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호수에 잠긴 가을 산수화 한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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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잠긴 가을을 한 번 만나 보시겠습니까?"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에 위치한 산정(山井)호수는 ‘산 속의 우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사방이 높은 산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산봉우리가 길게 그림자를 드리울 때면 호수면에 그려진 한 폭의 산수화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맘 때의 산정호수는 억새꽃 출렁이는 추색 짙은 가을산 그림자가 호수에 일렁인다. 호수에 잠긴 가을이 바로 그 곳에 있다.

산정호수는 1925년 골짜기를 막아서 만든 저수지이지만 인공적으로 쌓은 저수지라기보다 저절로 생긴 천연호수와 같다. 푸른 기가 돌만큼 맑고 깊은 수심과, 8만여평에 이르는 드넓은 호수면적이 인공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산정호수는 남북으로 길게 드러누워 있으며, 아래쪽에 천연암벽을 이용해 제방을 쌓았다. 호수 동쪽에는 물가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고, 북쪽은 소나무가 울창하다.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돼 포천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잡은 이 곳은 1996년 8월 수영장, 볼링장, 온천, 사우나 시설을 갖춘 한화콘도가 들어서면서 4계절 관광지로 더욱 명성을 얻게 됐다.

산정호수를 둘러싼 산들은, 궁예가 망국의 슬픔으로 통곡해 산천을 울렸다는 전실이 서린 명성산을 비롯해 삼각봉, 사향산, 관음산, 망무봉 등이 있다. 특히 명성산은 억새꽃으로 유명하다. 정상 부근 능선에 끝없이 펼쳐지는 은빛 억새꽃밭은 말문을 막는 황홀한 장관이다. 전국에서 몰려 온 관광객이 은빛 능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데, 그 모습이 또한 색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 온 등산객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은 명성산 기슭에 자리잡은 자인사라는 작은 절이다. 눈길을 끄는 절집은 아니나 절 마당에 자리한 턱없이 큰 석불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곳의 맛 좋기로 소문난 약수가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산정호수 나들이길에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명소는 2006년 문을 연 생태식물원인 평강식물원이다. 산정호수 옆 우물목이라는 마을에 위치한 평강식물원은 동네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물이 많이 나는 골짜기 안에 있다. 18만평의 드넓은 공간에 4,500여종의 다양한 식물의 생태를 볼 수 있는 이 곳은 1998년부터 암석원, 고층습지, 수련원, 습지원 등 각종 식물들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왔다. 동양 최대 규모의 고산식물 전시원인 암석원을 비롯해 자연생태를 복원한 습지원, 50여 종의 연꽃을 볼 수 있는 연못정원, 자연형 계류를 이용한 이끼원, 사철 푸르름을 뽐내는 잔디광장 등 12개의 주제로 구성된 종합식물원이다.

*맛집
포천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소문난 별미가 기다리고 있어 더욱 나들이가 즐겁다. 47번 국도의 내촌 - 베어스타운 사이 기장교 옆에 있는 곰터먹촌의 김치말이국수(031-534-0732)는 오래 전부터 소문난 맛집. 광릉수목원 입구에 자리한 동이손만두(031-541-6870)는 주인이 직접 만드는 손만두집으로 향토적인 분위기와 그에 걸맞는 음식맛이 자랑이다. 소흘읍 고모리에 위치한 한정식 전문점 시골밥상(031-543-2070)은 생선구이정식으로 유명하다. 노릇노릇 구운 생선과 함께 나오는 밑반찬이 12가지가 넘는다. 뭐니뭐니해도 포천에 왔으면 이동갈비를 맛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47번 국도를 따라 일동면과 이동면, 백운계곡 입구까지 이어지는 이동갈비촌을 찾아가면 된다.

*가는 요령
동부간선도로가 가까운 경우 의정부 방향으로 진입하고, 장흥이 가깝다면 동두천 방향에서 들어가는 게 빠르다. 의정부에서 국도 43번을 타고 포천, 철원 방향으로 향하다가 성동 3거리에서 직진해 운천 제1교차로 - 문암 3거리에서 우회전한다. 한화콘도를 지나면 산정호수 매표소. 여기를 거쳐 오른쪽으로는 명성산,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평강식물원이다. 혹은 성동 3거리에서 우회전하거나 국도 47번을 타고 수입교차로에서 산정호수·명성산 방향으로 접어든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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