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찬바람 속으로 들려오는 성군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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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에 모두가 한숨이다. 답답한 현실을 잠시 비켜나 경기도 여주로 가보자. 그 곳에는 조선시대 최고 성군으로 손꼽히는 세종대왕이 잠든 영릉이 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능역을 거닐면 지혜로운 성군의 가르침이 들려오는 듯하다.

수도권 지역에 첫눈이 내리는 등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날에도 영릉에는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능을 끝낸 학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몰려 왔고, 50명이 넘는 장년층도 가이드의 인솔로 조용히 움직였다. 대부분의 관광지가 겨울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것과 달리, 이 곳은 삼삼오오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히 찾는다.

한글 창제를 비롯해 위대한 업적을 수없이 남겨 우리나라 역대 군왕 중 최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만큼 세종이 잠든 영릉은 조선 왕릉 중 가장 넓고 잘 정비됐다. 드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소나무숲, 산책로, 연못 등이 자리잡은 능역은 여느 공원 못지 않다. 또 세종대왕의 업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종전이 자리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세종 때 발명한 과학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세종에 대한 기록은 그 동안 수많은 책과 영상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왔다. 얼마 전 막을 내린 KBS 대하사극 <대왕세종>을 통해서도 조선의 르네상스를 일군 성군의 모습을 그려냈다. 여기서 세종 역을 맡았던 탤런트 김상경이 한 인터뷰에서 “세종대왕은 종합병원 수준의 많은 병을 앓으면서도 백성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신 분이었다. 세종대왕은 사람이 아닌 신처럼 보였다”며 “세종은 지난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 더욱 발굴하고 발전시켜야 할 미래다”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처럼 세종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도 우리 민족의 구심점임에 틀림없다.

영릉(英陵)은 조선 왕조의 능제를 가장 잘 나타낸 능으로 손꼽힌다. 능역의 입구에는 홍살문이 있고, 신도를 따라 정자각에 이르게 된다. 정자각의 동쪽에는 수복방과 비각, 서쪽에는 수라간이 있다. 봉분 둘레에는 12면으로 꾸민 돌난간을 돌렸으며, 난간석을 받치고 있는 동자석주에 한자로 12지를 새겨 방위를 표시했다. 세종대왕과 왕비 소헌왕후를 합장한 능인 까닭에 2개의 혼유석과 장명등을 놓고, 좌우에 망주석을 세웠다. 봉분 능침 주변에 석양(石羊)과 석호(石虎)를 서로 엇바꿔 좌우로 각각 두 쌍씩 여덟 마리를 밖을 향해 능을 수호하는 형상으로 배치하고 있다. 봉분의 동·서·북 3방향에 곡담을 둘렀다.

이 능은 원래 서울 강남구 내곡동 헌릉 서쪽에 있었으나 1649년 이 곳으로 옮겼다.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유물전시관인 세종전은 1977년 건립됐다. 세종전에는 세종대왕의 어진과, 당시에 발명해 사용한 과학기구, 악기류와 세종대에 간행한 책들이 함께 진열돼 있다.

*맛집
이천에서 장호원 방향으로 가는 국도 3호변에 있는 황토방(031-883-5935)은 전통 한정식집이다. 소문난 여주쌀로 지은 쌀밥에 30여 가지 밑반찬을 곁들인 한정식은 깔끔한 맛이 돋보인다. 시원한 동치미에 숯불로 구운 돼지구이가 소문났다.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 이천이나 여주 인터체인지에서 국도 42번이나 37번을 따라 접근하면 영릉으로 이어진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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