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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쌍용 체어맨 W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개발단계에서부터 시장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체어맨 W는 기대를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억200만 원에 달하는 차값이 다소 부담스러운데도 지난 2월 말 데뷔 후 보름 만에 3,000여 대가 넘는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판매목표인 1만2,000대를 무난히 넘어설 기세다. 이처럼 체어맨의 새 모델에 거는 수요자들의 높은 기대는 아무래도 지난 10년간 체어맨이 쌓아온 명성 때문일 것이다.

체어맨은 쌍용이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도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어 왔다. 거기에는 수입차와 국산차의 틈새를 노린 마케팅 전략과 뛰어난 성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과감한 개혁보다 현재의 디자인 잘 손질
구형 체어맨이 메르세데스 벤츠 중형(미디엄) 클래스인 W124의 차체를 약간 키운 모델이라면 체어맨 W의 모태는 1999년 소개된 벤츠 W220이다. 우리에게는 구형 S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모델이다. 당연한 귀결일까?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여전히 메르세데스 벤츠를 닮아 있다. 우선 외관은 우람하고 간결하다. 대형 승용차로서 길지도 짧지도 않은 5,110mm의 길이에 평면과 직선 위주로 뽑아낸 라인과 널찍한 휠하우스, 19인치 휠의 압도적인 체구는 쌍용의 자부심을 담은 듯 보였다.

전체적으로 체어맨 W는 과감한 개혁보다 현재의 디자인을 잘 가다듬어 카이런, 액티언, 로디우스 등의 실패 요인인 디자인 측면에서의 ‘처절한 반성’을 통해 시행착오를 극복한 듯하다. 게다가 연령대로 볼 때 다소 보수적인 대형차 오너들의 성향이 이런 쌍용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운전석에 앉았다. 적당히 딱딱한 시트에 앉는 느낌이 좋다. 시트조절 기능은 매우 다양하고 조절폭도 커서 어떤 체형이라도 드라이빙 포지션을 찾아준다. 현대적이고 우아한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역시 구형과 대조적이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완만한 V자 형태로 뻗어나가는 마블그레인 트림은 우아함을 가장 잘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 여기에 최고급 세단답게 플라스틱으로 노출되어야 할 부분은 질감 좋은 가죽으로 정성스럽게 싸고, 필러나 천장 등 천으로 된 부분 역시 고급 스웨이드(5.0 기본)로 마감했다.

이번에는 뒷좌석에 앉았다. 뒷좌석은 쇼퍼 드리븐카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은은한 분위기의 B필러 무드램프(3.6, 5.0 리무진 기본)와 곡선으로 이뤄진 목받이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등받이 안에서 움직이는 마사지 기계(5.0 기본)는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적당한 강도로 피곤한 등을 어루만지듯 쓸어 내려갔다. 앞좌석 뒷면에 달린 접이식 책상을 폈다. 노트북을 올려 놓기에 딱 알맞다.

그밖에도 체어맨 W에는 차에 넣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편의장비가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개의 운전석 메모리 스위치는 두 사람의 운전자세는 물론이고 주로 운전하는 사람의 다른 자세까지 기억시킬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또한 후진기어를 넣으면 뒤창에 쳐져 있던 전동식 커튼이 자동으로 내려가 뒷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실내 환경에 따라 바람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는 송풍구는 동반석에 사람이 없으면 운전석 쪽으로 방향을 튼다.

뒷좌석 역시 편의장비가 앞좌석 이상으로 풍부하다. 센터 암레스트에 각종 공조장치와 오디오 스위치가 모여 있는데, 이곳에 달린 작은 액정 모니터를 통해 장비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화장거울과 뒤 암레스트에 마련된 냉장고 등 일본과 한국의 고급차들이 즐겨 쓰는 뒷좌석 편의장비도 충실하다. 이들 장비의 쓰임새와 효용성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CF가 아니라 영화 한 편을 찍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만큼 명차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편의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소 까다롭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직관적으로 작동시키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어느 영역에서건 뛰어난 승차감 보여
안팎을 둘러보면서 실컷 감탄을 했으니 이제 움직여볼 차례다. 체어맨 W는 6기통인 3.6L와 V8 5.0L 두 종류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체어맨 W의 간판인 V8 5.0L. 센터페시아 하단 슬롯에 스마트키를 꽂은 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묵직한 시동음이 들린다.

출발은 그리 민첩하지 않다. 액셀 페달은 약간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운전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며 이런 급의 차를 운전하는 데는 오히려 약간 단단한 페달의 답력이 나을 수도 있다. 페달을 끝까지 밟자 초반의 약간 더딘 듯한 느낌은 이내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뒤에서 밀어붙이는 힘이 느껴질 만큼 시원한 가속이 이어진다. 체어맨은 7단 자동기어로 뒷바퀴를 굴린다. 지금까지의 자동기어는 킥다운을 할 때 바로 아래 단수로 내려가는 형태였지만 벤츠가 개발한 7단 자동기어는 다음 기어뿐만 아니라 2단 아래로도 변속되어 빠른 가속력을 이끌어 낸다.

제법 붐비는 차들 때문에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내보지 못했으나 추월과 제동성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탁월했다. 제동 페달을 밟을 때는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고 한 번 더 밟아야 제동이 걸리는 기분이었는데, 초보운전자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숙달된 운전자에게는 약간 불안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물론 이것은 페달조정으로 얼마든지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다.

굽이진 도로를 헤쳐 달려보았다. 서스펜션을 부드러운 승차감 위주의 ‘컴포트’에 맞추고 굽이돌아도 차체가 심하게 요동치거나 허둥대지 않는다. 달리기 모드인 ‘스포츠’에 놓으면 좀 더 과감한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차체의 강성과 서스펜션의 고속주행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4트로닉도 빼놓을 수 없는 체어맨 W의 장점 중 하나. 풀타임 방식으로 평소 구동력을 앞뒤 40:60으로 분배해 FR(앞 엔진 뒷바퀴굴림) 감각을 살리고 있다. 이미 FR 구동계로도 정평 있는 달리기 실력을 과시하는 쌍용에 네바퀴굴림이라는 날개를 달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최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일 듯싶다.

한산한 경기도 자유로에 들어서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작동시켜 보았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달린 레버를 눌러 ACC를 작동시킨 상태로 앞차와의 차간거리와 속도를 설정해 놓으면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된다. 또한 옆차선에서 주행하는 차까지 감지해 주는 최첨단 방식으로 장애물이 나타났을 경우 시속 10km까지 감속시켜 사고를 방지해 주는 역할도 한다. 다시 자동차가 별로 없는 차선으로 옮기면 자동으로 설정해 놓은 속도까지 올라간다.

손발 움직임이 줄고 긴장감이 풀리면서 하품이 나왔다. 졸음을 쫓기 위해 음성인식 시스템(SDS)으로 라디오를 틀었다. 낮은 볼륨 상태였지만 자동차 곳곳 17군데에 숨겨진 스피커를 통해 멜로디가 속삭이듯 귀를 파고든다. 벤츠 S클래스와 마이바흐에 사용된다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은 역시 달랐다. 편안한 분위기의 실내에서 몸에 착 감기며 편안히 감싸주는 시트에 파묻혀 운전을 하는 기분이란!

체어맨 W는 분명 뒷좌석 승객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따라서 인테리어 구성과 편의장비 등은 모두 뒷좌석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느끼는 체어맨 W는 운전자를 위한 고급세단에 가깝다. 넘치는 힘으로 부드럽게 달려 운전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편안함은 그야말로 최상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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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태진] “새로운 명차 브랜드의 신호탄일까, 현대차의 최고급 차에 머무를까?”

1월 8일 출시된 현대차의 기함 제네시스(GENESIS)는 렉서스ㆍ인피니티 등 일본 대중차의 고급 브랜드 도전이 아닌 기존 현대차 브랜드로 출시됐다.

국내뿐 아니라 이달 14일 개막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현대차 마크를 달고 나왔다. 국내 판매가격이 4000만∼5300만원인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가격이 얼마에 결정될지가 남은 화제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은 3만달러 전후에 기본 모델 가격이 정해진다는 정도다.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2만8000달러가 기본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웬만한 옵션을 추가하면 통상 가격은 3만2000∼3만4000달러에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한 등급 아래인 그랜저(TG)의 미국 판매가가 2만6000달러인 점에 비하면 큰 가격 상승폭은 아니지만 소비자에겐 부담스런 가격대다.

3만달러대 자동차를 고려하는 미국 고객에겐 가격경쟁력보다는 브랜드가 먼저다. 미국 시장은 중소형차 뿐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차량도 배기량과 크기에 따른 세그먼트마다 경쟁 차종이 수십 개씩 존재한다. 성능이 조금 좋아졌다고 함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NF쏘나타가 성능과 품질 개선을 이유로 미국서 15% 가격을 올렸다가 결국 할인판매로 판매를 보전했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국산차 신차가 연간 10대도 나오지 않는 국내 시장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에서 현대차 판매점을 가본 사람들은 제네시스의 도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외곽지역 허름한 곳에 자리한 현대차 지점에 어떤 고객들이 와서 차량을 구매하는지 말이다. 이런 점에서 제네시스의 한 차원 높은 품질과 성능에 불구하고 난관이 예상되는 점이다. 그래서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가격 메리트마저 사라진다면 미국에서 판매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만큼은 이익이 적도라도 할인판매를 하면 안된다.(이 부분도 2편에서 논하겠다)

2004년 현대차가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새로운 고급 브랜드의 런칭’이었다. 파워 트레인(엔진 등 동력계통)에 자신감을 갖은 현대차는 이현순 연구개발부문 사장을 필두로 새로운 브랜드 런칭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사장은 현대차 엔진 개발의 산증인이다.

“파워 트레인은 세계 최고인 벤츠ㆍBMW에 비교해도 크게 뒤질 게 없다. 디젤 부분에선 일본 업체보다 오히려 우리(현대차)가 우수하다.” 이 사장은 여러 번 기자에게 파워 트레인에 대한 자신감을 역설하곤 했다. 현대차의 품질 수준도 이미 세계 선두권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명품 브랜드에 대한 도전은 해 볼만 한 것 아닌가.

문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다. 1989년 도요타가 렉서스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미국 시장에 퍼부은 마케팅 비용만 20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금 시세로 계산해보면 족히 5조원에 달할 게다. 여기에 판매 채널(딜러)을 따로 선정해야 한다. 주로 1만달러 대 차량을 파는 현대차 미국 전시장에서 3만달러가 넘는 차를 팔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제네시스 차종 한 가지로는 별도 채널을 선정하는 데 무리도 따른다. 예를들면 렉서스 RX350같은 SUV나 엘란트라 크기의 고성능 고급차 이런 것 등 최소 두 세가지 모델이 있어야 딜러들이 먹고 살수 있다.

현대차는 지금 그만한 자금을 마케팅에 쓸 여유가 없다. 유럽ㆍ미국ㆍ중국에 건설했거나 하고 있는 신공장 투자에도 바쁜 몸이다. 더구나 현대제철 고로 사업이 한창이다. 파워 트레인과 품질에 자신이 있지만 이런 이유로 2006년부터는 ‘현대차의 명품 브랜드 등장은 2010년 이후로 연기됐다’는 설이 기정사실화됐었다.

이처럼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명차 반열에 오르기 위해 공을 들인 차다. 마케팅이나 자금 등 다른 여건만 충족됐더라면 비스듬한 ‘H’자 마크대신 새로운 엠블럼을 봤을지도 모른다. (국내에선 벤틀리를 닮은 엠블럼을 달고 나왔다. 물론 미국에선 현대차 엠블럼 그대로다. 국내 소비자에겐 현대차라는 각인이 명확해 슬쩍 새로운 엠블럼을 달았지만 엄청난 광고비를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에서다.)

제네시스는 우선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사냥에 나선다. 럭셔리한 실내 인테리어와 탁월한 정숙성, 국내 소비자가 좋아하는 부드러운 가속력이라는 특징을 봐선 유럽차보다는 일본차가 경쟁자다. 혼다 어코드, 렉서스 ES350 등 일본 수입차라는 먹이를 잡을 날카로운 부리와 눈을 갖은 독수리로 변신하고 있다. 9월께 출시될 닛산 알티마와도 좋은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신형 어코드3.5ℓ(3990만원)는 제네시스의 먹이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디자인이나 마무리 품질, 성능 등을 비교했을 때 제네시스가 뒤질 게 없다. 오히려 실내 크기나 모든 부분에서 앞선다. 역으로 가격이 제네시스가 5∼10% 비싸다는 것이다.


ES350은 핸들링에서 제네시스보다 못하다.(상세한 부분은 2편에서). 감성품질이나 디자인 균형 등에선 제네시스보다 일부 앞선 점이 있다. 국내 소비자가 좋아하는 골브 백 4개가 들어가는 트렁크나 정숙성,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편의장치(실제 이런 편의장치를 절반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등 물량 면에선 ES350보다 우위다. 가격도 10∼15% 정도 싼 점도 렉서스 킬러가 예상되는 점이다.

미국에선 올 4월 판매를 시작한다. 이후 좋은 평판과 함께 월 2000대 이상 팔릴 경우 제네시스는 현대차에 새로운 명차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다 줄 아이콘으로 거듭날 게다. 그럼 제네시스는 어떤 차일까.

스포츠 세단을 추구하는 후륜 구동

제네시스의 동력 계통 가운데 가장 큰 특징은 후륜 구동이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려면 아무래도 앞뒤 무게 밸런스가 잘 맞는 후륜 구동이 아니고선 어렵기 때문이다. 전륜 구동은 연비가 좋고 눈길 등에 유리하지만 무게 밸런스가 앞쪽에 치우쳐 코너링에서 상대적으로 뒤진다.제제시스는 이런 점을 고려해 배터리도 트렁크 쪽으로 옮겼다.

엔진은 국내 모델의 경우 V6 3.3리터, 3.8리터 람다(λ)엔진을 달았다. 이 엔진은 이미 그랜저TG에 사용돼 정숙성과 부드러운 가속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엔진이다. 특히 정숙성에선 도요타와 견줘도 뒤질 게 없다. 하지만 BMW 등 유럽차와 견줬을 때는 중고속에서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토크에서 뒤진다. (최고마력에 집중하는 현대차의 특성이다. 토크와 마력 곡선을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시속 80㎞ 이상에서 엑셀을 급격히 밟았을 때 느껴지는 가속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미국처럼 널직하고 잘 닦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안성맞춤이지만 구불구불한 유럽에는 잘 맞지 않는다. 어쨌든 국내 자동차사에 한 획을 그은 엔진이기에는 틀림없다. 추가로 하나를 더 지적한다면 유럽차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길이가 길다. 이런 점은 외관 디자인에 상당한 제약 사항이다.

미국 모델의 경우 에쿠스 후속 차종의 기본 엔진으로 자리 잡을 신형 V8 4.6리터 타우(τ)엔진이 달렸다. 최고 380마력을 내는 대형 엔진이다. 기본 컨셉트는 정숙성과 부드러움이라는 점에서 람다 엔진과 흡사하다. 아직까지 양산을 중시하는 현대차이기 때문에 독특한 성능보다는 균형을 맞춘 보편적인 엔진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타우 엔진은 불행하게 고유가 시대에 태어났다. 그런 점에서 과연 몇대나 팔지 걱정이다. 타우 엔진은 2,3년후 현대차가 내놓을 미국형 픽업트럭에 사용하는 기본 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3.8ℓ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을, 미국에서 기본 모델 가능성이 점쳐지는 기함이다.

기존 현대차로선 생각할 수 없는 뛰어난 핸들링

제네시스의 변신폭이 가장 큰 부분은 핸들링이다. 여기엔 현대차 연구소의 집념이 서려있다.

핸들링과 승차감을 좌우하는 앞뒤 서스펜션은 후륜 구동 명차에 사용하는 멀티링크(5링크)를 채택했다. 지난해 나온 렉서스 LS460이후 세계 두 번째다. 제네시스가 예상대로 지난해 상반기 등장했다면 현대차가 자동차 기술 개발 역사에 한 점을 찍었을 것이다. 특히 캠리의 맥퍼슨 서스펜션을 그대로 사용하는 ES350과 핸들링을 비교하면 제네시스의 성능을 확연히 느낄 수 있을 게다.

상대적으로 유럽차에 비해 뒤졌던 강성도 엄청 좋아졌다. 슬라럼 등 심한 코너링에서 차체가 휘청거릴 경우 미국 전문가 테스트에서 망신을 당하기 쉽상이다. 차체 설계의 노하우가 그대로 전사(傳寫)되는 차체 강성에 대해 현대차는 이번만큼은 유럽차에 뒤지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에 중량까지 엄청 줄였다. 성능은 높이고 중량을 줄이는 것은 두 마리의 토끼다. 자동차 개발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쉽게 알게다. 1㎏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제네시스 3.3ℓ의 경우 차체 중량은 불과 1715㎏이다. 일본차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연비가 10.0㎞/ℓ로 두 자리수를 기록했다. 이만한 배기량에 이 정도 연비를 내는 차는 수입차를 합해 앞에 내세울 차가 몇 대 없다.

적어도 제네시스는 파워트레인(엔진 분야) 보다는 섀시와 차체 설계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바꾼 차다.

NF쏘나타 차체를 개발한 국내 최고의 차체 전문가인 남양연구소 이언구 부사장의 열정이 녹아있는 제네시스는 비틀림 강성에서 기존 국산차에 대한 평가를 뒤집었다. 아우디와의 충돌 테스트에 대한 자신감이 그런 경우다. 4000만원대 세단에 ‘안전함’이라는 이미지 없이 판매에 나설 수는 없다. 차체 강성의 향상은 개발 1순위 목표였다. 다음 편에서는 디자인과 성능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 보겠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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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로에서 렉스턴 유로의 뒤를 따라 달려도 메케한 배기가스로 불쾌할 일은 없다.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CDPF를 단 렉스턴 유로는 저공해자동차 3종으로 분류되어 5년간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는다. 소음과 진동이 줄었고, 배기 사운드도 듣기 좋은 음색으로 바뀌어 프리미엄 SUV로서의 면모를 높였다

‘요즘 디젤차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도로가 어디 새차만의 영역인가. 낡은 SUV 뒤꽁무니를 따라 달리는 도로에서 정차 후 출발하는 경우에는 영락 없이 검은 배기가스가 외기유입 통로를 타고 실내로 들어와 코끝을 메케하게 만든다. 하기야 시커먼 매연은 피할 수나 있지, 휘발유 승용차의 배기가스에 다량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무의식중에 삼켜 버리고도 인식조차 못한다. 운전자의 건강과 지구환경을 생각할 때 자동차 메이커의 배기가스 저감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할 과제. 국내는 물론 수출 시장의 날로 강화되는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해물질저감 대책이 필요한데, 디젤차의 경우 손쉽게 효과적으로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CDPF를 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출시된 렉스턴Ⅱ 유로(이하 렉스턴 유로) 역시 CDPF를 달아 유로4 배기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

파워풀한 동력성능은 그대로
렉스턴 유로의 핵심이 CDPF이니 무얼 하는 물건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CDPF란 ‘Catalyzed Diesel Particulate Filter’의 약자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PM)를 고온으로 연소시켜 획기적으로 줄여 주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다. 푸조의 디젤차들이 일찍이 이 같은 디젤미립자필터를 단 것으로 유명하고 요즘은 수입 디젤차뿐 아니라 현대 싼타페나 GM대우 윈스톰 등 국산 SUV에도 달려나온다. 대형 SUV로는 쌍용 렉스턴이 동급 최초. 렉스턴 유로는 이와 함께 배기가스 재순환을 전자식으로 제어해 NOx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E-EGR(Electronic Exhaust Gas Recirculation)을 새로 달았다. 덕분에 렉스턴 유로는 저공해자동차 3종으로 분류되어 배출가스 보증기간인 5년 동안 약 91만 원(서울 기준, 연간 18만2,000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고, 혼잡통행료 50% 감면 및 주차요금 감면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리게 됐다.
엔진룸을 열어 보지만 배기가스 저감장치들이 눈에 보일 리는 없을 터. 그런데도 뭔가 달라진 것이 없나 자세히 살펴보는 사이 엔진 소음과 진동이 잦아든 기분이 든다. 오일팬의 PU 코팅이 한몫 한 것일까. 확실히 엔진 밑쪽의 떨림이 수그러들었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가 더 조용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중 대시패널이 엔진룸에서 유입되는 소리를 줄이고, 차체 바닥과 보닛, 도어트림부에 쓰인 각종 흡음·차음재 덕분에 렉스턴 유로는 이전보다 소음·진동이 3∼4dB 정도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 수치가 얼마를 가리키는지는 몰라도 실제로 체감할 정도의 개선이 이뤄졌다.
렉스턴 유로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CDPF를 달았으니 배기가스의 배기 압력 증가로 달리기 성능에 변화가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렉스턴 유로는 여전히 날래고 시원스럽게 고속으로 내달린다. 4,000rpm에 가까운 고회전에서는 약간 힘이 떨어지는 느낌도 있지만, 기분 탓일지도 모를 미미한 정도. 실용 영역인 1,500∼3,000rpm에서는 거의 일정하게 뿜어 나오는 플랫토크의 특성으로 인해 저속에서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활기찬 주행을 유지한다
직렬 5기통 2.7L 디젤 터보(XDi270 XVT) 엔진에서 뿜어나오는 186마력, 41.0kg·m의 성능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으니 SUV로 운전의 재미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과거 ‘출발이 굼뜨다’는 멍에도 요즘 렉스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덩치 큰 SUV가 가볍게 날아다니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속 100km가 넘어서도 필러 근처에서 맴도는 바람소리가 별로 없고 밀폐성이 뛰어난 도어도 조용한 실내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다른 부분의 주행소음 또한 상당히 억제되어 있어 주행 중 디젤 엔진 특유의 시끄러움에 눈살 찌푸릴 일이 없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 하나 더. 아이러니컬한 얘기인데, 무조건 조용한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외모와 동떨어지게 억제된 디젤 엔진 소리는 렉스턴을 싱거운 거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배기 소음을 높여서라도 엔진 음에 변화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왔던 터였는데, 이번에 렉스턴 유로는 유러피언 스타일로 배기 사운드를 바꿨다. 결과적으로 듣기 좋은 음색이라는 생각이다.
5단 자동기어의 변속도 매끄럽고 2톤이 넘는 거구를 부담 없이 세워 주는 브레이크 성능도 만족스럽다. 보디 온 프레임 구조에 큰 덩치를 감안하면 코너링 성능도 칭찬할 만하다. 지상고가 높고 무게중심이 높은 차는 코너에 들어설 때의 동작도 중요하지만 코너를 빠져나올 때의 복원동작이 깔끔하고 차의 뒷부분이 흔들리는 ‘피시 테일’(fish tail) 현상이 없어야 하는데 렉스턴 유로는 합격점. 차체 거동은 좋지만 이를 손끝에 전해주지 못하는 스티어링 감각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겉모습의 변화는 보디 색상과 같은 사이드 가니시를 달아 좀 더 세련되어 보인다는 점, ‘그린 디젤 CDPF’ 레터링이 RX7과 노블리스 모델에 더해지고, 트림 레터링 위치가 바뀌었다는 점 정도다. 아, 새로 들어간 18인치 휠은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가 되겠다. 실내에서는 상품성 향상을 위해 그동안 사용이 적었던 동반석 시트 언더 트레이와 네트 포켓 등이 없어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플립업 글라스가 달리지 않게 된 것은 아쉽다. 간편하게 이용하기 좋았는데 말이다. 또 하나, 176마력짜리 XDi270 엔진은 커먼레일 인젝터의 정밀제어로 연비가 3% 좋아졌다고 한다.
렉스턴 유로 RX7의 값은 3,442만∼3,606만 원, 노블레스는 3,804만∼4,119만 원. 다른 개선된 부분은 제외하고라도 CDPF를 추가했는데도 인상폭이 별로 없으니 애프터마켓에서 CDPF를 다는 것보다는 경제적이고, 안정된 성능을 얻을 수 있다.
이제 도로에서 렉스턴을 봤을 때 ‘CDPF’라는 로고가 붙어 있다면 바짝 붙어 따라가도 호흡곤란(?)을 일으킬 일은 없겠다. 렉스턴 유로는 상냥하게 속삭인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내 뒤는 깨끗하니까.’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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