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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19 가을 찾아 떠난 25km의 오프로드 - 강원도 평창군 청태산 임도
청태산 임도는 경사가 급하지 않고, 노면도 평탄해 드라이브 코스로 좋다. 다소 밋밋한 오프로드가 될 수도 있지만 자연과 계절을 즐기고 싶다면 25km나 되는 청태산 임도 만한 곳도 없다. 11월 1일부터 겨울까지 출입을 통제하니 10월이 청태산 오프로드 드라이빙의 적기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여름 무더위도 한풀 꺾여 아침, 저녁으로는 꽤나 쌀쌀한 바람이 스친다. 하늘도 깊고 그윽한 파랑으로 농익어 가고 있다.
몸에 열이 많은 태음인 체질의 기자는 매년 가을을 손꼽아 기다린다. 여름에는 입맛도 없어져 기력이 쇠하니 정말 힘들다. 오존층의 파괴로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고 하니 해가 갈수록 여름이 길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대한민국이 점점 더워지고 있으니 이러다가 종로에 바나나가 열리고, 갑자기 스콜이 쏟아지는 열대성 기후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다행이 올해도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가을(난 그렇게 생각한다)이 찾아왔고, 말이 살찌듯 기자의 대퇴부도 약간씩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기분도 좋다. 많은 사람들은 '가을 탄다'며 우울하고 외롭다고 하지만, 기자에게 가을은 왕성한 식욕만큼이나 의욕이 넘치는 계절이다. 이러한 가을을 맞아 소풍을 가는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파랗고 투명한 가을하늘과 가을냄새 물씬 풍기는 사진들을 담아 오고 싶었다.

4시간의 여정, 그리고 가을 찾기
여름이 길어졌기 때문에 9월 중순부터 단풍을 담아내는 것은 힘들다. 그래도 남한에서 가을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강원도로 오프로드 코스를 정하고, 높은 지형을 찾아 지도를 뒤적였다. 강원도에 높은 산들이 많긴 하지만, 차가 오를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한참을 뒤적이다 평창과 횡성을 가로지르는 임도 하나를 찾아냈다. 높은 곳이 해발 1,000m를 넘고 스키장까지 끼고 돌아 왠지 추운 기운이 감돌 것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 9월 10일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끌고 평창으로 향했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하늘은 더욱더 푸른빛을 뿜어냈고 더욱이 전날 많은 비가 내린 터라 하늘은 며칠사이 가장 맑고 쾌청했다. 그랜드 체로키는 가을바람 만큼이나 시원스럽게 내달렸고, 취재팀은 생각보다 일찍 오프로드 초입에 닿았다
코스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현대성우리조트’까지 내비게이션을 맞추고 간 후, 리조트를 지나 420번 도로에서 2.5km 정도 가면 왼쪽으로 예쁘장한 임도가 보인다. 초입에는 입간판이 없으므로 속도를 줄이고 유심히 살펴야 한다.
초입에서 약 300m 오르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바리케이드가 있지만 열려 있다. 다만 11월 1일부터 산불예방을 위해 입산이 통제되니 지금이 아니면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바리케이드를 지나 임도에 들어서자 코스모스들이 산들거리며 취재팀을 반긴다. 바람결에 하늘하늘거리는 것이 살갑기 그지없다. 그래서 코스모스를 ‘살살이꽃’이라 부르는가 보다. 코스모스의 환영을 받으며 가을하늘에 닿을 것처럼 산을 올랐다.
청태산 임도는 전반적으로 도시형 SUV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을 만큼 쉽고 편하다. 경사도 밋밋하고, 어려운 돌길이나 진흙길도 없다. 어쩌면 심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청태산 임도의 큰 매력은 코스의 난이도가 아니라 25km나 되는 길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계절과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곳도 없지 싶다.
해발 1,000m에 오르자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그와 비슷한 녀석을 만났다. 길 한가운데 서서 이방인을 경계하듯 바라보다가 수풀 속으로 도망치듯 달아났다. 쉽게 만나기 힘든 노루(또는 고라니)의 등장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왠지 가을소풍에서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청태산에 노루는 있어도 10월호를 울긋불긋하게 장식할 가을은 없었다. 가을은 아직까지 여름의 기세에 눌려 내려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도 노루의 출현과 25km나 되는 청태산 임도는 가을추억의 창고에 넣어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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