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AUDI A3 - 프리미엄 C세그먼트 대중화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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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판을 시작한 A3는 아우디 중 가장 유틸리티성이 강한 5도어 ‘스포츠백’이다. 콤팩트한 차체에 2.0X DOHC 직분사 터보 200마력 엔진과 DSG를 조합한 A3는 앞바퀴굴림 최고의 핸들링을 선사한다. 3천만 원대 후반으로 값마저 형제차 VW 골프 GTI를 위협하는 A3의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C세그먼트로 분류되는 콤팩트카 시장은 한국식 관점에서는 ‘준중형’ 모델에 해당한다. 가능한한 낮은 가격에 최대한 높은 상품성을 갖추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대중성’이 판매를 좌우하기에 소위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진입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매출의 핵심인 고급세단에 비해 마진도 박한데다가 비슷한 얼굴의 소형 해치백이 돌아다니면 자칫 기함의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까 염려한 탓이었다. 하지만 1996년 아우디가 첫 C세그먼트 A3를 들고 나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190만 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통해 ‘프리미엄 해치백’시장은  활짝 열렸고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뛰어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과연 아우디 브랜드의 GTI인가?
차값에 상응하는‘덩치’가 구입의 관건이었던 과거 한국 시장에서 이들은 그림의 떡이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근 10년 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프리미엄 해치백 시장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활짝 열리려 하고 있다. BMW 1시리즈도 한국 상륙을 코앞에 두고 있고, 드문드문 중고차가 반입되던 시장의 원조 아우디 A3도 정식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속속 발매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C세그먼트 차들이야말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상당한 포용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크기와 가격이 판단의 지표가 되던 시절을 거쳐 점점 넓어지고 있는 선택의 폭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안목도 함께 넓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리미엄 해치백의 진출은 2008년의 기념할 만한 변화로 꼽는 사건이다.

콰트로 시스템 때문에 세로배치 엔진을 주종으로 하는 아우디에서 가로배치 엔진 차는 A3와 TT 정도다. 두 차 모두 앞바퀴굴림차의 대명사 폭스바겐 골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내에 시판된 차는 2003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을 올해 대대적으로 마이너 체인지한 모델로, 라인업 중 가장 유틸리티성이 강한 5도어‘스포츠백’이다. 해치백보다도 크지만 스테이션 왜건보다는 작아 보이는 일견 애매한 구성은 기반이 된 골프 5세대 모델과의 차별화를 위한 궁리 끝의 절충이었으리라.

5세대 골프와 휠베이스는 밀리미터 단위까지 같지만 길이는 90mm 가량 길며 골프 해치백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훌쩍 커진 적재공간을 제공한다. 6 대 4 분할식 뒤 시트를 접을 경우 적재공간은 1천100ℓ까지 늘어나니, 각종 레저 장비를 싣고 이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순정파츠로 구입할 수 있는 루프랙이나 사이클 마운트 또한 A3의 실구매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한 장비들이다.

할덱스 콰트로 시스템, 마그네틱 드라이브 등 최신 장비들이 한국형 A3에서 빠진 것은 아쉽지만 골프 플랫폼에 직렬 4기통 2.0ℓ 직분사 터보 엔진과 6단 DSG 변속기라는 기본 구성은 스포티함이 넘쳐난다. 이 차의 성격에 대해 마음대로 속단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 이건 아우디판 GTI 왜건쯤 되는 차인가?’

DSG의 최대 단점으로 지목되었던 언덕길 출발을 보정해줄 힐어시스트 기능은 GTI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부분. 이것은 언덕길 정지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가속을 시작하는 약 1초간 브레이킹 상태를 유지하는 장치로, 보통의 오토매틱과 같은 자연스러운 출발을 가능하게 한다.

촉감 좋은 베이지색 스포츠 시트에 몸을 밀착시키고 대면한 실내는 디자인과 버튼의 배치는 물론이고 구석구석의 질감이 여느 아우디와 다르지 않다.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노하우가 가득한 높은 품질감은 ‘C세그먼트=싼 차’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FF 최고의 핸들링과 와인딩 재미
시승차는 최상급 다이내믹 모델, 천장 전체를 대형 유리 2장으로 뒤덮은 오픈스카이 선루프와 RS풍의 18인치 휠 그리고 6장 CD 체인저 정도가 기본형과 다르다. 특히 헤드라이트 위쪽의 LED 램프나 광섬유 테일램프 같은 것들은 확실하게 근미래의 아우디 이미지를 대표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7개의 LED를 눈썹처럼 상단에 배치한 발광 라이트는 오토라이트 모드로 설정시 낮에도 자동으로 점등되는데, 푸른색 인광을 내뿜는 듯한 사나운 이미지가 어디서든 달려가는 아우디를 각인시켜 줄 것이다.

엔진은 28.6kg·m의 최대토크 분출시점이 조금 낮은 1천700rpm인 정도가 골프 GTI와 차이난다. 달리기 시작하면 역시 예의 GTI 필링이 피어오른다. 2천rpm 이하에서도 풍부한 토크를 발생시키는 2.0 TFSI 엔진 덕분에 어느 시점에서도 마음먹은 대로 가속이 가능하다. 전대역에 걸쳐 풍부한 토크뿐만이 아니고 고회전으로 뻗어나가는 맛 또한 일품이다. 터보 래그는 거의 느낄 수 없고, 체감 파워는 200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을 훌쩍 상회할 정도로 높다. 어느 기어로 어디에서 밟아도 순식간에 뻗어나가는 기분 좋은 스포츠 엔진이다.

핸들링은 기본적으로 GTI의 선을 넘지 않는 안정성 위주의 설정. 의외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비교적 빨리 프론트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면서 아주 안정된 언더스티어로 코너를 클리어한다. 급격한 노면 변화에도 서스펜션의 움직임만 커질 뿐 차체의 거동변화로 연결되는 법이 없다. 달리면 달릴수록 핸들링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며, 마음놓고 와인딩을 질주할 수 있는 하체다.

시승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타이트한 와인딩에서 동급 최고의 재미를 안겨 주었지만 풍족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고속영역에서의 질주 또한 기대된다(시속 210km에서 작동되는 속도 리미트만큼은 먼저 어떻게 해야겠지만). GTI와 직접 자웅을 가려 본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A3의 국내 론칭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아우디의 공격적인 가격정책. 기본형 3천950만 원의 가격은 차값 싸기로는 세계 최고인 미국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유틸리티성 모두 뒤떨어지는데다가 강점인 달리기마저 엇비슷한 골프 GTI에게는 낭패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배다른 형제 GTI의 차기모델이 과연 어떤 가격표를 달고 나올지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이다.

Editor's Comment
골프 GTI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다소 협소한 짐공간이 마음에 걸린다면 꽤 괜찮은 선택, 덤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로고도 따라온다. 예의 파워풀한 엔진과 기막힌 핸들링은 여전하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이번만큼은 다이내믹 패키지 쪽의 가치가 높다. 미국 현지보다도 저렴한 가격은 세간의 ‘바가지 수입차 가격’ 같은 근심걱정에서도 해방시켜 줄 것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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