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자동차여행' 카테고리의 글 목록 (6 Page)

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경남 통영 미륵도에 새로 들어서는 ES리조트. 비회원도 이용할 수 있는 가족호텔로 운영된다. 객실 이용요금은 15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가 피크로 들어서고 있다. 치솟는 기름 값에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망설이다 뒤늦게 휴가여행을 계획했다면, 숙소잡기가 가장 큰 고민이다. 불경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름난 휴가지의 숙소들은 일찌감치 예약이 다 끝났다. 그렇다면 올 여름 앞다퉈 새로 문을 연 리조트를 공략해보면 어떨까. 새로 문을 연 리조트는 아직 알려지지 않아 최고 성수기만 살짝 비낀다면, 생각지않게 쉽게 예약할 수 있다. 게다가 남보다 먼저 새로 지은 고급스럽고 깔끔한 시설을 이용한다는 기쁨도 있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대명리조트 변산=대명리조트가 8번째로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리에 지난 25일 개관한 리조트. 지상 8층 규모로 콘도미니엄 410실과 호텔 94실을 합쳐 총 504실을 갖춘 매머드급 리조트다. 채석강과 적벽강 사이 해안을 끼고 들어선 리조트는 한 눈에도 거대한 느낌이다.

대명리조트 변산

변산리조트는 지하 3층 지상 8층으로 외관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을 모티브로 삼았다는데, 건물의 전체적인 느낌과 조경 등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객실은 곡선과 모노톤의 느낌. 콘도는 패밀리형과 스위트형 노블리안 등 크게는 3가지로 나뉘지만, 첨탑을 활용한 계단식 객실과 다락방이 딸린 복층형 객실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콘도 건물 안에 호텔 ‘클라우드9’이 들어서 있다. 호텔에서는 2인 1실기준이지만, 콘도보다 한층 더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부대시설로는 9개의 커피숍과 식당 등을 갖추고 있으며, 당구장과 PC방, 어린이놀이방, 코인세탁실, 노래방 등도 있다.

대명리조트 변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3500명 수용 가능한 대형 아쿠아월드. 야외 파도풀은 물론이고, 슬리아드와 아쿠아풀, 노천탕, 테라피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길이 33m로 1.2m의 인공파도가 치는 파도풀과 바다를 보며 즐길 수 있는 야외노천탕이 압권이다. 아쿠아월드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넓은 백사장으로 내려서서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오는 8월 24일까지 성수기를 기준으로 콘도 패밀리형은 일반요금 34만4000원, 회원카드 대여요금 14만2000원. 호텔은 일반요금 28만원, 회원카드 대여는 15만6000원. 아쿠아월드 요금은 어른 4만원, 어린이 3만5000원. 1588-4888

용평 리조트 비체팰리스=강원도에서 단일리조트만 운영해오던 용평리조트가 지난 1일 충남 보령시 웅천읍 무창포 해수욕장에 비체팰리스를 짓고 해양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하 1층, 지상 13층 규모의 비체팰리스는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설계한 건축디자인 회사인 야마사키사에서 설계를 맡았다. 객실을 Y자형의 편복도형으로 배치해 전 객실에서 바다조망이 가능하다. 전체 236실 규모로 90㎡(27평)형부터 333㎡(101평)형까지 다양한 크기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대명리조트 변산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 주차장도 다소 비좁은 편이다. 그러나 초대형 리조트에서 느낄 수 없는 아담한 휴식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해변에 바짝 붙여 지어져서 로비 뒤편이 바로 해수욕장의 백사장이다. 자녀들과 동반한 가족단위 고객들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 스파 산토리노의 수영장은 레인이 3개로 다소 작은 편이지만, 3층 높이의 탁트인 건물 옥상에 자리잡고 있어, 수영을 하면서 해수욕장을 내려다볼 수 있고 무창포 앞바다의 낙조도 만끽할 수 있다. 또 수영장 한쪽에는 바닥에 42도까지 열을 낼 수 있는 열선을 설치하고 모래를 덮어 모래찜질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부대시설로는 한식당과 일식당, 노래방, 단란주점, 슈퍼마켓, 오락실 등을 갖추고 있다.이용요금은 비회원 33만~46만원. 회원은 6만~7만원. 스파 산토리노 이용료는 대인 2만9000원 소인 1만8000원. 041-939-5757

용평 리좉 비체팰리스

여수 디오션 리조트=일상해양산업이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 기반시설의 일환으로 전남 여수시 소호동에 세운 ‘디오션리조트’가 지난 23일 개관했다. 지중해풍으로 지어진 콘도는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의 128실로 전체 객실의 80%이상이 100㎡(30평)이상이다. 전 객실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며, 객실 형태는 클래식과 모던 등 두가지로 나뉘어 있다. 객실의 숫자가 적은 편이지만, 오는 2011년에는 콘도 뒤로 43층 규모의 초대형 호텔이 들어서고 디오션 골프장도 들어선다.

디오션 리조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물놀이 시설인 ‘파라오션 워터파크’. 파라오션 워터파크는 특히 슬라이드가 충실하다. 튜브 슬라이드와 보디 슬라이드 외에도 로켓튜브 슬라이드와 스피드 슬라이드, 토네이도 슬라이드 등 다양한 슬라이드가 설치돼 있다. 또 바데풀과 키즈풀, 패밀리스파 등도 갖추고 있다. 파라오션에는 지하 800m에서 끌어올린 칼슘황산염 온천수가 이용된다. 디오션리조트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다양한 체험관광 등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충실하다는 점. 특히 낚시체험 등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비회원 48만원. 1544-0652

클럽ES리조트 통영=충북 제천의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금수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클럽 ES리조트가 다음달 16일 경남 통영 미륵도에 새로 리조트를 개관한다. 클럽 ES리조트는 특히 다른 여타의 콘도와는 달리 철저하게 회원 투숙만을 고집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회원들로부터는 호평을 받아온 곳이다.

통영에 새로 들어서는 ES리조트는 가족호텔로 건립돼 회원 외에 일반인들에게도 객실을 개방할 예정이다. 통영의 리조트는 이탈리아의 샤르데니아풍의 별장 120실로 마치 지중해의 리조트를 가져다 놓은 듯 낭만적인 외관과 조경이 돋보인다. 경사면을 살려 지은 6개의 빌라동에서는 한산도가 떠있는 통영의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통영 ES리조트는 특히 가족호텔답게 통영출신인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 등 각각 예술가들을 주제로 객실을 꾸민다. 이어 유치환, 김남주, 유치진 등 통영 출신 문학인들의 유족들과도 협의를 하고 있으며, 통영에 거주중인 전혁림 화백의 갤러리도 준비하고 있다. 객실요금은 미정. 02-508-2323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조물주의 장난일까, 아니면 인간에 대한 사랑의 다른 표현일까.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반도는 생김새부터가 유별나다. 사방을 둘러봐도 변변한 봉우리 하나 없는 한반도의 대표적 평야지대인 호남평야 한켠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동고서저의 한반도 지형에서 서쪽 평야의 끝, 그것도 바다와 인접한 곳에서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이 변산이다.

바닷가에 우뚝 솟아 하나의 산을 형성하는 다른 곳과 달리 변산은 해발 508m의 의상봉을 중심으로 4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이어지며 '작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직소폭포라는 멋진 보물을 감춰놨다. 장난이라 보기엔 지나치게 장관이고, 배려라 하기엔 너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

변산은 산이면서도 바다와 맞닿아 있는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산악지대인 내변산,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외변산으로 나뉜다. 예로부터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불릴 만큼 개성있는 절경을 갖춰 1988년 내·외변산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특히 내변산에는 월출과 낙조가 아름다운 월명암을 비롯해 천년고찰 내소사, 직소폭포에서 출발하는 봉래구곡 등이 절경으로 꼽힌다. 그중 굳이 서열을 매기라면 최고의 멋쟁이는 단연 직소폭포다.

직소폭포를 만나는 길은 두 가지. 하나는 내소사에서 출발해 관음봉을 거치며 변산의 속살을 더듬어가는 산행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내변산 깊숙이 들어가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트레킹을 겸해 다가가는 방법이다.

날씨도 흐린데다 워낙 고온다습해 산행을 포기하고 후자를 택했다. 변산면에서 내변산 방향으로 길을 바꿔 736번 지방도로로 약 10㎞쯤 가면 직소폭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여기서 300m쯤 들어가면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이 출발점이다.

폭포까지는 약 2.4㎞. 탐방지원센터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길이 완만해 쉬엄쉬엄 걸어도 40분이면 폭포에 닿는다고 한다. 주차장을 벗어나 600m쯤 가니 실상사지라는 절터가 넓게 펼쳐져 있다. 신라 신문왕 때 지어진 유서깊은 도량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고 덩그러니 넓은 공지만 남아 있다.

숲으로 터널을 이룬 오솔길을 따라 다시 10분쯤 더 걸으니 갑자기 커다란 호수가 앞길을 가로막는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호수는 규모는 작지만 양쪽으로 펼쳐진 푸른 숲과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직소보라 불리는 것을 보니 직소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을 가둬놓은듯 싶다. 호수 주위를 따라 이어지는 길도 예쁘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졌는데, 마치 물 위를 걷는 것처럼 시원하다.

호수를 벗어나면 숲 사이로 제법 굵직한 물소리가 들린다. 봉래구곡이다. 늦은 장마로 인한 높은 습도는 마치 사우나를 연상시킬 만큼 후텁지근하지만 푸른 숲과 싱그러운 물소리가 더위의 상당 부분을 덜어간다.

그 뒤에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약간 가파른 길이 앞을 가로막는다. 평소라면 어렵지 않은 구간이건만 무더위 때문에 발길이 조금은 무겁다. 계단이 끝나갈 무렵 묵직한 신음이 목구멍을 타고 흘러나오려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신음을 탄성으로 바꿔놓는다.

믿기지 않을 만큼 장엄한 경관 때문이다. 멀리 짙은 숲 사이로 빼꼼이 모습을 드러낸 바위 틈 사이로 굵은 물줄기가 굉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관광이 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 아래 앞다퉈 바로 옆까지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남겨놓은 이름난 계곡의 폭포와는 차원이 달랐다. 조용한 숲길을 걷다 우연히 만나는 장관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골 깊은 심심산골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을 서해안 바닷가에서 만날 줄이야. 다만 보기 좋으라고 만들어놓은 전망대는 오히려 경관을 해치는 '옥의 티'였다.

폭포 바로 아래까지 다가서면 더욱 볼만하다. 도끼로 찍어낸 듯 가파르게 서 있는 절벽을 가르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그 모습만으로도 한여름의 더위를 날려주기에 충분하다. 안내판에 따르면 높이가 30m에 이르지만 주변에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어 실감하기 어렵다.

이 물줄기는 폭포 아래 실상용추라 불리는 깊은 소를 만든 후 흘러내려 제2, 제3의 폭포를 만들며 분옥담·선녀탕 등 봉래구곡이라 불리는 절경을 만들고 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전남 강진군 화방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
ⓒ 서종규
어린 시절에 읽었던 '큰 바위 얼굴' 이야기는 마음 깊이 파고 들었다. 이 이야기는 '큰 바위 얼굴'에 얽힌 전설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 이 큰 바위를 닮은 위대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돈 많은 수전노, 유명한 노장군, 말 잘하는 정치가, 재주 있는 시인 등 그리고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그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들떠서 환영을 하지만 결국 실망하게 된다. 결국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키며 자연과 더불어 정직하게 살았던 설교자 어네스트가 말년에 큰바위 얼굴을 등지고 설교를 하고 있었는데, 그 설교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비로소 이 어네스트가 큰 바위 얼굴을 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나중에 이 이야기가 미국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이 쓴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 나라에도 큰 바위 얼굴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전라남도 강진군에 있는 알려지지 않은 산 '화방산' 능선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언론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다녀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남 강진군 화방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
ⓒ 서종규
전남 강진군 화방산 '큰 바위 얼굴'을 찾아
ⓒ 서종규
지난 6월 7일(토) 오후 2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산행'팀 15명은 소문으로 퍼진 '큰 바위 얼굴'을 찾아 광주에서 출발하였다. 광주에서 나주를 거처 영암 월출산 옆을 지나 강진으로 갔다. 강진읍에서 다시 군동면 소재지를 지나 삼화마을로 갔다. 오후 4시, 논에서 일을 하고 있는 동네 노인에게 큰 바위 얼굴을 찾아 가려면 어떻게 가느냐고 물었다. 마을회관에서 농로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조그마한 저수지를 막아 놓은 곳이 있다고 했다. 그곳을 따라 올라가면 안내 표지가 있다는 것이다. 초여름을 맞은 산은 푸름 그 자체였다. 지나는 길에 피어나는 나뭇잎의 푸름은 우리들 마음을 그대로 물들인다. 찔레순이며, 칡순이 눈에 보이듯 하늘을 찌르고 있다. 단오 이전에 뜯어야 약효가 뛰어나다는 쑥도 탐스러움의 절정을 맞고 있다.
전남 강진군 화방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
ⓒ 서종규
아주 조그마한 저수지를 돌아 계곡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문득 정면으로 보이는 능선에 늘어선 바위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바로 '큰 바위 얼굴'이다. 능선에 늘어 선 바위들 가운데 우뚝 솟구쳐 보이는 얼굴이 보인다. 산 정상엔 '큰 바위 얼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 여러 바위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그 얼굴은 선명하게 우리들의 눈앞에 다가왔다.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얼굴이다. 턱 앞은 수염처럼 나뭇잎들로 가려져 있다. 하지만 두 눈과 눈썹, 오뚝한 코가 선명하다. 볼은 둥글었으며 이마는 볼록 튀어 나왔다. 책에서 보았던 서양인의 모습이 아니고, 분명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다. 그렇다. 분명 우리 나라 수많은 탈 중 하나를 닮은 듯하다. 우리들에게 수많은 웃음을 가져다 주었던 광대의 얼굴이다. 우리 민족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순수 혈통이다. 우리 민족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큰 바위 얼굴은 우리들을 내려다 보며 웃고 있다. 그 모습이 광대의 얼굴이라고 하여 사람들은 '광대 바위'라고 한단다. 옛날 화방마을 옆 서은마을에 한 부자가 살았는데, 인색하여 인심을 읽고 살았다. 어느 날 중이 와서 시주를 첨함에 그 부자는 시주는커녕 오히려 크게 냉대하였다. 기분이 상한 중이 천연덕스럽게 말하기를 "더 큰 부자가 될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니 부자는 당연히 그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중이 하는 말이 "건너편 산에 있는 큰바위 얼굴의 배꼽을 파버리면 더 큰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자 이 부자는 석공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광대바위의 배꼽을 파 버렸다. 그 후 부자는 욕심이 지나쳐 망해 버렸다고 한다. 지금도 큰 바위 아래쪽을 보면 피가 흘러 굳어진 것처럼 빨갛게 보이고 있다. - '큰 바위 얼굴' 전설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조그마한 나무다리를 건너 산길로 접어들었다.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오르는 조그마한 봉우리다. 큰 바위 얼굴은 흐트러짐 없이 계속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들은 산에 오르면서 쏟아지는 땀방울을 여유롭게 훔친다. 산행을 하는 우리들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편해졌다. 나뭇잎 사이사이에서 느끼는 그의 시선으로 때문인 것 같다.
전남 강진군 화방산에 있는 바위
ⓒ 서종규
조그마한 봉우리를 돌아 형제바위로 다가갔다. 우뚝 서 있는 형제바위 사이에 틈이 있었다. 원래는 하나의 바위였는데 가운데가 갈라져서 마치 형제처럼 보이는 바위다. 저 멀리 삼화마을의 모습이 바위틈으로 보였다. 그 틈바구니에 얼굴을 내미니 산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이 시원하게 부딪친다. 자연이 주는 시원함이란 마음까지 투명하게 만들어 준다. 능선을 타고 조금 지나가니 바로 큰 바위 얼굴이 나온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큰 바위 얼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대한 바위들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높이가 20m, 폭은 30~40m 정도 되는 큰 바위 얼굴이다. 하지만 신비로운 큰 바위 얼굴 위에 올랐다는 생각에 죄송스럽다. 큰 바위 얼굴에서 지나 온 길을 바라보니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하나 우뚝 솟아 있다. 그 옆을 지나오면서 보았던 바위의 느낌과는 정 다른 느낌이 든다. 어떤 산행을 하면서 가끔 이상하게 보이던 남근석의 모습이다.
전남 강진군 화방산 능선에 있는 주상절리
ⓒ 서종규
전남 강진군에 있는 화방산 능선
ⓒ 서종규
큰 바위 얼굴에서 화방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은 기암괴석들이 능선에 줄을 서고 있다. 흔히 무등산 서석대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의 우뚝 솟은 모습이다. 육각형의 거대한 바위기둥들이 서로 의지하여 능선에 죽 늘어서 있는 것이다. 큰 바위 얼굴만 기대하고 왔던 우리들의 마음에 화방산의 새로운 모습을 새기고 있다. 바위 능선을 따라 가다가 보면 헬기장이 나온다. 이 곳에서부터 화방산 정상은 갑자기 우뚝 솟구쳐 있다. 거대한 삿갓을 엎어 놓은 것 같이 급경사를 이루며 우뚝 솟아 있는 것이다. 주상절리를 밟으며 신선처럼 들떠 있던 발길이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등에서 다시 땀이 솟구치고 있다. 가쁜 숨소리를 내뿜으려 나무숲 속을 올라간다. 멀리 바라보이는 정상을 향하여 한 발 한 발 들어 올린다. 우거진 나무숲이 천만 다행이다. 급경사로 오르는 길이지만 무성하게 우거진 나뭇잎들이 그 진한 녹음으로 우리들의 마음까지 푸르게 만든다.
전남 강진군 화방산에 있는 주상절리
ⓒ 서종규
전남 강진군 화방산
ⓒ 서종규
오후 6시, 화방상 정상(402m)에 올랐다. 월출산, 천관산, 마량항, 멀리 완도 상왕봉까지 다 보인다. 인자하게 보이던 큰 바위 얼굴도 그냥 능선에 늘어진 바위로만 보인다. 산 밑 잘 정돈된 논에서는 이미 모내기가 다 끝나 있었다. 이제 능선을 따라 화방사를 거쳐 다시 삼화마을로 내려가면 된다. 큰 바위 얼굴을 찾은 날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의 촛불이 가장 활발하게 타오르던 토요일이었다. 그 촛불을 뒤에 두고 산에 올라온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한없는 욕심을 부리던 부자가 결국 저 큰 바위 얼굴에게 혼나버린 전설이 우리들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꼭 큰 바위의 배꼽을 판 부자처럼 요즈음 세상은 부자들이 더 난리다. 서로 나누어 전 세계 사람들이 골고루 나누어 먹었으면 좋았을 기름의 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고, 자본을 움켜쥔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먹어야 하는 곡물을 가지고 제 배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리 나라는 환율까지 올라 그 부담이 배가 되었다. 풀만 먹어야 하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여 생긴 병이 광우병인데, 우리 정부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부위를 제외하지 않은 채 협상을 진행했다. 그리곤 빈민들 보곤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이니 먹으라고 한다. 대통령이 이곳을 찾았다면 그 인자한 큰 바위 얼굴이 고개를 돌려 버릴 것 같다.
전남 강진군 화방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
ⓒ 서종규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부근리 고인돌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1년 52주 당일치기 여행

인천 강화군 봉천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평화로운 풍광 속에 얼기설기 역사가 흐르고 싱그러운 자연이 있는 곳, 인천 강화군이다. 고인돌 사이를 걸으며 시간 속을 산책하고 봉천산에 올라 바다와 산에 가득한 따사로운 봄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보자.

10:00 고인돌 광장서 세계문화유산 만나기

강화대교를 건너면 시원하게 뻗은 48번 국도가 이어진다. 파릇파릇 벼가 늘어선 농촌 풍경을 지나 강화 부근리 고인돌 광장이 오른쪽에 보인다. 청동기 시대 유적인 강화 고인돌은 두 개의 굄돌 위에 50t이나 되는 화강암 덮개돌을 얹고 있다. 수천 년 전 수십t이나 되는 돌을 기계의 도움 없이 올렸다는 게 경이롭다.

강화 고인돌은 2000년 12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광장 옆 고인돌 식물원에선 다양한 야생식물과 수생식물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연꽃씨앗을 이용해 목걸이를 만들거나 나뭇조각으로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고인돌 광장은 종일 구경할 수 있고 식물원은 오전 9시30분~오후 6시(월요일 휴무) 연다. 입장료 무료.

11:00 봉천산 오르며 강화들판 감상하기

고인돌 광장에서 48번 국도를 따라 조금 더 가면 봉천산이다. '봉천산 산림욕장'이란 이정표를 지나자마자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솔숲을 따라가다 목이 마르다 싶을 때쯤 약수터가 나온다. 한 숨 고르고 약간만 더 가면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좌측은 능선코스고 우측은 계곡 코스다. 두 코스의 난이도와 등반 시간은 비슷하다. 능선 코스를 오르다 문득뒤돌아보면 강화의 넓은 들녘, 그리고 바다 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계곡 코스는 나무 때문에 시야가 트이지 않아 답답한 편이다.

해발 291m의 봉천산 정상에 오르면 봉천대(奉天臺)가 나타난다. 화강암을 다듬어 쌓은 정방형 사다리꼴 모양으로 고려시대에는 하늘에 제사 지내던 제단으로 사용되었고, 조선시대 중엽부터는 봉수대(산 정상에서 연기나 불로 급한 소식을 전하는 곳)로 썼다. 맑은 날 봉천대에 오르면 저 멀리 북녘 땅도 눈에 들어온다.

13:30 창후리 포구서 밴댕이나 병어 먹기

봉천산 산행을 하고 나면 '배꼽시계'가 신호를 보낸다. 가까운 창후리 포구를 찾아보자. 포구의 횟집에선 밴댕이와 병어 요리를 특히 많이 다룬다. 고소한 맛 나는 밴댕이는 회<왼쪽사진>로 먹거나 각종 야채에 초고추장으로 버무려 무침으로 먹고 탕으로도 먹는다. 병어는 회로 먹거나 조림으로 먹는다. 밴댕이회는 2~3인분에 2만5000원 정도, 병어조림은 3만~4만원 정도인데 어획량에 따라 그날그날 가격이 약간씩 다르다.

15:00 옥토끼우주센터에서 우주 체험

2007년 5월 문을 연 옥토끼우주센터는 우주과학을 주제로 한 체험공간이다. 달에서 사용되는 월면차(月面車)와 인공위성, 우주선 모형 등 우주시설장비 500여 점을 실물과 모형으로 전시하고 있어 우주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 미국항공우주국(NASA), 러시아 연방우주청 등에 의뢰해 직접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가져오고 그렇지 못한 것은 설계 도면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우주탐험공간엔 우주화장실, 우주샤워 등 우주인들이 우주선 안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주선이 대기를 통과할 때 우주인들이 느끼는 어지러움과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태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우주인 체험공간도 흥미롭다. 오전 9시30분~오후 6시. 연중무휴. 입장료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1만3000원.

::: 자가용

강화대교 건너 48번 도로를 따라가면 고인돌, 하점면 사무소, 창후리가 이어진다. 창후리에서 옥토끼우주센터는 48번 도로를 되짚어오다가 알미골삼거리에서 전등사 이정표를 보고 84번 도로로 우회전하면 된다.

::: 대중교통


서울~강화버스터미널: 신촌시외버스터미널(02-324-0611)에서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강화행 시외버스를 탄다. 성인 3400원. 오전 5시40분~오후 11시20분, 약 1시간30분 소요.

강화터미널~고인돌 광장: 강화터미널에서 '송해면·고인돌·하점면·창후리 행 군내버스'를 이용한다. 요금 1000원.

고인돌 광장~봉천산 입구~창후리: 고인돌에서 봉천산 입구인 하점면사무소까지는 3㎞ 정도로 인하리행 버스를 타면 된다. 날씨가 좋으면 걸어가도 좋겠다. 봉천산 입구에서 창후리행 군내 버스를 이용하면 포구가 있는 창후리까지 갈 수 있다.

창후리~옥토끼우주센터: 강화버스터미널로 가서 강화버스터미널에서 온수리행 군내버스(요금 1000원)로 갈아탄다. 맞은 편 버스정거장에서 700번(요금 1300원)을 타도 된다.

::: 고인돌 관광안내소 (032)933-3624

::: 고인돌 식물원 (032)933-2491, www. i-goindol.com 옥토끼우주센터 (032)937-6918, www.oktokki.com 강화군내버스(선진버스) (032)933-6801 강화 콜택시 (032)933-7878

강화대교→고인돌 광장→봉천산 산행→창후리 점심→옥토끼우주센터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

온통 푸르죽죽 竹이네~

 한바탕 세찬 비가 퍼붓고 나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무더위가 엄습한다. 자주 냉장고 문을 열게 되고 에어컨 바람은 갈수록 세진다. 냉장고도 선풍기도 없었던 시절, 옛 선현들은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찌는 듯 지긋지긋한 더위 앞에서는 꼿꼿한 기상도 양반 체면도 다 벗어던져버렸을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호젓한 정자에 앉아 고고한 학처럼 가야금을 타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벗삼아 시조가락 한수 뽑아내는 풍류. 어느 한적한 계곡 그늘을 찾아 더위를 잠시 피하며 유유자적했던 선비들의 피서지를 찾아 죽향 그윽한 풍류의 고장 전남 담양을 찾아갔다.

대바람에 죽향, 시원하다

혹 '죽림욕(竹林浴)'이란 말을 들어봤는가? 많은 이들이 머리가 맑아지고 심신이 안정되는 정화효과를 위해 산을 찾아 산림욕을 즐긴다. 대숲에서 대나무가 뿜어내는 청명한 산소를 들이마시는 죽림욕은 산림욕보다 더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있다. 한여름 대숲을 스친 바람은 귓가를 살살 어루만지고 그윽한 죽향은 코끝을 알싸하게 간지럽힌다. 세상사 어지러움이 말끔히 잊혀지고 몸과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제대로된 죽림욕을 즐기려면 대나무의 고장 담양이 딱이다. 담양은 마을마다 대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대나무 있는 곳에 마을이 있다. 어디를 가도 푸른 대숲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대밭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지역 전체가 죽향에 젖어 청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담양에서 죽림욕을 즐기기 좋은 곳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대나무골 테마공원'과 '담양 대나무숲', 그리고 담양군에서 운영하는 '죽녹원(竹綠苑)'이 있다. 관방제림과 영산강의 젖줄인 담양천을 끼고 있는 담양향교를 지나면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야트막한 야산 16만㎡ 부지에 사시사철 푸른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 차 있다. 푸른 기둥으로 우뚝 서 있는 청살문을 지나 돌계단을 하나씩 밟고 오르며 대숲으로 향했다.

대숲에 들어서면 눈이 맑아지고 마음은 정갈해진다. 고개를 들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오른 대나무가 초여름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눈높이를 낮추면 세상의 흙먼지를 모두 씻어버릴 듯이 온통 짙푸른 초록 장대비가 내린다.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은 푸른 빛이 묻어난다. 바람이 불면 대숲은 온몸으로 소리를 낸다. '솨~솨~' 마당을 비질하는 소리를 내다 어느 순간 바람과 공명해 청아한 피리 소리를 내기도 한다. 댓잎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댓잎에서 풍겨나는 향긋한 죽향을 들이마시니 도심 생활에 찌든 때도 대바람 소리에 씻겨나가는 것 같다.

구불구불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초록의 생기가 몸으로 안겨든다. 대나무 표면에 흰 분칠을 한 듯한 분죽(솜대), 30m 높이까지 자라는 웅장한 맹종죽, 오골계처럼 검은 빛을 띠는 오죽, 마디에 껍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가느다란 조릿대 등 국내 자생종 7종의 대나무를 볼 수 있다. 싱그러운 연둣빛, 짙은 녹색, 황갈색, 검은색까지 그 빛깔과 굵기, 높이도 제각각이다. 숲 안 대나무 그늘 밑에서 한창 죽순이 자라고 있다. 4월 중순에 순이 올라온 맹종죽은 이미 다 자라 청년이 되었고, 5월 말에 올라온 왕죽의 순은 우후죽순이란 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커 나가고 있다. 죽순은 통상 45일이 지나면 다 자라며 3년이 지난 대나무는 마디가 단단해지며 완전한 대가 되기 때문에 이때 베어내 죽제품으로 쓴다.

죽녹원에는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철학자의 길' 등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8곳의 테마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 하나당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10~20분이 소요되며 죽녹원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2시간 남짓 걸린다. 산책로 중간중간 인공 폭포나 정자, 우마차, 팬더 모형 등 지친 다리를 쉬어가거나 사진 찍기 좋은 곳도 많다. 서걱서걱 댓잎이 내는 소리에 귀기울이며 천천히 숲길을 걸어보자. 죽림의 청신한 기운을 온몸에 흠뻑 받으면 대바람에 온갖 시름도 날아가버리리라.


'청풍명월을 마당으로' 소쇄원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집안에 연못을 파고 정갈한 정원을 만들었던 일본과 달리 조선 사대부들은 정원 단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집밖을 나서면 아름다운 산세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풍광 좋은 곳을 골라 정자를 하나 지으면 청풍과 명월이 모두 집안으로 들어온다. 곧 자연에 묻혀 사는 것이다. 풍류의 고장 담양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우리나라의 대표 별서정원으로 꼽히는 '소쇄원(瀟灑園)'이다.

소쇄라는 어감에서 시원한 소슬바람이 이는 것처럼 맑을 소, 깨끗할 쇄 그 이름만으로도 심신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조선 중엽 소쇄처사 양산보가 조성한 소쇄원은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유유자적하는 풍류가 함께 담긴 곳이다.

소쇄원은 1천400평의 그리 크지 않은 규모지만 계곡, 연못, 대숲, 바위, 새소리, 물소리까지 자연 그대로의 풍취가 오롯이 담겨있다.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양쪽으로 터널을 이루듯 빽빽한 대숲이 이어진다. 세상의 풍진을 막아주는 이곳을 지날 때는 세상사를 잠시 잊고 휴대폰도 잠시 꺼두는게 좋다. 대숲을 지나면 초가 정자로 된 대봉대가 나타난다. 봉황을 기다린다는 의미의 대봉대는 귀한 손님을 버선발로 맞던 곳으로 정자에 앉으면 자연의 품에 안긴 소쇄원 전경을 우러러 볼 수 있다. 내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흙과 돌로 쌓아 올린 운치 있는 담장이 이어진다. 담장을 지나면 계곡 위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다섯굽이를 이뤄 흐른다고 이름 붙여진 '오곡문'이 기다린다. 냇물 위에 돌을 쌓아 반석을 올리고 담장을 그 위에 올렸는데 이 때문에 냇물은 원래 흐름 그대로 흘러간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 아니라 냇물이 드나드는 문이다.

오곡문을 지나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물이 소쇄원 앞마당 계곡을 타고 흐르는데 이곳 계곡 바위 위에 앉아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벗삼아 바둑을 두고 거문고를 탔던 옛 선현들의 풍류가 느껴진다. 소쇄원 가장 위쪽에 자리한 제월당은 양산보가 기거하며 손님과 담소를 나누던 곳이다. 제월당에 오르면 소쇄원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주인이 가고 없는 자리, 나그네가 지친 발을 달래려 잠시 올라 사립문 앞으로 반가운 벗이 술병을 들고 찾아오기를 기다려본다.

제월당 아래에는 소쇄원에서 가장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광풍각이다. 누각의 사랑방 들개문을 열어젖히면 그대로 한폭의 산수화가 그려진다. 고요한 제월당과 담 하나를 사이를 두고 있는 광풍각에서는 귀를 기울이면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부터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 산새소리, 벌레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치 깊은 숲속, 혹은 선계의 무릉도원이라도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소쇄원은 맘먹고 둘러보자면 채 10분이 안걸린다. 규모가 작아 큰 기대를 안고 찾은 이라면 이내 심심해지고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서 김인후가 소쇄원의 아름다움 48가지를 '소쇄원 48영'이란 시로 노래했듯 산수화 48폭을 감상한다는 마음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소쇄원의 절경을 유유자적한 마음으로 감상한다면 청풍명월과 하나된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사문학의 산실, 담양

담양은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면앙정가'를 지은 면앙 송순이 "십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었으니 나 한 간, 달 한 간에 청풍(淸風) 한 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고 노래했던 면앙정이 있고 가사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의 무대가 된 식영정과 송강정, 명옥헌, 환벽당이 있다. 담양에는 옛 선비들의 자취가 오롯이 남아있는 정자가 60여채나 된다. 선들선들 바람 부는 정자에 올라 못내겨운 시흥에 시 한수 읊어보자. "옛 사람 풍류를 미칠까 못미칠까…" 음풍농월하며 말이다. 식영정 옆 가사문학관에는 송순의 면앙집, 정철의 송강집 및 친필 유묵 등 귀중한 가사문학 자료를 집대성해놓았다.

글=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ilbo.com 사진=강원태기자 wkang@

담양 가는 길

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순천분기점을 지나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간다. 고서분기점에서 88올림픽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담양 방면으로 진입해 달리다 담양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9번 국도를 탄다. 10분 가량 읍내 방면으로 들어가다 담양경찰서 앞에서 북쪽으로 직진하면 관방제림과 죽녹원이, 우측으로 빠져 24번 국도를 타면 그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로 들어선다. 4시간 가량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까지 간다. 소요시간 3시간30분. 광주터미널에서 10분마다 담양행 버스를 탈 수 있으며 50분 가량 걸린다.

담양 먹을거리

대나무의 고장 담양까지 왔다면 죽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대나무에 지은 대나무통밥과 죽순이 돋아날 때 캐서 회로 요리하는 죽순회가 별미다. 대통밥은 대나무통에 쌀과 인삼, 대추, 은행 등을 넣고 쪄낸 것인데 그윽한 죽향이 고소한 밥맛과 어우려져 은은한 향미가 입안에 감돈다. 죽순회는 매콤달콤하면서도 담백하며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그만이다. 독특한 전라도식 갈비구이 맛을 내는 담양 떡갈비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과 함께 씹을수록 갈비 고유의 쫄깃함과 고소함이 더해진다. 담양에는 죽요리와 떡갈비를 잘하는 식당이 많다. 1인분에 대통밥은 8천원선, 떡갈비는 1만2천~1만5천원선이며 죽순회는 한그릇에 1만5천원 안팎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