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지난 6월 공개한 8 시리즈의 M버전 M8 쿠페와 컨버터블에 이어 M8그란쿠페와 M8 컴페티션 그란쿠페 모델을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4.4리터 V형 8기통 M트윈 파워 터보 엔진을 탑재한 M8그란쿠페와 컨버터블은 최고출력 600마력, 컴페티션 모델은 625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8단 M 스탭트로닉 트랜스미션이 조합되며 구동방식은 액티브 M 디퍼렌셜 기능이 채용된 4WD인 xDrive. 드라이브 모드는 4WD, 4WD Sport and 2WD 등 세 가지가 있다.
차체 크기는 휠 베이스가 2도어 M8보다 200mm 더 길다. BMW 레이저 라이트와 M스포츠 시트, M전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내비게이션과 BMW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가 조합된 라이브 콕핏 프로페셔널, 주행 보조, 주차 보조 기능 등이 채용되어 있다.
냉각과 오일 공급 시스템 등은 트랙 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으며 새로 개발된 일체형 제동 시스템이 특징이다. 전자제어 댐퍼를 채용한 M 전용 섀시와 M서보트로닉 스티어링, M다이나믹 모드를 설정한 DSC 등이 특징이다. M 특별 버전은 두 가지 브레이크 페달 느낌 설정을 제공한다.
M8 스페셜 모델들은 파워트레인과 섀시 기술 및 역학 사이의 정확한 상호작용 등에 대해 프랑스 남부 미라마에 있는 주행시험장과 스웨덴 아예플로그의 혹한 시험 센터, 그리고 독일 뉘르부르크링 등에서 강도 높은 시험을 통해 연마됐다.
BMW M8 GTE 레이싱카의 개발에서 얻은 경험도 기여했다. 엔진, 변속기 및 섀시의 성능에 초점을 맞춘 캐릭터는 신형 M8 그란쿠페의 0-100km/h 가속성능 3.3 컴패티션 모델은 각각 3.2.
국제 무대 공식 데뷔는 2019 LA오토쇼로 예정되어 있으며 2020년 4월부터 고객에게 인도된다.
출시한지 수년 지난 자동차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부분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개선할 수 있고 새로운 차체 형태를 추가할 수도 있다. i8을 생각해보자. 양산 모델이 나온 것은 2013년이다. 하지만 i8 컨셉트카는 2011년 나왔고 같은 해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에 출연해 이미 유명세를 얻었다. i8의 모태가 된 비전 이피션트다이내믹스 컨셉트카(외관 특징을 물려줬다)가 등장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i8을 보며 10년전에 그린 한물간 디자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여전히 미래의 차 같고 도로를 달리기 보다는 모터쇼 턴테이블 위에 조심스레 모셔져야 할 것 같다.
하지만 BMW는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는데 머뭇거림이 없어 지난해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외관이나 실내를 급하게 뜯어고칠 필요는 없지만 부분적인 전기차인 만큼 최신 모터?배터리 기술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었다. 앞바퀴를 굴리는 전기모터 출력을 12마력 높은 143마력으로, 실내 중앙에 세로로 놓인 배터리 용량을 7.1kWh에서 11.6 kWh로 개량했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 시 최고시속이 70km에서 105km로 높아졌고 주행거리도 최대 55km(유럽기준)로 개선됐다.
아울러 새로운 차체 형태를 추가했다. 4도어 세단? 슈팅브레이크? 아니 컨버터블이다. 사실 i8 컨버터블 역시 컨셉트카는 2012년에 나왔다. 때문에 쿠페에 이어 곧 컨버터블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BMW 내부적으로는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즉 애초에 지붕이 없는 구조를 고려한 설계가 아니었던 것. 오히려 양산된 쿠페 지붕을 제거해 만든 ‘오픈카’로 이리저리 테스트해보니 썩 괜찮아서 양산절차를 밟았다는 후문이다. 2018년 봄에야 출시한 이유다. i8 로드스터는 2017년 LA오토쇼에서 데뷔했고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6월 부산모터쇼에 출품됐다.
컨버터블은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차를 통칭하는 말이고 그 중 2인승 날렵한 차는 로드스터, 스파이더 모델명을 주로 쓴다. 아우디 TT 로드스터, R8 스파이더,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 아벤타도르 로드스터, 맥라렌 570 스파이더, AMG GT 로드스터 등등. BMW의 경우 4인승 2,4,6,8시리즈는 컨버터블, 2인승 Z4는 로드스터다. i8 쿠페는 작으나마 뒷좌석이 있지만 컨버터블은 2인승이라 i8 로드스터가 됐다. 그런데 왠지 스파이더가 i8에 더 잘 붙는 기분이다. 생김새 때문인가 싶다가 곰곰 생각해보니 2012년 선보인 컨셉트카 이름이 i8 스파이더였다. 양산화하면서 자연스레 기존 라인업 차명과 통일성을 고려한 것 같다. 나 같은 이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함인지 혹은 시비를 거부하려는 목적인지 차체 옆면과 뒤쪽 윗면에 붙인 ‘Roadster’ 배지가 유난스럽게 보인다(신형 i8 쿠페는 ‘Coupe’ 배지를 붙인다…).
지붕을 컨버터블로 바꾸면서 예뻤던 몸매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i8은 성공적이다. i8의 특징적인 후측면 입체 형상을 고스란히 살렸을 뿐 아니라 전혀 어색함 없이 새로운 매력을 덧입혔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쿠페의 후측면 유리를 대신해 검게 칠한 가짜 창문 부분이 값싸 보인다. 그 외엔 원래 로드스터로 만들어진 차로 믿어질 만큼 완성도 높다. 창문 프레임이 사라진 도어는 쿠페와 동일하게 A필러를 축으로 해서 바깥쪽으로 벌어지며 위로 열린다(BMW는 ‘걸윙도어’로 칭한다). 옆 차 문에 닿지 않을 정도로 간격을 띄워 주차했다고 마음 놓고 도어를 열어 올렸다가 옆 차 사이드미러가 파손될 수도 있다. 문턱이 높아 타고 내리긴 여전히 불편하지만 지붕이 열렸을 때는 한결 낫다.
부피를 최소화한 지붕에는 후방 창이 없다. 대신 운전자와 동승자 머리 뒤로 하나씩 솟은 둔덕 사이로 바람막이 역할을 겸하는 후방 유리가 있다. 헤드콘솔의 스위치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고 지붕을 여닫을 때는 알아서 움직인다. 지붕 개폐 스위치는 중앙 팔걸이 덮개 안쪽에 숨겼다. 단단한 지붕을 뚝뚝 떼어서 따로 보관하는 탈착식 하드톱 같은 외관이지만 사실 전동으로 작동하는 소프트톱이다. 로드스터 배지가 있는 측면 은색 장식의 절개선을 경계로 쌍봉이 열리고 거짓말처럼, 아주 조용하고 부드럽게 지붕을 접어 삼킨다. 15초가 걸리고 시속 50km 주행 중에도 작동한다.
지붕을 수납하는 쌍봉 덮개 부분이 딱 쿠페의 뒷좌석 위쪽 공간에 해당한다. 사람이 앉을 수 없게 된 아래쪽 공간은 짐칸으로 비우고 필요에 따라 칸막이로 나눠 쓸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 둘을 포기하는 대신 적재공간이 92L 늘었지만 뒤쪽 트렁크가 쿠페보다 66L 작아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트렁크와 사이에 엔진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두 적재공간을 터서 긴 짐을 실을 수도 없다. 납작한 차체 앞쪽에는 내연기관이 없지만 앞바퀴 구동을 맡은 전기 모터와 2단 자동변속기가 만만치 않은 부피를 차지해 추가 적재공간은 없다.
그러고 보니 앞유리 근처 보닛 가운데를 푹 파서 열 배출 구조를 보였던 기존 i8과 달리 로드스터는 통풍구 부분이 보닛과 거의 평편하게 연결된다. 이 부분에서 흘러나온 열이 앞유리를 타고 지붕 열린 실내로 침투하는 문제를 개선한 구조인데 부분 변경된 i8 쿠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내는 요즘 등장하는 최신 BMW들과 비교해보면 약간 구식 분위기다. 가령 변속레버는 유리 공예가 가미된 최신 디자인이 아니고 운전석 주변 마감은 분명 공들인 가죽과 금속 장식이 있음에도 플라스틱이 주를 이루는 인상을 준다. 다행히 그런 아쉬움을 쉽게 털어낼 정도로 주행감성이 쾌적하다. 슈퍼카로 부르기에 손색없는 외관에 고작 1.5L 3기통인 엔진(미니 쿠퍼의 '쩜오' 터보를 튜닝해 231마력을 낸다)이 실소를 자아내고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달려보면 가뿐하게 움직이는 차체를 내 맘대로 몰아 붙이는 만족감이 높다. 때론 보조역할로 때론 단독으로 앞바퀴를 구동하는 전기모터뿐 아니라 엔진에 물린 6단 자동변속기와 전기 부스터 역할을 하는 스타트모터 등 복잡한 하이브리드 구동계 덕분이다.
▲ 가상 계기판 외에 변속타이밍을 확인할 수 있는 헤드업디스플레이도 있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모듈이라 지붕을 제거할 때 차체강성 보강이 덜 필요할 것 같고 뒷좌석을 덜어낸 것도 도움이 됐을 테지만 그럼에도 쿠페보단 60kg 무겁다. 대신 로드스터만의 하체 세팅으로 이전보다 언더스티어 경향을 줄이고 앞뒤 균형을 잘 잡아냈다. 여기에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는 기능은 화룡점정이다. 머리 뒤 둔덕에 스피커를 내장했을 뿐 목덜미를 덥혀주는 기능은 없지만 아직 쌀쌀한 새벽에 지붕 열고 타더라도 목덜미가 서늘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속도를 제법 높이 올려도 머리를 엉망으로 만드는 바람의 장난을 잘 막아낸다.
▲ 백조의 호수 같은 주행을 기대하시라
스포츠모드에선 작은 터보 엔진이 열등감을 감추려는 듯 꽤나 꽥꽥거리지만 컴포트모드로 조용하게 바람을 가르며 봄맞이 채비가 한창인 산속 도로를 구비구비 통과하다 보면 쿠페와 차별된 로드스터의 가치가 빛난다. 플러그로 충전해온 배터리를 아꼈다가 이 지점에서 풀어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국내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5km. 충전 포인트만 적당하다면 엔진 안 켜고 출퇴근(?)이 가능한 수준이다. 설사 외부 전기로 충전해온 배터리가 소진됐더라도 주행 중 시나브로 자체 충전해 전력이 다시 차오른다. 시동버튼 아래 있는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최고시속 120km까지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 엔진으로 주행할 때 뒷바퀴굴림 또는 네바퀴굴림이던 차가 돌연 앞바퀴굴림으로 바뀐다는 사실이 어색하고(기본형 20인치 휠 타이어가 앞 195/50, 뒤 215/45 사이즈인걸 고려하면 더더욱) 코너에서 그리려던 궤적이 적극적인 회생제동으로 인해 어긋나기도 하지만 역시 엔진 소음 없이 글라이더처럼 산들산들 바람을 타고 달리는 맛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싶어진다. 쿠페보다 비싼 값을 주고 좌석 2개가 적고 무거운 차를 살 이유는 충분하다. 아니, 이제 쿠페는 단종하던지 고성능 i8 S, i8 M으로만 파는 게 어떨까?
SPECIFICATION 엔진 I3 1499cc 터보+전기모터, 4WD, 374마력, 58.1kg·m 연비 12.7km/L, 3.2km/kWh, 55g/km 성능 0→100km/h 4.6초, 250km/h 무게 1660kg 가격 미정
[데일리카 표민지 기자] M 퍼포먼스 파츠는 BMW 주력 모델들의 내외관을 공기역학적으로 개선하고 스타일링하기 위해 마련된 아이템군을 말한다. X1 페이스리프트와 X3 M 및 X4 M를 위한 M 퍼포먼스 파츠 공개했던 BMW가 이제는 SUV로 시선을 돌려 X5 M, X6, X6 M, M7를 더욱 스포티하게 만들어주는 M 퍼포먼스 파츠를 4일 공개했다.
BMW, X5·X7 M50i (출처 BMW)
먼저 외관에는 그릴부터 사이드 미러 캡 및 후면 디퓨저까지 거의 모든 곳에서 카본 파이버 소재가 적용됐으며, CFRP로 만든 사이드 실 인서트도 적용됐다. X6 및 X6 M 차량의 후면에는 기존의 리어 스포일러를 보완하는 고광택의 블랙 리어 핀이 옵션으로 제공되며, 사이드에는 M 퍼포먼스가 적힌 매트 블랙 색상과 회색의 포인트가 적용됐다. 또한, X5 및 BMW의 주력 SUV인 X7에는 차량 후면에 고광택의 블랙 색상의 리어 스포일러를 적용했으며, 여기에 M 퍼포먼스를 표시했다.
BMW, X6 M 퍼포먼스 파츠 (출처 BMW)
차량에는 21인치 및 22인치의 알로이 휠이 제공된다. 그리고 추가 비용에 따라 레드 캘리퍼와 더 큰 디스크를 비롯한 M 퍼포먼스 브레이크도 제공된다. 더불어, 4대의 차량에는 문을 열 때마다 지면에 BMW M 로고를 바닥에 투사하는 LED 도어 프로젝터도 장착할 수 있다.
BMW, X7 M 퍼포먼스 파츠 (출처 BMW)
실내에는 알칸타라로 마감된 M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과 카본 파이버 마감이 특징이다. 크롬 마감의 패들 시프트 대신에 카본 파이어 마감이 제공되며, 스테인리스 스틸 페달과 발판, 업그레이드된 플로어 매트 및 타이어 가방, 키 홀더가 제공된다.
국내에는 가솔린 모델인 '뉴 840i xDrive 쿠페'와 '그란 쿠페', 디젤 모델인 '뉴 840d xDrive 그란 쿠페' 등 총 3개 트림이다.
먼저 뉴 840i xDrive 쿠페 및 그란 쿠페는 신형 V6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340마력과 최대토크 51.0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뉴 840d xDrive 그란쿠페는 320마력의 최고출력과 69.3kg·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다음으로 M 시리즈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뉴 M8 쿠페 컴페티션'도 만나볼 수 있다.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진행되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최초로 선공개 할 예정이며, 고객 인도는 11월부터 진행된다.
'BMW 뉴 M8 쿠페 컴페티션'은 뉴 8시리즈의 고급스러움과 ‘M’의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결합시킨 럭셔리 세그먼트의 새로운 플래그십 고성능 스포츠카 모델이다.
신형 V8 엔진을 탑재해 최대 625마력의 힘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3.2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M 드라이버스 패키지 적용 시 305km/h에 달해, 현재까지 출시된 BMW 양산형 모델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BMW 뉴 8시리즈의 가격은 뉴 840i xDrive M 스포츠 쿠페가 1억 3800만원, 뉴 840i xDrive M 스포츠 그란 쿠페가 1억 3410만원, 뉴 840d xDrive M 스포츠 그란 쿠페가 1억 3500만원이며, 뉴 M8 쿠페 컴페티션의 가격은 2억 3950만원이다. (사진=BMW)
벌써 숨이 턱 막히는 질문이다. ‘어디 한번 보자’라는 식의 매서운 눈초리까지 더해지면, 자꾸 말을 더듬고 준비했던 소개는커녕 에둘러 말하기 바쁘다. 신차 발표회장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들은 호랑이 면접관으로 얼굴색을 바꾼다. 1인자에 맞서는 도전자의 발표라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 이번 BMW 7시리즈 발표가 그랬다.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불안에 찬 긴장은 아니다. 오히려 BMW는 착실히 완성한 숙제를 빨리 검사받고, 칭찬 들을 생각에 설레는 눈치였다.
첨단 기술 보편화를 이끈 과거
1세대 7시리즈 E23
‘최신 기술을 접목한 자동차는 BMW,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벤츠’라는 말이 있었다. 7시리즈가 걸어온 역사만 들여다봐도 최신 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세대 7시리즈가 첫울음을 터뜨린 1977년, BMW는 브랜드 최초로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컴퓨터를 심어 자동차의 이상 증세를 계기판에 띄웠다. 2세대(1986년)는 전자식 댐퍼 컨트롤 시스템과 트랙션 컨트롤, 제논 헤드램프를 뽐냈다. 3세대(1994년)는 커튼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인공위성을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시스템 또한 자랑이었다.
2세대 7시리즈 E32
4세대(2001년)에는 BMW 인포테인먼트 조작 시스템인 i드라이브가 최초로 들어갔다. 5세대(2008년)는 일찌감치 네바퀴 조향 시스템을 챙겼다. 길다란 휠베이스를 숨기고 비좁은 도로를 휘젓고 다닐 묘수였다. 고속 주행 안정성까지 덤으로 따라왔다. BMW 7시리즈는 많은 자동차가 선망하는 대상이었다. 달리 말해 최신 기술 전도하는 역할을 맡은 셈이다. 7시리즈는 경쟁 브랜드뿐만 아니라 보다 저렴한 대중 자동차들의 첨단 기술 보편화를 이끌었다.
5세대 7시리즈 F01
첨단 이동수단을 대표했던 이미지가 약해진 탓일까, 아니면 크리스 뱅글이 이끈 2001년 BMW 디자인 르네상스와 같은 시대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은 걸까? 최근 BMW 7시리즈의 입지는 몰라보게 쪼그라들었다. 라이벌 벤츠 S-클래스와 판매량을 비교하면 7시리즈에 드리운 그림자는 생각보다 더 어둡다. 미국은 럭셔리 세단이 노리는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2018년 BMW 7시리즈는 미국 시장에서 8271대 판매를 기록했다. 벤츠 S-클래스는 1만4978대를 기록하며 7시리즈를 크게 따돌렸다. 한국 시장 패권 싸움은 BMW 7시리즈의 완패다. 지난해 S-클래스의 한국 시장 판매량은 7016대에 달했다. 반면 7시리즈는 3분에 1 수준인 2351대에 그쳤다. BMW는 7시리즈의 변곡점을 이끌 불꽃이 절실했다.
반전 노리는 파격 디자인
이대로 들고 집에 가고 싶다
이번 시승회의 시작은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워커힐 호텔. BMW는 그 안에서도 애스톤 하우스에 7시리즈 라운지를 마련했다. 바깥마당으로 나서자 입이 떡 벌어졌다. 7시리즈 3대가 필러 맞은 코끝으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유리로 벽을 쌓고 그 안에 7시리즈를 넣었는데, 크기를 줄여 집에 가져가 장식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산꼭대기에 자리한 애스톤 하우스 뒤로 탁 트인 한강뷰는 7시리즈의 성대한 잔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유리문을 열고 바이에른 가문 우두머리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웅장한 모습에 기가 죽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잠을 깨우면 커다란 부리로 간을 쪼아 먹을 인상이다. 역시 차는 실물로 봐야 안다고, 커다란 키드니 그릴에 대한 우려를 단박에 지워버렸다. BMW는 7시리즈의 숨구멍을 기존보다 40% 더 크게 파냈다. 큰 코에 맞춰 얼굴도 비율 조정에 들어갔다. 엠블럼은 지름 82mm에서 95mm로 늘어났고, 전면부 높이는 기존보다 50mm 더 높다.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멀리서 보면 키드니 그릴이 돋보이긴 하지만 몇 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면 큰 성곽 대문이 떠오른다.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며 거대한 폭포의 웅장함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워한 적이 있다. 7시리즈를 뷰파인더 속에 넣으며 딱 그 심정이었다.
옆모습 변화는 크지 않다. 그런데 색다른 차처럼 느껴져 흥미롭다. 이번 7시리즈의 차체 길이×너비×높이는 각각 5260×1902×1479mm(롱휠베이스 기준)다. 너비와 높이는 그대로지만 22mm 더 기다랗다. 작은 차이지만 기존과 비율이 확 달라 신선하다. 에어 브리더 형상도 새롭다. 바퀴가 구르며 만드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구멍인데, 수직으로 바짝 추켜세웠다. BMW는 여러 개의 살이 빙그르르 자리한 핀 타입 휠과 함께 어울렀다.
백미는 뒤태다. 테일램프 디자인을 새로 바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7시리즈는 신형 3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검정과 빨강으로 램프를 꾸몄다. 덕분에 BMW 시그니처 알파벳 L 라인이 보다 또렷하다. 그 위로 얇은 LED를 길게 쭉 이었다. LED는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불을 밝힌다. ‘나 고급차야’라고 대놓고 밝히는 제네시스 G90보다 표현이 완곡하다. 럭셔리 세단이라면 BMW의 방식이 더 나아 보인다.
압도적 마법 양탄자
BMW는 시승 방식부터 색다르다. 최신 기술 접목으로 유명한 브랜드답다. 스마트 워치(?)를 닮은 기계를 차고 있다가 진동이 울리면 시승하러 나가면 된다. 차례차례 순서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 부산스럽지 않아 좋았다. 과연 럭셔리 세단 시승회답다. BMW 코리아는 6개 파워트레인에 롱휠베이스, 숏휠베이스를 조합해 총 9가지 7시리즈를 마련했다. 가솔린 모델은 롱휠베이스만 선택 가능하고, 디젤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이번 시승은 740Li x드라이브와 함께했다. 12기통 심장을 품은 M760Li x드라이브도 시승차로 있었지만 아쉽지 않았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고 궁금해하는 모델은 아닐 테니까.
차 문을 열고 7시리즈의 시트로 파고들었다. 사실 6세대 7시리즈와 첫 만남은 아니다. 1년 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740e를 시승한 적이 있다. 새로운 7시리즈의 1열 인테리어에 변화는 적다. 그래서 더 익숙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이다. 태코미터와 속도계를 디지털로 보여줄 뿐 활용도가 적었던 기존 계기판의 한계를 넘어섰다. 시원스러운 화면이 보기 좋지만 3시리즈와 그래픽이 똑같아 아쉽다. 계기판은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 그래픽을 달리해 플래그십을 타고 있다는 기분을 내줬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다.
운전을 시작하면 아쉬운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다. 740Li x드라이브는 직렬 6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고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를 뿜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4.1초 만에 끊는다. 제원표 숫자만 보면 흉흉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공차중량은 2045kg에 달하지만 가속 페달을 지르밟으면 가슴팍이 저릿한 속도를 즐길 수도 있다. 속도에 따라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는 커지기 마련. 7시리즈는 뗄 수 없는 속도와 소음 관계를 무시한다. 터널에 들어서도 앞뒤를 오가는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다.
마, 제네시스 이게 바로 럭셔리 세단의 뒤태다
노면이 좋지 않은 길을 만나도 문제없다. 버튼을 눌러 차고를 지면으로부터 20mm 높이면 된다. 압권은 강한 제동으로 차를 멈출 때다.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고꾸라질 만도 한데, 7시리즈는 꼿꼿하다. 오기가 생겨 브레이크 세기를 높여봐도 굴하지 않는다. 땅속 누군가가 7시리즈를 아래로 세게 잡아당기는 듯 착 가라앉으면서 멈춰 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7시리즈는 운전이 편한 차다. 차체 크기가 큰 대형차라고 운전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좋다. 7시리즈에 담긴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은 일일이 읊기도 어려울 만큼 풍요롭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속도와 차간 거리를 설정하면 주행 상황에 맞춰 스스로 차로를 유지하며 달린다. 완전히 멈췄다 다시 출발하는 기능도 품었다. 단,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기판은 그래픽을 띄우고, 스티어링휠 컨트롤러 양쪽은 주황색 불을 깜빡이며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몰려 다니면 '정상회담이라도 있나' 오해 받기 십상이다
차로를 벗어나면 경고를 하고 바깥으로 벗어나려는 조작을 감지하면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꺾기도 한다. 시속 20km가 넘으면 앞에 주행 중인 차를 따라 스스로 방향을 바꿔 달리기도 한다. 좁은 골목을 들어갔다가 뒤로 나와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진땀 빼지 않아도 된다. 7시리즈는 시속 36km 이하로 주행 시 50m까지 발자국을 기억했다가 스스로 후진한다. 첨단 기술의 BMW. 7시리즈는 이런 수식에 부끄럽지 않은 맏형이었다.
숏휠베이스의 2열 공간
롱휠베이스의 2열 공간
웰메이드 쇼퍼드리븐
7시리즈에 뒷자리에서 오고 간 대화
50km 남짓 운전하고서 740Li x드라이브 주행 성격을 모두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쇼퍼드리븐카로서 7시리즈의 가치는 충분히 경험했다. 탑기어 두 기자가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강변북로를 달렸다. 어둠이 드리운 서울의 밤, 플래그십 세단 뒷자리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다.
이현성 소재가 마음에 들어. 손과 몸이 닿는 부분은 모두 가죽으로 감쌌어. 플라스틱만 덩그러니 남은 부위를 찾기 힘들 정도야. 지금 당장 플라스틱이 보이는 곳은 도어 손잡이 안쪽, 창틀을 감싼 커버, 안전벨트가 전부네.
김성래 이 차급에, 이 가격에 당연한 걸 수도 있어. 나는 촉촉하고 보드라운 가죽보다 매끈한 소재가 더 눈에 들어와. 앞시트 뒤에 달린 커다란 화면 두 개도 모자라 2열 중앙 팔걸이에도 탈착식 태블릿 PC를 담았네. 고급스러운 B필러 조명이나 컬러가 들어간 글래스 루프도 호화로운 분위기를 더해.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 태블릿 PC 하나로 모든 전자 장비를 주무를 수 있는 점은 7시리즈의 자랑이야. 뒷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고, 시트 등받이 각도는 물론 선루프와 옆 뒤 창문 블라인드를 여닫기까지 터치 한 번이면 끝이야. 내 방에 들여놓고 싶어. 침대에 누워서 불을 끄고 켜고, 스피커로 노래도 틀고, 커튼도 걷고 상상만 해도 좋다.
김 기능이 많아서인지, UI가 복잡해서인지, 아님 둘 다인지. 기능 하나 사용하려면 태블릿 PC 속 여기저기를 뒤져 봐야 해. 헛다리 짚고 다시 기능을 찾아 나설 때면 굶주린 들개처럼 조급해지던데. 지체 높으신 분들이 과연 이걸 좋아할까? 물리 버튼을 사용할 때는 이렇게 팔 뻗어서 꾹 누르면 그만인데 말이야.
이 그래서 물리 버튼도 빼놓지 않고 마련했잖아. ‘모두를 위한 배려’, 프리미엄 브랜드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덕목이지. 조수석 뒷자리, 그러니까 가장 상석은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 부럽지 않아. 버튼 하나만 누르면 1열 동승석을 앞으로 끝까지 밀고 등받이를 접어. 2열 시트는 최대로 눕히는데, 여기에 맞춰서 모니터 각도까지 조절해준다니까. 시간을 재봤는데, 이렇게 변신하는 데까지 20초 정도 걸리더라.
김 마음 급한 VIP한테는 20초도 길지. 확실히 화면 해상도는 비즈니스 클래스보다 낫네. 조수석을 앞으로 끝까지 밀고 달릴 때 운전자는 오른쪽 시야를 많이 잃더라고. 헤드레스트가 사이드미러를 상당 부분 가려. VIP 모시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좀 치워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일 텐데….
글래스 루프에 아로새긴 패턴. 이것도 사진빨 안받네 참...
이 후측방 상황을 계기판에 띄우는 기아 K9나 현대 쏘나타의 기능이 들어가면 도움이 될 텐데. 다음 세대 7시리즈에서나 기대해 봐야겠네. 근데 7시리즈는 밤에 타서 퇴근할 때 더 즐거운 것 같아. 일단 눈이 즐겁잖아. 저기 글래스 루프 좀 봐. 패턴을 유리에 새기고 주위를 엠비언트 라이트로 둘렀어. 꼭 고급 모던바에 온 기분이 들지 않아? 여기에 샴페인 한 잔 곁들이면 진짜 딱인데.
김 벤츠 S-클래스 실내조명이 호화찬란한 루미나리에 같다면, 7시리즈는 고급 라운지바 같아. 의외의 위치에서 색다른 결과 감으로 배어나는 빛이 공간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네. 의외야. 7시리즈를 시승할 때마다 뒷좌석만 넉넉할 뿐, 사실은 운전자를 위한 차라고 생각했어. 막상 뒷좌석에 앉아보니 여기서 경험하는 만족이 운전석에서 누리는 즐거움보다 결코 작지 않아.
이 나도 마찬가지야. 7시리즈를 타보고 BMW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 브랜드 성격과 외모만 보고 오너 드리븐 성격이 강한 차라고 짐작했는데, 뒷좌석에서 여유를 즐기기에도 훌륭해. 하지만 BMW 엠블럼을 단 이상 이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적지는 않겠지. 과연 잘 팔릴까?
김 7시리즈가 4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에 살면서도, 길에서 7시리즈를 마주친 기억은 별로 없어. 그동안 별다른 존재감이 없어서 눈길을 주지 않았거나,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많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듯해. 곧 알게 되겠지. 이렇게나 큰 라디에이터 그릴을 단 7시리즈를 마주친다면 잠들기 전까지 또렷이 기억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