 낮은 rpm에서는 충분한 토크를 내지 못하는 엔진의 특성 때문에 급가속시 속도계의 상승 속도가 다소 더딘 느낌이다. 그리고 고속 주행시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 혹은 차체에서 나는 소음 등이 민감한 운전자에게는 다소 귀에 거슬릴 수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유럽에서 호평받고 있고 국내 카 마니아들이 학수고대하고 있는 씨드를 국내에서 탈 가능성은 거의 전무해 보인다는 점이다. 기아차에서 만들었지만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되는 ‘수입차’로 취급을 받기 때문에 관세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아쉬움은 유럽에서 국산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달래야 할 듯 싶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지난 해 연말 국내에 상륙한 신형 9-3 세단은 그 공격적인 앞모습만큼이나 눈이 번쩍 뜨이는 가격표를 달고 중저가 스포츠세단 수요 공략에 나섰다. 가격대비 호쾌한 성능과 개성 있는 디자인이 매력적이지만 실내의 감성품질은 조금 아쉽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브 9-3는 1998년, 기존 900모델의 개량형으로 처음 등장했다. 2003년에 풀 모델체인지를 거치면서 2세대 모델로 거듭났는데, 오펠 벡트라를 통해 먼저 선보여진 GM의 입실론 플랫폼을 토대로 하되 사브 고유의 기술을 입혀 9-3만의 특성을 갖게 되었다. 전통처럼 여겨졌던 해치백 차체를 버리고 노치백 세단 형태를 채택한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 2007년에는 이 2세대 모델이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실내외 디자인과 사양의 변경을 거쳤다. 그것이 2007년 11월부터 국내 시판에 나선 뉴 9-3 세단이다.

사브는 실내외 사양에 따라 리니어, 아크, 벡터, 에어로라는 트림(차급)명을 쓰고 있는데, GM코리아는 이번에 벡터와 에어로의 2개 트림으로 9-3 세단을 구성했다. 시승차는 그 중 벡터 모델로, 최상급인 에어로 보다는 한 단계 아래 급이지만 나름 스포티하면서도 충실한 사양들을 갖추고 있다.

신형의 앞모습은 날카롭고 강력하며 카리스마가 넘친다. 상대적으로 구형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측면이나 후면에 비해 날이 많이 선 모습이라 부조화가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나, 실물에서는 그 인상의 강렬함 때문인지 오히려 이점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컨셉카 에어로X로부터 이어진 핸섬한 얼굴은 사브 전통의 조개모양 보닛을 부활시켜 머리에 눌러쓰고 있으며, 하얀 눈썹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 상단의 액센트 조명으로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가늘고 길게 들어오는 이 LED 미등의 하얀 빛은 화룡점정이라 할 만한 터치이지만, 이와 대비되는 전조등의 누런 불빛이 흥을 깬다. 코너링 램프 기능이 있는 바이제논 헤드램프는 에어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시승차에는 할로겐 전구가 끼워져 있었다. 앞범퍼 모양도 조금 달라서, 에어로 쪽이 좀더 매끈하고 와이드하게 떨어진다.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의 차이인데, 앞 끝이 길고 낮은 것은 마찬가지라서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가는 턱이 까지기 십상이겠다. 세 조각으로 나뉜 라디에이터 그릴 중 헤드램프와 맞붙어 있는 두 개는 구멍이 막혀있는 가짜. 보닛 위를 편대비행하는 세 개의 워셔액 노즐은 여전한데, 와이퍼는 시대흐름을 따라 고무 프레임의 플랫 타입으로 바뀌었다.

차체패널은 구형으로부터 70%가 변경된 것이라고 하는데, 가령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도어패널들도 기존의 측면 몰딩들을 깔끔하게 밀어버린 새 물건이다. 클리어 타입으로 바뀐 테일램프는 투명한 부분이 검정색 테두리와 대조를 이뤄 얼음덩어리 같은 느낌을 주며, 특히 후미등이 켜지면 안쪽으로 붉은 색이 살짝 감돌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왼쪽 램프의 안쪽 윗부분은 후방 안개등인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버전이라면 안개등 위치도 반대가 된단다. 뒷모습에 있어서도 에어로와 차별대우를 받고 있어서, 검정색으로 처리된 범퍼 하단과 듀얼 배기구를 가진 에어로와는 달리 배기구를 완전히 감추고 있다. 나름 만만치 않은 힘을 갖고 있는 현재의 벡터로서는 조금 서러울 법도 한 처사다.



요란하게 바뀐 겉모습에 비하면 실내는 변화의 폭이 적다. ‘구형의 대시보드에 은색 테두리만 둘러쳤군’하는 것이 첫 인상이었을 정도. 센터페시아의 경우 내용물의 배치가 많이 달라졌지만 전체적인 바깥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이 덜한 것이다. 9-3의 실내는 독특한 감성의 디자인과 인체공학적인 배치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유사하게 이어져온 실내 윤곽은 보는 이에 따라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사브의 팬이라면 사브만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면에서 두둔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보다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구형과 비교하면 대시보드 상단에 있었던 작은 액정화면이 사라졌고, 센터페시아 상단부에 6.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달렸다. 이것은 ‘사브 인포테인먼트 플러스 - 프리미엄 150’에 해당되는 옵션사양으로, MP3 CDP와 150와트 앰프, 센터스피커를 포함한 7개의 스피커가 함께 적용된다. 기본 사양은 70와트 앰프와 스피커 4개, MP3 CDP의 구성이고, 이 경우 모니터 위치에는 작은 액정화면과 중앙 다이얼이 달린 오디오 헤드유닛이 들어간다.



가로로 길쭉한 버튼들이 즐비했던 센터페시아는 몇 개의 다이얼로 이를 대체해 한결 정돈된 느낌을 주는데, 한편으로는 허전해진 감도 없지 않다. 구형은 ‘복잡해 보여도 항공기의 계기반 같아서 좋다!’는 평을 듣곤 했는데, 그런 분위기가 많이 희석된 셈이다. 속도계 등 운전에 꼭 필요한 계기 외에는 조명뿐 아니라 바늘 움직임까지 죽여버리는 ‘나이트패널’ 기능이라든지, 터보의 부스트압을 보여주는 계기 등은 여전하다. 구형의 센터페시아 플라스틱 부분은 코팅이 너무 쉽게 벗겨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 그런 문제는 없어졌다.

안전에 대한 철학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진하게 녹아 든 실내는 ‘아! 내가 특이한 차를 타고 있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면에서는 아직 유효하다. 변속기 뒷부분의 센터콘솔에 내려꽂는 뭉툭한 전자식 시동키를 시작으로 여러 개의 격자를 겹쳐 바람의 방향을 유도하는 송풍구, 업계에서 손꼽을만한 센스를 보여주는 ‘나비효과’ 컵홀더, 센터콘솔에서 파도를 타는 주차브레이크 등등… 아쉬운 것은 뛰어난 디자인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감성품질이다. 대시보드의 질감 같은 부분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아서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일부에서는 부족한 마무리와 질감, 작동감을 경험할 수 있다. 요란한 소리와 진동을 일으키며 쓰기에도 불편한 도어잠금장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센터콘솔과 도어트림에 쓴 우드트림은 글로브박스 상단의 메탈트림과 부조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고루한 느낌을 주어 아쉽게 느껴진다.



어쨌든 편의사양은 충실한 편이다. 운전석에는 메모리시트가 적용되고 동반석도 전동조절식이다. 시트의 열선기능이 공조장치와 연동되어 있는 것은 특이한 부분. 밝은 회색으로 액센트를 준 투톤 가죽시트는 예전에 에어로 급에서나 보던 것으로, 형상은 과격한 듯 하지만 실제 착좌감이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하다. 목 부분을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컬럼은 각도와 거리 조절이 모두 가능한데, 조작부의 위치가 깊고 레버가 덜렁거리는 것이 흠이다.

사이드미러의 조절버튼은 아주 직관적인 위치, 즉 운전석쪽 A필러 하단에 자리하고 있다. 룸미러 뿐 아니라 사이드미러도 눈부심 방지 기능을 제공하고, 폴딩은 물론 후진시 하향기능까지 제공한다. 동반석쪽 사이드미러의 바깥쪽은 사각을 줄여주는 볼록거울. 도어 유리창은 4개 모두 오토다운만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계기판의 액정화면을 통해 차량의 맞춤 상세설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ESP ON/OFF와 과속경고, 후방센서, 레인센서 등의 설정이 모두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이 화면을 통한 경고 메시지는 몹시 구체적인 편으로, 하다못해 “뒷좌석 왼쪽 등받이가 잠기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물론 영문으로)까지 띄워줄 정도다. 그런가 하면 깜빡이를 작동 중이거나 브레이크를 밟고 있을 때는 주의가 분산되지 않도록 경고등 점등을 지연시켜주는 똘똘한 면도 있다.

센터콘솔의 팔걸이는 길이 조절식. 안쪽 수납공간에 송풍구와 12V 전원소켓을 내장하고 있고, 경쟁모델들처럼 뒷좌석 방향의 송풍구도 갖고 있다. 센터암레스트는 수납공간이 없는 ‘민짜’. 뒷좌석용의 컵홀더는 방석 하단 가운데 부분에 숨겨져 있다. 등받이는 스키쓰루와 6:4 분할 폴딩이 가능하다. 도어 개구부가 좁고 센터터널도 높지만, 차급을 생각하면 크게 불평할만한 부분이 없는 뒷좌석 공간이다.
의외로 넓어 보이는 트렁크공간은 왼편에 휴즈박스, 바닥에 임시타이어를 배치하고 있으며, 좌,우 위쪽으로는 뒷좌석 폴딩 레버가 달려있다. 트렁크 릴리즈 버튼은 전동식이다.



국내 시판되는 뉴 9-3세단의 벡터 모델은 최고출력 210마력의 2.0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구형에서는 같은 엔진이 에어로 모델에 탑재되어 국내에 시판되었었다. 사실 같은 벡터라 해도 탑재되는 엔진은 1.8i, 1.8t, 1.8t 바이오파워, 2.0t, 2.0t 바이오파워, 2.0T, 그리고 디젤 등으로 다양하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이 그 중 가장 높은 출력을 내는 2.0 터보(2.0T)일 뿐이다. 엔진명의 ‘i’는 자연흡기, ‘t’는 저압터보, ‘T’는 고압터보를 의미하는데, 사실 1.8t와 2.0t, 2.0T의 배기량은 1,998cc로 동일하며, 터보의 최대 부스트 압만 0.5바, 0.7바, 0.85바로 달리 세팅해 각기 150마력, 175마력, 2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도록 하고 있다. 다만 1.8i만큼은 실제 배기량이 1,796cc이고, 2.0T는 1.8t및 2.0t와 터보차저 등의 일부 부품을 달리하고 있다.

2.0T는 5,300rpm에서 리터당 100마력을 상회하는 2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낼뿐더러 2,500rpm에서 30.5kgm라는 상당한 양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토크곡선에 따르면 이 수치는 4,000rpm을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255 또는 280마력을 내는 에어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산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차체크기를 생각하면 이미 넘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rpm에서 힘이 빠질지언정 실용영역에 충실한 세팅이기 때문에 제원상의 수치가 공허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저속주행 등 일정 여건에서는 미니 쿠퍼S나 골프 GTI같은 다른 터보차들처럼 딸딸 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엔진 회전 자체는 4기통답지 않게 몹시 부드러우며, 특히 시동시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은 나긋나긋하게 밟히는 편인데, 시내주행 때 어중간하게 밟았다 뗐다를 반복하는 정도로는 치고 나가는 것이 시원치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흔히 터보차에 기대하는 폭발적인 가속이 아니라 꾸준히 쭈욱 밀어주는 쪽이랄 수 있다.



뉴 9-3의 5단 자동변속기는 킥다운 시 움찔거림이 있고, 수동모드에서의 반응 역시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충분히 빠르지는 못한 것 같다. 스티어링휠의 변속버튼이 사양에서 제외되었으니 좋든 싫든 변속기 손잡이를 붙들고 요리를 해야 하는데, 큼직한 손잡이는 손안이 빈 듯 가볍고, 쥐었을 때나 조작할 때의 감각이 스포티하지 않다. 수동모드가 운전자 쪽으로 당겨서 조작하는 방식인 것은 마음에 들지만 팔꿈치가 팔걸이에 닿아 조작이 편치는 않다.

수동모드에서는 회전수가 한계에 달해도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즉,운전자에게 일임하는 타입인데, 운전자가 덩달아 시프트업을 안하고 버티면 다른 차들에서 흔히 보듯이 엔진이 방방거리면서 요동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6,500rpm 정도의 회전수만 유지된다. 수동모드에서 3단을 4단으로, 4단을 5단으로 올리려면 엔진회전수가 2,000rpm이상이어야 하고, 반대로 4단, 5단에서 회전수가 2,000rpm미만이라면 킥다운 조작이 가능하다.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출발을 위해 3단 출발도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수동모드가 번거롭다면 스포츠모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계기판 오른쪽에 세로로 나열된 버튼 중에 버스의 수동변속기 그림이 ‘S’자와 함께 새겨진 버튼이 있는데, 이것을 누르면 변속 패턴이 스포츠모드로 바뀐다. 수동모드만큼 적극적일 수는 없지만 일상 주행시 켜놓더라도 쓸데없이 회전수를 높여 피곤하게 만들지 않고, 그러다가도 코너진입을 위해 감속을 실시하면 시프트 다운과 함께 부앙~ 하고 엔진회전수를 높여 제법 기분을 돋워준다.



풀가속시의 자동변속포인트는 6,000rpm을 살짝 넘긴 시점으로, 각각 60, 95, 150km/h 부근에서 시프트업이 진행된다. 제원상 0-100km/h 가속시간은 8.8초.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수동 6단은 이보다 1초가 빠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그대로 버티면 5,500rpm에서 200km/h를 넘어서면서 5단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고, 아주 더디게 220km/h까지 가속된다. 이때 회전수는 4,500rpm정도이다. 물론 수동모드에서라면 4단 레드존에서 같은 속도를 찍을 수도 있다. 기어비는 5단에서 1.000이다. 제원상의 최고속도는 230km/h로, 수동 6단에 비해 5km/h가 빠진다.

서스펜션은 구형보다 부드러운 듯 하지만 같은 엔진을 올렸던 에어로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일 뿐, 스포츠세단 답게 단단하므로 와인딩을 공략하는 데도 부담이 없다. 제동시의 노즈 다이브(차의 앞부분이 가라앉는 현상)가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제동력도 충분히 강력하다. 스티어링휠은 저속에서도 묵직하고 직경이 다소 크다고 느껴지는 편. 와인딩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무게를 잡기 때문에, 안정감이 느껴지는 한편으로 다소 둔탁한 감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손맛과는 별개로 차체거동에 따라 후륜의 방향을 적절히 비틀어주는 리액스(ReAxs) 시스템이 적용된 차체 뒷부분은 앞바퀴의 궤적을 잘도 따라다닌다.



바퀴 사이즈에 비하면 노면을 타는 현상도 적다. 짧은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에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를 쓰고 있지만 부드러운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해내고, 단차가 격한 부분에서나 요란을 떨 뿐이다. 타이어는 컨티넨탈 스포트 컨택트2로, 구형 에어로 모델보다 단면폭이 10mm커진 235/45R17 사이즈를 쓰고 있다. 우직한 패턴만큼이나 충실하게 벡터의 달리기 실력을 뒷받침 해주며, 반대급부로 예상되는 노면마찰 소음은 차체에서 잘 걸러준다. 100km/h정도로 달릴 때의 평화로운 승차감으로 미루어 장거리 주행의 동반자로서도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5단 2,000 / 4단 2,750 / 3단 4,000 rpm. 80km/h 정속 주행 시에는 5단 1,750 / 4단 2,250 / 3단 3,250 rpm으로 낮아진다. 580km를 주행한 시승기간 동안의 연비는 8.8km/리터. 시승 전에 남아있었던 800km 주행거리 동안의 평균 연비는 9.3km/리터였다. 공인연비는 10.2km/리터이다.



GM코리아는 지난 연말 새 9-3를 소개하면서 스포츠세단의 수요자라면 반값아파트 못지 않게 눈이 번쩍 뜨일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덕분에 시승차 - 210마력 2.0T 엔진을 장착한 9-3 벡터는 3,690만원의 가격표를 달게 되었다. 구형 9-3에서는 150마력 엔진을 쓴 리니어가 3,980만원이었고, 2.0T 엔진을 쓴 에어로는 5,760만원이었으니 그 인하 폭이 ‘엄청나다’고 할 수준이다. 벡터는 리니어보다 사양도 좋다. 기존 오너들이 뒷목을 잡고 쓰러졌는지 어쨌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 정도라면 스티어링 휠에 시프트 버튼이 빠진 것 정도는 눈감아주어야 할 것 같다.

확실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이 가격에 이정도 성능을 제공하는 차는 없다. 특히나 사브가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있는 BMW, 벤츠, 아우디의 동급모델들이 달고 있는 가격표를 생각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이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이가 있을 테지만, 어쨌든 새 9-3는 들여오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 GM코리아 관계자의 말이다. 몇 대씩 들여오고 있는지는 차마 못 물어봤다.


관련기사 보기

뉴 사브 9-3 벡터, 에어로 신차발표회

사브 터보X – 이륙준비 마친 21세기의 블랙터보

3개의 최첨단 엔진 라인업, 뉴 사브 9-3 시리즈 프리뷰


사브 9-3 벡터 2.0 Turbo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전고 : 4,647 ×1,762×1,450mm,
휠 베이스 : 2,675mm
트레드 (앞/뒤) : 1,524/1,506 mm
공차중량 :1,555kg
구동방식 : FF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터보
배기량 : 1,998cc
최고출력 : 210마력/5,300rpm
최대토크 : 30.5kgm/2,500rpm
보어×스트로크 : 86×86mm
압축비 : 9.5:1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 4.575/ 2.979/ 1.947/ 1.317/ 1.000/ R: 5.024
최종감속비 : 2.44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45 R17

성능
0~100km/h 가속 : 8.8초
최고속도 : 230km/h
최소회전반경 : 5.4m

연료탱크 용량 : 58 리터
트렁크 용량 : 425 리터
연비: 10.2 km/리터 (공인연비)

차량 가격 : 36,900,000원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BMW 최초로 전동개폐 하드탑 구조를 채용해 쿠페와 4인승 컨버터블의 경계를 넘나드는 335i 컨버터블은 강력한 성능과 높은 완성도를 갖춰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M3 컨버터블의 등장에 따라 최강의 자리를 내놓긴 했지만 3.0리터 가솔린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306마력의 힘과 뛰어난 운동성능, 그리고 오픈에어링의 즐거움을 겸비한 실용성은 다른 모델에 대한 욕심을 희석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BMW코리아는 2007년 3월부터 신형 3시리즈의 오픈카 버전인 328i/335i 컨버터블을 판매하고 있다. BMW의 코드네임 ‘E93’에 해당하는 이번 3시리즈 컨버터블은 1986년에 처음 데뷔한 3시리즈 컨버터블의 4세대에 해당한다. 소프트탑 대신 전동개폐 하드탑을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실은 3시리즈뿐 아니라 BMW의 전 모델을 통틀어 하드탑 컨버터블은 E93이 최초이다. 하드탑 컨버터블이 대세인양 부각된 후에도 BMW는 무게증가와 지붕개폐시의 하중이동을 이유로 들어 하드탑 방식의 채택을 꺼려왔다. 이번 3시리즈 컨버터블은 그러한 문제들이 BMW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해결되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가벼운 스틸로 만들어진 ‘문제의’ 지붕은 3조각으로 겹쳐지면서 트렁크에 수납된다. 예사롭게 넘기기 쉽지만 이 차가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인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에 출시된 하드탑 컨버터블들을 살펴보면 덩치 큰 지붕 판넬의 수납문제로 인해 어색한 차체 비례를 갖게 된 모델들을 흔하다. 특히 뒷좌석 공간에 욕심을 부릴수록 몸매는 쉽게 망가져서, 볼썽사나운 엉덩이를 가진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이다. 하지만 3시리즈 컨버터블은 그렇지 않다. 정확하게 쿠페의 지붕만을 잘라낸 듯한 정상적인 라인의 트렁크.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왜 뛰어난지조차 느낄 수 없는 이 부분이야 말로 이 모델의 압권이라 할만하다.



쿠페(형)에서 컨버터블로 변신하는 데는 22초, 그 반대로는 23초가 걸리며, 이 과정에서 탑승자가 할 일은 센터콘솔에 위치한 스위치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있는 것뿐이다. i드라이브 조작스위치의 뒤편, 재래식 주차브레이크 레버의 옆에 위치한 지붕조작 스위치는 당기면 열리고 누르면 닫히는 방식. 주행 중에도 조작이 가능한 여느 컨버터블들과는 달리 속도가 ‘0’일 때만 변신이 가능하다. 대신 변속기는 N에 두건, D에 두건 상관하지 않으며, 브레이크도 밟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이번 3시리즈 컨버터블의 개인기중 하나는 차 밖에서도 리모컨으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는 것이지만 국내에 들어온 모델들은 리모컨의 전파관리문제로 이 기능이 삭제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 기능은 가령, 지붕의 개폐장면을 연속동작으로 촬영할 때 이를 조작하는 사람이 화면에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운전석에 불편한 자세로 엎드려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쩔 수없이 이번에도 엎드려야 했던데 대한 억울함 때문인지, 지붕 개폐시의 소음은 다소 요란한 듯 했다.



지붕을 닫았을 때의 밀폐감은 두말할 나위 없이 좋다. 한동안 햇빛이 뜨겁다가 갑자기 비가 퍼붓는 등 변덕스러웠던 날씨 속에서 시승차는 하드탑 컨버터블만의 뛰어난 1인 2역 연기를 한껏 선보였다. 지붕을 닫고 다니고 있노라면 이 차의 지붕을 ‘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될 정도다. 사실 굳이 지붕을 접지 않더라도 측면유리창을 모두 내리면 필러리스 하드탑 쿠페와 같은 남다른 개방감을 즐길 수 있다. 면적을 넓혔다는 측면유리는 버튼 하나로 네 짝을 한꺼번에, 아주 빠르게 열어버릴 수 있다.

다만 이때만큼은 쿠페의 불편함 역시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하드탑의 채용에 따라 기존보다 뒷유리가 커지고 시야도 좋아졌다지만 뒷좌석 헤드레스트가 그 후방시야의 상당부분을 가려버린다. 3시리즈 쿠페의 경우 뒷좌석에 사람이 없을 경우 아예 헤드레스트를 제거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컨버터블은 이 부분이 고정형이다. 전복시 튀어나오는 안전장치(롤오버바)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느 쿠페처럼 뒷좌석은 승하차도 고역이고 앉아있기에도 갑갑하다. 지붕 안감이 어두운 톤이라 더욱 그럴 것이다.

물론 거치적거리는 지붕을 접어버리고 나면 이러한 불편함은 상당부분 해소된다. 뒷좌석에 오르려면 1열 시트의 어깨부분 레버를 이용해 등받이를 앞으로 젖힌 뒤 바로 옆의 전동스위치를 이용해 시트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원터치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발을 들이밀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까지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 뒷좌석은 무릎을 세워 앉는 자세이고 등받이 각도가 가파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성인 두 명이 그럭저럭 타기에는 무리가 없다. 가운데로는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바깥쪽 암레스트로는 앞좌석으로부터 이어진 무드조명이 켜져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 조명을 내장하고 있는 라인은 우드든 메탈이든 뭔가 장식이 붙어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주변부위와 똑같이 플라스틱으로 맨살을 드러낸 이 부분이 살짝 어색한 느낌이다.



지붕이 접혀 트렁크로 숨어버리는 구조라면 뒷좌석과 트렁크를 관통하는 수납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3시리즈 컨버터블은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등받이를 접으면 접이식 가방걸이가 달린 격벽이 나타난다. 기댈 때 다소 단단한 느낌을 주었던 등받이는 짐받이로 사용된다. 이렇게 하면 뒷좌석 위에 대충 짐을 던져 넣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죽손상을 막을 수 있다. 가방걸이는 가방 손잡이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잠금식으로 되어있다. 뿐인가. 격벽 가운데로는 폭이 40cm쯤 되는 개구멍…아니, 개구부가 뚫려있다. 이민가방 따위를 실을 수는 없겠지만 스키나 스노우보드, 골프백 정도는 손쉽게 관통시킬 수 있는 크기다.

이들은 복잡한 하드탑 구조의 채용에 따른 트렁크의 공간잠식을 만회할 수 있도록 적재공간 확장방법을 연구한 결과다. 트렁크 적재용량은 지붕을 접었을 때 210리터, 올렸을 때 350리터로, 3시리즈 쿠페의 440리터와 비교된다. 접었을 때는 당연히 아주 낮은 적재공간만이 남게 되며, 그나마도 접힌 지붕구조물에 깔린 형태라 물건을 싣고 내리기가 불편해진다. 리모컨을 이용하면 이때도 쉽게 지붕을 위로 들어올려 짐을 수월하게 부릴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국내용 모델에서는 이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운전석에 오르려다 보니 두 가지가 두드러진다. 가파르게 누운 A필러와 낮은 시트포지션. 지붕을 접었을 때 드러나는 A필러의 모서리는 타다가 얼굴을 부딪치지 않을까 조심하게 만든다. 낮은 시트 포지션은 앉아서 무릎을 굽혀보면 더 실감나는 부분. 그만큼 머리 위쪽으로는 여유가 많다. 1열 시트는 대퇴부 받침 길이 조절이 수동, 옆구리 받침(조임)과 헤드레스트 높이조절이 전동식으로 작동한다. 스티어링 컬럼의 깊이와 각도조절도 수동. 3시리즈 쿠페의 경우 B필러로부터 로봇 팔이 쭈욱 나와서 안전벨트를 잡기 편하게 도와주지만 컨버터블은 아예 시트에 안전벨트가 내장되어 있다.

내장 가죽에는 태양광 반사기술이 적용돼 일반 가죽시트와 20도나 되는 온도차이를 보인다고 하는데, 확실히 시승 중에는 햇빛 때문에 가죽이 달궈졌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다만 장시간의 시승이 되다 보니 여기에 쿨링 시트까지 더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이 들긴 했다. 335i 세단에서 봤던 메탈 장식대신 어두운 대리석을 연상시키는 ‘Dark Burl Walnut’ 나무장식이 들어간 것은 개인적으로 다소 불만이지만 따뜻한 느낌의 밝은 나무장식과 차가운 느낌을 주는 메탈장식의 중도지향이라는 점에서 수긍은 간다.



현재 국내에는 3시리즈 쿠페가 수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단단한 지붕을 요술망토 삼아 쿠페’룩’으로 변신할 수 있는 컨버터블은 시장에서도 1인 2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차체 강성이나 무게를 논하지 않더라도 역시 쿠페는 쿠페고 컨버터블은 컨버터블. 이모델만 놓고 보면 쿠페가 부럽지 않은 자태를 갖고 있는 듯 하지만, 막상 쿠페와 비교를 해보면 지붕을 덮은 컨버터블의 차체라인은 쿠페만 못하다. 3시리즈 쿠페는 뒷유리와 트렁크, C필러와 쿼터패널의 라인이 자연스럽게 흐르지만 컨버터블은 아무래도 지붕을 따로 덮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소프트탑 컨버터블에 옵션의 하드탑을 부착한 것 마냥. 경계선에는 접었을 때의 미관을 고려해 둘러친 크롬 장식이 번쩍거리고 하드탑에는 뚜렷한 절개선과 연결부품들이 달려있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고 쳐다 보고 있노라면 지붕을 열었을 때의 개방감과는 정반대의 갑갑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은 하드탑 컨버터블과 쿠페를 동시에 라인업하고 있는 BMW이기에 가능한 비교일 것이다. 그리고 남의 떡(그림의 떡?)이 커 보여서 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3시리즈 컨버터블은 2008 iF 골드어워드에서 최고의 디자인으로 선정된 산업디자인 우수작이다. 작년에는 3시리즈 쿠페가, 2001년에는 3세대 3시리즈 컨버터블이 같은 영광을 얻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디테일은 도어 하단을 비춰주는 도어손잡이의 하얀색 LED조명이다.



동일한 엔진과 변속기를 얹은 335i 쿠페와 컨버터블의 공차중량을 비교해보면, 컨버터블이 200kg이상 더 무겁다. 항상 사람 셋을 더 태우고 다니는 셈이다. 컨버터블이 더 무거운 것은 보편적인 것으로, 고정식 지붕을 대체해 차체 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보강재의 추가와 격납장치의 무게에 의한 것이므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만약 기존처럼 소프트탑을 고집했더라면 1/4정도의 감량은 가능했을 것이라 전해지는데, - 개인적으로 소프트탑과 하드탑 모두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소프트탑 대비 유지보수면에서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생각하면 이 정도 페널티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유럽에서 팔고 있는 320i 컨버터블처럼 여력이 부족한 차였다면 이정도 무게 증가분을 간과할 수 없었겠지만, 시승차는 넘치는 힘을 가진 335i. 306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가솔린 직분사 방식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을 발끝으로 컨트롤 하다 보면 절로 관대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작년에 이어 2008년에도 ‘올해 최고의 엔진’으로 선정된 이 N54B30(엔진 코드)의 배기량은 2,979cc. 피에조 방식 고정밀 직분사장치(HPI)를 쓴 335i의 엔진은 두 개의 작은 터빈이 각각 1~3번 실린더와 4~6번 실린더를 담당해 터보랙을 느낄 겨를이 없는 발군의 가속을 이끈다. 1,300rpm부터 5,000rpm까지 평탄하게 유지되는 40.8kgm의 최대토크와 이 구간에서 그야말로 일직선으로 뻗어 올라가는 출력 그래프는 실제 운전시의 쾌감을 가감 없이 대변하는 것이다.

변속기는 6단 스탭트로닉으로, ‘D’ 모드에서도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반응이 민감해 몸가짐이 조심스럽다. ‘DS(스포츠)’모드에 놓으면 치고 나가는 맛에 빠지기 시작하고, ‘M(수동)’ 모드를 선택하면 높은 회전수에서 울려 퍼지는 고음이 선사하는 찌릿찌릿한 쾌감에 쉽사리 포로가 되어버린다. 특히 지붕을 내렸을 때 한층 가깝게 느껴지는 자극적인 배기음은 컨버터블을 타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변속은 스티어링휠의 패들로도 가능한데, 수동모드에서도 7,000rpm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진다. 수동모드, 정지상태로부터 풀 가속시의 변속시점은 50, 100, 160, 215km/h 부근으로 335i 세단과 동일하다. 물론 기어비가 모두 같은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6초. 그 여세를 몰아 제한속도까지의 가속에도 거침이 없다. 시승차는 계기판 상으로 260km/h에서 리미트가 걸렸지만 여전히 힘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지붕을 벗긴 채, 윈드디플렉터도 설치하지 않은 채 최고속도에 이르렀지만 들이치는 바람 때문에 정신을 놓을 일은 없었다. 140km/h정도라면 디플렉터 없이도 바람이 부담스럽지 않다. 고속에서 만난 요철에 대한 반응만큼은 기대만큼 안정적이지 못했지만, 시승차의 컨디션에 다소 문제가 있었던 터라 이는 눈감아주기로 했다.



무게 배분이 50:50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은 쿠페와 컨버터블이 마찬가지이지만 실제 비율은 쿠페가 51.2 : 48.8, 컨버터블이 47.6 : 52.4로 차이를 보인다. 쿠페를 타본 일도 없거니와 의도적인 비교시승이 아니라면 드러날 차이도 아니다. 지붕을 열거나 닫거나 컨버터블의 밸런스는 흠잡을 곳이 없고, 지붕을 연 상태에서도 아득하게 들려오는 맨홀뚜껑 소리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듯 하지만 지나칠 정도는 아니라서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타이어는 런플랫 타입으로 앞 225/40ZR18, 뒤 235/35ZR18 사이즈를 끼우는데, 처음 출시됐을 때 만난 시승차는 브릿지스톤의 RE050A, 이번 시승차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를 끼우고 있었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 회전수는 1,900rpm. 킥다운을 시키면 6단에서 3단까지 단번에 변속돼 고개가 젖혀질 정도의 가속이 이루어진다. 이때의 회전수는 4,300rpm부근이므로 사운드 자체는 강렬하지 않지만 격한 조작에서도 변속 충격이 없는 부드러운 가속이 인상적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6단에서 2단으로 4단 점프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공인 연비는 8.4km/리터. 시승차는 인수 당시 6.2km/리터의 연비 기록을 갖고 있었고 612km를 달린 후에는 7.4km/리터의 평균연비가 나왔다. 주식은 고급휘발유이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만난 3시리즈 컨버터블은 프리미엄 4인승 하드탑 컨버터블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쌀쌀한 아침나절에는 지붕과 측면 창을 모두 연 채 히터로 난방을 하며 타는 재미가 있었고 한낮의 뙤약볕에서는 지붕 아래 몸을 숨긴 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즐길 수 있었으며 저녁에는 외부소음을 차단시킨 채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취해 드라이브를 했다. 이 모든 즐거움이 트윈터보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자극적인 배기음에 의해 배가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하드탑 컨버터블이라면 소프트탑을 두둔하기가 어려워진다. BMW 335i 컨버터블은 어렵지 않게 동급최고로 꼽을만한 차다. 적어도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때는 그렇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지난 3월 한국닛산자동차는 인피니티 M45의 신모델을 발표했다.

이 차는 일본내에선 도요타 크라운과 쌍벽을 이루는 '세드릭'이라는 이름의 전통적인 고급 세단을 베이스로 한 모델.

현재 인피니티의 모델은 일본내에선 시마(Q45),세드릭(M45),스카이라인(G35),스카이라인쿠페(G37 쿠페), 세피로(I35) 등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세피로는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고, FX와 EX는 일본에서 판매되지 않는 모델이다.

G35가 국내에 선보이기 전까지 M45는 인피니티 라인업 중 가장 판매량이 많은 주력모델이었다. 따라서 이번 신형 모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닛산 코리아 측은 말했다.

▲ 괴력의 엔진 때문에 차체자세제어장치(VDC)를 끄면 자칫 타이어에서 연기가 나기 십상


인피니티의 일관된 주행 성능

국내에 들어온 인피니티는 전 차종 모두 3.5리터급 이상의 강력한 엔진만 탑재된다. M45의 경우 최대 338마력에 최대토크 47kg·m나 되는 4.5리터의 V8엔진이다.

3.5리터 V6엔진을 장착한 M35모델도 준비돼 있다. 이 엔진은 최대 출력 280마력, 최대토크 37kg.m의 성능으로 G35나 스카이라인에 장착하는 엔진과 같은 엔진블럭으로 최대 출력을 약간 낮춘 엔진이다.

변속기는 메뉴얼 기능을 제공하는 5단 자동으로 레버가 매우 짧아 수동 변속기를 보는 듯 스포티해 보인다. 강력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변속기에 패들 시프트나 스포츠모드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엔진은 앞쪽에 자리잡고 있지만 최대한 뒤로 배치한 "프론트 미드쉽"구조로 무게 배분이 적절해 스포츠 성능과 주행 안정성까지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서스펜션은 프런트가 더블 위시본, 리어가 멀티 링크로 구성. 뒷편 서스펜션은 핸들의 회전 방향과 속도에 따라 지오메트리를 자동조정하는 “액티브 리어 컨트롤”을 채용하고 있다.

주행성을 높이기 위한 닛산의 노력은 대단하다. 보닛, 도어, 트렁크 리드 등에 알루미늄합금을 사용했으며, 용접부위를 130여곳 추가해 이전 모델에 비해 차체의 비틀림 강성을 훨씬 키웠다. 닛산측은 보닛과 트렁크리드 등 차체의 중심에서 먼 부위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차체의 운동성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휠은 일반적으로 튜닝용품샵에서나 볼 수 있는 19인치 휠을 기본으로 제공해 스포츠 성능을 강화한 차라는 점을 부각했다.

스포츠와 럭셔리가 공존하는 세단

이 차는 럭셔리 스포츠세단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성능이 뛰어난 것은 물론 실내 편의 장비도 대단하다.

특히 BOSE가 차량의 생산 때부터 참여해 개발한 5.1채널 DVD 시스템이 이 차의 특징이다.

대시보드에 MP3 오디오 CD를 6장 넣을 수 있고, 콘솔박스에는 DVD 타이틀을 넣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틀었더니 영화속 공룡이 마치 바로 뒤에서 쫒아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총 14개 스피커 중 4개의 스피커를 앞좌석 시트의 어께부분에 장착해 정확한 위치에서 음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고, 작은 소리 또한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좌석 모니터는 운전중에 볼 수 없도록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켜야만 화면이 나타난다. 뒷좌석의 모니터는 천정에서 내려오도록 만들어져 있어 의자에 편안히 누워 보기에 적당한 높이에 마련돼 있다.

M45는 전후 바퀴축 간격(2900mm)을 최대한 벌려 전체 차 길이(4880mm)가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으면서도 실내 거주 공간을 크게 늘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뒷좌석에 앉으면 무릎 앞 공간이 충분하다. 또 등받이가 뒤로 약간 기울어 있어 착석 자세가 편안하고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하다. 또 필요에 따라 버튼만 누르면 뒷좌석을 더 기울이거나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또 다른 수입차량보다 나은 수준의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내장됐지만 여전히 국내 유명 내비게이션들에 비해 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면이 아쉽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고성능 미드쉽(엔진 중앙배치) 스포츠카이면서 천정까지 오픈할 수 있는 포르쉐 박스터 S(Porsche Boxster S)를 시승했다.

코드네임 987로 알려진 이 모델은 2004년 가을 새롭게 선보인 모델이다. 높은 가격대와 미드쉽엔진의 2인승 승용차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매년 2만대 이상을 판매해 온 인기모델이기도 하다.

이 차는 포르쉐 중 가장 저렴한 모델이지만, 2인승인데다 미드쉽이기 때문에 값비싼 모델들보다 오히려 코너링 반응이 더 재빠르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실 민첩한 코너링을 위해선 미드쉽이 가장 적절한 레이아웃이다. 때문에 포뮬러카 등 레이스카는 대부분 미드쉽 구조를 채택하지만, 일반적인 차들에선 이 구조를 채택하기 쉽지 않다. 실내 공간과 트렁크 공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이 차의 상위 모델인 포르쉐 911 또한 뒷좌석 공간을 갖춘 4인승(국내 형식승인은 2인승)이기 때문에 엔진이 뒤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박스터의 경우는 실용성을 포기하고 운동 성능을 선택한 차인 셈이다.



화보: 포르쉐 박스터S 시승 (23장)

▲ 수려한 외형과 아름다운 실내

뒷부분이 짧고 둥근 곡선을 그리는 911과 달리 길게 뻗은 후면 덕에 외형은 전반적인 밸런스가 더욱 잘 맞는 느낌이다.

차에 앉으니 운전석 시트 등받이 양쪽부분(사이드서포트)이 올라와 몸을 고정시켜주는 것이 느껴졌다. 시트의 질감도 비교적 단단해, 몸이 시트 속에 쏙 들어가 단단하게 조여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또 왼발을 올려놓는 풋레스트의 위치나 브레이크·엑셀 패달의 위치가 적절해 흠잡을데가 없었다.

그러나 이 차는 뒷좌석이 없고 등뒤에는 바로 벽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카메라가방을 놓을 공간도 없다. 때문에 일반적인 차량의 엔진이 위치한 후드(hood)를 '주 트렁크'로, 후면에 위치한 '부 트렁크'에는 이보다 작은 짐을 넣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시동을 걸자 등뒤에서 박진감 넘치는 저음의 엔진음이 들렸다. 911터보나 박스터에 비해 엔진소리가 확연히 크게 들린다. 엑셀을 밟자 엔진 회전수에 따라 저음에서 고음까지 엔진음이 차례로 들린다. 마치 차가 음악을 연주하는 듯 했다.

▲ “불가사의한 코너링”

한번도 실망을 시킨 적이 없는 포르쉐는 이번에도 탁월한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코너에 들어서려고 핸들을 약간만 움직였는데도 이미 차가 머리를 돌리기 시작한다. 기존 일반 승용차들을 운전하다 포르쉐 스포츠카를 운전하면 비현실적으로 민감한 반응에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코너에 들어서니 롤러코스터가 레일을 타고 돌 듯 약간의 빈틈도 없이 코너를 타고 나간다. 어지간한 속도로는 일부러 차를 미끄러뜨리기도 쉽지 않다.

많은 업체들이 포르쉐를 벤치마킹 하고 있지만, 정작 이만한 코너링 솜씨를 보여주는 업체는 찾기 어렵다. 시승을 함께 했던 기자는 "코너링이 불가사의한 수준" 이라고 말했다.

사실 계측기를 이용해 테스트 해보면 이 차의 형님격인 포르쉐 911이 코너링을 더 잘 견딘다. 박스터의 뒷타이어가 265/40R18인것에 비해 911(305/30R19)이 좀 더 넓은 타이어 폭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 박스터는 미드십 구조상 뒷 서스펜션 공간이 부족해 전후륜 모두 맥퍼슨 스트럿을 채택했지만, 911은 후륜에 멀티링크를 적용해 코너링에서 더 높은 횡압력을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스터는 911에 비해 가볍고 밸런스가 잘 맞기 때문에 이어지는 연속 코너에서 탁월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 컨버터블의 필수요소 '유체역학'

시속 60km로 올림픽대로를 달리며 천정 오픈 버튼을 눌렀다. 쾌청한 하늘과 봄바람이 불어 기분까지 상쾌하게 했다.

천정이 열리는 차는 많지만, 달리면서 천정이 열리는 차는 포르쉐가 유일하다.

사실 다른 차를 시승할 때는 신호 대기 중에 천정을 열지 못했다. 열고 있는 도중 신호가 바뀌기라도 하면 천정이 반쯤 열린 볼상 사나운 모양을 하고 달려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911 컨버터블의 경우는 시속 50km/h에서, 박스터의 경우는 시속 60km/h에서 천정을 열고 닫을 수 있었다.

달리는 중 앞유리창에 빗방울이 맺혔다. 여우비가 내리는 듯 했지만, 달리고 있는 있는 중에는 실내에 빗방울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받이 뒷편에는 윈드 디플렉터라는 패널이 장착돼 빠른속도로 달려도 공기가 안으로 들이치지도 않았고 옆사람과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유체역학 연구 덕분이라고 포르쉐 측은 말한다.

▲ 포르쉐 특유의 엔진과 미션

최고속도를 테스트해보니 계기반상 265km/h까지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었다.

박스터S의 엔진은 수평대향 6기통 3.2리터 박서 엔진으로 280마력을 낸다. 요술같은 운동성능의 비결은 이 엔진에도 있었다.

이 차에 장착되는 수평대향 엔진은 엔진의 높이가 납작하기 때문에 차체의 중심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엔진의 폭이 넓어 앞부분에 엔진을 장착해야 하는 일반 승용차에 장착할 수가 없다. 때문에 수평대향 엔진은 뛰어난 잇점에도 불구하고 포르쉐와 스바루 일부 차종에만 장착된다.

전통적으로 포르쉐 엔진은 고마력 엔진으로 4000RPM 이상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고 7000RPM까지 올라가도록 만들어진 고회전형 엔진.

처음 출발에는 차가 약간 둔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핸들에 있는 기어변속 버튼(팁트로닉S)을 이용해 RPM을 약간 높여서 운전하니 사운드에서나 힘에서 박진감이 넘쳤다.

변속기는 다른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5단 자동변속기로 ZF에서 공급받는 것이다. DSG 등 폭스바겐 일부 차종이 이용하는 변속기에 비해 변속 시간이 약간 느리다는 단점은 있지만, 동력 전달은 확실하게 이뤄져 인상적이다.

포르쉐 911 터보 등 강한 힘을 가진 차들은 운전자가 차에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강한 힘의 고속주행이 매력인 반면 아기자기한 재미는 오히려 적은 것이다.

그러나 박스터S의 경우 운전자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정도의 힘에 탁월한 코너링 능력을 가미해 드라이빙의 재미라는 부분에서 업계 최고 수준에 이르른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