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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한 신안리 오프로드는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오프로드 투어 코스 중에서 가장 달리기 어려웠다. 돌길, 진흙길, 구덩이, 수풀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경사도 가파른 곳이 많다. 9월 단풍이 우거질 즈음이나 추석연휴에 전북 진안으로 차를 몰아 보면 좋을 듯하다

먼저 ‘오프로드 투어’ 페이지를 열심히 정독하는 독자들에게 고해성사부터 해야겠다. 이달의 오프로드 투어는 지난 6월에 취재한 코스다. 7월호에 실린 백운동계곡 오프로드의 취재를 마치고 철수하던 중 우연히 발견해 들어섰다가 그냥 지나치기 아까워 카메라에 담아 왔다. 여름에 다시 한번 오리라 마음먹고 있었건만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연일 뿌리는 비 때문에 아쉽게도 기억을 더듬어내는 방법밖에는 도리가 없었으니 독자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우연히 발견한 신암리 오프로드는 참으로 재미있는 코스였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에 있는 임도로 수목을 관리하기 위해 다져놓은 길이지만, 몇몇 곳은 ‘차가 지난 지 1년도 더 되었겠다’싶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돌길, 진흙길, 구덩이, 자갈길, 수풀길까지 각종 오프로드 코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노면이 적당히 거칠고 좁아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만큼 오프로딩의 재미는 큰 코스다.

가을이 기대되는 알토란같은 오프로드
백운동계곡 오프로딩을 마치고 숙식을 위해 가까운 장수군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높은 산을 굽이굽이 끼고 도는 742번 도로를 타고 가다 왼쪽으로 알차게 생긴 임도를 하나 발견했다. 저 멀리 산꼭대기에 보이는 송신탑까지 이어지는 임도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프 커맨더를 들이댔다.
하지만 초입부터 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아스팔트와 비포장이 만나는 부분에는 꽤 깊은 구덩이가 패여 있어 고개를 창 밖으로 내밀고 건너야 했고 구덩이를 건너자마자 크고 작은 돌들이 무수히 많아 진행은 더디기만 했다.
그렇게 2km 정도를 오르니 시멘트 포장길이 나왔다
여기서 끝나는가 싶었는데, 시멘트 길은 산과 산을 잇는 백운교를 떠받치기 위해 지반을 다져놓은 것으로 300m 정도 지나자 다시 오프로드가 이어졌다.
시멘트 길이 끝나는 곳부터는 길이 훨씬 편했다. 바닥에 깔린 돌들은 아기 주먹보다 작았고 경사도 밋밋했다.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한참을 달리니 이 길의 정상인 듯한 넓은 분지에 닿았다. 내비게이션에 찍힌 정상의 해발은 753m. 임도 초입에서 산 정상의 송신탑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송신탑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신암리 오프로드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아주 어려웠다. 오르막길의 바닥은 배수가 빠른 자갈이었지만, 내리막길은 흙이 대부분으로 약간이라도 패인 곳에서는 여지없이 진흙구덩이가 도사리고 있었다. 로 기어를 물리고 어기적거리기를 몇 차례 거듭한 끝에 커맨더는 깊은 진흙구덩이를 지날 수 있었다.
내리막에서 2km 되는 지점은 그야말로 밀림이라는 단어가 꼭 맞아떨어질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었다. 차가 다닌 지 1년은 족히 지났을 법하게 온간 잡풀이 우거져 있어 바닥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길도 좁아 사이드 미러를 접고 내려와야 했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차에서 내려 걷기를 몇 번씩 반복하며 그렇게 신암리 오프로드를 내려왔다.
우연히 발견한 신암리 오프로드는 지난 5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오프로드 투어’코스 중에서 가장 어려우면서 가장 재미있는 길이었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쿵덕쿵’ 길도 있고, 정면에 하늘이 보일 정도로 가파른 언덕도 있다. 잡목이 우거진 숲도 만날 수 있으니 가을 단풍철 찾아볼 만한 오프로드 코스로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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