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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지금 서킷이 사무치게 그립다. 현재의 E60 5시리즈를 베이스로 F1에서 이식해온 강력한 엔진과, 뛰어난 성능에 편의성까지 높아진 3세대 7단 SMG, 그 외에도 다양한 첨단 장비를 더해 새롭게 태어난 4세대 M5와 함께 한 시간이 지나고 나자 그 흥분과 감동은 서킷을 향한 또 다른 그리움을 낳은 것이다. 럭셔리 세단의 모습 그대로이면서,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동시에 갖춘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 M5의 최신 진화 모델은 이전보다 더욱 더 자극적인 성능이 더해진 수퍼스포츠 세단으로, 도로보다는 서킷에 더욱 어울리는 모델이라는 것이 그 결론이다.

글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팀 실장)
사진 / 박기돈, 원선웅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어서일까? 한 대의 자동차에 기대하는 바가 자꾸만 많아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역사와 전통을 가진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 M5야 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선구자가 아니겠는가? 럭셔리 세단과 강력한 파워의 스포츠카를 동시에 실현했으니 말이다.

1978년 등장한 최초의 M카인 M1은 오늘날의 M카의 성격과는 사뭇 달라서 정통 스포츠카에 가까웠다. 하지만 1984년 2세대 5시리즈(E28)를 베이스로 개발된 최초의 M5 때부터는 양산 모델을 기본으로 강력한 스포츠카를 만드는 전통이 시작되었다. 이 후 E34를 베이스로 1988년 2세대 M5가 등장했고, 1997년 E39형 4세대 5시리즈를 베이스로 3세대 M5가 선을 보였다. 이 3세대 M5는 이전까지 BMW의 전통이었던 직렬 6기통 엔진을 과감히 버리고 보다 강력한 V8 5리터 400마력 엔진을 장착해 명실공히 수퍼카와 대등한 성능을 선보였다. 지금은 흔해져(?)버린 듯한 400마력이라는 숫자도 그 당시엔 몇몇 수퍼 스포츠카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경이로운 숫자였었다. 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단으로서 선보인 400마력은 메르세데스-벤츠 AMG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었고, 결국 최근에 일고 있는 출력 경쟁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되었다. 이 매력적이었던 400마력 V8 엔진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로드스터의 하나로 기억 될 Z8에도 얹혀 강하면서 아름다운 Z8을 완성시켰다.
최신형인 4세대 M5는 현행 E60 5시리즈를 베이스로 개발되어 2004년 등장했다. 또 하나의 새로운 획을 그은 신기술은 지난해까지 F1 서킷을 호령했던 V10 구조에 리터당 100마력을 넘는 5리터 507마력의 강력한 엔진의 적용과 SMG II에서 더욱 진화한 7단 SMG III, 그리고 안정성과 편의성을 높인 첨단 장치들이다.

Exterior

모든 M5가 그러했듯 새로운 M5도 잘 모르는 이가 볼 땐 흔히 볼 수 있는 BMW 5시리즈의 모습 그대로 같아 보이지만 M5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한 눈에 그 존재를 알아볼 수 있는 외관을 가졌다.
앞모습에서는 범퍼 아래에 마치 이글거리는 불꽃의 형상을 하고 있는 대형 공기 흡입구와 브레이크 냉각용 좌우 흡기구를 마련하고, 그 아래 작지만 효과를 톡톡히 발휘할 립 스포일러도 더했다.

옆으로 돌아가면 화살촉을 닮은 새로운 디자인의 사이드 미러와 앞 펜더에 위치한 M5로고의 사이드 공기 흡입구, 그리고 사이드 스커트와 강력한 성능에 잘 어울리는 19인치 대형 알루미늄 휠 등이 M5를 성격 짓는다. 또한 창문 주위를 크롬으로 감싼 일반 5시리즈와 달리 M5는 검정색으로 처리한 점도 차이점이다.
뒷 모습에서는 뒤 따르는 이의 전의를 상실케 하기에 충분한 큼직한 M5 로고와 트링크 리드의 일체형 스포일러, 범퍼 아래 맆 스포일러, 그리고 좌우로 뻗은 4개의 배기 파이프가 특징이다.

Interior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 리모컨 키를 작동해 보면 리모컨 작동 거리가 길어 졌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랫동안 BMW의 리모컨 키는 작동 거리가 너무 짧다는 불만이 있어 왔는데, 지난 번 650i와 550i 시승 때부터 개선되었다.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이제 앞 창문 근처에서 이리 저리 손을 옮겨 가면서 도어 버튼을 누르는 일은 없어지겠다.

실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의 SMG 변속기 레버다. 하지만 좀더 찬찬히 둘러보면 천정에서부터 데시보드 위, 그리고 센터페시아를 지나, 뒤 선반까지 꼼꼼하게 뒤 덮은 가죽 마감이 눈에 들어온다. 정말이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구석구석 가죽을 사용해 마감했다. 알칸타라로 감싼 천정은 760Li나 인디비주얼 모델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옵션이다. 새 M5는 하이 퍼포먼스 카뿐 아니라 럭셔리 세단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3스포크 M형 스티어링 휠은 550i에서 미리 만나 본 것이지만 스포크에 M 버튼이 추가되었다. M 버튼은 세팅에 의해 운전자가 원하는 최적의 레이싱 모드로 돌변하게 해 준다. 센터 페시아와 맨 아래 히팅과 쿨링 시트 작동 버튼, 그리고 코너링 시 옆구리를 지지해 주는 액티브 시트 작동 버튼 등도 550i에서 보았던 것과 같다.
계기판은 성능에 맞게 330Km/h와 9,000rpm까지 기록되어 있으며, 타코미터의 경우 7,750rpm부터 옐로우존을, 8,250rpm부터 레드존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알루미늄 테두리 안쪽으로 알루미늄 테를 하나 더 더하고 M 로고 장식도 더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BMW 차량들에 제공되는 연비계 대신 수온계가 자리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는 일반 모델과 달리 타코미터를 디지털 그림으로 제공하고, 현재의 속도와 함께 기어 단수도 표시하고 있다. 더욱이 수동 모드에서는 옐로우 존을 지나 레드존에 이르면 타코미터 그림이 번쩍이면서 변속 시점을 알려주기까지 하니 수동모드로 강력한 달리기를 즐길 때 조차도 변속 타이밍 확인을 위해 고개를 숙여 계기판을 바라볼 일이 없어진 것이다. HUD는 기자가 최근 경험한 기능 중 안전과 편의성에서 단연 최고의 장비라 할 만하다.

 
M5 실내의 백미는 화려한 센터터널로, 타원형 SMG 기어 레버와 그 주변에 4개의 버튼이 위치해 있으며 그 아래에는 i 드라이브와 같은 기능이지만 새로운 디자인과 그레이 메탈릭으로 처리한 M 드라이브가 자리하고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SMG 기어 레버는 마치 뚱뚱한 엄지 손가락 같은데, 손톱 부분에 자상하게 작동법을 그려 넣었고, 뒷면은 손으로 감싸기 좋게 오목하게 처리했다.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는 작동감 또한 일품이다. 이전 M5의 수동 변속기 레버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M5의 그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비교적 긴 레버가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스트로크가 긴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쫀득쫀득하게 찾아 들어가는 조작감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전통적인 수동변속기의 발전과는 그 맥을 달리하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SMG는 디자인에서부터 마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테크놀로지에 복종하라는 듯이……

M5를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시트는 가죽의 재질과 디자인에서 지지성을 더욱 높였다. 사이드 볼스터 전동 조절 및 어깨 부분 각도 조절 등 첨단 기능은 모두 그대로다. 단 헤드레스터에 마련되었던 조절식 날개는 제공되지 않는다.
5시리즈를 탈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센터 터널 주변에 수납공간이 전혀 없는 점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수첩이나 지갑, 아니면 무엇이든 잠깐 놓을 만한 공간이 전혀 없다. 컵홀더는 동반자석 쪽에 수납되어 있고, 그나마 센터 콘솔 박스 안엔 전화기가 모든 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어디 펜 하나 둘 곳이 없다.
뒷 좌석도 일반 5시리즈와 차이가 없다. 공간뿐 아니라 뒷좌석 냉방 장치, 센터 암레스트에 마련된 컵홀더와 수납공간, 그리고 6:4 분할 폴딩 기능까지 5시리즈 그대로여서 철저하게 패밀리세단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Powertrain & Performance

앞서 말한 것처럼 4세대 M5의 강력한 심장은 모터 스포츠의 최고봉 F1에서 이식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럭용 엔진을 베이스로 개발된 닷지 바이퍼의 V10 8.0리터 엔진을 제외하고는 그리 흔치 않았던 V10 엔진은 최근 스포츠카에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에 V10 5.0리터를 얹었고, 포르쉐는 궁극의 포르쉐인 카레라 GT에 V10 5.7리터를 얹었다. 폭스바겐은 최강의 디젤엔진인 V10 TDI를 선보였다. 가야르도의 엔진은 약간의 변화를 거쳐 아우디 S6에도 얹히게 되었다.
하지만 V10 엔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F1이다. 지난해까지 F1에서는 V10 엔진을 사용하다 올해부터 V8로 바뀌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V10 엔진들은 F1과는 거리가 먼 브랜드들의 것이다. 그러므로 F1 기술이 제대로 접목된 V10 엔진은 BMW가 처음인 셈이다. 게다가 F1에서 사용하는 SMG까지 갖추고 등장했으니 M5와 F1 머신은 유전자 확인을 통해서도 친자확인이 가능할 듯하다.

샌드 캐스팅 공법으로 만들어져 고도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새로운 V10 엔진은 배기량이 4,999cc로 V8 5리터로 표기하는 이전 M5의 4,941cc에 비해 약간 늘어났다. 하지만 출력의 증가는 무려 107마력에 달한다. 5리터 엔진으로 507마력을 마크함으로 M3의 직렬 6기통 3.2리터 343마력 엔진과 함께 자연흡기 엔진으로 리터당 100마력을 넘는 엔진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다른 메이커로는 페라리에서 엔초의 V12와 V8 계열 엔진들, 그리고 혼다 S2000이 있었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회전수가 8,000rpm에 이른다는 점이다. 회전수와 마력과의 상관관계를 알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수퍼카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는 507마력의 파워 못지않게 새 M5의 멋진 점은 평소에는 400마력만 사용할 수 있도록 잠가 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불필요한 출력의 낭비를 줄이면서 주행하다 원할 때는 언제든지 버튼 하나로 그 봉인을 풀고 500마력, 혹은 507마력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했다.
최대토크는 53.0Kg.m/6,100rpm에 이른다.

변속기는 3세대로 진화한 SMG다. 클러치 패달을 없애고 자동변속기의 편의성을 갖추었지만 토크 컨버터를 가진 자동변속기와는 달리, 클러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 조작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방식으로 그 근본은 수동변속기다. 그런 만큼 성능과 연비에서 손실이 없다. 특히 변속시간은 프로 드라이버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SMG II보다 20%가 빨라졌다.

시동을 걸 땐 먼저 레버를 N에 위치시킨 후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리고 레버를 우로 밀면 D모드가 된다. 이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 즉 크리핑 현상이 없다. 엑셀을 밟아야만 차는 움직이다. 언덕에서는 당연히 뒤로 밀린다. 하지만 SMG II와는 달리 새로운 M5는 언덕에서 뒤로 밀리지 않는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1초 동안 브레이크를 유지해 주는 힐홀드 기능 때문이다. 이 1초 이내에 엑셀을 밟아 출발하면 그만이다. SMG와 같은 형태의 변속기들에서 불편한 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언덕에서 뒤로 밀리는 현상과 주차 등 아주 조금씩 움직여야 할 때 크리핑이 없어 미세한 조작이 힘들다는 점 등인데, 신형 SMG는 그 중 하나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하였다.

D모드에서는 변속기 아래 마련된 버튼으로 1단계에서 5단계로(S모드에서는 6단계로) 변속 타이밍과 클러치 작동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낮은 rpm에서 부드럽게 변속을 마무리해 준다. 일반적인 시내 주행에서는 1단계가 가장 적합할 듯하다. 액셀을 밟은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선 거의 10Km/h에 한 단씩 변속할 정도로 아주 낮은 회전수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며 이 때 충격도 가장 적다. 좀 예민하다면 변속 시 약간의 울컥임을 느낄 수 있지만 그리 예민하지 않거나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있다면 거의 무시 될 정도로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이전 세대 SMG와 비교할 때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진 부분이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높은 회전수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며 변속 시간도 빨라진다. 그런 만큼 변속 충격도 좀 더 커진다.
이처럼 높은 회전수를 이용한 다이나믹한 주행을 하고자 한다면 기어 레버를 우측으로 한 번 더 밀어 S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스티어링 휠 뒤에 달린 패들을 당겨도 S모드로 전환된다.
S모드에서는 기어레버나 패들을 이용해 변속할 수 있다. 가장 강력한 달리기를 원한다면 회전수가 옐로우존을 지나고 8천 rpm 근처 레드존에 이르러 계기판이 깜박거릴 때 신속하게 기어 레버를 당기면 된다. SMG III에서도 BMW의 일반 스텝트로닉 변속기와 같이 기어를 앞으로 밀면 시프트 다운, 당기면 시프트 업이다. 타 회사 차량과는 반대다. 패들을 이용할 경우 오른쪽 패들을 당기면 업, 왼쪽 패들을 당기면 다운이다.
여기서 잠깐 매끄럽게 변속할 수 있는 SMG 조작 팁을 소개하자면, 기어를 올릴 때는 레버를 당기는 순간 잠깐 엑셀 페달을 놓았다가 다시 가속해 주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어를 내릴 때는 오히려 엑셀을 계속 밟고 있는 상태에서 변속하는 것이 훨씬 매끄럽다.
기어 레버와 패들의 두 가지 변속 방법 중에서는 기어 레버로 변속할 때 조작감이 훨씬 좋다. 가볍게 손목의 스냅을 이용하듯 당기거나 밀어주면 가볍고 절도 있게 작동된다. 반면 뒷면에 고무를 부착해 그립을 좋게 한 새로운 디자인의 패들은 기어 레버에 비해 작동 시 좀 빡빡한 느낌이다. 또한 조작 시 딸깍하는 소리도 좀 거슬린다. 보다 편리하고 주행 중 안정성도 높은 패들 대신 자꾸만 기어 레버에 손이 가는 이유다.


8,000 ~ 8,200 rpm 사이에서 변속할 때 1단에서는 70Km/h, 2단에서는 104Km/h, 3단에서는 155Km/h, 4단에서는208Km/h, 그리고 5단에서 8,000rpm에 이르렀을 때 제원표상의 속도 제한선인 250Km/h에 이른다. 하지만 6단으로 바뀐 후에도 가속은 계속 이루어져 270Km/h에 이르자 마침내 연료 차단과 함께 속도 제한이 작동했다. 하지만 그 시점까지도 가속에 전혀 무리가 없었던 점을 감안할 때, 속도 제한이 없다면 300Km/h까지도 계속해서 뻗어나갈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물론 정지 가속과 추월 가속도 탁월하다. 제원표 상 0~100Km/h 가속은 4.7초에 끝난다. 정말 총알 같은 가속인 만큼 등에 가해지는 압력은 대단하지만 차체가 크고 안락해진 탓인지 체감상의 가속력은 그에 약간 못 미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차이라는 것도 일반인이라면 등골이 오싹한 가속력에 정신을 빼앗겨 결코 느낄 수 없는 부분이다.
7단 SMG와의 매칭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시프트다운 시 회전수를 맞추어 주는 기능이다. 레이싱에서 사용하는 더블 클러치와 힐앤토에 해당하는 기술로 기어를 내릴 때 아래 단 기어에 맞는 회전수로 높여서 클러치를 미트 시킴으로써 울컥임으로 인한 불필요한 하중이동을 막고 매끄럽게 변속을 마무리 해주는 것이다.
기어를 내려서 가속하기 위해 기어 레버나 패들을 조작하면 순간적으로 회전수가 상승하는 ‘휑’하는 소리와 함께 기어는 순식간에 아래 단에 물려 있지만 차체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조금의 미동도 없다. 가속 페달을 지긋이 밟으면 강력한 토크를 뿜으며 M5는 돌진한다. 보다 강력한 가속을 원하면 당연히 두 단, 혹은 상황에 따라 세 단을 내리면 된다. 연속 힐앤토인 셈이다. 그 이후의 폭발적인 가속력은 상상에 맡긴다.
새로운 7단 SMG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어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매끄럽게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도의 정밀한 레이스를 위해 개발된 만큼 최대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숙달과 함께 정밀한 조작이 요구 된다. 결국 클러치 패달을 직접 밟는 더블 클러치나 힐앤토를 익힐 필요는 없어졌지만, 이제는 오히려 고도로 정밀한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새로운 레이싱 테크닉을 익혀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너무나 쉽게 세계 최고의 프로 드라이버 수준의 변속을 해 낼 수 있는 SMG이지만 이전 M5 수동변속기의 쫀득쫀득한 조작감과 탄력있는 클러치의 반발력이 그리워질 것 같다.

새로운 M5에는 이들 외에도 다양한 레이싱 장비(?) 혹은 편의 장비들을 탑재했다. 먼저 기어 레버 좌측 상단에 있는 POWER 버튼은 앞서 말했듯이 평상시 400마력의 힘으로 주행하다 버튼을 누르면 즉시 500마력 혹은 507마력을 모두 뿜어 낼 수 있도록 M 드라이버를 통해 세팅할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 사실 처음엔 400마력과 507마력의 차이가 바로 다가오지 않았다. 400마력이라는 힘 자체가 이미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번 파워 버튼을 켰다 껐다 하면서 반복해서 달려보면 107마력의 차이는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차이를 1/4이 증가됐다고 정량화 할 수는 없지만 일단 등에 가해지는 압박만 하더라도 차원을 달리함에는 분명하다. 솔직히 한대의 차량으로 400마력과 507마력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설정 자체부터가 무척 재미있는 발상이며, 기자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


아마 기자라면 평소에 늘 400마력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끼며 달릴 텐데, 과연 어떤 상대를 만났을 때 흥분된 마음으로 파워 버튼을 누르게 될 지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다.
그 아래에는 자세 안정 장치인 DSC를 켜거나 끄는 버튼이 위치하고 그 아래에 EDC라는 버튼이 위치한다. 전자식 댐핑 컨트롤의 약자인 EDC 버튼을 누르면 댐퍼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불이 꺼진 상태가 가장 부드러운 노멀이고, 불이 2개 들어오면 곧장 서킷으로 달려들어도 될 만큼 단단한 레이싱 모드가 된다.
이러한 다양한 세팅 모드를 종합적으로 일괄 관리하는 MDM(M Dynamic mode) 시스템을 더했는데 M 드라이브를 통해 댐핑 강도, 최고출력, 변속 타이밍 등 무려 279가지의 다양한 조건을 운전자가 원하는 가장 강력한 상태로 세팅해 놓으면 스티어링 휠의 M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으로 즉시 레이싱 모드로 돌입할 수 있도록 했다.

M5에서 의외라고 느낀 것은 바로 배기음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Z4 이후 등장한 모델들마다 대부분 배기음을 강조해서 오히려 매력적인 엔진음이 묻히는 결과를 보여 아쉬웠었는데, 새 M5는 제대로 엔진음을 살릴 수 있게 과장된 배기음을 적절히 배제했다. 아이들링 시에는 바리톤이라기엔 약간 높고, 테너라기엔 약간 낮은 듯한 엔진음이 외부에서만 조금 크게 전달되고 실내에선 아이들링 소음이 거의 없다.
엔진음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기로 유명한 BMW, 그것도 M5에 있어서 이 선택은 탁월했다고 보여진다. 아이들링 때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하던 엔진은 회전수를 올리면서 아주 우렁차고 경쾌한 엔진음을 선사한다. 이전 모델에 비해 훨씬 높아진 회전수를 감안했을 때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테너에 가까운 고음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욱 우렁차고 가슴벅찬 바리톤 음색으로 변했다. 분당 8천 회전을 만들어 내는 엔진의 우렁차고도 매끄러운 소리는 M5만의 매력임에 틀림없다. 엔진음이 원하는 수준으로 나오자 슬며시 배기음도 좀 더 우렁찼으면 하는 변덕스러운 바람이 고개를 드는 건 역시 간사한 인간의 본 모습인가 보다.

이미 정평이 나있는 50:50에 가까운 앞 뒤 무게 배분과 첨단 액티브 프론트 스티어링, EDC가 더해진 탄탄한 앞 서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예리한 핸들링의 진수를 맛보게 해 준다. 앞 255/40 ZR19, 뒤 285/35 ZR19의 초광폭 타이어가 거대하고도 무거운 차체를 노면에 밀착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또한 강력한 브레이크에도 일등 조력자가 되어준다.

M5를 일컬을 때 너무나 많이 들어온 말이 있다. ‘양의 탈을 쓴 늑대’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전까지의 M5는 외관상 약간의 차이점 외에도 기본적인 주행특성에서부터 일반 5시리즈와는 차이(수동변속기, 단단한 하체 등)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양의 탈을 썼으면서도 늑대의 꼬리까지 제대로 감추지는 못했었는데 새로운 M5는 거의 완벽하게 늑대의 모습을 숨기는데 성공한 듯하다.
그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 7단 SMG의 공이 가장 크며, 다음으로는 전자식 댐핑 컨트롤인 EDC에 의한 부드러운 승차감, 아이들링 시 또는 저회전 주행 시 놀라운 정숙성, 그리고 파워를 400마력에 잠궈 놓을 수 있는 기능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M5는 일상에서 보다 더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레이싱 머신으로 돌변했을 때의 강력한 성능이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긴다. 결국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가끔씩 야수의 본성을 드러내는 정도로는 M5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 차라리 서킷을 본 무대로 마음껏 달리다가 가끔은 도로에도 뛰쳐나올 수 있는 그런 이미지가 더욱 어울린다. 영화 드리븐이나 미녀 삼총사에서 포뮬러카가 도로 위를 질주하던 것처럼 말이다.

M5와 함께라면 지금 즉시 서킷으로 달려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레이싱 테크닉인 SMG를 보다 더 정밀하게 조작하는 기술을 익혀야 하겠다.



주요제원 BMW M5(E60)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55×1,846×1,469mm
휠 베이스: 2,889 mm
트레드 :앞/뒤 1,580×1,566 mm
공차중량: 1,890 kg
연료탱크 : 70리터
수화물 적재용량 : 500리터

엔진: 4,999cc V10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92.0×75.2mm
최고출력: 507bph/7,750rpm
최대토크: 520Nm/6,100rpm

구동방식: FR
트랜스미션: 7단 SMGIII
기어비 : 1단:3.985/ 2단:2.652/ 3단:1.806/ 4단:1.392 / 5단:1.159 / 6단:1 / 7단: 0.833 후진:3.985
최종감속비 : 3.62

서스펜션 앞/뒤 : 스트럿/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 전 255/40ZR19, 후 285/35ZR19

성능 :
0-100km/h : 4.7초
안전최고속도 : 250km/h

연비: 유럽 기준 14.8 리터/100km
가솔린 옥탄가:
차량 가격 1억6890만원(부가세 포함)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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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로드스터 Z4가 쿠페로 변신했다. 하늘을 포기한 대가로 얻은 캐빈은 멋진 뒷 모습과 함께 뛰어난 강성과 아늑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 Z3 쿠페에 비해 월등히 예쁜 뒷 모습이 돋보이고 265마력의 강력한 파워는 폭발적인 달리기를 선사한다. 2명만을 위한 공간은 로드스터에 비해 아늑하고 화물칸도 넉넉하다. 독특한 외모와 강력한 달리기를 갖춘 Z4 쿠페는 개성으로 똘똘 뭉친 거리의 악동이다.

글, 사진 / 박기돈 (메가오토 컨텐츠 팀장)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BMW Z3에 소프트탑을 떼어내고 하드탑을 얹어 쿠페로 만든다는 생각은. 우아하고 빠른 정통 로드스터 Z3를 좀 더 아늑하게, 그리고 실용적으로 즐기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게 Z3를 베이스로 한 Z3 쿠페가 베일을 벗었을 때, 참 난감했다. 예쁘다고 보기는 힘드니 못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냥 개성 있다고만 해야 하나?
돌이켜 보면 Z3 쿠페는 독특한 발상이었다. 당시 Z3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SLK가 바리오루프로 인기를 얻고 있었던 만큼 쿠페의 아늑함과 보다 강력한 퍼포먼스가 그리웠을 법하다. 하지만 노즈가 길고 데크가 짧은 정통 로드스터에 지붕을 얹으면서 쿠페라기 보다는 해치백에 가까운 모습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덕분에 2개의 시트 뒤에는 넉넉한 화물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 때 기자는 Z3 쿠페를 화물 밴으로 등록할 수 없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Z3 쿠페를 공식적으로 만나 볼 수는 없었다. 기자는 마침 지인이 M 쿠페를 들여와 잠시 시승해 볼 기회를 가졌었다. M 로드스터의 강력한 퍼포먼스를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개성이 강한 만큼 희소성이 높아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었다.

Z3가 Z4로 업그레이드 되고 나서 다시 Z4를 베이스로 한 쿠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으로 먼저 만난 Z4 쿠페는 그저 Z3 쿠페의 Z4 버전처럼만 보였다. 아니, Z3 쿠페에 실망한 적이 있던 터라 Z4 쿠페도 그냥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마주 한 실물은 분명 그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Z3 쿠페의 뒷모습은 뭐라 하기 곤란할 정도로 애매한 디자인이었지만 Z4 쿠페의 뒷 모습은 세련되었으며 Z4와 참 잘 어울렸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쿠페임에 틀림없다.

또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BMW의 행보를 따른 모델이 또 있다는 거다. Z4와 경쟁하는 포르쉐 박스터를 기본으로 만든 쿠페 포르쉐 카이맨이 그것이다. 이로서 아우디 TT와 메르세데스-벤츠 SLK를 포함해서 로드스터 경쟁의 핵심이었던 독일의 대표적인 4개 브랜드가 모두 쿠페와 로드스터를 갖게 된 셈이다(물론 SLK는 한 대로 두 가지 역할을 감당한다).

Z3의 파생모델로는 Z3 쿠페와 M 로드스터, M 쿠페가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M 로드스터와 M 쿠페에는 Z3라는 이름을 같이 사용하지 않았다.
Z4가 등장하고 나서 역시 Z4 쿠페와 함께 M 버전 파생모델들도 모두 등장했다. 하지만 Z3 M 버전 모델들과 구분하기 위해 이제는 Z4 M 로드스터, 그리고 Z4 M 쿠페로 이름을 부른다.

Z4 쿠페를 이해할 때 한가지 중요한 점은 원래 로드스터로 개발된 차를 기본으로 지붕을 얹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쿠페를 먼저 만든 다음에 지붕을 잘라내고 강성을 보강해서 카브리올레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쿠페보다 카브리올레가 중량이 더 무겁다. 하지만 Z4 쿠페는 이미 완벽한 강성을 가진 로드스터에 지붕을 더한 만큼 강성은 당연히 더 높아지고, 덩달아 차체 중량도 쿠페가 더 높다. 이런 점이 운동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해 진다.


이제는 당당히 쿠페다

Z4 쿠페의 앞 모습은 페이스리프트 된 로드스터 Z4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넓은 보닛의 부드럽게 넘실대는 곡면과 그 끝에서 예리하게 잘라나가는 선은 Z4가 등장한 지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멋지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예리한 느낌으로 변한 범퍼는 이제 많이 익숙한 느낌이다.

옆 모습에서는 전통적인 로드스터의 비례에 충실한 롱노즈 숏데크 스타일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뒤쪽에는 지붕이 덮여져 있어서 뒤로 기우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지만 Z4의 예리하고도 강렬한 라인들이 멋지게 뒤쪽을 떠 받치고 있다.
특히 앞쪽 펜더의 Z 라인에서 사선으로 치고 올라가는 라인이 A필러를 지나 아치를 그리며 떨어지는 라인은 로드스터에서는 만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포인트다. 자연스럽게 사선을 따라서 매력적인 뒷 모습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새로운 5 스포크 17인치 알루미늄 휠은 디자인은 멋진데,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이다. 타이어는 뒷 바퀴 굴림 스포츠카답게 앞 뒤 사이즈가 다르다. 앞은 225/45R17, 뒤는 255/40R17 브리지스톤 포텐자다.

Z4 쿠페는 당연히 뒷 모습이 중심이다. 하지만 Z3 쿠페가 뒤 모습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Z4 쿠페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출중하다. 특히 트렁크 리드의 모습은 BMW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한 수작임에 틀림없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뒷 모습으로 꼽고 있던 6시리즈와 비교하더라도 부분적으로는 Z4 쿠페가 더 멋지다. 그만큼 더 역동적이다. 비록 윗 급 Z4 M 쿠페가 있긴 하지만 Z4 쿠페도 너무나 다이나믹한 차인 만큼 범퍼 아래 트윈 머플러를 좌우에 모두 넣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바람이다.

뒤 해치는 트렁크 리드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BMW 로고의 윗 부분을 눌러서 회전시키면 열린다. 뒤 차체는 짧아 보이는데도 해치는 상당히 길다. 특히 C필러를 감싸며 덮고 있는 해치의 옆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Z4 쿠페의 외모에서 숨어있는 개성은 지붕 위를 가르는 홈이다. 홈이라기 보다는 상당히 넓은 띠처럼 살짝 파여져 있는데, 마치 튜닝 메이커 자가토의 버블 탑을 보는 듯하기도 하다.


아늑한 실내, 여유있는 화물 공간

실내는 지붕이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제외하면 Z4 로드스터와 똑같다. 물론 2인승으로, 시트 뒤는 격벽을 통해서 뒤 트렁크와 연결된다. 센터페시아와 센터 터널을 직각으로 교차시키는 브러시드 알루미늄 트림이 돋보인다. 로드스터와 달라진 것은 시트 색상정도다. M 버전의 시트를 장착했던 Z4 3.0 Si와는 달리 쿠페는 Si 모델임에도 일반 시트를 달았다. 시트가 얇고 넓어 보이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몸을 지지해 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물론 시트가 낮게 깔린 만큼 드라이빙 포지션도 낮아 강력한 Z4 쿠페의 다이나믹한 성능과 잘 어울린다.
앞쪽 시야는 로드스터와 다를 바가 없지만 고정된 천정이 있는 만큼 심리적으로 약간 더 답답해 보이긴 한다. 뒤쪽 시야도 로드스터 보다 좁고 두터운 C필러가 몽땅 시야를 가려 후진 시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작고 두툼하면서 그립감이 좋은 스티어링 휠에는 좌우에 각각 패들 시프트를 달았다. 미니 쿠퍼 S의 것과 같은 모양으로 앞쪽에서 패들을 누르면 시프트 다운이 되고 뒤쪽을 들어 올리면 시프트업이 된다. 알루미늄 재질로 마무리한 패들은 같은 재질의 스티어링 휠 스포크와 잘 어울린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푸시 타입의 엔진 스타트 버튼도 마련되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Z4 쿠페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센터 페시아 위쪽 중앙에는 처음 만나는 팝업식 모니터가 장착되었다. AV 시스템이나 온보드 컴퓨터의 모니터 역할을 감당한다. 상하 각도를 조금씩 조절할 수도 있다.


거침없는 가속과 탁월한 안정감 돋보여

Z4 3.0 Si 쿠페에 장착된 파워 트레인은 Z4 3.0 Si 로드스터와 같다.
BMW가 자랑하는 직렬 6기통 3.0리터 엔진은 최신 더블 바노스 시스템이 더해져 최고출력이 265마력/6,600rpm에 이르고 최대토크는 32.1kg.m/2,500rpm에 이른다. 로드스터 시승 때도 설명했듯이 이전 Z4 로드스터에 얹혔던 231마력보다 출력이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신형 330i 세단보다도 높아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최고 수준의 파워를 자랑한다. 물론 Z4 M 쿠페에는 자연흡기로 리터랑 100마력을 넘는 3.2리터 엔진이 장착되기도 한다.
노즈가 긴 만큼 엔진룸을 열어보면 긴 직렬 6기통 엔진이 들어가고도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엔진을 앞 바퀴 축 뒤에 배치하는 프론트 미드십 스타일이어서 엔진을 낮게 배치할 수 있고, 더불어 차체를 더 날렵하게 만들 수 있었다.

변속기는 수동 6단과 스텝트로닉 6단이 장착되는데, 국내에는 스텝트로닉 변속기만 얹혀 들어온다. 이 변속기는 성능뿐 아니라 변속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변속기 중의 하나다. 최근 BMW 세단들은 같은 자동 6단 변속기이지만 변속 소프트웨어가 약간 바뀌었다.
스티어링 휠의 패들로도 변속할 수 있고, 변속기 레버 앞쪽에 배치한 SPORT 버튼을 누르면 자동 모드이면서도 낮은 기어와 높은 회전수를 사용하며 달릴 수 있어 편의성과 다이나믹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Z4 쿠페의 가속력은 탁월하다. 제원표 상의 0~100km/h 가속은 로드스터의 6.2초 보다 빠른 6초다. 제공되는 제원에 약간 오차가 있지만 로드스터 보다 40Kg 정도 더 무거운 쿠페가 로드스터보다 오히려 가속이 빠르다는 것이 특이하다. 엔진은 같고 중량은 더 나가지만 공기저항이 적고, 편평비가 낮은 타이어를 장착한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일까? 어쨌든 성능에 약간의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체감상으로는 로드스터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밀폐된 공간인 만큼 로드스터보다 배기음과 바람소리가 약해 감각적인 자극면에서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풀 가속을 하면 레드존인 7,000rpm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며 각 단별로 50, 90, 140, 200Km/h를 마크한다. 5단으로 변속 후에는 가속 하는데 시간이 조금씩 더 걸리지만 제원표 상 속도 제한이 걸리는 250km/h를 조금 더 지나 6,700rpm에서 260km/h를 마크하고 속도가 차단된다. 이 속도까지 가속은 말 그대로 거침없다. 끝으로 갈수록 속도 상승은 서서히 늦어지지만 머뭇거림이나 허덕임은 전혀 없다. 오히려 로드스터보다는 공기의 저항이 적은 만큼 훨씬 매끈하고 조용하게 이루어진다.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제동력도 우수하다. 특유의 노면 소음이 다소 심한 것을 제외하면 Z4 쿠페는 빠르게 달리는 데 있어서는 탁월하다.

수동모드로 달리는 것 또한 이런 차들의 매력이다. 수동모드에서도 킥 다운이 가능하고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는 방식이어서 어느 정도의 편의성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수동모드의 매력은 역시 고 회전 영역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기어 단수로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와이딩 로드를 고속으로 주행하려면 필수적인 요소다. Z4 쿠페에는 스티어링 휠에 패들이 마련되어 있어 더욱 정교하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다.


핸들링도 예리하고 즉각적이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의 직경이 작고 스티어링에 유격이 적어 반응이 즉각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트 포지션이 차체 앞쪽에 위치한 차들과는 달리 상당히 뒤쪽에 배치되어 있는 만큼 몸이 느끼는 차체의 움직임은 다소 특이하다. 차선 변경의 경우 차체의 머리는 빠르게 방향을 바꾸지만 몸이 따라가는 것은 반 박자 늦다. 다소 반응이 느리다고 생각이 들 수 도 있는 부분이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코너를 돌아 보면 코너를 탈출 할 때 뒤가 살짝 흐르는데, 그 흐르는 정도는 일반 차들보다는 큰 느낌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운전석이 뒷 바퀴에 가깝기 때문이다.
Z4 쿠페는 뒷 바퀴 굴림 방식인데다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코너를 탈출할 때 조금 과격하게 엑셀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뒤가 흐른다. 하지만 기자가 카운터 스티어를 해야 할 수준에 이르기 전에 DSC가 자세를 바로 잡는다. 이제 DSC는 편안하게 몸을 맡기고 다이나믹한 주행을 즐기기에 필수적인 장비가 된 것 같다. 자동 변속기가 당연하게 받아 들여지는 것처럼…… 물론 그 결과는 모든 운전자를 노련한 레이서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시승차는 Z4 로드스터 3.0Si보다 한 치수 낮은 휠과 타이어를 신고 있다. 그럼에도 노면을 읽으면서 주행하는 느낌은 여전하다. 특히 앞 바퀴가 노면의 작은 굴곡과 요철에 반응하는 정도가 상당히 예민해, 올림픽 대로의 약간 굴곡진 노면을 달릴 때면 스티어링 휠이 살짝씩 돌아간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터럿, 뒤 센터럴 암 방식으로 상당히 단단하게 세팅되어 있다. 노면이 매끄러운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릴 때는 최고의 안정감을 제공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노면이 고르지 않은 길을 달릴 때는 튀는 느낌을 어쩔 수 없다. 좀 더 안락한 자동차가 그리워 지더라도 단단한 Z4 쿠페를 탓하기 보단 엉망인 도로를 탓하는 것으로 해소 해야겠다.

쿠페를 선택할 것인가, 로드스터를 선택할 것인가는 언제나 어려운 질문이다. Z4 쿠페 또한 로드스터가 갖지 못한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 그 가치가 돋보인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가격에서 약 700만원 정도 더 싼 만큼, 멋진 스타일과 강력한 성능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유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BMW Z4 쿠페 3.0si 주요 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091×1,781×1,268mm
휠베이스 : 2,495mm
트레드 (앞/뒤) : 1,473/1,523mm
차량중량 : 1,350kg

엔진
형식 : 직렬 6기통 DOHC
배기량 : 2,996cc
최고출력 : 265마력/6,200rpm
최대토크 : 32.1kg.m/2,500mm
보어×스트로크 : 85.0×88.0mm
압축비 : 10.7 :1
구동방식 : FR

트랜스미션
스텝트로닉 6단 자동
기어비(1/2/3/4/5/6/R) : 4.35/2.50/1.67/1.23/1.00/0.85/3.93
최종감속비 : 3.46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센트럴 암
브레이크 : 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ESP: Electric power steering)
타이어 (앞,뒤) : 225/45R17, 255/40R17

성능
0-100km/h : 6초
최고속도 : 250km/h (속도 제한)
연료탱크 : 55리터
연비 : 10.0km/ℓ

가격
7,290만원 (VAT 포함)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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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입문용 모델로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박스터S는 기본형 박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열이 확실한 포르쉐 가문에서 박스터가 911을 추월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 박스터S의 잠재력은 상위 모델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며, 자신만의 개성 또한 뚜렷해 ‘꿩 대신 닭’이기를 거부한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시조모델인 356의 적자(嫡子)로서 후미엔진-후륜구동의 전통을 이어온 911의 상징성으로 인해 그 외의 엔진배치를 가진 포르쉐들은 번번이 판매부진의 쓴 잔을 마셔 야 했다. 박스터 이전의 엔트리 급 포르쉐로서 앞엔진-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던 924/944/968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1993년 컨셉카로 첫 선을 보인 뒤 96년부터 양산된 코드네임 ‘986’ 박스터는 엔진을 운전석 뒤에 탑재한 미드십(midship) 모델이면서도 판매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어 당시 재정위기에 처해있었던 포르쉐를 기사회생시켜냈다.


박스터는 포르쉐의 첫 본격 경주용차였던 ‘550 스파이더’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550은 1950년대의 성공적인 레이스카로, 1.5리터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운전석 뒤에 탑재한 극단적으로 낮은 차체의 ‘경량’ 로드스터였다. (얼마나 경량이었는고 하면, 550이라는 모델명이 몸무게 550kg을 의미하는 것이었을 정도다.) 제임스 딘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당시 타고 있었던 차로도 유명한 550의 인기와 가치는 복제차의 단골 메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포르쉐의 공식 사진 속 박스터가 ‘550’이라는 숫자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550을 계승한 박스터는 애초부터 로드스터로 구상되고 설계된 보기 드문 포르쉐였다. 모델명은 ‘수평대향 엔진’을 뜻하는 ‘박서(boxer)’와 ‘로드스터(roadster, 비고정식 지붕을 가진 가벼운 2인승차)’의 합성어. 데뷔 당시에는 911(996)과 같은 수냉식 수평대향엔진을 쓰되 배기량을 낮춰, 2.5리터 6기통 엔진을 운전석과 뒤차축 사이에 배치했었다.


무게중심이 낮은 엔진을 앞뒤 차축 사이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박스터는 스포츠카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갖고 태어났다. 이는 태생적 매력만큼이나 그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 911과도 비교되는 부분이었다. 대신 엔트리 모델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한껏 낮춰진 엔진 힘은 위협적인 경쟁모델들의 등장 속에 점차 약점으로 부각되었다.

다행히 턴어라운드의 일등공신으로 인정받은 박스터는 회사의 지원 속에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었다. 2000년형 모델부터는 3.2리터 엔진을 탑재한 고성능 버전 ‘박스터S’가 추가되었고, 기본형 박스터 역시 2.7로 배기량을 늘렸다. 3년 후에는 같은 배기량으로 출력을 더욱 상승시켰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박스터는 2004년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한 2세대 모델 ‘987’로, 오리지널 박스터를 기본으로 하되 80%의 부품을 새로 만들었다. 오리지널에는 없었던 쿠페형 모델이 카이맨/카이맨S (987.110/987.120)라는 독립 모델로 추가된 것도 특징. 카이맨S가 첫 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박스터S가 3.2리터 280마력, 카이맨S가 3.4리터 295마력으로 차이를 갖고 있어 카이맨이 박스터의 상위 모델로 자리하는 듯 했으나 박스터 역시 2007년형부터는 동일한 엔진을 이식 받음으로써 대등한 관계가 되었다.

잠잠하다 싶으면 이뤄지는 출력증강 덕분에 박스터는 어느새 911을 위협할만한 수준까지 올라섰지만 포르쉐는 교묘하게 911을 보호하고 있다. 박스터 계열과 911계열은 기본적으로는 같은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그 배기량은 박스터와 카이맨이 2.7리터(245마력), 박스터S와 카이맨S가 3.4리터(295마력), 911 카레라가 3.6리터(325마력), 911 카레라S가 3.8리터(355마력)로 그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911 카레라와 카레라S가 그렇듯이 박스터와 박스터S도 배기량과 출력 외에 일부 사양을 달리 하고 있다. 박스터는 수동이 5단이지만 박스터S는 6단이라던지, ‘포르쉐 세라믹 콤포지트 브레이크(PCCB)’는 박스터S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외관상으로도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박스터S의 앞 범퍼에는 번호판 밑으로 흡기구가 하나 더 뚫려있고, 측면 흡기구는 티타늄색으로 도색 되어있다. 기본 휠도 1인치가 더 큰 18인치이고 더 큰 브레이크 디스크에 캘리퍼도 빨간색으로 달았다. 후면에서는 뒷범퍼 가운데로 나온 배기구의 구멍이 두 개로 나뉜 점이 다르다.

뒤쪽 트렁크의 용량은 130리터로, 뒤로 갈수록 높이는 낮아지고 폭은 넓어지는 형상을 갖고 있다.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엔진 언저리에 놓인 공간치고는 제법이고, 지붕수납공간과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지붕개폐여부에 따른 용량 변화도 없는 것도 특징이다. 다만 그 안의 화물은 엔진과 배기시스템의 열에 의해 뜨뜻하게 데워지며, 사용자 역시 무언가를 싣거나 내리기 위해 차 뒤에 서 있다 보면 배기구로부터의 압력과 열 때문에 하체에 묘한 자극을 느끼게 된다.


작년 포르쉐의 우리나라 판매대수를 보면 911이 132대, 박스터와 카이맨이 합쳐서 71대로, 대중적인 엔트리 모델인 박스터 계열이 오히려 911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혹자는 그 이유로 골프백의 수납가능여부를 든다. 일반 911의 경우에는 두 사람이 타고도 뒷좌석 공간에 골프백을 집어 넣을 수 있지만 2인승인 박스터와 카이맨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어서 실수요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은, -골프백 나름이긴 하겠지만- 박스터/카이맨의 트렁크에도 골프백 하나 정도는 들어간다. 특히 ‘포르쉐 디자인’의 골프백이라면 두 개까지도 넣을 수 있다고 포르쉐는 주장하고 있으니, 정말 그런 이유로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실수요자가 있다면 확인해 볼 일이다. 어쨌든, 결코 적지 않은 3.4리터 배기량의 엔진 뒤(위)로 골프백이 들어갈 정도의 트렁크와 지붕이 접혀 들어가는 공간을 마련하고도 납작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 박스터의 알찬 패키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스터의 리모컨에는 트렁크 잠금 해제 버튼이 두 개. 앞 바퀴 사이에도 트렁크가 있는 것이다.

용량으로만 따지자면 130리터:150리터로 뒤쪽보다 앞쪽의 트렁크가 더 크다. 이쪽은 좁고 깊은 형상인지라, 예전의 김장독 냉장고나 통돌이 세탁기 따위를 연상시킨다. 사람이 하나 웅크리고 들어가 앉아도 될 것 같은 부피인데, 기자가 들어가면 왠지 바닥이 꺼질 것 같은 상상 때문에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이곳에도 ‘포르쉐 디자인’의 알루미늄 여행가방을 넣으면 딱이다.


앞쪽 트렁크에는 안전삼각대가 비치되어 있고 DVD체인저 설치용의 공간도 마련되어있다. 그 옆쪽으로는 브레이크 오일 보충구멍, 뒤쪽으로는 와이퍼 박스와의 사이 가운데 부분에 배터리가 자리하고 있는데, 물론 모두 깔끔한 커버로 덮어 감춰놓았다. 엔진오일과 냉각수 보충용의 구멍은 뒤쪽 트렁크의 엔진 방향에 따로 두고 있다. 엔진 윤활은 드라이섬프 방식이고 엔진오일 주입구가 오일팬까지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일량은 딥스틱 대신 센서가 측정해 계기판에 표시해준다.

지나치달 정도로 가볍게 작동하는 손잡이를 잡아당겨 운전석 도어를 여니 머리부분에 포르쉐 마크가 양각된 가죽시트와 빨간색 안전벨트, 카본룩의 도어 스커프 등이 눈에 들어온다. 밝은 색 스티칭이 들어간 가죽시트는 등받이각도조절만 전동식이고 높낮이와 거리는 수동으로 조절한다. 실내질감은 전반적으로 고급스럽지만 일전에 가죽 팩키지 옵션이 적용된 박스터를 먼저 봐버린 탓에 기본형의 그것은 다소 심심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옵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박스터S에 기본으로 적용되는 가죽마감은 도어트림 일부와 센터콘솔 뒷부분 등에 국한된다. 그나마 옵션인 빨간색 벨트가 무채색의 실내에 산뜻한 액센트가 되어주고 있었다. 일반 양산차와 달리 광범위한 옵션의 선택이 가능해 자신만의 차를 꾸미기가 용이한 것도 포르쉐의 장점 중 하나다.


시동키를 꽂는 구멍은 스티어링컬럼 왼편의 대시보드에 자리하고 있는데, 방향도 바깥쪽으로 약간 틀어져 있어서 차에 타지 않고도 쉽게 꽂거나 돌릴 수 있다. 오래 전 자동차경주에서는 드라이버가 차까지 뛰어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과정까지도 경주의 일부였다던가. 헐레벌떡 차까지 뛰어와 도어를 여는 것과 동시에 엉덩이를 시트에 던져 넣고, 왼손으로는 시동을 걸면서 오른손으로는 1단 기어를 넣었을 전설의 고향 속 드라이버들을 상상해 본다. 순정 리모컨으로 원격시동을 걸거나 키를 꺼낼 필요도 없이 시동버튼만 누르면 끝인 요즘 세상에서는 특히나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전통이라 하겠다.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시동을 끌 때 어느 쪽으로 돌려야 꺼지는지 잠시 망설여지기도 한다. 처음 키를 꽂아 돌리면 오일량을 체크하고 있다는 내용이 몇 초간 계기판의 액정에 표시되고, 잠시 후 OK 사인이 떨어진다. 시동을 걸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한다.

세 개의 실린더를 겹쳐놓고 지붕을 씌운 뒤 뒷면을 철망으로 막은듯한 형상의 계기판은 검정색 바탕인 박스터와 달리 은색을 써 차별화했다. 세 개의 계기모두 하단에 액정화면을 마련해 주행거리와 시간, 온도 등을 항상 표시해주니 편하고, 변속모드를 자동(D)에 두더라도 현재의 단수가 표시되는 것도 마음에 든다. 속도계는 왼쪽에 치우쳐 있고 반원만을 사용해 300km/h까지 표기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읽기가 불편하지만, 가운데 계기 하단에 큼지막하게 디지털로 속도를 표시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가운데에 위치한 엔진 회전수 게이지가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200마력을 갓 넘겼던 초기의 2.5리터 박스터가 심어놓은 인식 때문인지, 기본형조차 245마력을 내게 된 현재에 와서도 박스터를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차’라며 아쉬워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시승차는 3.4리터의 배기량으로 300마력에 살짝 못 미치는 최고출력을 내는 박스터S. 변속기는 포르쉐 ‘팁트로닉S’로, 5단 자동에 스티어링휠의 버튼을 이용한 수동변속기능을 가미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메가오토에서 장기 시승차로 늘상 타고 있는 인피니티 G37(3.7리터, 333마력, 5단 AT)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물론 두 모델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맞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박스터는 G37의 한국 런칭 때 비교 상대로 불려나간 적도 있다. 일단 박스터S는 공차중량에서 300kg이 더 가볍다. 또, 럭셔리 GT 성격이 강해 평상시 소음을 잘 틀어막는 G37과 달리 엔진이 운전석 뒤에 놓인 박스터S는 미묘한 가속페달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민감한 신음소리로 반응해 끊임없이 운전자를 자극한다. 숨을 쭉 빨아들였다가 콱콱 내뱉는 듯한 그 거친 호흡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운전자는 단번에 쾌락의 세계로 내동댕이쳐진다. G37에서는 어쩌다 한번 가볼까 말까 한 세상이다.


그런가 하면, 모델명의 ‘S’에 기죽어 처음부터 거친 세팅을 예상했던 기자는 어이없을 정도로 부드러운 박스터S의 승차감이 당혹스러웠다. 단단하지만 몹시 유연하게, 그리고 무게감 있고 진지하게 움직이는 박스터S의 하체는 그 동안 스포티하다고 느꼈던 앞바퀴 굴림 모 쿠페의 그것을 단번에 경박스러운 싸구려로 인식하게끔 했다. 이것이 정녕 경량 로드스터의 그것이란 말인가? 박스터의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방식이고, 시승차는 승차감이 더 나빠져야 마땅한 옵션의 19인치 휠/타이어를 끼우고 있었다. 타이어 편평비는 35시리즈에 불과하다. 선입견과 편견, 상식이 모두 뭉개졌다.

사실 이러한 하체의 무게감은 묵직한 가속페달과 어우러져 차 자체가 잘 안 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각 순간에서 실제 속도를 확인해보면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는 차인데도 말이다. 이점은 순수 스포츠카로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랄수도 있지만, 포르쉐의 엔트리 모델로서 로드스터의 형태를 취한 박스터의 제품성격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일상주행에서의 편안함과 뛰어난 주행성을 함께 제공하는 박스터S의 하체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서스펜션 댐퍼의 전자식 감쇄력 조절장치인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와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는 박스터에서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시승차에는 후자만 적용되어 있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에는 이름처럼 대시보드 중앙의 원형 타이머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 버튼이 함께 딸려온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이 버튼을 누르면 가속 페달 입력에 대한 엔진반응이 더 빨라지고 팁트로닉S의 변속패턴이 바뀌며, 주행안정장치인 PSM의 간섭이 최소화된다.


넘치는 엔진 힘은 하체와 타이어의 한계를 쉽게 시험에 들게 하는데, 차의 뒷부분이 ‘슬슬슬’, 혹은 ‘쭉쭉쭉’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PSM은 비교적 신속하게 개입하는 편으로, 과도한 간섭으로 운전자의 사기를 꺾는 대신 만회할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들은 박스터의 운전을 더욱 쉽다고 느끼게 하니, 입문용 모델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셈이다.

제동반응은 일반 승용차에서 하듯이 살짝 밟아서는 다소 밀리는 듯한 감을 받게 되지만, 확실한 명령을 내릴수록 그에 상응하는 감속을 이뤄낸다. 적당히 푹신한 브레이크페달의 감각도 마음에 들지만, 급제동시의 타이어 비명은 애처롭다. 타이어는 앞 235/35ZR19, 뒤 265/35ZR19 사이즈로, G37, 아우디 TT와 같은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를 끼웠다.

매혹적인 포르쉐 노트를 발끝으로 잘 제어해 낼 수 있게 되면 실내는 의외로 조용한 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다가도 깊숙한 발 놀림 한번이면 깜짝 놀랄만한 공명음이 귓전과 가슴을 동시에 후려치며 정신 없는 가속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2,400rpm으로 박스터보다 조금 낮다. 이 상태에서 킥다운을 하면 기어가 3단에 들어가는데, 즉각적이고 부드러운 반응이 만족스럽다. 변속에 걸리는 시간은 0.2초라지만 체감 속도는 그보다 떨어진다. 예전에야 최고의 찬사를 받던 팁트로닉이지만 이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할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 수동모드에서는 킥다운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스포츠모드를 켜두면 엔진회전수가 한계에 달해도 자동 시프트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D에서도 수동조작은 가능한데, 8초간 추가조작이 없으면 다시 자동모드로 복귀한다.


변속기는 정차 시 2단을 유지하며, 스포츠모드에 놓더라도 잠시 1단에 머물렀다가 2단으로 바뀌는 것이 계기판을 통해 확인된다. 이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기어가 1단으로 내려가고 PSM의 도움으로 트랙션을 유지해가며 급가속이 시작된다.

자동변속의 스포츠모드를 기준으로 1단에서는 6,800rpm, 이후로는 7,000rpm을 살짝 넘기는 시점에서 변속이 이루어지는데, 1단에서 50km/h, 2단에서는 100km/h를 넘어선다. 0-100km/h 가속은 6.1초. 팁트로닉S의 일반 박스터는 7.0초가 걸리고, 6단 수동의 박스터S라면 5.4초가 걸린다. 3단까지의 쉴 틈 없는 가속에 비하면 4단부터의 가속은 여유가 있는 편. 이때는 이미 150km/h를 훌쩍 넘긴 시점이다. 0-160km/h 가속시간은 13.6초. 215km/h에서 5단으로 변속되고 나면 그리 어렵지 않게 250km/h도 넘어선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64km/h로, 수동 6단의 경우라면 272km/h까지 낼 수 있다.

일정속도를 넘어서면 감춰져 있던 리어 스포일러가 자동으로 솟아올라 고속안정성을 확보해주는데, 작동 자체는 센터페시아 하단의 버튼을 이용해 운전자 임의로도 선택할 수 있다. 공기저항계수는 박스터 수동이 0.29, 박스터S 팁트로닉S가 0.31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100km/h가 넘어서면서부터는 지붕 뒤쪽의 풍절음이 두드러지지만, 최고속에 가까워지더라도 지붕의 안정성이 신경 쓰이는 일은 없다. 지붕은 영어로 ‘압박(press)’이라고 쓰인 커다란 버튼을 눌러 잠금 장치를 튀어나오게 하고, 이를 뒤로 젖혀준 뒤에야 센터콘솔의 버튼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작동에 필요한 시간은 10초 남짓으로, 지붕의 체적이 작은 만큼 신속하게 개폐된다. 공식적으로는 50km/h 이하로 주행 중일 때 여닫을 수 있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0km/h이상 높은 속도에서도 작동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쪽 좌석 뒤로 솟아오른 롤바 사이에는 투명 플라스틱 판으로 만들어진 디플렉터를 결합시켜 실내에 들이치는 바람을 줄일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그 상태 그대로도 지붕을 닫을 수 있어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하다.

시승 기간 동안 500km가 조금 넘게 주행한 시승차의 평균연비는 6.5km/리터였다.


10여 년 전, 박스터의 데뷔와 함께 전열을 가다듬은 포르쉐는 박스터와 많은 부품을 공유한 수냉식 엔진의 새 911(996)을 안착시킬 수 있었고, 그 여세를 몰아 그야말로 이단이었던 SUV 카이엔까지 성공시킴으로써 다른 회사들이 부러워 미칠 만큼의 수익을 내는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세아트, 스코다 등을 거느린 유럽 최대의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의 지분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는 괴력을 발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연산 10만대가 안 되는 소규모 메이커가 6백 만대 규모의 자동차그룹을 호령하게 된 것이다.

막내인 박스터는 이처럼 회사를 살려낸 효자일 뿐 아니라 언니 못지 않게 매혹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에 시승한 박스터S는 스포츠카의 가치가 단순히 수치만으로 비교될 수 없는 것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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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박스터S (팁트로닉 S)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329 ×1,801×1,292mm
휠 베이스 : 2,415mm
트레드 (앞/뒤) : 1,486/ 1,508mm
공차 중량(DIN) : 1,395kg

엔진
형식 : 수평대향 6기통
배기량 : 3,387cc
보어×스트로크 : 96.0 x 78.0 mm
압축비 : 11.1:1
최고출력 : 295마력 / 6,250 rpm
최대토크 : 34.7kgm / 4,400~6,000 rpm
구동방식 : 미드십 후륜구동

변속기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1/2/3/4/5/R): 3.66/2.00/1.41/1.00/0.74/후진 3.91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맥퍼슨 스트럿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 앤 피니언

성능
0-100km/h 가속 : 6.1 초
최고속도 : 264 km/h
최소회전반경 : 5.55m

타이어 : 앞 235/40ZR18, 뒤 265/40ZR18 (시승차: 앞 235/35ZR19, 뒤 265/35ZR19)
연료탱크 용량 : 64리터
트렁크 용량 : 앞 150리터, 뒤 130리터
연비 : 8.4 km/ℓ

차량가격
7,594 만원(기본형/수동, VAT포함)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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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애란.김태성] “지금 수소 모드로 바뀐 건가요?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네요.”

BMW ‘하이드로젠7’을 몰고 10일 서울 강변북로를 달리던 김준영(33·무역업)씨의 소감이다. 핸들에 붙는 ‘H2’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난 뒤였다. ‘딸깍’ 하는 버튼 소리와 함께 휘발유 대신 액화수소가 엔진에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친환경 수소자동차 5대가 6일부터 열흘간 서울의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독일 BMW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하이드로젠7 세계 투어의 한국 일정이다. 브래드 피트·앤절리나 졸리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도 이미 시승 대열에 올랐다. 중앙일보 환경 포털에 응모해 선정된 독자 17명은 10, 11일 이틀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이 차 시트에 어깨를 묻어 보는 행운을 누렸다. 아마추어 레이서인 유은환(25)씨는 “미세한 소음 말고는 불편한 점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9일 이 차를 타 본 만화가 이현세씨는 “병든 지구를 위한 좋은 약이 될 것 같다”고 평했다.

◇석유 대신 ○○로 달린다=‘40년 뒤쯤이면 석유가 고갈된다’고 점치는 과학자들이 적잖다. 유명 자동차 업체들은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한 지 오래다. BMW는 유일하게 액화수소로 달리는 차를 개발했다. 전기가 아닌 내연 엔진을 써 휘발유·경유 차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팬턴 BMW 수석 부사장은 “1978년부터 개발한 수소차는 실험실 수준을 넘어섰다. 7시리즈 기반의 하이드로젠7 100대가 생산됐다. 이제 소비자에게 다가갈 차례”라고 말했다.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하이드로젠7 한 대 생산비는 수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25㎞를 달리게 하는 수소연료 1㎏의 값이 8유로(약 1만3000원)다. 충전소 인프라 투자도 숙제다. 이번 한국 시승 행사를 위해 경기도 이천에 임시 수소충전소를 세워야 했다. 석유로 수소를 만든다면 명분이 없다. 태양열이나 풍력으로 수소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수소차에 앞서 상용화하려는 친환경차들이 있다. 도요타가 2010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카다. 가정용 전원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를 이미 개발했고 2010년 출시를 위한 주행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연초 공언했다. 저속일 때만 전기모터로 가는 종전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배터리만으로 달리다가 전력이 다 되면 가솔린 엔진으로 바뀐다. 배터리 충전만으로 일반인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 60㎞ 이상을 달려 연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는 여전히 가솔린 엔진을 쓴다는 점에서 ‘이산화탄소 제로’의 완벽한 대안은 될 수 없다. 따라서 배기가스 없이 수증기만 내뿜는 수소연료전지차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개발에 나선 곳들이 있다. GM이 대표 주자로 이미 ‘시보레 에퀴녹스’ 100대를 만들어 시범 운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GM은 2010년께 이의 상용화를 목표로 잡았다. 현대자동차도 수소연료전지 기술 쪽에서 명함을 내밀었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컨셉트카 ‘아이블루’가 현대차의 3세대 수소연료전지차다. 정몽구 회장은 3월 “2012년 연료전지차를 소량 생산해 조기 실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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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다이내믹 대형세단’ SM7이 데뷔 3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시되었다. 앞뒤 모습의 성형수술을 통해 거부감을 줄였고,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개선해 이제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에 만만치 않은 가격인상폭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기자는 예술과 친하지 않다. 남들이 찬탄해마지 않는 걸작을 보고 들어도 그저 시큰둥, 꺄우뚱, 뭐가 그리 훌륭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더라는 말이다. 그러니 르노삼성이 ‘뉴 아트’라는 수식어를 붙여 내놓은 SM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승하게 되었을 때, ‘난해하면 어쩌지’ 하고 긴장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신차발표회 때 누군가 반어법으로 ‘정말 예술이네~’ 하더라는 얘기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일단은 겉모습- 특히 앞모습이 바뀌어서 참 다행이다. SM7의 삐죽하게 앞으로 잡아 뽑아진 앞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부조화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편치 않다. 더 커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단차와 각을 줄였더라면 A8의 싱글프레임을 흉내 냈다는 트집은 잡혔을지언정 상도덕 운운하는 비난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색함을 싹 발라낸 SM7 뉴아트의 앞모습에서는 한숨 돌리고 난 후의 여유가 느껴진다. 차체길이는 거의 그대로이지만, 말 그대로 ‘오버’였던 오버행이 예전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따로 놀던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는 이제 한 몸이 되어 부드럽게 이어지고(헤드램프 밑단을 경계로 열리던 보닛은 이제 그릴 위쪽으로만 열린다.) 복잡하다 못해 구시대적인 인상을 주었던 몰딩들이 단순화되어 한결 세련된 분위기다. 어색하게 도드라졌던 부리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부도 ‘SM5 뉴임프레션’처럼 보닛의 캐릭터라인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형상으로 바뀌었다. 시승차인 LE급부터는 제논 헤드램프가 기본. 범퍼 하단의 안개등 옆으로는 코너링램프가 붙어있다. 전체적으로 두리뭉실해지면서 긴장감이 풀린 탓에 보기에 따라서는 귀엽기까지 한 얼굴이 되었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무난해졌다.

뒷모습 역시 일취월장한 기교를 선보인다. 측면의 어깨부분에서부터 이어진 면은 리어램프를 타고 범퍼까지 자연스레 연결되고, 미등을 켜면 ‘ㄷ’ 자, 브레이크를 밟으면 ‘E’자가 되는 LED 테일램프라던가, 후진등을 삽입한 리어가니쉬, (기술적으로는 별 것 아니지만) 국내최초인 범퍼일체형 배기구도 특색있다. 90년대 일본 세단(닛산이었을까?)의 뒷모습을 요즘식으로 잘 풀어낸 듯한 인상을 주는 뒷모습은 작고 단단한 느낌이 구형보다 마음에 든다. 하지만 기자의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국내시장에서의 지위(?)상 작아 보이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 문제다.


그랜져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자면 둘이 경쟁모델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형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눈속임이 통했는데 말이다. (길이가 5mm 늘어난 것 외에 뉴아트의 차체크기는 구형과 동일하다.) 문제랄 것은 아니지만 앞뒤 모양의 부조화도 아쉽다. 지금의 뒷모습은 얼큰이 스타일인 앞모습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의 상품가치를 깎아먹고 있던 디자인을 한결 무난하게 다듬었으니 전체적으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논란이 되었던 구형의 익스테리어와는 달리 남다른 개성으로 높은 만족감을 주었던실내는 그만큼 변화폭이 크지 않다. 사실 은근히 손댄 부분은 많지만 쉽게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아서 차를 구경하던 이들로부터 ‘실내는 그대로네?’라는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평편했던 대시보드 상단부분이 계기판 위쪽만 불거진 형태로 바뀌었고, 계기 역시 배열을 바꾸면서 흰색 조명을 쓰게 되었다. 여전히 심심한 느낌이긴 하지만 구형에 비하면 이것만으로도 고급스러워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공조장치와 오디오의 정보를 보여주는 센터페시아의 5.8인치 LCD 역시 흰색 조명으로 바뀌었는데 화질은 예전처럼 80년대 게임기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이다. 시승차에는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등의 옵션이 빠져있었는데, 이를 선택하면 같은 자리에 7인치 TFT-LCD모니터가 장착된다. 물론 옵션 없이 출고한 뒤 사제품을 개조해서 설치하는 방법도 구형 때부터 선호되고 있지만 말이다.


새롭게 적용된 우드그레인은 시승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부분이었다.3.5에는 마블 타입, 2.3에는 웨이브 타입이 적용되는데, 구형의 자연스러운 질감 대신 고광택의 코팅 쪽을 택해 그 번쩍임이 예사롭지 않다. 대신 손자국이나 흠집에는 약한 모습이었다. SM7의 도어트림은 첫 출시 당시 SM5와 동일한 형태였다가 연식이 바뀌면서 전용의 디자인을 쓰게 되었는데, 이번에 또다시 형상이 바뀌었다. 이전에는 ‘ㄱ’자 우드그레인이 탑승자 쪽으로 둥그렇게 휘어있었지만 이번에는 ‘ㄷ’자로 바뀌면서 입체감이 없이 평편해졌다. 여유가 적은 실내폭을 만회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싶은데, 덕분에 보는 재미는 반감되었다. 불편한 위치에 있었던 윈도우 스위치는 도어트림을 뜯어고치면서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갔다. 다만 뒷좌석에서는 여전히 손목을 꺾어야 유리창을 여닫을 수 있다.

데뷔 당시, 모던가구를 연상시키는 닛산 티아나의 인테리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이나 이처럼 차별화된 실내 디자인의 차를 타볼 수 있을까 했었는데 뉴SM5와 SM7의 베이스모델이 티아나로 결정되는 바람에 생각보다 빨리 그때가 와버려서(?)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다. 막상 한국화된 실물을 접하고 보니 기대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고, 의외로 비인체공학적인 면들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스티어링 컬럼 왼편에 배치된 미러 폴딩 스위치라던가 앞으로 튀어나온 센터페시아(그 자체는 쓰기가 편하지만)에 가려진 하단의 공간 등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트 열선 스위치는 조작감이 저렴할 뿐 아니라 야간에는 강/약 중 어느 쪽이 켜졌는지를 알려주지 않고, 실내 온도조절버튼은 야간에 저온 쪽이 녹색계열로 보여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스티어링 컬럼의 텔레스코픽(거리조절) 기능도 이번에야 추가되었다. 시트 조절은 1열 모두 전동식. 동반석은 높이조절이 되지 않고 요추받침 역시 운전석에서만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운전석은 사이드미러와 연동되는 메모리 기능이 있고 이지액세스도 지원된다. 등에 닿는 부분부터 헤드레스트가 꽂힌 부분까지가 하나의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시트 디자인은 티아나 시절부터 몹시 특징적인 것이었는데, 시트형상이 바뀌면서 그런 맛은 덜해진 것 같다. 그래도 뒤에 앉아 1열 등받이를 보면 여전히 활처럼 휘어져 있고 뒷좌석 승객의 무릎공간을 위해 움푹 파놓은 듯 보인다. 뒷좌석용 송풍구 부근도 그렇고, 실용적이기는 하지만 고급스럽고 넉넉한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 물론 뒷좌석용 모니터가 추가되는 RE35라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시승차의 경우 뒷좌석 컨비니언스 패키지가 적용되어 전동식 햋빛가리개, 뒷좌석 열선은 물론 헤드레스트의 거리조절까지 가능했는데, 뻑뻑하게 조절되는 앞좌석 보다는 딸깍딸깍하고 걸리다가 원위치되는 뒷좌석의 것이 훨씬 좋았다.사실 이들은 구형의 프레져 에디션(LE)에서 모두 기본으로 적용되던 사양들이다. 뉴아트는 1열 암레스트 안쪽에 USB포트/메모리 카드 슬롯, 커버부분에 티슈홀더, 동반석 측에 핸드백고리가 더해져 여성들에게 점수 딸 기회가 늘어났다.

시승차(LE)의 엔진은 VQ23. VQ35의 아우라로 인해 상대적으로 허약한 이미지를 풍기기는 하지만 실제 SM7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 VQ23쪽이다. VQ35만한 재미(?)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 실력은 어떤지 밟아…아니, 알아보기로 했다. 시동키는 두터운 카드 형태의 스마트키로, 버튼식 시동스위치 대신 재래식 키구멍 위치의 손잡이를 돌려야 시동을 걸 수 있는 방식이다. 폼은 덜 나지만 일부 버튼방식처럼 시동을 끄면 전원까지 모두 나가버리지는 않아서 좋다고도 할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워밍업을 하면서 살짝 놀란 것은 기대이상의 정숙함 때문이었다. 승차감과 관련된 소음, 진동 면에서 구형보다 더 좋아졌다. 도로 이음매나 노면 표지를 밟고 지나갈 때의 충격음을 제외하면 나무랄 때가 없는 수준이다. 하체 역시 승차감 향상을 위해 기존보다 부드러운 세팅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무른 편은 아니다. 요철 통과시의 충격은 경쟁모델보다 크게 느껴지고, 특히 뒷좌석에서는 바닥을 타고 들어오는 진동과 함께 이것이 두드러진다. 뉴아트는 VDC의 성능향상과 함께 제동장치도 일부 개량되었는데, 일상주행에서 그 차이를 특별히 느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ABS 작동 시 페달의 진동이 큰 편이긴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다가 급정거를 시도해도 불안함 없이 잘 멈춰주었다. 시승차의 타이어는 솔루스 KH16으로, LE급부터는 215/55 R17 사이즈, 하위 그레이드인 SE/SE+에서는 206/65R16을 쓴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코너링 실력도 좋다. 이따금 긴 오버행이 신경 쓰일 뿐, 롤링은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고 파워트레인과의 균형도 잘 잡혀있어 안정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LE이상에는 차속감응형 파워스티어링이 달려있는데, 고속에서도 조작감이 가벼운 편이라 운전자에 따라서는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조향반응은 가볍게 움직이는 스티어링 휠을 따라 경쾌하게 나타난다. 록투록은 2.7회전으로 짧은 편이고, 주차장에서의 선회시나 유턴 등에서는 회전반경과 함께 이를 의식하게 된다.

페달류 역시 아주 가볍고 부드럽게 밟히며, 반응 또한 그에 상응한다. 엔진 본체는 달라진 바가 없지만 응답성과 중저속 가속성능이 향상되었는데, 그 차이가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 주행 중 가속페달 ON/OFF 조작에 대한 반응이 차체에 민감하게 나타나 ‘잘 나간다’라고 느끼게 되는데, 반대로 피칭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그만큼 발끝을 정교하게 놀려야 하니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자칫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시속 80km정도에서라면 가속페달 입력에 대한 엔진 소음과 진동의 변화가 상쾌하며, 승객이 많지 않다면 제법 펀치력 있게 치고 나갈 수 있다. 특히, 가볍고 스포티한, 고회전에서도 부드러운 엔진소리가 만족감을 높여준다. 한마디로 기대이상의 달리기. 그 동안 VQ35만을 바라보느라 VQ23을 너무 저평가 해왔나 보다. 가속페달만 깊이, 끝까지 밟지 않는다면 배기량의 한계 따위는 느낄 일 없이 착각의 늪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풀 가속시의 변속포인트는 60, 90, 135km/h부근. 수동모드에서도 일정회전수(6,250rpm)에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되는 타입이다. 4단부터의 가속은 현저히 더뎌지지만 계속 밟을 수 있다면 꾸준히 속도를 더해 200km/h에 턱걸이 한다. 시승차는 운전자 혼자일 때 200km/h를 쉽게 돌파한 반면, 둘이 탔을 때는 200km/h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5단으로 시프트업 되면서 제한장치라도 작동한 것 마냥 벽을 넘지 못했다. 길들이기가 안된 차에, 실용영역도 아니고, 그 속도까지 이르는 과정이 평탄했으므로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 회전수는 5단 2,200rpm, 4단 3,000rpm, 3단 4,500rpm 정도. 80km/h에서라면 1,800rpm, 2,300rpm, 3,400으로 떨어진다. 데뷔 때 4단이었다가 중간에 5단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불화설이 돌기도 했던 SM7 VQ23의 자동변속기는 여전히 작은 울컥임과 뜸들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다. 덩달아 시프트 레버의 조작감까지 부드럽지 못해,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 등 다른 조작부분들과 이질감이 느껴진다. 784km를 달린 시승기간 동안의 평균연비는 8.1km/리터가 나왔다. 공인연비는 9.8 km/리터이다.


데뷔 이후 VQ23은 나름의 블루오션을 누리고 있었다. 같은 배기량이면 더 고급차, 같은 차면 더 낮은 배기량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 상황에서, VQ23은 중형과 준대형의 기로에 선 소비자들을 비교적 손쉽게 끌어갈 수 있었다.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메이저 업체에 질린 이들을 위한 좋은 대안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가 그 동안 비워놨던 자리에 그랜져 2.4를 출시함으로써 VQ23, 더 나아가 SM7은 직격탄을 맞았다. 게다가 중저가 수입차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시된 뉴아트는 가격 인상과 함께 그에 대한 근거처럼 개발비 1,000억 원을 제시, 여전히 블루오션을 향유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뉴아트 직전에 팔던 플레져 에디션에서는 보스 오디오를 제외한 시승차의 사양들을 2,930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24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뉴아트로 넘어오면서 SM7은 분명히 좀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 타당한 매력을 갖추게 되었다. 현시점에서 그 매력이 얼마나 유효하게 작용할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예술이란 역시 힘든 것인가 보다.

 



르노삼성 SM7 뉴 아트 LE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전고 : 4,950 ×1,785×1,475mm,
휠 베이스 : 2,775mm
트레드 (앞/뒤) : 1,530/1,535 mm
공차중량 :1,565kg, (옵션포함시 1,620kg)
차량총중량 : 1,890kg, (옵션포함시 1,945kg)
구동방식 : FF

엔진
형식 : V6
배기량 : 2,349cc
최고출력 : 170마력/6,000rpm
최대토크 : 23kgm/4,400rpm
보어×스트로크 : -×- mm
압축비: -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 -/ - R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15/55 R17

성능
0~100km/h 가속 : - 초
최고속도 : - km/h
최소회전반경 : 5.7 m

연료탱크 용량 : 70리터
트렁크 용량 : 450 리터
연비: 9.8 km/리터 (공인연비)

차량 가격 : 32,650,000원 (VAT포함)
= LE A/T (31,000,000원) + Bose 사운드시스템(950,000원) + 뒷좌석 컨비니언스 패키지(700,000원)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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