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빈틈없는 디젤파워의 감성 - BMW 53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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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시리즈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모델이며, 언제부턴가 성공한 남자의 오너용 세단으로 1순위에 꼽히는 모델이기도 하다. 3시리즈와 더불어 BMW의 중핵 모델인 현행 5시리즈는 2003년 5세대인 코드네임 E60으로 등장해 지난 해 페이스리프트를 거쳤고, 한국시장에서는 그와 동시에 판매의 주력인 528i의 가격 인하를 단행하며 여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올해는 기존에 SUV만 포진해 있던 디젤 라인업에 3시리즈의 320d와 함께 520d, 535d와 같은 승용 디젤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 중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535d 모델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1박2일 동안 동고동락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글 / 김정균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최정일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수입 디젤차들의 공세가 식을 기색 없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가가 폭등하고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환경 규제가 날로 엄격해져가는 시점에서 최신의 디젤엔진을 앞세워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디젤모델들은 저마다 높은 연비와 친환경성을 무기로 내세운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고유가와 맞물려 시장의 반응 또한 호의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수선한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한 일본메이커들의 하이브리드 기술이나 유럽 메이커들의 최신 디젤엔진 기술은 각자의 효율성과 장점을 내세우며 전쟁을 예고하고 있는데,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은 기술력이 부족한 메이커들인지라 안쓰럽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관심꺼리이며 더 치열한 싸움을 부추기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 것이다.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은 유로5를 넘어 유로6까지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그보다 더 엄격한 Tier2Bin5 라는 규제기준을 적용한다고 발표했으니, 판매를 위해 그 기준에 맞춰야만 하는 메이커들의 입장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BMW는 이미 모든 모델이 유로5 규정에 부합하고 있으며 ‘블루 퍼포먼스‘ 라고 부르는 첨단의 디젤엔진을 앞세워 유로6 와 Tier2Bin5 규정도 미국에선 2009년 이후, 다른 국가에선 2010년 이후면 모든 모델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 규정에 부합해야 함은 모든 메이커들의 공통된 과제이니 당연한 것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라 불리는, 그리고 메이커 이미지 전면에 전통적으로 주행성능을 내세우는 BMW가 덤으로 갖게 되는 과제는 엄격한 규제조건들을 빠르게 충족시키면서도 부족함 없는 성능까지 겸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도대체 뭘 먹고 만드는지 몰라도 그들은 보란 듯이 해내고 있다. BMW의 그러한 결과물을 잘 보여주는 535d모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익스테리어
BMW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뱅글이 만들어낸 작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모델이 지금의 5시리즈다. 뱅글의 손을 거쳐 현재 판매되고 있는 BMW모델들은 단종시기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그 디자인에 익숙해질 만큼 처음엔 파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했었다. 5시리즈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출시 후 세월이 꽤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련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외관에서부터 잘 표현하고 있다.

일단 전체적인 외관은 작년 페이스리프트 후의 모습과 달라진 점은 없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이라 불리는 전면의 두 조각으로 나눠진 그릴과 본닛의 캐릭터 라인, 마치 날카로운 매의 눈매처럼 보이는 헤드램프 등은 짧은 앞 오버행과 함께 어우러져 5시리즈의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앞모습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앞서가는 차량의 사이드 미러에 이 앞모습을 슬쩍 비춰주면, 그 차량의 운전자에게 왠지 모를 긴장감을 안겨줄 수 있는 전면 디자인이라 평하고 싶다.

측면은 깔끔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며 헤드램프에서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직선의 캐릭터 라인은 5시리즈 디자인의 백미이다. 이와 더불어 처음엔 생소했던 C필러의 디자인과 트렁크 리드의 독특한 라인 등은 이후 다른 차종들의 디자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왔다. 후면은 다부진 모습을 풍겨내고 리어램프는 야간에 점등 시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날카로움을 연출해 내고 있으며, BMW모델들은 대부분 전, 후면 모두에 안개등이 장착되어 있다.



인테리어
실내 또한 외관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디자인과 달라진 점은 없지만 독일 차 특유의 꽉 짜여진 조립품질은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빈틈을 찾아볼 수 없으며 각 부분의 재질 또한 고급스럽다. BMW 특유의 붉은색 조명 계기판은 여전하며 스포츠세단 다운 굵직한 두께의 스티어링 핸들은 기분 좋은 가죽의 감촉으로 잡은 손을 즐겁게 해준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8.8인치 모니터와 연동된 i-Drive 컨트롤러,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적용된 조이스틱 형태의 전자식 변속기 조작레버 등은 이 차가 BMW의 최신 모델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전자식 변속기 조작레버는 손에 감기는 느낌이 좋고 가벼운 손목의 스냅과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모든 조작이 아주 간편하게 이루어지는 점이 특징인데, 위화감 없이 빠르게 익숙해지며 이후엔 매우 쾌적한 조작 감을 선사해 준다. 운전석 앞 전면 유리에 각종 정보를 비춰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주행속도 등은 물론 네비게이션과도 연동되어 있어 주행 중 계기판으로 눈을 돌릴 필요 없이 시선을 전방에 고정시켜 주는 기특한 장비다.

535d에는 기존 가솔린엔진 라인업의 상위모델인 530i 와 550i 에만 장착되어 있는 화려한 옵션들이 모두 구비되어 있다. 헤드램프 워셔나 살짝 닫히지 않은 도어를 자동으로 닫아주는 오토매틱 도어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만족감을 선사해 주는 것은 고급스러운 나스카 가죽 재질의 컴포트 시트다. 시트의 여러 가지 관절이 다양한 각도로 매우 세밀하게 조작되어 어떠한 체형의 운전자라도 완벽한 자세를 잡을 수 있는데, 여기에 적응되어 버리면 어지간한 다른 차의 시트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는 점에 유의하자.



파워트레인 & 퍼포먼스
535d에 탑재된 범상치 않은 심장은 현재 유로5기준을 만족시키며, BMW는 이러한 자사의 친환경 고성능 디젤엔진을 ‘블루퍼포먼스‘라고 명칭 한다. 배기량 2,993cc의 직렬 6기통 3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트윈터보 디젤엔진으로 4400rpm에서 최고출력 286마력, 1750~2250rpm에서 최대토크 59.2kg.m의 수치를 나타내며 0-100km 6.4초, 최고속도 250km를 기록한다.

320d나 520d에 장착된 4기통 2리터(177bhp/35.7kg.m) 디젤엔진도 실용영역에 있어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보장해 주지만 535d의 엔진은 배기량에서부터 비교할 수 없는 수치이며, 국내엔 판매되지 않을 530d나 기존 X3, X5, X6 등의 SUV라인업에 탑재되어 있는 같은 3리터 배기량의 직분사 디젤엔진과 비교해도 트윈터보의 장착으로 인해 분명히 앞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실제로 X3나 X6등의 만만치 않은 달리기 실력을 가진 디젤모델들과 번갈아 달려보니 그 차이를 더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는데, 특히 59.2kg.m에 달하는 엄청난 토크감으로 인해 오른발에 힘을 주면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맛이 일품이며, 순간적인 추월가속이나 가파른 언덕에서의 등판능력에 있어선 가솔린 모델 대비 비교우위의 커다란 만족감을 선사해 준다.

이런 막강한 출력은 스텝트로닉 6단변속기와 맞물리는데 신형으로 오면서 더욱 성숙된 느낌이 묻어나 별다른 변속 충격 없이 D모드에서는 넉넉한 출력을 바탕으로 어떤 조건에서도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고, 변속기 레버를 왼쪽으로 밀어 S모드로 들어가면 바로 악셀패달의 감각이 예민해져 조금만 밟아도 풍부한 힘을 뿜어내준다. 수동모드에선 기어단수를 내려 가속을 해도 금세 알피엠을 보정함과 동시에 기어를 한단씩 알아서 올려버리기 때문에 적극적인 사용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이유로 와인딩 코스에서는 S모드에 놓고 코너에서 떨어지는 속도를 535d의 장점인 토크감으로 보정해줌과 동시에 후륜구동 특유의 뒤가 살짝 흐르는 스릴감 넘치는 주행을 예리한 핸들링으로 카운터하며 느끼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물론 재미에 빠져 자칫 한계점을 넘어가더라도 자세제어장치가 과도하게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주기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다만 미끄러운 노면이나 타이어의 트레드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절대 안정적인 주행이 최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앞 245/40R18, 뒤 275/35R18 사이즈의 넉넉한 휠, 타이어는 단단한 서스펜션의 세팅과 함께 하체를 받쳐주는데, 코너에서의 회두성은 BMW의 주특기답게 스티어링 핸들로 눈앞에 보이는 도로를 정확히 재단하며 달리는 듯 예리한 감각을 선사해 준다.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의 조타각을 보정해주는 액티브 스티어링은 그 숙성도에 있어서 이제는 처음 조작하는 운전자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세련되고 단단한 하체는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그 진가가 나타나는데, 주행 중 뒤늦게 발견한 과속방지턱과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순간, 차체가 크게 요동칠 것에 대비해 몸을 잔뜩 움츠린 기자를 완전히 무안하게 만들어 버릴 만큼 너무나 안정된 거동으로 넘어간 후 흔들림 없이 단번에 자세를 잡아버린다. 마치 강철로 된 무거운 솜털이 순간 가볍게 솟아올랐다가 아무런 충격 없이 사뿐하게 내려앉은 느낌이랄까. 가벼운 솜털이라면 내려오면서도 흔들리고 내려앉은 후에도 요동쳤을 텐데 말이다. 이런 이유로 세련된 단단함은 많은 이들의 신봉과 칭송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것에 완전히 익숙해져버리면 다른 어설픈 세팅은 몹시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위에 열거한 친환경 디젤엔진의 우수성과 뛰어난 파워, BMW다운 세련된 주행 감각 등과 맞물려 있는 중요 포인트 한 가지는, 차량에 탑승해 도어를 닫는 그 순간부터 디젤인지 가솔린 모델인지 구분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다른 디젤차들에서 언급되었던 소위 ‘가솔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라던가 ‘가솔린 못지 않다’ 라는 종류의 말과는 그 본질이 다른 것으로, 사실 맨 처음엔 디젤모델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고 신나게 달리기만 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차량의 아주 자그마한 잡소리도 참지 못하고 바로 찾아내야만 하는 예민한 성격의 기자로썬 가솔린 모델 대비 디젤모델의 소음과 진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기자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535d의 운전석에 앉아 디젤 특유의 단점을 느끼기 위해 나름 애를 쓰며 한참을 매달렸건만, 결국엔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하는 허무함만이 엄습해 왔다. 스포츠세단임을 감안하면 그 차이점이 더욱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디젤모델인 만큼 방음대책에 있어 더욱 신경을 쓴 탓도 있겠지만 주행 중에는 낮은음색의 듣기 좋은 엔진음 만이 저 멀리서 들려올 뿐이며 고속에서도 약간의 풍절음 외엔 거슬리는 것이 없다. 정지 상태에서는 미세한 진동도 느끼기 힘들며 가솔린 모델과 단 하나의 차이점은 도어를 열고 밖으로 나가야만 들을 수 있는 엔진룸 쪽에서의 갸릉거리는 디젤엔진의 음색뿐이다.



에필로그
친환경 클린 디젤엔진으로 최상의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덤으로 세련된 주행 감성까지 조합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젤모델, BMW 535d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모습으로 한국에 상륙하고 있다. 기존의 디젤 모델들이 높은 연비와 친환경성만을 내세웠다면, BMW는 주행성을 강조하는 메이커답게 성능에서까지 특유의 실력을 드러내 왜 BMW인가를 디젤모델에서도 여지없이 보여주며, 어쩌면 가솔린 모델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시승과 촬영으로 지친 하루를 보내고 녹초가 되어 잠을 청하기 전 잠시 TV를 켜보니 마침 화면 속에는 피겨스케이팅 국민요정 김연아 선수의 경기모습이 방송되고 있었다. 부드럽고 우아한, 그러면서도 파워 넘치는 완벽한 점프와 스핀, 거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호소력 짙은 표정연기까지. 분명 내공이 대단하다는 것과 피나는 연습이 거듭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넋을 잃고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이틀간 함께했던 535d의 모습이 머릿속에 매칭 되어 떠올랐다. 빈틈없는 완벽한 연기. 내공이 넘쳐나는 몸안에 깨끗하고 강한 심장을 품은 535d는 마치 김연아 선수의 그것처럼 운전자의 넋을 잃게 만들만한 빈틈없는 디젤파워의 감성을 보여주었다.


BMW 535d 주요제원
엔진형식 직렬 6기통 DOHC 트윈터보
배기량 2,993cc
최고출력 286마력/4,400rpm
최대토크 59.2kg.m/1,750~2,250rpm
변속기 자동 6단 스텝트로닉
구동방식 FR
타이어 앞/뒤 245/40R18 / 275/35R18
0-100km/h 가속시간 6.4초
최고속도 250km/h
표준연비 -- km/l
가격 미정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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