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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20 활기찬 동해를 만날 수 있는 곳 - 항구와 호수의 도시고성
남녘의 최북단 항구가 있는 고성을 찾았다. 그곳에서 강 하구와 바다가 만들어낸 천혜의 호수와 소박하고 아늑한, 그리고 동해의 활기를 보여주는 항구들을 만났다

이번 여행지의 주는 ‘항구’다. 사실 운치 있고 낭만이 넘치는 겨울 바다를 온전히 보여줄까 생각도 했지만, 뜨듯한 아랫목에 거북목을 한 채 무기력해 있을 독자들을 생각해 활기찬 항구의 모습이 더 좋겠다 싶었다. 그래도 못내 아쉬울 독자들을 위해 고성의 최대 볼거리로 알려진 화진포도 찾았다. 동해의 수많은 항구 도시 가운데 기자에게 선택받은 곳은 남녘의 최북단 항구가 있는 ‘고성.’ 서울에서 출발하는지라 설악산의 진부령을 먼저 밟았다. 남쪽의 대관령과 북쪽의 추가령을 포함에 3대 영(嶺)으로 불리는 진부령은 약 60km 고갯길을 품고 있다. 2차선으로 잘 닦여져 있어 목숨이 간들간들한 차도 날씨만 곱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옴니버스처럼 펼쳐지는 숲과 고갯길 굽이굽이로 보이는 동해를 보노라면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인다.

강과 바다가 만난 곳, 화진포호
BMW 335i의 스티어링 휠을 부지런히 돌려 약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고성의 명소 ‘화진포호.’ 아마 ‘겨울 바다’를 찾는 사람은 많아도 ‘겨울 호수’를 굳이 찾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기자 역시 겨울 호수(정확히는 초겨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지역 주민 몇몇을 제외하고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사실 늦은 점심을 찾아 몇 바퀴를 뱅뱅 돌고 나서야 그곳이 화진포호인지 알았다(호수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넓었으므로). 제때 먹을 것을 넣어주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죽을 것처럼 빌빌거리는 기자가 끼니를 미루고 넋을 놓았을 만큼 화진포호의 경관은 빼어났다. 고성은 유명세를 떨치는 거대한(?) 여행지나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다. 남한땅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관광지인 속초시 옆에 옹색하게 붙어 있고, 그나마도 미시령 터널이 뚫려 서울에서 곧바로 속초로 가는 당일 여행객들이 늘어나 고성을 찾는 이가 더욱 줄었다.

하지만 고성이 아직 고성임을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면 아마도 이 화진포호가 제대로 한몫하고 있기 때문. 여행정보지를 뒤져보니 화진포는 ‘겨울이면 넓은 갈대밭 위에 수천 마리의 철새와 고니가 날아든다’고 나온다. 하지만 아직 시기가 이른 탓인가? ‘갈대’는 널렸지만 ‘철새’는 정체 모를(?) 새 몇 마리만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난 화진포호의 둘레는 무려 16km. 온통 갈대밭과 솔밭이다. 뭔가 대단한 비경이 숨겨져 있을 것 같아 조금 더 시간을 쏟았지만 사실 어디에 이르나 풍경은 비슷하다. 하지만 고성을 찾을 계획이라면 이 ‘비슷비슷함’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사진 좀 찍는다고 우쭐대는 친구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만큼 카메라 셔터를 대충 눌러도 작품이 된다. 특히 해질녘의 화진포호는 잔잔한 호수의 석양과 적당히 물든 갈대숲으로, 아름다운 로맨스가 저절로 그리워진다. 이러고 있다간 독수공방 신세 한탄이라도 털어놓을 것 같아 335i의 기념사진 한방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시곗바늘이 3시에 가까웠다. 여행이고 뭐고 배곯아 죽겠다 싶어 식당을 찾는데, 사진기자가 청천 날벼락 같은 소리를 던진다.

“박 기자, ‘김일성 별장’ 들렀다 가자.”
“저……, 밥집부터 먼저 들르면 안 될까요?”
“다시 올 시간 없어. 몇 안 되는 관광진데, 빼놓을 순 없잖아.”
울며 겨자 먹기로 들른 김일성 별장(화진포 성)에는 관광버스에서 내린 외지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원래 이곳은 한국전쟁 이전 김일성과 그 가족들이 하계휴양지로 사용했던 곳이다. 당시에는 지하 2층, 지하 1층 건물이었으나 전쟁 중 훼손돼 1964년 현재의 건물로 재건축되었고, 1999년 7월부터는 ‘안보전시관’으로 개수해 관광객을 받고 있다. 별장을 오르는 계단에는 이곳에서 찍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릴 적 사진이 게시되어 있는데, 누군가의 심술이 얼굴 부분을 뜯어 놓았다. 별장 안은 재현된 ‘김일성 집무실’, ‘침실’, ‘응접실’ 외에 특이한 것은 없다.

하지만 뜻밖의 횡재가 기다리고 있다. 2층 창을 열어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화진포해수욕장의 전망이 그야말로 일품. 호숫가 이승만 별장이나 송림 가운데 자리한 이기붕 별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진풍경이다. 화진포해수욕장은 남한의 마지막 해변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가을동화’, ‘파이란’ 등의 작품에 죽음을 상징하는 장면들이 촬영되기도 했다.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주인공들이 마지막 숨 쉴 곳을 찾아 떠났던 곳도 바로 이곳. 좁고 길게 이어진 해변을 연인과 거닌다면 순수한 백사장과 파도, 낭만적인 등대가 한몫 거들지 싶다.

철장 안의 작고 아늑한 항 ‘초도항’
가까스로 배를 채우고 해안 길을 따라 올라간 곳은 ‘초도항.’ 항구라고 하면 정박해 있는 배 사이나 항구 구석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를 보기 십상인데 이곳은 얕은 물밑 정도는 훤히 보일 만큼 깨끗하다. 게다가 벅적하고 활기찬 여느 큰 포구에서는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소박함과 아늑함이 있다. 해지는 풍경이 절경이라는 말에 큰 기대를 하고 찾았지만 일진이 꼬이려는지 하늘이 우중충하다. 그러고 보니 부둣가에 민가는 물론 그 흔한 횟집 하나 없고, 불빛도 찾아보기 어렵다. 시원찮은 하늘빛을 삼아서라도 풍경을 담아보려 카메라를 움직이는데 저만치서 두 군인이 걸어온다.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한 번 보는데 ‘역시나’다. 생각해보니 고성 항구 대부분은 군부대와 철책으로 둘러싸인 최전방 지대. 오는 내내 가시철조망이었다.

“이곳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됩니다.”
‘어떻게 찍은 사진인데 뺏길쏘냐?’ 싶어 경계태세에 들어가니 직접 사진검사까지 한다. 다행히 이런저런 요령으로 무사히 넘어갔지만 그 사이 해는 완전히 저물어 버렸다. 분통하고 억울해 먹은 밥이 체하려고 할 때쯤, 335i를 힐끗 본 군인이 잡지명을 묻는다. <자동차생활>이라는 대답에 명함 한 장 받아들고 그대로 빠지는 것이 아닌가(본지 기자생활 이래 최고로 뿌듯한 순간이었다). 어쨌든 차비는 건졌지만 버스는 떠났으니 우리도 항을 떠나야 했다. 초도항은 철조망에 포위된 채 군부대의 통제를 받고 있고, 밤 8시부터 새벽 3시 30분까지는 모든 출입이 금지된다. 그래서였다. 이 작고 예쁜 항에 사람이 귀했던 것은. 8시 이후로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하는 곳에 상점이나 민가가 들어설 리가 없었다.
경계병이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던 곳은 초도항과 멀지 않은 ‘금구도’다. 거북을 닮아 일명 ‘거북섬’으로 불리는 금구도는 고구려 장수왕의 시신을 안장했다는 출처불명의 설이 전해지고 있다. 역시 바닷바람의 위력은 치맛바람에 대적할 만큼 매서웠다. 초도항에 잠시 머문 동안 온몸은 꽁꽁 얼어붙어, 조금만 더 늦게 찾았다면 해풍에 말린 ‘양미리’ 신세가 될 뻔했으니 말이다

히터를 틀자 금세 차 안이 따듯해진다. 몸을 녹이며 ‘대진항’과 ‘거진항’을 마저 돌았다. 사실 대진항과 거진항은 다음날 아침 어민들의 풋풋한 삶의 현장을 엿볼 계획이었지만 등대를 비롯해 밤이 아니면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욕심을 낸 것이다. 여기서 잠깐. 초도항의 소박함(?)에 실망했을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정보 하나를 알려주겠다. 화진포해수욕장 뒤쪽부터 초도항을 통과하는 해안도로는 숨은 드라이브 코스. 물안개와 도로까지 날아오르는 파도가 노르웨이의 ‘아틀란틱 로드’ 못지않은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화진포에서 거진항 방파제 뒤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역시 ‘낭만’의 절정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다와 도로를 가르는 철조망이다. 기자 역시 335i와 함께 해안도로를 마음껏 달렸다. 파란색 335i가 거친 파도를 배경으로 달리는 모습은 이곳 사람들에게 흔치않은 구경거리가 됐다.

어민들의 풋풋한 삶의 현장, 대진항~거진항
인근 펜션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같이 눈을 떴다. 전날 노을이 시원찮았으니 해돋이라도 제대로 감상해야 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 전날 좀 찍어둔 대진항 방파제에 도착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5시 30분 정도면 볼 수 있다는 일출이 깜깜 무소식이다(초도항의 그 군인들이 분명히 그렇게 알려줬다). 지나가는 노인에게 물어보니 아침 7시나 돼야 해가 뜬단다. 정말이지 당장 군부대로 쳐들어가고 싶었다. 전날의 아픈(?) 기억까지 겹쳐 슬슬 약이 오르려는데 항구 쪽에 종소리가 울린다. 그러고 보니 그새 고깃배들이 늘었다. 밤 사이 낚은 고기를 싣고 새벽녘에 도착한 배들이다.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 바로 항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종소리는 경매인들이 낸 것이다. 어부가 포구에 닻줄을 내리자 중간상인들이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며 흥정을 시작한다. 가끔 TV에서나 본 것을 실제로 보니 별것이(?) 다 신기하다. 사진 찍을 틈도 없이 낙찰이 끝났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생선 팔아먹은 격. 알다시피 고깃배의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은 등대다. 대진항에는 왼쪽 항구를 알려주는 붉은 등대와 오른쪽 항을 알려주는 흰색 등대가 마주하고 있다. 기자처럼 바지런(?)을 떨면 6시쯤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등대지기 노인도 볼 수 있다. 아침부터 너무 부산스러웠는지 몸살 기운에 머리가 멍멍하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거진항은 고깃배가 드나드는 규모로는 동해 최대인 곳이다. 그래서인지 바다의 짠내가 유독 강하게 코를 찌른다. 갑판 청소를 끝낸 몇몇 어부들이 배까지 끌어 올린 비닐 바지를 툭툭 털며 인근 선술집으로 들어간다. 아녀자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그물을 손질하거나 생선을 그물에서 부지런히 걷어내고 있다. 그 생선 더미가 눈에 띈다.

“도루묵! 말짱 도루묵 할 때 그 도루묵. 한 바가지에 만 원.”
동행한 사진기자의 눈빛이 번쩍인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넉넉함을 만날쏘냐. 당장에라도 한 바가지 사서 소금 팍팍 뿌려 구워, 술 한 잔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1박 2일.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아쉬운 대로 거진항 최고의 볼거리로 향했다. 바로 등대를 향해 걷는 방파제 길. 거진항에는 대진항과 마찬가지로 2개의 등대가 있다. 흰색 등대가 있는 방파제는 오른쪽은 백사장이고 왼쪽은 항구다. 빨간 등대를 세운 방파제 길은 길이가 약 500m로, 멋모르고 걸었다간 다리가 아파 후회하기 십상이다(초입 부분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으므로 길이를 가늠할 수 없다). 차를 타고 들어오려면 곳곳에 보이지 않는 턱을 조심해야 한다. 거진항 수협 건물로 올라가면 항 전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색다른 항구의 모습에 ‘와~!’ 소리를 냈다가도 예측 못한 갈매기 배설물 공격에 ‘윽~!’ 소리가 난다. 혹 가려거든 비닐을 쓰거나 레자 소재의 옷을 입길 권한다. 언제나 위기에서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산 중턱 마을(거진항 뒤쪽에 있다)에 오르면 거진항 전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당이 천지에 널렸다. 물론 갈매기의 공격(?)도 없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아쉬움만 남는다. 1박 2일의 여행이 주는 부족함이다. 시간이 되면 미항(美港)으로 소문난 ‘가진항’도 들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일출은 날씨 탓에 구경도 못했다. ‘물회’ 맛도 못 봤다. 자고로 여행의 즐거움은 ‘눈으로 반, 입으로 반’인 것을……. 진부령을 넘는 길에 잠시 주유소에 들렀다. 생각해보니 1박 2일 동안 335i도 고생이 많았다. 욕심 많고 줏대(?) 없는 기자들을 태우고 꾸불텅한 길을, 그것도 험한 바닷길을 그야말로 쉬지 않고 달려주었으니 말이다. 다시 시동을 걸자 이놈은 끄떡없다는 듯 으르렁거린다.

찾아가는 길
서울을 기점으로 설악산으로 향하는 44번 국도를 따라 양평, 홍천, 인제, 원통을 지나면 한계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좌회전, 46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백담사 입구를 지나 용대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좌회전해 진부령을 넘는다. 진부령을 넘으면 7번 국도와 만나는 간성에 이르고, 간성을 지나면 화진포 이정표가 가장 먼저 나온다.

우리식당
황태구이의 값은 지방 인심치고는 다소 비쌌지만(8,000원)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주문을 하면 그때야 양념하고 구이에 들어가기 때문에 요리가 나올 때까지 최소 10~15분은 기다려야 한다. 맛도 맛이지만 양도 많아서 먹다가 모자라는 일은 없다. 함께 나오는 황태 해장국 역시 진미. 뽀얀 국물맛은 오히려 사골국물보다 한 수 위다. 사실 황태구이보다 황태 해장국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 화진포해수욕장 입구에 있다.
문의: 우리식당 (055)682-0042

BMW 335i
누군가 BMW 335i에 대해 묻는다면, “땅을 훑는 듯이 달리고, 도로를 찢는 듯 튀어나간다”고 말하겠다. 335i의 운동성은 고속에서도 흐트러짐이 없고, 달리기는 7번 국도의 어떤 차보다 빨랐다. 335i는 한때 혁신적인 디자인이라고 평가받았던 5세대 330i를 베이스로 트윈 터보를 단 엔진과 M스포츠 패키지를 둘렀다. 330i와 디테일을 비교했을 때는 큰 차이가 없지만, BMW 대표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직렬 6기통 실키식스 엔진을 바탕으로 트윈터보를 얹어 24년 만에 터보차저 엔진의 부활을 알린 기념비적인 차다. 운전석 시트 포지션이 일반 세단보다 깊고, 서스펜션 세팅도 단단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차의 초점이 안락하고 편한 주행보다는 빠른 달리기 성능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335i를 타고 여행을 떠나면 원하는 목적지까지 빨리 갈 수 있다. 또한 음질 좋은 오디오 시스템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i드라이브가 있어 차에 있는 동안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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