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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0 화폭 속을 달리다 - 충남 아산시 광덕산 임도
광덕산 임도는 오프로드라고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오르기가 쉽다. 바닥 평탄이 잘돼 있고 폭도 넓다. 하지만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프로드 투어에 소개할 가치가 충분하다. 자연이 선사하는 즐거움이 오프로딩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올해의 마지막 오프로드 투어인 12월호를 준비하면서 뭔가 특별하면서도 겨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비주얼을 만들고 싶었다. ‘커맨더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해볼까? 아냐! 정신 나간 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거야.’ 눈이라도 내렸으면 좋으련만 2007년의 마지막 ‘오프로드 투어’를 떠난 11월 1일은 겨울 냄새가 조금도 나지 않는 만추의 계절이었다.
‘차라리 가을을 담자! 지난 10월호는 여름 분위기였고, 11월호는 황량한 군부대 전술도로였잖아. 그래 가을이야. 요즘 단풍이 절정이잖아.’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을 정취를 담아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겨울 분위기는 2008년 1월호로 미뤘다.
‘그럼 만추의 계절은 어디가 제일 좋을까?' 지난달 마감을 마치고 지도를 뒤적거리며 찾아놓은 오프로드 코스들을 훑었다. 단풍을 많이 보려면 산이어야 하니 등고선이 촘촘한 곳을 중점적으로 찾았다. 한참을 그렇게 지도를 뒤적거리다 충남 아산과 공주 사이에 형광펜으로 길게 그어 놓은 임도가 눈에 들어왔다. 중간에는 ‘광덕산’이라 적혀 있고 그 밑에는 ‘산세가 수려한 광덕산 자락에는……’이라며 화려한 문구로 광덕산을 칭송해 놓았다. 또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는 ‘차령산맥이 만들어 낸 100대 명산 중 하나’라고 소개됐다.

타이어로 밟기 미안한 자연환경
‘산세가 수려한 100대 명산 중 하나라고? 직접 확인해 보지 뭐.’ 그렇게 마음먹고 지프 커맨더를 경부고속도로에 올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달의 오프로드는 한 폭의 수묵담채화를 감상한 느낌이었다. 어쩜 그리도 경치가 좋은지, 14.3km의 화폭 또는 병풍 속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광덕산 임도를 타기 위해서는 ‘외암리 민속마을’까지 간 후 아스팔트-시멘트길을 타고 ‘엘림랜드 관광농원’ 푯말을 따라 약 5km 정도 올라야 한다. 그러면 비포장 길의 광덕산 임도가 시작된다.
광덕산 임도는 초입부터 화려하고 현란한 자연이 펼쳐진다. 파랗고 하얀 하늘 밑으로 빨강과 노랑으로 채색된 광덕산은 팔레트에 갓 짜놓은 물감처럼 총천연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이어진 임도를 타이어로 밟는 것이 미술 작품에 낙서를 하는 것처럼 미안할 정도였다.
커맨더를 최대한 천천히 몰았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자연경관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제대로 단풍구경을 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어쩌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단풍구경을 떠나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15분 정도를 그렇게 천천히 오르니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배방면 수철리 4.6km’, 오른쪽은 ‘송악면 거산리 14.3km’라고 적혀 있다. 뒤춤에 꽂힌 지도를 꺼내 보니 왼쪽은 망경산, 오른쪽이 광덕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스티어링 휠을 광덕산 쪽으로 돌리니 경사가 약간 더 급해졌다.
여느 임도와 마찬가지로 광덕산 임도는 길이 꼬불꼬불하다. 하지만 바닥을 평평하게 잘 다져놓았고 코너가 급한 곳이나 경사가 심한 곳은 시멘트를 깔아 도시형 SUV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실제로 반대편에서 쉽게 넘어오는 기아 스포티지를 보기도 했다.
광덕산 임도는 오프로드라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쉽다. 하지만 14.3km나 되는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 자연이 만들어낸 채색을 만끽하며 길을 즐겼고, 정상에서는 송악저수지 뒤로 첩첩산중이 아련하게 이어진 그림을 보았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빛을 받은 단풍이 더욱 빨간 빛을 띠면서 가을의 끝물에서도 존재적 가치를 입증하듯 아름다운 색채를 뽐냈다.
‘오프로드 투어’는 지난 5월호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곳을 다녔지만 이번 광덕산 임도는 아름답다고 손꼽을 수 있는 코스 중 하나였다. 오프로드의 난이도가 낮은 것이 흠이지만, 애초 ‘오프로드 투어’는 어려운 코스를 힘들게 헤쳐 나가는 챌린지식이 아닌 땅을 밟을 수 있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획 의도로 만들어진 만큼 광덕산 임도도 기획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충남 아산시 광덕산 임도
위치: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천안 나들목을 나와 좌회전해 아산방향 21번 도로를 타고 아산까지 간다. 여기서 송악 39번 도로를 타고 5km 정도 가면 ‘외암리 민속마을’ 간판이 보인다. 이 간판을 따라 ‘외암리 민속마을’로 빠지면 ‘엘림랜드 관광농원’ 푯말이 보이고 이 푯말을 따라 가면 광덕산 임도에 닿는다.
코스 길이: 14.3km
난 이 도: ★☆☆☆☆
총 평: 광덕산 임도에서는 속도를 내면 안 된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자연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길은 어느 SUV라도 쉽게 오를 수 있을 만큼 평탄하고, 경사도 급하지 않다. 그저 14.3km 동안 자연 경관을 즐기면 된다. 오프로드 대신 트레킹을 즐겨도 좋다. 길 중간 중간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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