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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연비를 자랑하는 엔진을 넣었습니다”, “동급 최대의 뒷좌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신차가 나왔을 때 귀가 따갑도록 듣는 말이다. 대부분 경쟁차와 비교해 수치적 우월함을 앞세운다. 반면 볼보 XC90의 과녁은 다른 곳에 있다. 단순한 기계 장치를 넘어 사람 중심(Human-Centric)의 ‘공간’을 제시한 까닭이다. 묘하게 구매욕 자극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강동희 기자, 볼보자동차

월드컵 열기로 한창이던 2002년. 볼보의 첫 SUV XC90이 등장했다. S80, V70의 앞바퀴 굴림 P2 플랫폼을 바탕으로 독일산 경쟁자의 등짝을 겨눴다. 이때 당시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는 SUV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가령, 1998년 메르세데스-벤츠가 M 클래스를, 1999년 BMW가 X5를 선보였다. 폭스바겐 투아렉과 아우디 Q7 등의 경쟁자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이들 ‘라이벌’은 공교롭게 출신 국가가 같다. 독일이다. 볼보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 만큼 상대를 압도할 준비가 철저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2012년 기습 도입한 스몰 오버랩 테스트에서 모두 낙방할 때, 볼보는 10살 먹은 XC90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전고 높은 SUV의 한계를 극복한 세계 최초의 전복방지 기술(ROPS)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2세대 XC90은 2015년에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운 볼보 SPA 플랫폼을 바탕 삼아 이전보다 훌쩍 덩치를 키웠다.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4,950×1,960×1,770㎜. 스웨덴 출신다운 장대한 기골을 뽐낸다. 메르세데스-벤츠 GLE보다 20㎜, BMW X5보다 30㎜ 더 길다. 실내 공간 가늠할 휠베이스는 2,984㎜에 달한다. ‘큰 차’ 좋아하는 국내 정서와도 알맞다.

부분변경 치르며 얼굴도 소폭 다듬었다. 네모반듯한 콧날은 크기를 키우고 움푹 파인 수직 크롬 바를 짝지었다. 볼보 특유의 ‘아이언 마크’는 카메라 센서를 이질감 없이 품었다. 범퍼 양 끝단의 공기구멍은 아래에 크롬을 더해 한층 고급스럽다. 각 패널간 단차는 강박에 가깝게 줄였다. 눈을 자극할 과한 기교는 없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게 XC90의 ‘으뜸매력’이다.

XC90의 ‘얼짱각도’는 뒤쪽에서 45°로 바라볼 때. 트렁크 창문까지 쭉 뻗은 테일램프로 1세대의 DNA를 계승했다. 마치 두꺼비가 두툼한 뒷다리도 땅을 움켜쥔 듯, 안정감이 넘친다. 볼보 엠블럼을 붙임 면도 단순히 직선으로 빚지 않고 디테일을 더했다. 또한, 반사판 사이를 크롬으로 메웠고 아래엔 듀얼 머플러를 짝지었다. 담백하면서도 스포티한 이미지가 물씬하다.

볼보 성장 비결 중 7할은 인테리어에 있다. 이른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다. 2013년, 볼보는 벤틀리 실내 디자이너 출신 로빈 페이지(Robin Page)를 데려와 혁신의 칼자루를 건넸다. XC90이 첫 번째 작품이다. 스웨덴 가정집 특유의 따뜻한 느낌을 듬뿍 담았다. 이전 모델은 물리 버튼만 40개가 넘었지만, 신형은 9개로 줄이고 9인치 터치스크린이 몽땅 삼켰다.

또한,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처럼 원하는 앱(App)을 메인 화면에 옮길 수 있으며, 여러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특히 터치 조작은 마찰을 통한 정전기 방식이 아닌 적외선을 이용한다. 따라서 큰 압력 없이 가벼운 터치만으로 화면을 주무를 수 있다. 해상도는 768×1,020 픽셀. 주변부에 블랙 하이글로스, 매트한 원목, 가죽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신형 XC90은 4인승, 7인승으로 나눈다. 7인승이 기본이다. 의자 높이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높은데, 뒷좌석 승객도 탁 트인 시야를 느낄 수 있다. 부부와 자녀 1~2명으로 구성된 가족이 XC90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다. 2열 시트 중앙에 자리했는데,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엉덩이 받침 높이를 조절해 아이 몸에 맞출 수 있다.

또한, 2열 시트 아래엔 레일이 달렸다. 앞뒤로 최대 120㎜까지 슬라이딩할 수 있다. 단, 앞으로 최대한 당겼다고 3열이 넉넉한 건 아니다. 볼보는 170㎝의 성인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압권은 트렁크 용량. 3열을 펼치고도 721L(VDA 기준)의 공간을 확보했다. 2열까지 모두 접으면 최대 1,899L까지 늘어난다. 2열은 40:20:40으로 나눠 접어 활용도가 높다.

정숙한 디젤 엔진, 반응속도 빨라

XC90은 크게 3가지 파워트레인을 품었다. 직렬 4기통 2.0L 디젤&가솔린의 ‘드라이브-E’, 플러그인 파워트레인이다. 오늘 소개할 모델은 가장 볼륨인 디젤 버전. 사실 체격을 감안하면 다소 작은 엔진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성능제원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m를 뿜고 네 바퀴를 굴린다.

이 엔진은 볼보가 2014년 출시한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5기통 엔진보다 무게는 45㎏ 덜고 효율은 35% 개선했다. 더욱이 여느 4기통 심장보다 잔잔한 숨을 토한다. 보닛을 열어보니, 방음재가 모든 부품을 감쌌다. 엔진 커버는 고무처럼 말랑말랑한데, 손으로 눌러봐도 움푹 들어갈 정도다. N.V.H(소음. 진동. 불쾌감) 설계에 신경 쓴 흔적이 눈에 띈다.

안팎 디자인 감상을 끝내고 운전대를 잡았다. 역시 볼보의 매력은 시트다. 인간의 척추 형상을 본 따 빚은 시트는 출퇴근뿐 아니라 장거리 주행에도 ‘안성맞춤’이다. 엉덩이 받침 길이와 옆구리 등을 몸에 맞게 조일 수 있다. 단, 의자를 조절하면 모니터에 시트 그래픽을 띄우는데, 다소 정신 사납다. 운전자가 지도를 보는 중, 동승자가 시트를 움직이면 싸움 붙기 딱 좋다.

3년 전 XC90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다소 단단했던 승차감이 기억에 있다. 반면 신형은 한층 여유롭다. 댐퍼의 상하 스트로크도 이전보다 유연해 시종일관 편안하다. 275/45 R20 사이즈의 크고, 납작한 신발을 신었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또한, 스티어링 휠과 가속 페달의 답력이 가벼워 넉넉한 덩치를 조련하기 수월하며, 속도를 붙일수록 무거워져 안정감을 높인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이미 트렌드다. 배기량은 줄이되 과급기를 물려 성능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다. 대신 작은 배기량에 고성능을 내기 위해선, 대용량 터보차저를 물려야 한다. 그 만큼 터빈에 압력 차는 시간이 늘어 반응속도가 더뎌진다. 이를 ‘터보래그’라고 부른다. 반면, 볼보 D5 엔진은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머뭇거림이 없다. 직관적이다.

비결은 ‘파워 펄스(Power-Pulse)’라고 부르는 압축공기 저장소에 있다. 엔진 오른쪽 아래에 보면 2L 크기의 저장 공간이 있다. 공기 필터에서 이동한 공기가 압축기를 거쳐 이곳에 머무른다. 운전자가 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면, 이 저장소에 있던 압축 공기가 밸브를 거쳐 터빈에 도달해 강력한 ‘펄스’를 만든다. 즉각적인 터보 반응을 자랑하는 이유다.

또한, 최대토크는 1,750rpm부터 줄기차게 토한다. 그래서 XC90을 운전하다보면, 더 넉넉한 엔진이 아쉽지 않다. 반응 속도가 빠르며, 어지간한 실용 구간에선 최대토크 영역 안에 있으니까. 제조사가 밝힌 0→시속 100㎞ 가속 시간은 7.8초에 불과하다. 2.0L 디젤 엔진, 공차중량 2,160㎏의 조합치곤 기대 이상 날렵하다. 진정한 ‘다운사이징’은 이런 게 아닐까?

완성도 높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XC90은 가다 서다 반복하는 정체구간이 반갑다. 소위 ‘준자율주행’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파일럿 어시스트 Ⅱ’가 모든 트림에 기본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차선유지 보조(LKA)를 엮었다. 작동방법도 간단하다. 스티어링 휠 왼쪽 속도계 모양 버튼을 누른 뒤, 오른쪽 화살표를 누르면 끝. 차간거리는 다섯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현재는 해당 기술이 소형 차급까지 들어가고 있지만, XC90은 한술 더 뜬다.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 기술은 자동 제동기능과 충돌 회피기능을 지원한다. 가령, 카메라 센서가 자전거 주행자는 물론 큰 동물까지 감지한다. 어두운 밤,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멧돼지도 걱정 ‘뚝’이다. 여기에 ‘반대 차선 접근 차 충돌 회피기능(OLM)’도 심리적 안정감을 높인다.

‘도로 이탈 완화 기능(RRM)’도 눈에 띈다. 도로 이탈 사고 시에 일어나는 흉추와 요추 부상을 막기 위한 장비다. 승객을 재빠르게 시트에 밀착시켜 부상을 최소화한다. 안전벨트에 빠른 압력을 줘 충돌이 일어나는 반대 방향으로 탑승자의 몸을 고정시킨다. 이때, 의자 아래에 자리한 에너지 흡수 장치는 충격을 흡수한다. 안전띠 버클에 새긴 ‘Since 1959’ 글자도 포인트.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 개인 등 총 5가지.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으로, 어지간한 임도주행도 거뜬하다. 특히 최저 지상고는 223㎜로, 450㎜ 깊이의 물길 도강도 문제없다. 또한, 2열과 3열 시트는 평평하게 눕힐 수 있어 요즘 인기 있는 ‘차박 캠핑’을 즐기는 데도 수월하다. 최대 견인능력은 2.4t(톤)으로 보디 온 프레임 SUV 부럽지 않다.

XC90을 몰다 보면, 골목길이나 유턴 구간이 부담스럽지 않다. 체격에 걸맞지 않게 최소 회전반경이 11.8m에 불과한 까닭이다. 중형 세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참고로 비슷한 덩치의 포르쉐 카이엔이 12.1m, BMW X5가 12.6m다. 사륜 조향 시스템 등 별다른 기술을 품지 않고 달성한 결과라 놀랍다. 단, 스티어링 휠 ‘록-투-록’은 3.0회전으로 다소 많이 감기는 편이다.

라이벌 압도하는 충돌 안전성

 

충돌 안전성은 굳이 이야기 안 해도 모두가 알 듯하다. 좀 더 꼼꼼한 비교를 위해 유로NCAP 테스트 결과를 경쟁 차와 한 데 모았다. XC90은 어른 탑승자(1열) 97%, 어린이 탑승자(2열) 87%, 보행자 안전 72%, 안전보조 94%의 점수를 받았다. BMW X5는 각각 89%, 86%, 75%, 75%이며, 메르세데스-벤츠 GLE는 각각 91%, 90%, 78%, 78%다. 즉, 어른 탑승자와 안전보조 등 두 가지 부문에선 XC90의 점수가 한층 높은 걸 알 수 있다.

볼보 XC90. 최근 독일산 ‘라이벌’들이 풀 체인지를 치르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나 일부 모델은 안전 장비를 빼거나 할인 금액을 바꾸는 등 브랜드에 걸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XC90은 한결 같다. 유행 쫓아 과감한 변화를 치르기보단, 오랜 시간 다져온 철학을 토대로 내실을 다져온 까닭이다. 변치 않는 품위. XC90에 가장 어울리는 문장이 아닐까.

<제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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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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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90을 다시 만났다. 지난 5월 만났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T8에 이어 이번엔 D5, 디젤 모델이다. 같은 모양이지만, 전혀 다른 장르다. 미래 지향적인 친환경 자동차가 T8이라면,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D5다.

신형 XC90은 2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볼보의 플래그십 SUV다. 시승차는 XC90 D5 인스크립션 트림으로 7인승.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 마크를 입체적으로 다시 디자인했고 이를 감싸는 라디에이터 그릴도 새롭게 분위기를 바꿨다.

 

 

4,950x1,960x1,770mm의 크기에 휠베이스는 2,984mm. 제법 크다. 2열 시트 슬라이딩을 통해 3열 공간을 조절할 수 있다. 2열을 최대로 하면 3열은 무릎이 꽉 끼게 되고, 2열을 최대로 좁히면 3열 무릎 앞으로 주먹 하나 정도 남는 공간이다. 2열은 가장 좁을 때 주먹 하나가 남고, 가장 넓히면 공간을 따로 재볼 필요도 없이 넓은 공간을 만난다.

인테리어는 천연 리니어 월넛으로 포인트를 줬다. 천연 목재의 질감을 손끝이 먼저 느낀다.

 

 

센터패시아에 있는 9인치 터치스크린 안에 이 차의 모든 기능이 담겨있다. 툭툭 터치하며 기능 하나하나를 체크하고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운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선 그 기능이 구체적으로 어떤 작동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선택할 게 많다는 것, 공부해야 할 게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너라면, 틈틈이 차량 설명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19개의 스피커를 갖춘 바워스 앤 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입체감 있는 소리로 실내를 꽉 채운다. 소리를 최대로 올려도 음이 찌그러지지 않는다. 최고급 오디오다. 그런 소리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음향 경험 기능을 통해서다. 같은 소리를 콘서트홀, 스튜디오, 개별무대 등으로 들을 수 있다. 콘서트홀을 택하면 울림이 없는 깨끗한 소리를, 스튜디오 모드에서는 모든 좌석에 최적화된 음향을, 개별무대 옵션에서는 현장감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입체감 있는 소리가 조금씩 달리 들린다. 개인적으로 택하라면 스피커의 울림이 몸으로 전해지는 스튜디오 모드를 고르겠다.

볼보가 마음에 드는 건, 모든 지능형 안전 시스템을 차종 구분 없이 기본 적용하기 때문이다. 대형이건, 소형이건, 기본 트림이건, 고급 트림이건 가리지 않는다. 소형이든 대형이든 차종을 가리지 않고 최고 수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것. 인테리어, 소재, 편의 장비에서 차별을 둘 뿐이다. 안전에는 차별 없다는 메시다. 칭찬받아 마땅한 자세다.

긴급제동 기능을 포함하는 시티 세이프티, 시속 140km까지 커버하는 파일럿 어시스트2, 도로이탈 완화, 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 회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은 기능이 안전을 지키고 있다.

 

 

볼보의 시트는 과학이다. 경추보호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사고 시에 뒷부분이 먼저 주저앉는 등 과학적으로 설계해 최악의 상황에서도 탑승객을 최선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시트다. 그 기능은 경험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일이고, 경험한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그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까지 포함돼 있어서 특히 장거리 운전할 때 무척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볼보를 타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 이제 두 달 남은 시점이다. 기대가 크다. 또 한편에선, 정말 그런 사고를 피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티어링휠은 정확하게 3회전 한다. 크기에 딱 맞는 조향비다. 이 큰 덩치가 날카로운 조향으로 움직이면 편안함을 잃고 쉽게 피로할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도 무척 가볍게 스티어링 휠이 돌아간다.

낮고 굵은 음색이 영락없는 디젤 엔진이다. 하지만 시끄럽거나 진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2.0 디젤 터보 엔진은 235마력 48.9 kgm의 토크를 만든다. 1,750~2,250rpm에서 최대 토크가 나온다. 낮은 알피엠에서도 충분한 힘을 내주는 실용적인 엔진이다.

 

 

차가 멈추면 엔진도 멈춘다. 이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려도 엔진은 깨어날 생각을 않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부드럽게 재시동이 걸린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잘 걸러, 부드럽게 조율한다. 패들 시프트는 없지만 변속레버를 통해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앞에 더블 위시본, 뒤에 인테그럴 링크 조합으로 서스펜션을 구성했는데 여기에 하나 더 있다. 리프 스프링이다. 상용차에 사용하는 방식과 달리 차축을 따라 가로 방향으로 배치된 리프 스프링이 차의 흔들림을 좀 더 정교하게 잡아준다. 차체의 안정감을 보완하는 볼보만의 방식이다. 274/45R20 사이즈의 컨티넨탈 타이어가 서스펜션과 합을 맞춘다.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그리고 오프로드 모드까지 모두 4개의 주행모드가 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 비교적 팽팽했던 가속 반응은, 에코 모드로 돌리면 허리띠 한 칸 더 푼듯한 느슨한 반응으로 바뀐다.

필요할 땐 제대로 힘을 쓴다. 디젤의 굵은 토크를 바탕으로 힘을 끌어모으며 꾸준히 가속을 이어간다. 고속주행 구간에 접어들면 엔진 소리가 점차 사라지고 바람 소리가 커진다. 차체 높이가 있어 노면 굴곡을 따라 수직 방향의 흔들림이 어느 정도 드러나지만 불안할 정도는 아니다. 사륜구동시스템이 주행안정감을 상당 부분 보완해주고 있다.

 

 

주행보조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고 있어도 스스로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며 빠르게 달린다. 시속 100km에서도 차선 이탈 없이 차로 중앙을 유지했다. 모범 운전자만큼 부드럽고 편하게 차를 컨트롤한다. 초보 운전자보다 훨씬 낫다.

시속 100km에서 1,600rpm을 유지한다. 비교적 낮은 엔진 회전수다. 같은 속도에서 수동 변속을 하면 4단 3,600rpm까지 엔진 회전수가 올라간다.

시속 100km에서 강한 제동을 걸었다. 아주 강한 제동이어서 앞부분이 크게 숙여질 것이라 긴장했는데, 생각만큼은 아니었다. 거칠지 않게 속도를 줄이며 정지했다. 안정감을 유지하는 제동반응은 인상적이었다. 강한 제동이 일어나면 안전띠가 먼저 몸을 꽉 잡아준다. 만약의 사태에 미리 준비하는 것.

 

 

아주 강한 성능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XC90 라인업 중에서 D5의 엔진 출력이 제일 낮다. T6 가솔린 모델은 320마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405마력이다. 좀 더 강한 힘을 원한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다.

대신 D5는 높은 효율이 강점이다. 공인복합 연비 10.9km/L로 대형 SUV치고는 우수한 편이다. 파주-서울 간 55km를 달리며 측정해본 실주행 연비는 16.1km/L로 공인 연비보다 훨씬 앞섰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정체 구간에서도 연비 악화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자유로를 따라 정체 없이 28km가량을 순항해 행주대교 북단까지 달린 연비가 17.0km/L이었다. 다리를 건너 올림픽대로 구간에서는 교통체증 구간이 많았지만, 이수교차로까지 16.7km/L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차도 아닌데 교통체증에 강한 연비 효율을 보인다는 것.

 

 

 

0-100km/h 가속 시간은 8.78초를 기록했다. GPS 계측기를 이용해 수차례 측정한 기록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공차중량 2,160kg으로 마력당 무게비 9.1kg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빠른 가속을 보인 셈이다. 참고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마력당 무게비에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력당 무게비 9.1kg이면 9초 전후에 시속 100km를 주파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신형 모델로 교체했지만, 가격 변동은 없다. XC90 D5의 기본 트림인 모멘텀이 8,030만 원, 인스크립션 트림이 9,060만 원이다. 경쟁 모델들이 1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도 상당하다. 안전과 효율을 앞세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플래그십 SUV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라면, 고민할 필요 없다. 볼보가 답이다.

 

 

오종훈의 단도직입
스티어링 휠에 음성명령 버튼이 있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불러도 대답 없는 기능이다. 작동하지 않는 버튼이라면 이를 없애는 것도 성의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조수석 앞 대시보드에 모양을 내느라 만들어놓은 날카로운 예각은 위험해 보인다. 바람직한 디자인은 아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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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이 막바지로 접어들었습니다. 쌀쌀해진 기온이지만 자동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기에는 일년 가운데 가장 좋은 때 입니다. 아름다운 날씨와 함께 하기 좋은 자동차의 기능은 무엇이 있을까요.

Volvo S60

# 넓은 하늘을 담다, 파노라마 썬루프

최근의 자동차에는 썬루프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능성으로 평가해서 환기를 위해 혹은 햇볕을 쬐기 위한 방법으로 썬루프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죠. 썬루프는 작은 실내 공간에서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넓어졌고 환기는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도 훌륭한 옵션이 되었습니다. 최근의 썬루프는 모두 크기를 키우면서 천정의 대부분을 덮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요즘 같은 계절에는 썬루프를 열고 달리기 좋습니다. 에어컨도 히터도 틀지 않아도 괜찮은 계절에 썬루프를 열면 딱입니다. 

Volvo XC40

Volvo Crosscountry V90

썬루프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완전히 열리는 방법이 있고 뒷부분만 들어올리는 ‘틸트’가 있습니다. 틸트는 속도를 내며 달릴 때 유리합니다. 뒷부분을 살짝 들어올려 열리는 구조 때문에 실내의 공기가 빨려나갑니다. 덕분에 환기를 할 수 있고 비가 조금 내리는 환경에서 달린다면 비는 들이치지 않고 환기만 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고속으로 달릴 수록 공기와 맞서야하는 자동차가 유선형으로 생겼기 때문에 틸트의 기능이 생긴 것입니다. 범퍼와 보닛을 타고 올라온 공기가 틸트한 썬루프와 만나면서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썬루프를 모두 열고 달리면 어떨까요. 공기가 타고 올라와 실내로 들이치지는 않을까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썬루프에는 별도의 장치가 있습니다. 썬루프 가장 앞에는 보통 모기장과 같은 그물 혹은 플라스틱 구조물로 바람을 올려주는 장치가 붙어있습니다. 썬루프 속에 들어있다가 개방할 경우 나오는 방식입니다. 앞에서 올라온 공기가 실내로 들이치지 않도록 밀어 올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차가 달리는 중이라면 이 부분을 살짝 손으로 눌러보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Volvo XC60

이렇게 계절을 만끽하는데 최고의 아이템이지만 한 때 일부 자동차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점점 커진 썬루프의 유리에 균열이 생기거나 심지어 파손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자동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파노라마 썬루프의 안정성에 대해 확인하고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컨슈머리포트는 대형 썬루프에서 유리가 파손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며 썬루프에 사용한 유리를 포함한 정보를 요청한 결과 볼보, 페라리, 테슬라의 3개 회사만 파노라마 썬루프에 접합유리를 사용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컨슈머리포트가 조사 보고서를 토대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확인한 결과 볼보는 지난 20년 간 미국에서 총 9건의 불만이 접수된 것이 전부였습니다. 볼보자동차는 이 조사에서 “라미네이트 글라스와 함께 특허 디자인과 제조과정을 적용해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 안전한 차를 더욱 안전하게, 파일럿 어시스트

단풍구경을 떠나면 운전자도 마음이 들뜹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다 한눈이라도 팔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운전이 제일입니다.역시 최근의 자동차에는 운전자가 한눈을 팔지 않도록 혹은 혹시 모를 상황에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기능이 들어있습니다. 자동차 스스로 차선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앞서 달리는 차, 옆에 있는 차 혹은 마주오는 차까지 인식합니다. 

Volvo Pilot Assist

한발 더 나아가면 인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속이나 감속을 하고 차의 방향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를 두고 ‘반자율주행’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볼보자동차는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운전을 하는 데 누군가 핸들을 함께 잡고 있는 기분입니다. 차선에 따라 조금씩 스스로 핸들이 움직이고 선을 넘을 것 같으면 강하게 안으로 밀어줍니다. ‘파일럿 어시스트’라고 부르는 이 기능은 백마디 말보다 한 번 체험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장거리를 달릴 때 운전자의 피로를 매우 많이 줄여줍니다. 

볼보자동차가 2016년 부터 출시한 모든 차종에는 파일럿 어시스트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파일럿 어시스트 1’과 ‘파일럿 어시스트 2’로 버전이 나눠지면서 개선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앞차와의 거리, 차선을 인식해 중앙으로 달리게 하는 기능이 들어갔다면 이후에는 마주오는 차를 인식하고 만약 중앙선을 넘어 들어온다면 이를 회피하는 기능까지 추가됐습니다. 차선을 인식하고 중앙으로 잡아주는 기능도 세세하게 개선되면서 비가오거나 시야가 좋지 않을 때의 인식률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 기능을 이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의해야하는 것이 있습니다. ‘보조’ 기능이란 점입니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운전자가 운전을 하는 상황을 보조하기 위해 만든 것인 만큼 운전자는 주의 운전의 의무를 다해야합니다. 일부 해외에서는 운전자 보조 기능을 과신해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기도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혹시 모를, 만에 하나 일어날 사고를 파일럿 어시스트가 예방했다면 이미 그 기능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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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자동차의 퍼포먼스 디비전인 폴스타는 올 8월 619마력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플래그십 모델 폴스타1을 위해 중국 청두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오픈하였다. 연간 500대를 소량 생산하며 3년동안 1500대를 생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공장은 폴스타1에서 생산을 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폴스타1은 폴스타의 플래그십 라인업의 첫 번쨰 모델에 불과하다. 2020년 초 중국 제조공장인 폴스타 루키아에서 주력 전기세단인 폴스타2의 생산이 시작되는 가운데 토마스 인겐라트 폴스타 CEO는 향후 또 다른 레인지 투톱 차량 생산을 발표하였다. 폴스타1과 같이 청두의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며, 향후 모든 폴스타처럼 완전히 전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겐란트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폴스타1의 프리젠테이션에서 기자들과 만나 폴스타1의 후속모델에 대한 질문에 폴스타의 계획에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미의 플래그십 모델은 아닐수도 있다고 반론하였다. 인겐란트는 계속해서 투도어 GT모델만 생산하지는 않을 것이며, 다른 차종이 될 수 도 있다고 말하였다. 

폴스타는 현재 생산이 예정된 폴스타1과 폴스타2에 이어 제 3의 차량을 계획하고 있다. 전기 크로스오버 쿠페인 폴스타3이 2021년 데뷔 예정인 것이다. 그 이후 바로 폴스타4와 폴스타5를 출시할 계획이다. 폴스타 라인업에서 네번째와 다섯 번째 모델은 어떤 모델이 될지, 플래그십 모델이 언제 출시될 것인지는 이 시점까지는 불확실하다. 

그때까지, 폴스타1의 생산은 불과 몇 주 안에 청도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이 플래그십 차량은 미국에서 15만 5000달러에 달하며 내연기관을 가동하기 전에 126Km의 순수 전기 항속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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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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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5년 2세대 XC90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이날을 기다려왔다. 지난 8월, 볼보가 S60을 국내시장에 출시했던 그날 말이다. XC90과 함께 볼보가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선보였을 때, 빨리 세단 버전을 보고 싶었고, S90이 등장했을 땐, 작고 스포티한 S60이 더 기대됐다.

화려한 조명 아래 베일을 벗고 나타난 S60은 기대만큼 아니 기대보다 멋졌다. 볼보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 형 S90과 다른 S60만의 개성까지 녹아있었다. 멀리서 봐도 역동적인 비율을 자랑했고, 가까이 봐도 꼼꼼한 마무리가 좋았다. 밖에서 봐도, 안에서 봐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물씬 풍겼다.

이토록 말쑥했던 볼보 S60을 다시 만났다. 이번엔 행사장 무대나 미디어 시승이 아닌 일상에서 1:1로 재회했다. 조명발 없이 만난 S60은 여전히 멋졌을까? 차분하고 진득하게 몰아본 주행느낌은 어땠을까?

 

반전1: 이게 전륜구동이라고?

무릇 사람도 자동차도 비율이 첫째다. 개성 있는 얼굴의 패션모델은 많지만 다리 짧은 패션모델은 없는 것도, 키는 작지만 머리는 더 작아 화면발이 잘 받는 연예인도 같은 이치다. 방금 눈앞을 스쳐간 차가 멋져 보이는 것도 비율 때문일 확률이 높다.

사람들은 보통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캐릭터라인 등을 놓고 평가하지만, 사실 이들은 멋진 비율을 더 빛나게 하는 조연일 뿐이다. 혹은 못난 비율을 감추기 위한 속임수이거나.

태생적으로 전륜구동은 후륜구동 대비 멋진 비율을 갖기 어렵다. 앞바퀴 너머로 얼굴이 길게 나와 바퀴가 널찍이 차체를 떠받치는 느낌이 약하고, 보닛은 짧아 엔진의 존재감이 부족하다. 후륜구동 독일 세단들이 힘 좋고, 잘 달리게 생긴 건 반대 상황이다.

후륜구동같은 측면 비율

S60은 전륜구동 기반이면서 후륜구동의 비율을 지녔다. 따로 알려주거나 몰아보지 않으면, 후륜구동인 줄 철석같이 믿겠다. S60에 담긴 첫 번째 반전이자, ‘외모부심’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위에서 비율 얘기를 길게 쓴 것도 그만큼 중요한 반전이기 때문.

우리가 아무리 성형해도 타고난 체형까지 바꿀 수 없는 건 차도 마찬가지. 아무리 세부 디자인을 바꿔도 기본 뼈대로 인한 비율은 어쩔 수 없다. S60이 후륜구동 비율을 챙긴 건 온전히 형들에게 물려받은 SPA 플랫폼 덕분이다. 현재 볼보는 90과 60클러스터를 SPA로 만들고, 40클러스터는 모기업인 지리자동차와 CMA 플랫폼을 공유한다.

사고시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보닛이 위로 튀어나온다

차체 하단 볼륨을 위해 뒷문 힌지를 낮췄다

S60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뼈대는 물려받았지만 S60만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쉽지 않은 변화를 더했다. 차 크기에 맞춰 벨트라인을 내렸고, 또 이에 따라 보닛 힌지 위치도 조절했다. 뒷문 힌지도 차체 하단 볼륨(라이트캐치)을 위해 낮춰 달았다. 모두 엔지니어와 의견 조율을 통해 힘들게 얻어낸 결과라고, S60 출시 때 방한한 티 존 메이어(T. Jon Mayer) 수석 디자이너에게 들었다.

티 존 메이어 볼보 수석 디자이너, 왼쪽은 XC60을 디자인한 이정현 디자이너

이번엔 가까이서 살펴보자. 라디에이터그릴에 늘어선 세로 크롬 선은 꺾임을 넣었고,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은 헤드램프를 뚫고나와 그릴을 찌르기 직전이다. 앞 범퍼는 S90과 더 차이가 크다. 사다리꼴 흡기구는 쩍 벌린 입처럼 공격적이고, 좌우 두꺼운 기둥이 그릴을 든든하게 떠받친다.

이 밖에도 앞뒤 둘로 나뉜 캐릭터라인, 뒷문 유리에 포함된 쿼터 글라스, 범퍼에서 트렁크로 자리를 옮긴 뒤 번호판 등 S60만의 디자인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확실히 S60은 S90보다 젊고 역동적이다.

실내는 S60이라고 해서 달리 더할 얘기가 없다. 그동안 XC60과 크로스컨트리(V60)을 통해 본 실내와 거의 동일하다. 그렇다고 식상하진 않다. 스칸디나비안 실내는 아직 충분히 유효하니까. 단순히 유행을 좇거나 멋 부리기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이기에 가능한 효과다.

다만,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슬슬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XC90에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신선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그사이 경쟁자들이 크기를 키우고, 베젤은 줄였으며,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했다. 역시 차에서 가장 빨리 나이 먹는 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다음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한 곳은 기어노브. PRND를 ‘드드득’ 오르내리는 기계식은 어느덧 구식이 됐다. 제자리에서 딸각이는 전자식이 요즘은 대세다. 고정식 2열 시트 등받이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자 대비 트렁크 용량(S60:442L / 3시리즈:480L / C클래스:455L / A4:480L, VDA기준)이 작은데, 등받이는 왜 접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442L 용량의 트렁크

트렁크 내부 상단도 마감재로 덮어주었으면......

반면 1열 시트는 대만족. 허벅지 길이 조절은 물론, 요추받침과 열선, 통풍, 마사지 기능까지 갖춘 시트는 장거리 여행에서 편안히 몸을 감싼다. 엉덩이에 붙은 나파가죽의 부드러운 감촉은 드리프트 우드로 만든 나무 장식, 은은하게 반짝임을 줄인 크롬, 피아노블랙 플라스틱과 어울려 흡사 스웨덴 가정집 거실에 와 있는 착각을 부른다.

‘거실스러움’의 화룡점정은 인스크립션 트림에 포함된 B&W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다. 10채널 앰프와 스피커 15개가 들어가고, 총 출력이 1,100W라는 설명은 몰라도, 어지간한 아니 모든 동급 모델을 통틀어서 가장 좋은 소리임은 확실히 알 수 있다. 각 음역의 균형이 뛰어나고, 섬세하면서도 강력하게 실내를 채워주니 음악감상실이 따로 없다.

 

이 정도 소리를 감상하려면 최소 수천만 원은 더 비싼 차로 넘어가야 한다는 볼보의 자랑도, 오디오 시스템 때문에 볼보를 선택했다는 소문도 결코 허풍이 아니다. 참고로 ‘예테보리 콘서트홀’ 상태에서 내비게이션 길 안내를 받으면, 흡사 하늘로부터 계시가 내려오는 듯한 경험도 가능하다.

 

반전2: 이게 스포츠세단이라고?

국내 들어온 S60의 심장은 직렬 4기통 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고 254마력, 35.7kgm를 발휘하는 T5 한 가지다. 해외에는 T4를 시작으로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결합한 T6, 여기에 전기모터까지 더한 T8이 있으며, 최강 폴스타 엔지니어드도 고를 수 있다. 가솔린 엔진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한 셈인데, 디젤은 쏙 빠졌다. S60은 볼보 최초로 디젤을 아예 얹지 않는 모델이기 때문.

2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

볼보는 전동화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다. 2025년까지 총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팔고, 전 세계 판매량 절반을 순수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정도. 궁극에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가기 위해 차차 내연기관을 없애는 차에, 가솔린보다는 디젤을 먼저 빼는 게 당연한 요즘이다.

몸무게(공차중량) 1,700kg의 S60을 이끌기에 T5 엔진은 충분한 힘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제원표상 0-100km/h는 6.5초)은 물론이고, 고속 영역에서도 200km/h 부근까지 시원한 가속을 선사한다. 패밀리 세단으로 더 강력한 엔진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

인상 깊은 건 회전 질감과 음색이다. 과거에도 S90과 크로스컨트리(S90), 크로스컨트리(V60)을 통해 경험했던 같은 엔진이지만, 한결 부드럽다. 심지어 ‘요즘 볼보가 전기모터랑 어울려 다니더니 닮아졌나?’라고 별생각을 다했다.

볼보는 가솔린과 디젤을 포함한 모든 엔진을 같은 배기량으로 통일했다. 여기에 터보차저와 슈퍼차저, 전기모터를 조합해 다양한 출력을 뽑아낸다. 볼보가 ‘드라이브-E’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다들 저배기량 고효율을 추구는, 다시 말하면 쥐어짜는 엔진이란 뜻이다.

하지만 세상만사 장단점이 있는 법. 1+1로 2 이상을 만들다 보니 잃는 게 있기 마련인데, 바로 감성이다. 적은 월급 받고, 일 많이 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듯 말이다. 많은 다운사이징 엔진들이 메마른 감성으로 ‘밟는 맛’이 부족하지만, S60은 예외다. 회전 한계까지 매끈하게 돌고, 엔진음도 크기는 작지만 듣기 좋은 음색이다.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만든 자동 8단. 딱히 인상적이지도, 그렇다고 별다른 흠도 찾을 수 없다. 엔진 회전수와 힘을 손실 없이 제때제때 쪼개서 바퀴로 전달한다. 다만 운전대 뒤가 허전하다. 이 정도라면 패들을 써서 운전 재미를 끌어올릴 수 있었을텐데…… 스포츠세단이라면 적어도 패들 정도는 넣어줬어야 마땅하다.

비율에 이은 두 번째 반전은 하체다. 시승차를 받고 수백 미터를 달리자마자 느꼈다. “우와 승차감 ‘개꿀’이네?” 부드러운 엔진 회전처럼 매끄럽게 노면 위를 미끄러지고, 요철을 만나도 찰랑찰랑 사뿐사뿐 지난다. 오히려 S90보다 더 유연하다. XC60도 XC90보다 부드러웠는데. 그리고 든 의문. ‘어? 스포츠세단이라며?’

분명 볼보는 국내에 S60을 출시하며 스포츠세단이라고 소개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승차감이 좋으면, 코너링이나 고속에서 불안하기 쉽다. S60은 야들야들한 발목으로 굽잇길을 잘도 돌아나간다. 기본기 좋은 뼈대와 알루미늄 듬뿍 쓴 더블위시본 앞 서스펜션, 트레드웨어 280의 끈끈한 타이어가 제 몫을 다한 결과가 아닐까?

더블 위시본 앞 서스펜션

멀티링크 뒤 서스펜션. 합성수지로 만든 리프 스피링이 이채롭다

235/40R19 사이즈의 신발

S60을 몰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고속주행 시 안정감도 250마력대 세단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이다. 특히 평택 부근 확장공사 구간 지날 때 진가를 발휘했다. 단단한 하체로 서킷 공략을 전문으로 하는 스포츠카들은 고속에서 울퉁불퉁한 노면을 만나면 순간적으로 불안해지기도 하는데, S60의 부드러운 하체는 의연하게 삼키며 지나갔다. 물론 비단같이 매끈한 트랙에선 얘기가 다르겠지.

결과적으로 S60은 단단하고 예리한 스포츠세단을 편안하게 만들었다기보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패밀리세단을 스포티하게 다듬은 쪽이다. 차체와 바퀴는 부드러운 관절로 연결해 승차감을 챙기고, 나머지 기본기로 스포티한 맛을 가미했다.

볼보답게 반자율주행기능도 충실하다. 파일럿어시스트2를 통해 130km/h까지 ‘거의’ 스스로 가감속과 차선유지를 해낸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 밖에 안 써본 사람은 없을 만큼 편리하다. 실력은 적어도 업계 평균 이상. 앞선 차량과 사람, 자전거, 큰 동물과 충돌이 예상되면 스스로 제동을 거는 시티세이프티도 기본이다.

참! 헤드램프 얘기를 빠뜨릴 뻔했다. 주행방향 따라 요리조리 빛을 보내주고, 전방 차량에만 상향등을 꺼주는 기능이야 요즘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달고 나오니 놀랍지 않았다. 최신 LED라면 당연히 밝겠지 생각했고, 정말 환했다. 예상했는데도 야간주행 내내 참 신기하고 기특하더라. 차가 최후에 사고를 줄여주는 것도 좋지만, 운전자가 미리 위험을 알고 대처하는 건 더 중요하다.



잘 나갈만하네

S60을 몰고 나니 왜 요즘 볼보가 잘나가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오래도록 쌓아온 ‘안전의 볼보’를 바탕에 깔고, 준수한 외모로 호감을 산 뒤, 스칸디나비안 실내에서 프리미엄 브랜딩에 설득력을 더하니 거부하기 어렵다.

단, 스포츠세단이란 주장은 갸우뚱했다. 차라리 ‘잘 달리는 패밀리세단’이라면 끄덕끄덕할 수 있다. 역시 볼보는 탑승자가 짜릿한 운전재미를 느끼는 것보다, 볼보 타고 호강하며 오래오래 살다가 편안히 늙어 죽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다. 이 철학은 볼보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오늘날까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근간이다.

S60은 독일 3사 세단에 슬슬 싫증 났거나, 디젤 경쟁모델과 비슷한 값에 약 60마력 더 높은 가솔린 엔진이 탐나거나, 혹은 국산차 다음 수입차로 넘어가려는 소비자들을 흡수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물량 부족으로 출고가 늦어져, 발길만 돌리지 않는다면.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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