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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지난 해 연말 국내에 상륙한 신형 9-3 세단은 그 공격적인 앞모습만큼이나 눈이 번쩍 뜨이는 가격표를 달고 중저가 스포츠세단 수요 공략에 나섰다. 가격대비 호쾌한 성능과 개성 있는 디자인이 매력적이지만 실내의 감성품질은 조금 아쉽다.

글 / 민병권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진 / 고병배 (메가오토 컨텐츠팀 기자)


사브 9-3는 1998년, 기존 900모델의 개량형으로 처음 등장했다. 2003년에 풀 모델체인지를 거치면서 2세대 모델로 거듭났는데, 오펠 벡트라를 통해 먼저 선보여진 GM의 입실론 플랫폼을 토대로 하되 사브 고유의 기술을 입혀 9-3만의 특성을 갖게 되었다. 전통처럼 여겨졌던 해치백 차체를 버리고 노치백 세단 형태를 채택한 것도 이때부터다. 지난 2007년에는 이 2세대 모델이 페이스리프트 되면서 실내외 디자인과 사양의 변경을 거쳤다. 그것이 2007년 11월부터 국내 시판에 나선 뉴 9-3 세단이다.


사브는 실내외 사양에 따라 리니어, 아크, 벡터, 에어로라는 트림(차급)명을 쓰고 있는데, GM코리아는 이번에 벡터와 에어로의 2개 트림으로 9-3 세단을 구성했다. 시승차는 그 중 벡터 모델로, 최상급인 에어로 보다는 한 단계 아래 급이지만 나름 스포티하면서도 충실한 사양들을 갖추고 있다.

신형의 앞모습은 날카롭고 강력하며 카리스마가 넘친다. 상대적으로 구형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측면이나 후면에 비해 날이 많이 선 모습이라 부조화가 걱정되었던 것도 사실이나, 실물에서는 그 인상의 강렬함 때문인지 오히려 이점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컨셉카 에어로X로부터 이어진 핸섬한 얼굴은 사브 전통의 조개모양 보닛을 부활시켜 머리에 눌러쓰고 있으며, 하얀 눈썹을 연상시키는 헤드램프 상단의 액센트 조명으로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가늘고 길게 들어오는 이 LED 미등의 하얀 빛은 화룡점정이라 할 만한 터치이지만, 이와 대비되는 전조등의 누런 불빛이 흥을 깬다. 코너링 램프 기능이 있는 바이제논 헤드램프는 에어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시승차에는 할로겐 전구가 끼워져 있었다. 앞범퍼 모양도 조금 달라서, 에어로 쪽이 좀더 매끈하고 와이드하게 떨어진다.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정도의 차이인데, 앞 끝이 길고 낮은 것은 마찬가지라서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가는 턱이 까지기 십상이겠다. 세 조각으로 나뉜 라디에이터 그릴 중 헤드램프와 맞붙어 있는 두 개는 구멍이 막혀있는 가짜. 보닛 위를 편대비행하는 세 개의 워셔액 노즐은 여전한데, 와이퍼는 시대흐름을 따라 고무 프레임의 플랫 타입으로 바뀌었다.

차체패널은 구형으로부터 70%가 변경된 것이라고 하는데, 가령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도어패널들도 기존의 측면 몰딩들을 깔끔하게 밀어버린 새 물건이다. 클리어 타입으로 바뀐 테일램프는 투명한 부분이 검정색 테두리와 대조를 이뤄 얼음덩어리 같은 느낌을 주며, 특히 후미등이 켜지면 안쪽으로 붉은 색이 살짝 감돌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왼쪽 램프의 안쪽 윗부분은 후방 안개등인데,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버전이라면 안개등 위치도 반대가 된단다. 뒷모습에 있어서도 에어로와 차별대우를 받고 있어서, 검정색으로 처리된 범퍼 하단과 듀얼 배기구를 가진 에어로와는 달리 배기구를 완전히 감추고 있다. 나름 만만치 않은 힘을 갖고 있는 현재의 벡터로서는 조금 서러울 법도 한 처사다.


요란하게 바뀐 겉모습에 비하면 실내는 변화의 폭이 적다. ‘구형의 대시보드에 은색 테두리만 둘러쳤군’하는 것이 첫 인상이었을 정도. 센터페시아의 경우 내용물의 배치가 많이 달라졌지만 전체적인 바깥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새롭다는 느낌이 덜한 것이다. 9-3의 실내는 독특한 감성의 디자인과 인체공학적인 배치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10년이 넘도록 유사하게 이어져온 실내 윤곽은 보는 이에 따라 진부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사브의 팬이라면 사브만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면에서 두둔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보다 많은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구형과 비교하면 대시보드 상단에 있었던 작은 액정화면이 사라졌고, 센터페시아 상단부에 6.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달렸다. 이것은 ‘사브 인포테인먼트 플러스 - 프리미엄 150’에 해당되는 옵션사양으로, MP3 CDP와 150와트 앰프, 센터스피커를 포함한 7개의 스피커가 함께 적용된다. 기본 사양은 70와트 앰프와 스피커 4개, MP3 CDP의 구성이고, 이 경우 모니터 위치에는 작은 액정화면과 중앙 다이얼이 달린 오디오 헤드유닛이 들어간다.


가로로 길쭉한 버튼들이 즐비했던 센터페시아는 몇 개의 다이얼로 이를 대체해 한결 정돈된 느낌을 주는데, 한편으로는 허전해진 감도 없지 않다. 구형은 ‘복잡해 보여도 항공기의 계기반 같아서 좋다!’는 평을 듣곤 했는데, 그런 분위기가 많이 희석된 셈이다. 속도계 등 운전에 꼭 필요한 계기 외에는 조명뿐 아니라 바늘 움직임까지 죽여버리는 ‘나이트패널’ 기능이라든지, 터보의 부스트압을 보여주는 계기 등은 여전하다. 구형의 센터페시아 플라스틱 부분은 코팅이 너무 쉽게 벗겨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 그런 문제는 없어졌다.

안전에 대한 철학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 진하게 녹아 든 실내는 ‘아! 내가 특이한 차를 타고 있구나’하고 느끼게 하는 면에서는 아직 유효하다. 변속기 뒷부분의 센터콘솔에 내려꽂는 뭉툭한 전자식 시동키를 시작으로 여러 개의 격자를 겹쳐 바람의 방향을 유도하는 송풍구, 업계에서 손꼽을만한 센스를 보여주는 ‘나비효과’ 컵홀더, 센터콘솔에서 파도를 타는 주차브레이크 등등… 아쉬운 것은 뛰어난 디자인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는 감성품질이다. 대시보드의 질감 같은 부분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아서 제법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일부에서는 부족한 마무리와 질감, 작동감을 경험할 수 있다. 요란한 소리와 진동을 일으키며 쓰기에도 불편한 도어잠금장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센터콘솔과 도어트림에 쓴 우드트림은 글로브박스 상단의 메탈트림과 부조화를 일으킬 뿐 아니라 고루한 느낌을 주어 아쉽게 느껴진다.


어쨌든 편의사양은 충실한 편이다. 운전석에는 메모리시트가 적용되고 동반석도 전동조절식이다. 시트의 열선기능이 공조장치와 연동되어 있는 것은 특이한 부분. 밝은 회색으로 액센트를 준 투톤 가죽시트는 예전에 에어로 급에서나 보던 것으로, 형상은 과격한 듯 하지만 실제 착좌감이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하다. 목 부분을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컬럼은 각도와 거리 조절이 모두 가능한데, 조작부의 위치가 깊고 레버가 덜렁거리는 것이 흠이다.

사이드미러의 조절버튼은 아주 직관적인 위치, 즉 운전석쪽 A필러 하단에 자리하고 있다. 룸미러 뿐 아니라 사이드미러도 눈부심 방지 기능을 제공하고, 폴딩은 물론 후진시 하향기능까지 제공한다. 동반석쪽 사이드미러의 바깥쪽은 사각을 줄여주는 볼록거울. 도어 유리창은 4개 모두 오토다운만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계기판의 액정화면을 통해 차량의 맞춤 상세설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ESP ON/OFF와 과속경고, 후방센서, 레인센서 등의 설정이 모두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이 화면을 통한 경고 메시지는 몹시 구체적인 편으로, 하다못해 “뒷좌석 왼쪽 등받이가 잠기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물론 영문으로)까지 띄워줄 정도다. 그런가 하면 깜빡이를 작동 중이거나 브레이크를 밟고 있을 때는 주의가 분산되지 않도록 경고등 점등을 지연시켜주는 똘똘한 면도 있다.

센터콘솔의 팔걸이는 길이 조절식. 안쪽 수납공간에 송풍구와 12V 전원소켓을 내장하고 있고, 경쟁모델들처럼 뒷좌석 방향의 송풍구도 갖고 있다. 센터암레스트는 수납공간이 없는 ‘민짜’. 뒷좌석용의 컵홀더는 방석 하단 가운데 부분에 숨겨져 있다. 등받이는 스키쓰루와 6:4 분할 폴딩이 가능하다. 도어 개구부가 좁고 센터터널도 높지만, 차급을 생각하면 크게 불평할만한 부분이 없는 뒷좌석 공간이다.
의외로 넓어 보이는 트렁크공간은 왼편에 휴즈박스, 바닥에 임시타이어를 배치하고 있으며, 좌,우 위쪽으로는 뒷좌석 폴딩 레버가 달려있다. 트렁크 릴리즈 버튼은 전동식이다.


국내 시판되는 뉴 9-3세단의 벡터 모델은 최고출력 210마력의 2.0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구형에서는 같은 엔진이 에어로 모델에 탑재되어 국내에 시판되었었다. 사실 같은 벡터라 해도 탑재되는 엔진은 1.8i, 1.8t, 1.8t 바이오파워, 2.0t, 2.0t 바이오파워, 2.0T, 그리고 디젤 등으로 다양하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이 그 중 가장 높은 출력을 내는 2.0 터보(2.0T)일 뿐이다. 엔진명의 ‘i’는 자연흡기, ‘t’는 저압터보, ‘T’는 고압터보를 의미하는데, 사실 1.8t와 2.0t, 2.0T의 배기량은 1,998cc로 동일하며, 터보의 최대 부스트 압만 0.5바, 0.7바, 0.85바로 달리 세팅해 각기 150마력, 175마력, 2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도록 하고 있다. 다만 1.8i만큼은 실제 배기량이 1,796cc이고, 2.0T는 1.8t및 2.0t와 터보차저 등의 일부 부품을 달리하고 있다.

2.0T는 5,300rpm에서 리터당 100마력을 상회하는 210마력의 최고출력을 낼뿐더러 2,500rpm에서 30.5kgm라는 상당한 양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토크곡선에 따르면 이 수치는 4,000rpm을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255 또는 280마력을 내는 에어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산 준중형급에 해당하는 차체크기를 생각하면 이미 넘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고rpm에서 힘이 빠질지언정 실용영역에 충실한 세팅이기 때문에 제원상의 수치가 공허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저속주행 등 일정 여건에서는 미니 쿠퍼S나 골프 GTI같은 다른 터보차들처럼 딸딸 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엔진 회전 자체는 4기통답지 않게 몹시 부드러우며, 특히 시동시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은 나긋나긋하게 밟히는 편인데, 시내주행 때 어중간하게 밟았다 뗐다를 반복하는 정도로는 치고 나가는 것이 시원치 않게 느껴질 수 있다. 흔히 터보차에 기대하는 폭발적인 가속이 아니라 꾸준히 쭈욱 밀어주는 쪽이랄 수 있다.


뉴 9-3의 5단 자동변속기는 킥다운 시 움찔거림이 있고, 수동모드에서의 반응 역시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충분히 빠르지는 못한 것 같다. 스티어링휠의 변속버튼이 사양에서 제외되었으니 좋든 싫든 변속기 손잡이를 붙들고 요리를 해야 하는데, 큼직한 손잡이는 손안이 빈 듯 가볍고, 쥐었을 때나 조작할 때의 감각이 스포티하지 않다. 수동모드가 운전자 쪽으로 당겨서 조작하는 방식인 것은 마음에 들지만 팔꿈치가 팔걸이에 닿아 조작이 편치는 않다.

수동모드에서는 회전수가 한계에 달해도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진행되지 않는다. 즉,운전자에게 일임하는 타입인데, 운전자가 덩달아 시프트업을 안하고 버티면 다른 차들에서 흔히 보듯이 엔진이 방방거리면서 요동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6,500rpm 정도의 회전수만 유지된다. 수동모드에서 3단을 4단으로, 4단을 5단으로 올리려면 엔진회전수가 2,000rpm이상이어야 하고, 반대로 4단, 5단에서 회전수가 2,000rpm미만이라면 킥다운 조작이 가능하다.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출발을 위해 3단 출발도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수동모드가 번거롭다면 스포츠모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계기판 오른쪽에 세로로 나열된 버튼 중에 버스의 수동변속기 그림이 ‘S’자와 함께 새겨진 버튼이 있는데, 이것을 누르면 변속 패턴이 스포츠모드로 바뀐다. 수동모드만큼 적극적일 수는 없지만 일상 주행시 켜놓더라도 쓸데없이 회전수를 높여 피곤하게 만들지 않고, 그러다가도 코너진입을 위해 감속을 실시하면 시프트 다운과 함께 부앙~ 하고 엔진회전수를 높여 제법 기분을 돋워준다.


풀가속시의 자동변속포인트는 6,000rpm을 살짝 넘긴 시점으로, 각각 60, 95, 150km/h 부근에서 시프트업이 진행된다. 제원상 0-100km/h 가속시간은 8.8초.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수동 6단은 이보다 1초가 빠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그대로 버티면 5,500rpm에서 200km/h를 넘어서면서 5단으로 시프트업이 이루어지고, 아주 더디게 220km/h까지 가속된다. 이때 회전수는 4,500rpm정도이다. 물론 수동모드에서라면 4단 레드존에서 같은 속도를 찍을 수도 있다. 기어비는 5단에서 1.000이다. 제원상의 최고속도는 230km/h로, 수동 6단에 비해 5km/h가 빠진다.

서스펜션은 구형보다 부드러운 듯 하지만 같은 엔진을 올렸던 에어로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일 뿐, 스포츠세단 답게 단단하므로 와인딩을 공략하는 데도 부담이 없다. 제동시의 노즈 다이브(차의 앞부분이 가라앉는 현상)가 조금 신경 쓰이긴 하지만 제동력도 충분히 강력하다. 스티어링휠은 저속에서도 묵직하고 직경이 다소 크다고 느껴지는 편. 와인딩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무게를 잡기 때문에, 안정감이 느껴지는 한편으로 다소 둔탁한 감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손맛과는 별개로 차체거동에 따라 후륜의 방향을 적절히 비틀어주는 리액스(ReAxs) 시스템이 적용된 차체 뒷부분은 앞바퀴의 궤적을 잘도 따라다닌다.


바퀴 사이즈에 비하면 노면을 타는 현상도 적다. 짧은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에 낮은 편평비의 타이어를 쓰고 있지만 부드러운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해내고, 단차가 격한 부분에서나 요란을 떨 뿐이다. 타이어는 컨티넨탈 스포트 컨택트2로, 구형 에어로 모델보다 단면폭이 10mm커진 235/45R17 사이즈를 쓰고 있다. 우직한 패턴만큼이나 충실하게 벡터의 달리기 실력을 뒷받침 해주며, 반대급부로 예상되는 노면마찰 소음은 차체에서 잘 걸러준다. 100km/h정도로 달릴 때의 평화로운 승차감으로 미루어 장거리 주행의 동반자로서도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0km/h 정속 주행시의 엔진회전수는 5단 2,000 / 4단 2,750 / 3단 4,000 rpm. 80km/h 정속 주행 시에는 5단 1,750 / 4단 2,250 / 3단 3,250 rpm으로 낮아진다. 580km를 주행한 시승기간 동안의 연비는 8.8km/리터. 시승 전에 남아있었던 800km 주행거리 동안의 평균 연비는 9.3km/리터였다. 공인연비는 10.2km/리터이다.


GM코리아는 지난 연말 새 9-3를 소개하면서 스포츠세단의 수요자라면 반값아파트 못지 않게 눈이 번쩍 뜨일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덕분에 시승차 - 210마력 2.0T 엔진을 장착한 9-3 벡터는 3,690만원의 가격표를 달게 되었다. 구형 9-3에서는 150마력 엔진을 쓴 리니어가 3,980만원이었고, 2.0T 엔진을 쓴 에어로는 5,760만원이었으니 그 인하 폭이 ‘엄청나다’고 할 수준이다. 벡터는 리니어보다 사양도 좋다. 기존 오너들이 뒷목을 잡고 쓰러졌는지 어쨌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이 정도라면 스티어링 휠에 시프트 버튼이 빠진 것 정도는 눈감아주어야 할 것 같다.

확실히,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이 가격에 이정도 성능을 제공하는 차는 없다. 특히나 사브가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있는 BMW, 벤츠, 아우디의 동급모델들이 달고 있는 가격표를 생각하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이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이가 있을 테지만, 어쨌든 새 9-3는 들여오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 GM코리아 관계자의 말이다. 몇 대씩 들여오고 있는지는 차마 못 물어봤다.


사브 9-3 벡터 2.0 Turbo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전고 : 4,647 ×1,762×1,450mm,
휠 베이스 : 2,675mm
트레드 (앞/뒤) : 1,524/1,506 mm
공차중량 :1,555kg
구동방식 : FF

엔진
형식 : 직렬 4기통 터보
배기량 : 1,998cc
최고출력 : 210마력/5,300rpm
최대토크 : 30.5kgm/2,500rpm
보어×스트로크 : 86×86mm
압축비 : 9.5:1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5단
기어비 : 4.575/ 2.979/ 1.947/ 1.317/ 1.000/ R: 5.024
최종감속비 : 2.44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 /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 디스크
스티어링: 랙 앤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35/45 R17

성능
0~100km/h 가속 : 8.8초
최고속도 : 230km/h
최소회전반경 : 5.4m

연료탱크 용량 : 58 리터
트렁크 용량 : 425 리터
연비: 10.2 km/리터 (공인연비)

차량 가격 : 36,900,000원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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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뒤 화석연료가 고갈된 미래의 자동차.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고성능을 그대로 간직할 수는 없을까. 2008년 현재, 가장 가까운 해답을 BMW가 제공하려 나섰다.

지난 8일 전 세계 100대 밖에 없다는 BMW의 수소자동차 하이드로젠7을 시승했다. 수소차는 시동부터가 다르다. 일반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에 비해서는 수소가 엔진으로 주입되면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시간, 2~3초가 더 걸린다. 하지만 소리는 그다지 좋지 않다. 언뜻 디젤엔진 소리같으면서도 이보다는 가벼운 배기음이 들린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이천의 BMW물류센터를 향해 출발했다. 하이드로젠7은 도심 일반 도로 주행에서는 수소차임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존 760Li의 안락함과 정숙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BMW측이 설명하는 하이드로젠7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가솔린차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일단 지금까지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내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아직은 수소차가 일반 가솔린 모델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임이 느껴졌다. 살짝만 오르막이 나와도 앞차를 추월하기는 버거운 듯 액셀레이터를 밟아도 소음만 심해질 뿐이었다. 6000㏄의 초대형 엔진임에도 가솔린 모델의 445마력에서 185마력이 떨어진 260마력에 그친다. 이 역시 상당한 힘이지만 기존 735Li 가솔린 모델에 비해서도 처지는 마력 수치다. 2.6톤에 달하는 거구를 BMW 특유의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로 움직이는데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다.

기존 760Li 모델을 기본 베이스로 한 하이드로젠7. 일단 겉보기에는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곳곳에 숨겨진 수소차만의 첨단 기술은 눈을 휘둥그래지게 했다. 눈에 띄는 특징 첫째, 좁아진 뒷좌석과 트렁크. 하이드로젠7은 수소와 가솔린 두 개의 연료통을 장착하고 있다. 수소로 운행할 수 있는 최장 거리가 200㎞인 관계로 대체연료통을 마련한 것. 이 때문에 트렁크는 골프가방 하나도 들어가기 벅차게 좁아졌고 뒷좌석도 5㎝ 가량 앞으로 밀려 기존 760Li의 넘치는 레그룸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공간은 좁아졌지만 이런 준비성 때문에 주행 중 갑자기 수소가 떨어지더라도 버튼 하나만으로 연료 전환이 가능하다.


둘째, 볼록 솟은 보닛. 수소와 가솔린, 듀얼 연료 엔진이다보니 엔진으로 연결된 연료 공급 노즐도 기존의 가솔린 파이프와 액화수소 파이프 두 가지다. 때문에 퉁퉁한 보닛은 어쩔 수 없는 디자인이다. 셋째, 천정의 배기구와 문마다 설치된 빨간 램프. 액화수소 연료의 안전성을 의식한 여러가지 안전 장치들을 볼 수 있다. 실내의 빨간 램프는 혹시 모를 수소 누출을 감지하는 센서로 무색 무취의 수소가 미세하게라도 감지되면 이를 알려준다. 또한, 만일의 사고시 위험 물질이 될 수 있는 액화수소를 눈깜짝 할 사이 기체 형태로 차에서 뽑아내기 위해 천정에는 동그란 모양의 배기구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의 수소차에 현재 가솔린 차량의 퍼포먼스를 그대로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하이드로젠7은 30~40년 뒤 석유 매장량이 바닥났을 때 수소가 실제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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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는 새로 나올 자동차를 미리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2008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가장 돋보인 신차를 직접 눈으로 살펴보자.

GM대우자동차가 공개한 마티즈 후속 경차 비트는 이미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만큼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엔진이나 가격이 결정되지는 않았으며 함께 선보인 그루브, 트랙스와 한께 GM그룹의 전략 자동차다.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에서 기아자동차 부회장에 오른 피터 슈라이어가 직접 디자인한 SUV 소울은 이번 전시회에서 단연 돋보인 자동차 가운데 하나다. "디자인에 올인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기아자동차는 발표회 내내 '디자인'을 강조했고 조남홍 사장도 "디자인 경영으로 제품 라인업과 도전적인 미래 비전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네시스로 국내 럭셔리 브랜드 자동차에서 한발 앞서나간 현대자동차는 투스카니 후속으로 정통 스포츠 세단 제네시스 쿠페를 공개했다. 후륜 구동 방식에 새로 설계한 세타 터보 엔진으로 한층 빨라진 달리기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TTS 로드스터는 뚜껑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에 2리터 TFSI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시속 100Km를 5.4초 만에 도달할 수 있고 4륜 구동 시스템인 콰드로도 적용됐다.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의 최상위 버전인 R32도 이번 전시회의 볼거리중 하나다. 6기통 엔진에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6.2초, 최대 토크는 32.6Kg.m이다.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인 4모션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국내 판매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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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코리아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일반인들 90명을 대상으로 'R8 아우디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경주장에서 시승 행사를 개최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처럼 슈퍼카급 차량만을 동원해 이뤄진 행사는 국내 처음이다.

R8은 슈퍼카 메이커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Lamborgini Gallardo)에 아우디의 기술력을 접목시킨 차다. 420마력을 내는 4.2리터급 V8 직분사엔진에 최고속도는 301km/h에 달한다. R8은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일상생활에서 탈 수 있을 만큼 다루기 쉽게 만든 차라고 아우디 측은 설명했다.

짧은 브리핑이 끝나고 행사가 시작되자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는 R8 차량 9대가 늘어섰다. 함께 행사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차를 보고 "아이고"하고 탄성을 냈다. 차량의 디자인이 워낙 독특해 깜짝 놀랐다고 했다.

[화보] 아우디 R8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2008

2인승인데다 엔진을 차량의 중앙에 배치하는 미드쉽 방식이라서 차체의 외형이 일반 세단에 비해 훨씬 유선형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차체 옆면의 넓은 은색 패널(Blade)이 인상적이었고 차체 후면에 과감한 그릴이 채용된 점도 신선했다. 헤드램프 아래에 각각 12개의 LED가 내장돼 있어 대낮에도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처럼 빛나 눈길을 끌었다.

특히 뒷편 유리를 통해 엔진을 들여다 볼 수도 있어서 이 차가 미드쉽 수퍼카임을 뽐내는 듯했다. 심지어 어두운 때도 엔진을 훤히 비출 수 있도록 LED 램프를 장착하는 옵션이 제공된다고 아우디측은 말했다.

여러 화려한 디자인 요소로 인해 차체가 날렵해 보이고, 마치 미래의 자동차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의 경우 실내가 무척 단순하지만, 이 차의 경우 가죽과 금속을 잘 활용해 재미있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LCD 패널을 통해 조정하는 공조장치와 뱅앤울룹슨 오디오까지 장착돼 스포츠카의 실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호화로웠다. 또 비록 2인승이지만, 시트 뒷편으로 짐을 넣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실내가 비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간을 계측하는 슬라롬(장애물 경주) 테스트 코스를 달려봤다. 그러나 이번 행사를 주최한 아우디측이 파일런(빨간 원뿔 모양의 구조물)을 꽤 넓게 배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 차가 추구하는 것이 날렵한 코너웍이 아니라 직진 위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를 출발시키기 전에 브레이크와 함께 엑셀을 끝까지 밟아봤지만 이상하게도 엔진회전수(RPM)를 나타내는 바늘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ECS(전자자세제어장치)를 끄고 다시 브레이크와 엑셀을 함께 밟으니 그제서야 RPM이 치솟으며 뒷편에서 굉음이 났다. 잠시 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자 차가 급격히 돌진했고 머리가 젖혀져 머리받침대에 부딪혔다. 게다가 머리 받침대에서 머리를 떼기 힘들 정도로 지속적인 가속이 이어졌다.

아우디 측은 이 기능을 '론치 컨트롤(Launch Control)'이라고 했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함께 밟으면 차가 가장 빠른 가속을 할 수 있도록 전자장비가 셋팅 된다는 것이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이 차는 시속 100km까지 4.6초에 도달한다. 포르쉐와 비교하면 차체가 상대적으로 무겁기 때문에 100km까지의 가속 시간 전체를 놓고 보면 경쟁모델인 '포르쉐 911 카레라 4S'와 같지만 60-100km/h 구간에서의 가속만 보면 각각 4.8초, 5.4초로 R8쪽이 앞선다.

엑셀을 끝까지 밟았을 때 들리는 엔진 소리는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을만큼 강한 느낌이었지만, 저음 위주여서 과격하지 않았고 오랫동안 들어도 편안할 듯 했다.

포르쉐911과 비교한다면, 아무래도 고속주행에서 좀 더 편안한 느낌이었다. 노면의 충격도 억제되는 편이고, 소음과 진동도 훨씬 적었다. 그러나 급격한 코너에서 상대적으로 느린속도에서도 언더스티어가 일어나고 이어 오버스티어로 이어진다는 점은 아쉬웠다. 그러나 함께 동승한 기자는 "차가 약간 미끄러지는 느낌을 살린 것이 오히려 재밌다"고 말했다.

이 차의 가격은 1억8700만원이나 되지만, 최근 유로환율이 많이 오른데다 국내 수입된 재고 20대가 모두 소진돼 돈주고도 살 수 없다. 아우디측은 "유럽에서도 구입 예약을 한 후 1년반 정도를 기다려야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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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쌍용 체어맨 W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개발단계에서부터 시장의 관심을 불러모았던 체어맨 W는 기대를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억200만 원에 달하는 차값이 다소 부담스러운데도 지난 2월 말 데뷔 후 보름 만에 3,000여 대가 넘는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판매목표인 1만2,000대를 무난히 넘어설 기세다. 이처럼 체어맨의 새 모델에 거는 수요자들의 높은 기대는 아무래도 지난 10년간 체어맨이 쌓아온 명성 때문일 것이다.


체어맨은 쌍용이 우여곡절을 겪는 와중에도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어 왔다. 거기에는 수입차와 국산차의 틈새를 노린 마케팅 전략과 뛰어난 성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과감한 개혁보다 현재의 디자인 잘 손질

구형 체어맨이 메르세데스 벤츠 중형(미디엄) 클래스인 W124의 차체를 약간 키운 모델이라면 체어맨 W의 모태는 1999년 소개된 벤츠 W220이다. 우리에게는 구형 S클래스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모델이다. 당연한 귀결일까?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여전히 메르세데스 벤츠를 닮아 있다. 우선 외관은 우람하고 간결하다. 대형 승용차로서 길지도 짧지도 않은 5,110mm의 길이에 평면과 직선 위주로 뽑아낸 라인과 널찍한 휠하우스, 19인치 휠의 압도적인 체구는 쌍용의 자부심을 담은 듯 보였다.

전체적으로 체어맨 W는 과감한 개혁보다 현재의 디자인을 잘 가다듬어 카이런, 액티언, 로디우스 등의 실패 요인인 디자인 측면에서의 ‘처절한 반성’을 통해 시행착오를 극복한 듯하다. 게다가 연령대로 볼 때 다소 보수적인 대형차 오너들의 성향이 이런 쌍용의 전략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운전석에 앉았다. 적당히 딱딱한 시트에 앉는 느낌이 좋다. 시트조절 기능은 매우 다양하고 조절폭도 커서 어떤 체형이라도 드라이빙 포지션을 찾아준다. 현대적이고 우아한 감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역시 구형과 대조적이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완만한 V자 형태로 뻗어나가는 마블그레인 트림은 우아함을 가장 잘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 여기에 최고급 세단답게 플라스틱으로 노출되어야 할 부분은 질감 좋은 가죽으로 정성스럽게 싸고, 필러나 천장 등 천으로 된 부분 역시 고급 스웨이드(5.0 기본)로 마감했다.

이번에는 뒷좌석에 앉았다. 뒷좌석은 쇼퍼 드리븐카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은은한 분위기의 B필러 무드램프(3.6, 5.0 리무진 기본)와 곡선으로 이뤄진 목받이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등받이 안에서 움직이는 마사지 기계(5.0 기본)는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적당한 강도로 피곤한 등을 어루만지듯 쓸어 내려갔다. 앞좌석 뒷면에 달린 접이식 책상을 폈다. 노트북을 올려 놓기에 딱 알맞다.


그밖에도 체어맨 W에는 차에 넣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편의장비가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개의 운전석 메모리 스위치는 두 사람의 운전자세는 물론이고 주로 운전하는 사람의 다른 자세까지 기억시킬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또한 후진기어를 넣으면 뒤창에 쳐져 있던 전동식 커튼이 자동으로 내려가 뒷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실내 환경에 따라 바람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는 송풍구는 동반석에 사람이 없으면 운전석 쪽으로 방향을 튼다.


뒷좌석 역시 편의장비가 앞좌석 이상으로 풍부하다. 센터 암레스트에 각종 공조장치와 오디오 스위치가 모여 있는데, 이곳에 달린 작은 액정 모니터를 통해 장비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화장거울과 뒤 암레스트에 마련된 냉장고 등 일본과 한국의 고급차들이 즐겨 쓰는 뒷좌석 편의장비도 충실하다. 이들 장비의 쓰임새와 효용성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CF가 아니라 영화 한 편을 찍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만큼 명차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편의장비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소 까다롭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직관적으로 작동시키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어느 영역에서건 뛰어난 승차감 보여
안팎을 둘러보면서 실컷 감탄을 했으니 이제 움직여볼 차례다. 체어맨 W는 6기통인 3.6L와 V8 5.0L 두 종류다.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체어맨 W의 간판인 V8 5.0L. 센터페시아 하단 슬롯에 스마트키를 꽂은 뒤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묵직한 시동음이 들린다.


출발은 그리 민첩하지 않다. 액셀 페달은 약간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운전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며 이런 급의 차를 운전하는 데는 오히려 약간 단단한 페달의 답력이 나을 수도 있다. 페달을 끝까지 밟자 초반의 약간 더딘 듯한 느낌은 이내 머릿속에서 잊혀지고 뒤에서 밀어붙이는 힘이 느껴질 만큼 시원한 가속이 이어진다. 체어맨은 7단 자동기어로 뒷바퀴를 굴린다. 지금까지의 자동기어는 킥다운을 할 때 바로 아래 단수로 내려가는 형태였지만 벤츠가 개발한 7단 자동기어는 다음 기어뿐만 아니라 2단 아래로도 변속되어 빠른 가속력을 이끌어 낸다.

제법 붐비는 차들 때문에 시속 200km까지 속도를 내보지 못했으나 추월과 제동성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탁월했다. 제동 페달을 밟을 때는 순간적으로 반응을 하지 않고 한 번 더 밟아야 제동이 걸리는 기분이었는데, 초보운전자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숙달된 운전자에게는 약간 불안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물론 이것은 페달조정으로 얼마든지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바꿀 수 있다.


굽이진 도로를 헤쳐 달려보았다. 서스펜션을 부드러운 승차감 위주의 ‘컴포트’에 맞추고 굽이돌아도 차체가 심하게 요동치거나 허둥대지 않는다. 달리기 모드인 ‘스포츠’에 놓으면 좀 더 과감한 드라이빙을 할 수 있다. 그만큼 차체의 강성과 서스펜션의 고속주행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다.


4트로닉도 빼놓을 수 없는 체어맨 W의 장점 중 하나. 풀타임 방식으로 평소 구동력을 앞뒤 40:60으로 분배해 FR(앞 엔진 뒷바퀴굴림) 감각을 살리고 있다. 이미 FR 구동계로도 정평 있는 달리기 실력을 과시하는 쌍용에 네바퀴굴림이라는 날개를 달았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최상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일 듯싶다.


한산한 경기도 자유로에 들어서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작동시켜 보았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달린 레버를 눌러 ACC를 작동시킨 상태로 앞차와의 차간거리와 속도를 설정해 놓으면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된다. 또한 옆차선에서 주행하는 차까지 감지해 주는 최첨단 방식으로 장애물이 나타났을 경우 시속 10km까지 감속시켜 사고를 방지해 주는 역할도 한다. 다시 자동차가 별로 없는 차선으로 옮기면 자동으로 설정해 놓은 속도까지 올라간다.


손발 움직임이 줄고 긴장감이 풀리면서 하품이 나왔다. 졸음을 쫓기 위해 음성인식 시스템(SDS)으로 라디오를 틀었다. 낮은 볼륨 상태였지만 자동차 곳곳 17군데에 숨겨진 스피커를 통해 멜로디가 속삭이듯 귀를 파고든다. 벤츠 S클래스와 마이바흐에 사용된다는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은 역시 달랐다. 편안한 분위기의 실내에서 몸에 착 감기며 편안히 감싸주는 시트에 파묻혀 운전을 하는 기분이란!

체어맨 W는 분명 뒷좌석 승객을 위해 만들어진 차다. 따라서 인테리어 구성과 편의장비 등은 모두 뒷좌석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느끼는 체어맨 W는 운전자를 위한 고급세단에 가깝다. 넘치는 힘으로 부드럽게 달려 운전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편안함은 그야말로 최상이다.

<카니아닷컴 | 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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