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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풍광과 함께 남북한 최고 권력자의 옛 별장 등이 있는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관광지구 안에 또 다른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다. 이곳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해양박물관이 그것이다.

동해안 최대 규모의 해양박물관이라는 수식보다 더 마음을 끄는 것은 화진포를 바라보는 해변에 자리한 함선 모양의 아름다운 박물관 건물이다. 마치 금방이라도 먼 바다로 떠날 것만 같은 배 모양의 박물관 건물에 승선하면 신비하고 환상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2001년 개관한 기존 해양박물관(전시관)에 연결하여 2004년 7월 지금의 모습을 갖춘 화진포 해양박물관은 패류전시관을 비롯해 다양한 수중생물의 모습을 보여주는 어류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 2층에 위치한 패류전시관으로 가면 세계적으로 희귀한 각종 조개류와 갑각류, 산호류, 화석류, 박제 등 1,500여종 4만여 점의 전시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고성 앞바다에서 포획한 물범, 바다사자 박제품은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전시품. 8m 60cm의 대형 밍크고래 뼈는 가까이서 보면 한눈에 안 들어올 정도다.

어류전시관은 180도 머리 위를 휘감는 수량 3백여 톤의 해저터널을 갖춘 거대한 수족관. 색깔 고운 물고기떼들이 산호 사이를 유영하는 아름다운 열대바다가 펼쳐지는가 하면, 살아 있는 상태로 사육이 어렵다는 고성의 군어이자 특산물인 명태를 비롯해 연어, 혹돔, 대왕문어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해저터널로 들어서면 머리 위에서 가오리가 너풀너풀 춤을 추고 상어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그 속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노니는 잠수부의 모습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입체 영상실에서는 또 다른 바다 속 여행이 시작된다. 특수 안경을 끼고 보는 화진포 호수 생성 과정과 신비한 바다 속 여행은 너무나 생생한 현장감을 안겨준다.

3층 휴게실도 놓치지 말고 들러보아야 할 곳. 화진포 일대와 동해바다의 멋진 풍광이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바다와 호수를 하나로 연결시켜 놓은 화진포다리와 그 다리 밑으로 드나드는 바닷물을 보면 과연 화진포가 석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화진포의 새 명소가 된 해양박물관의 탄생에는 ‘조가비에 미친’ 한광일 박물관장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바다를 보며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품었던 꿈을 소중히 간직해 지금의 해양박물관으로 키워냈다. 유난히 조가비를 좋아했던 그는 눈에 띄는 대로 예쁘고 특이한 조가비를 한둘 모으다가 80년 초 사업차 외국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희귀 조가비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남미아프리카 등 50여 개국을 돌며 그가 수집한 조가비는 모두 2천여 종 10만여 점. 1백50㎏짜리 거인조개부터 돋보기를 대고 보아야 모양을 알 정도의 먼지조개까지 온갖 모양과 크기의 조가비가 망라돼 있다. 특히 앵무조개, 흰람비스고둥, 남아프리카소라 ··· 등 희귀종도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집 지하실에 쌓여가기만 했던 이들 조가비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 고성군에서 박물관건립을 위해 협조를 요청해오면서였다. 그동안에도 서천해양박물관, 이대자연사박물관 등에 자신의 수집품을 기증해왔던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수집품을 고성군에 기증했다. 바닷가 소년의 작은 꿈이 해양박물관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된 것이다.

*가는 요령
서울 - 6번 국도 - 양평 - 44번 국도 - 홍천교 - 홍천4거리 - - 한계리 민예단지 휴게소앞 3거리- 왼쪽 46번 국도 - 백담사입구 -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 입구 - 거진읍 대대리 삼거리 - 자산교 - 자산리 3거리에서 북쪽으로 5km 가면 화진포 해수욕장 입구 해양박물관 주차장에 이른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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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아 더욱 원시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칠선계곡. 비선담 위쪽 도강 지점.

원시의 칠선골과 웅장함의 절정 뱀사골을 잇다

칠선골~천왕봉~화개재~뱀사골 38km 1박2일 산행


성하의 지리산은 살아 움직였다. 숲 울창한 골짜기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물을 토해내며 빛나는 풍광을 자랑했다. 짙푸른 능선은 골짜기에서 올라온 구름과 함께 꿈틀거렸다. 산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골짜기와 산릉을 따르며 대자연을 향유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월간山 5월호를 통해 소개된 칠선골을 7월 초 다시 찾은 것은 독자들에게 이 골짜기의 진면목을 확인시켜드리기 위해서였다. 석 달 전에 비해 7월의 칠선계곡은 더욱 깊었고 화려했다. 신비감과 은밀함이 공존했다. 7폭(瀑) 33소·담(沼潭)으로 일컬어지는 칠선골은 골 어디 하나 절경이 아닌 곳이 없었다. 장마철을 맞아 물줄기가 굵어지고 숲이 더욱 울창해지면서 선녀탕에서 마폭에 이르기는 골짜기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신비로울 만큼 은밀한 풍광을 뽐냈다.

주능선을 따라 하루거리로 떨어져 있는 뱀사골을 이은 것은 칠선골과 뱀사골을 비교해 보고픈 마음에서였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골짜기였다. 칠선골이 은밀함의 극치라면 뱀사골은 웅장함의 절정이다. 병풍소, 병소, 간장소 등 수많은 소와 담들은 옥빛 계류를 넉넉하게 담고, 와폭은 그 옥빛 물을 아래 소와 담으로 넘겨주면서 넉넉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했다.

이틀 전 내린 비로 많은 물을 쏟꼬 있는 선녀폭포.
“갑자기 기온이 왜 이렇게 떨어지는 거야?”

추성동에서 1km쯤 떨어진 두지동을 지나자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엄습한다. 물줄기에 바짝 붙은 산길을 따르다 계곡을 가로지른 출렁다리에 올라서자 와폭 아래 널찍한 소가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짙푸르고도 신비로운 빛을 띠고 있다.

시공이 멈춘 원시 골짜기

“선녀탕, 옥녀탕, 비선담, 칠선폭, 대륙폭, 삼층폭, 마폭 등 칠선골 풍광은 7폭 33소와 담으로 일컬어진답니다. 이 정도 소는 이름도 없어요.”

칠선골 산행 안내에 나선 허승철(지리산 함양분소) 팀장은 설악산 천불동,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히는 칠선골의 아름다움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선녀탕으로 향하는 사이 산길에 비닐장판 조각이 보이자 허 팀장은 “두지동에 다섯 가구가 살고 있는데 예전에는 이 일대에도 민가가 있었다”며 “저기 바위에 움푹 파인 곳은 돌절구로 사용하던 것”이라 일러준다.

출렁다리를 건너선 다음 숲길을 따라 30분쯤 오르자 선녀탕이 나타난다. 숲그늘이 드리운 소 안의 물은 유난히 맑고 푸르다. 주변 바위에 푸른 이끼가 덮여 있어 옛날 고옥을 보는 기분이다. 선녀탕 위로 올라서자 이번에는 옥녀탕. 선녀들이 경쟁하듯 맵시를 자랑하는 듯하다. 소 바로 옆을 끼고 지나서인지 더욱 아름답다. 옥녀탕은 탕도 탕이지만 그 위로 이어지는 와폭이 더욱 근사하다. 위에서 흘러내린 물을 더욱 아름답고 곱게 꾸며 옥녀탕으로 흘리고 있었다.


고즈넉한 숲길을 따르는 사이 온몸이 땀에 젖어든다.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운 날이다. 그래도 맑은 물 흘러내리는 골짜기를 걷는다는 것은 너무도 즐거운 일이다. 옛길을 따라 지면에서 띄워 설치한 데크를 지나자 비선담(飛仙潭·해발 710m·추성동 3.9km)이다. 선녀탕에서 목욕한 선녀들이 하늘로 오르는 곳이다.

비선담 출렁다리를 지나 호젓한 숲길을 빠져나가자 비경이 계속 이어진다. 역시 와폭과 소의 연속이다. 어지간한 산이라면 그럴 듯한 이름을 얻었을 텐데 워낙 빼어난 풍광의 폭포와 소가 많다 보니 무명으로 남아 있는 것일 게다. 하기야 7폭에 33소·담 모두에게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옥석이 뒤섞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선담에서 500m쯤 올라갔을까, 관리소 직원 3명이 데크통제대에 모여 있고, 위쪽 산길과 이어진 출입문에는 열쇠가 채워져 있다. 비선담 통제소다. 허 팀장은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 5.4km 구간은 특별보호구역으로 올해부터 봄가을 두 달씩 예약 가이드제에 의해 개방한다”며, “7, 8월 여름철에는 통제했다가 9, 10월 두 달 동안 다시 예약 가이드제를 실시한다”고 알려준다.

통제소를 지나자 숲이 더욱 우거지고 산길은 한층 좁아진다. 산죽 군락은 얼굴을 툭툭 때려댈 만큼 우거져 있다. 모처럼 만난 징검다리가 반갑기도 하지만 미끄러져 계류에 빠져들까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야, 이거 천왕봉에서부터 내려가려면 엄청 미끄럽겠는데….”

이영석씨는 미리 짐작했던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돌마다 이끼가 자라고 있고, 이끼마다 물을 듬뿍 머금어 밟기 무섭게 미끄러진다. 청춘 남녀가 비를 피해 들어섰다가 깊은 사랑에 빠졌다는 풋풋한 얘기가 전하는 청춘홀 기암을 지나자 어둠침침해진다. 숲이 더욱 울창해진 것이다. 그런데도 나뭇잎 사이로 포말이 쏟아져내리는 골짜기를 바라보노라면 대자연에 동화되어 블랙홀로 빠져들어 가는 기분이다.

선녀폭은 이끼 덮인 벼랑과 어우러져 한층 아름답게 느껴진다.

말없이 걷던 석상명씨가 물을 마시려고 지계곡에 들어섰다 풍덩 빠져들었는데도 김승완 기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을 계류에 담근 채 꿀꺽꿀꺽 마셔댄다. 지계곡을 가로질러 100m쯤 나아가던 허 팀장이 산길을 벗어나 물가로 내려선다. 칠선폭포를 보기 위해서였다. 높이는 5m 안팎에 불과하지만 제법 넓은 암반을 타고 물줄기가 거세게 쏟아져 웅장하기 그지없다. 허 팀장은 이틀 전 내린 비의 양이 많아 폭포가 더욱 힘차게 느껴진다고 한다. 마침 오전 내내 찌푸려 있던 하늘이 열리면서 햇살이 내리쬐자 포말이 옥구슬이 쏟아져 내리는 듯 반짝인다. 이 모습에 천상의 선녀가 지상으로 내려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계곡에 이어 주계곡을 가로지른 다음 허 팀장이 안내한 왼쪽 지계곡으로 들어서자 칠선골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륙폭포가 우뚝 솟구친다. 15m 높이의 대륙폭포는 물이 아닌 하늘의 빛을 쏟아붓고 있었다. 물줄기가 거센 덕분인지 골바람이 더욱 시원스레 불어대고, 물보라가 얼굴에 와닿으니 한여름 더위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대륙폭포를 지나면서 산길은 더욱 좁아지고 가팔라진다. 바위벼랑마다 이끼가 두텁게 덮여 있고, 이끼에 맺힌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게 태곳적 자연을 보는 듯 흥분되게 한다. 숲이 짙어지자 숲 사이로 바라보이는 물줄기는 더욱 신비롭다. 포말은 정지상태의 화면을 보는 듯하고 옥빛 소와 담에 담긴 물도 억겁 세월을 지나면서 굳어버린 보석처럼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시공이 멈춘 것이다.

두 개의 와폭과 수직폭이 한 줄기로 이어지는 삼단폭포 아래에서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에 다시 천왕봉으로 향한다. 바윗덩이가 골을 메우고 물줄기도 급격히 약해지지만 숲은 오히려 더욱 울창해진다. 이끼 옷 입은 나무와 고사리류 식물 등이 눈에 자주 띄고 숲이 더욱 우거지는 게 원시림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다 골짜기가 한층 좁아지더니 협곡 속에 신비감 넘치는 소와 와폭이 나타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한다.

“여기서부터 마폭 위쪽 일대가 예전에 사람들이 길을 잃곤 했던 구간입니다. 계곡에서 미끄러져 다치거나 길을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섰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도 있었고요. 특히 안개가 끼거나 비가 내리는 날에 사고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노시철씨(남원시지역자율방재단장)는 이 일대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땅속에 묻혀 있다 겉모습을 드러낸 쓰레기는 예전에 장사하던 사람들이 버린 것이라고 알려준다.

칠선계곡 상류는 산길이 희미해 안개 낀 날은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
잠시 후,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맨 뒤에서 좇아오던 황원선씨는 도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 겨우 산길을 찾아 올라오고, 이영석씨는 이끼 덮인 바위를 밟는 순간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고 그 충격으로 한동안 꼼짝하지 못하다 한참 뒤에서야 모습을 나타낸 것. 그래도 더욱 큰 일을 당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폭 앞에 다가서자 모니터링 중인 관리소 직원들과 학계 전문가, 지역주민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관리소는 전문가들과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통해 1년에 네 차례씩 칠선골을 답사, 생태 변화를 파악하고 있다. 올해는 예약 가이드제 실시 이전에 한 차례, 그리고 실시 후인 지금 두 번째 모니터링 중인 것이다.

마폭을 지나자 산길에 박혀 있는 바위 크랙에서 자라는 구상나무 치수(稚樹·어린나무)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15년 전 찾았을 때에 비해 분명 자연이 많이 되살아난 모습이다. 낙엽과 토사층도 두터워져 있고, 사태로 엉망이 되었던 지역도 숲이 우거져 옛 상흔은 사라진 상태다.

“와, 이거 보기 드문 식물인데…. 자세히 보면 정말 꿩의 다리를 보는 것 같지 않아요?”

노시철씨는 숲속에서 껑충 자란 꿩의다리를 바라보며 “예전에는 군락을 형성한 곳이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귀한 식물”이라며 반가워한다. 고개를 드는 순간 머리가 핑 돈다. 고소증세인가. 해발 1,400m대 위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부가 바라보인다. 구상나무는 마침 새잎이 자라나면서 한층 환한 모습이다.

명계곡 잇기 위해 15km 지리주능선 산행

골짜리를 벗어나면 아름드리 주목과 소나무가 우거진 능선을 따라 천왕봉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철계단이 장딴지를 뻐근하게 해 입에서 아이구 아이구 소리가 나오는데도 쏟아지는 햇살이 반가워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칠선골 등로를 빠져나와 곧바로 올라선 천왕봉은 역시 해발 1,915m 높이의 남한 내륙 최고봉답게 무더위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올라서 있다. 계곡은 하루종일 우중충한 날씨였건만 산릉에 올라서자 파란 하늘 아래 뭉게구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멋진 풍광을 펼쳐낸다. 하지만 풍광에 취해 마냥 정상에 머물 수 없다. 오늘 묵을 세석대피소까지는 아직 3시간 가까이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리산은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는 즐거움도 좋지만 역시 주능선을 따르는 맛이 압권이다. 구름 안개 오락가락하며 선경을 연출하고 새소리와 함께 바람소리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하지만 엉덩방아를 찧는 등 고난을 겪은 이영석씨는 “무슨 계곡이 이렇게 기냐?”, “벌써 8시간 넘게 걸었는데 또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느냐?”며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툴툴댄다.

통천문을 내려서고 제석봉(1,806m)을 넘어 장터목대피소로 내려서자 등산객들이 저녁식사를 하느라 어수선하다. 고기 굽는 냄새, 찌개 냄새에 잔뜩 허기진 일행에게 입맛을 다시게 하지만 얼마 쉬지도 못한 채 세석대피소로 향한다.

연하봉(1,730m)과 촛대봉(1,703.7m)을 넘어 7시 반경 도착한 세석대피소 역시 등산객들로 어수선하다. 빈 식탁은 하나도 없고, 바람이 제법 거세게 불어대는데도 샘터 주변의 공터에 삼삼오오 앉아 저녁을 먹는 이들로 곳곳이 북적인다. 잠자리를 배정받고 대피소 앞 한쪽 식탁을 차지하고 버너 위에 밥을 올려놓은 뒤 석상명씨와 이영석씨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은 등산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곤 “뭐가 그리 좋으냐”고 말을 붙이더니 결국 장터목에서 이루지 못한 목적을 달성한다. 술 한 잔에 돼지고기 한 점-.

세석대피소는 새벽 2시를 넘어서면서 소란스러워진다. 천왕일출을 맞으려는 등산객들 때문이다. 크고 작은 소요와 소동은 날이 밝은 5시 너머까지 이어지더니, 도시인들이 겨우 눈을 비빌 시간인 6시경에는 오히려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는다. 세석에서 하루 묵은 사람치고는 게으름뱅이 등산객인 된 일행은 오전 6시 반 대피소를 출발, 화개재로 향한다.

하늘은 동이 트기 전부터 이미 파랗다. 구름은 밤새 골짜기로 숨어들어 숨죽이고 있다가 해가 뜨자마자 요동치기 시작하고, 산새들이 그 흥을 이어받아 지저귄다. 이런 새날 새 아침의 분위기를 누리며 세석을 출발, 영신봉(1,651.9m)에 올라서자 명선봉과 삼도봉을 거쳐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기운차게 뻗어나간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가슴 설레게 한다.

천왕봉을 내려서는 취재팀.

“아니 저기까지 가야한단 말이에요? 김승완 기자는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어제도 11시간 이상 걸었는데, 이거 정말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이영석씨는 어제 피로가 덜 풀렸는지 시작부터 힘든 표정을 짓고, 김승완 기자는 아예 표정이 없다. 세석에서 뱀사골 초입 화재재까지는 약 14km.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25.5km이니 주능선 길이의 반도 넘고 당연히 만만치 않은 거리다. 하지만 지리산 최고의 명계곡을 잇는 일이 어찌 쉬울 리 있을 소냐.

바위는 바위대로, 숲은 숲대로 반짝이고, 사람까지도 빛이 난다. 아침 햇살은 이렇게 온 세상을 보석처럼, 해처럼 환하게 빛나게 한다. 이제 7시가 조금 넘었는데 벽소령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는데도 굳은 의지와 열정이 넘쳐난다. 이게 천왕봉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고, 지리 주능선이 주는 즐거움일 게다.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망 좋은 바위지대가 나타나면 산사람들이 모여 앉아 풍광에 취해 있다. 트랜지스터 라디어에서 ‘목로주점’ 노랫가락이 나오자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는다.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 언제라도 그곳에서 껄껄껄 웃던 /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 / 월말이면 월급 타서 로프를 사고 / 연말이면 적금 타서 낙타를 사자 /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 그래 그렇게 사막에 가자…’

호젓한 숲길은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숲 터진 암부에 닿으면 골에서 올라오는 흰 구름이 산릉을 향해 덩실거리는 풍광에 갈 길을 잊곤 한다. 이제 구름이 꿈틀거리는 건지 실루엣 진 산릉이 꿈틀거리는지 헷갈릴 정도다.

선비샘은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웃음으로 꽃을 피우고 있고, 벽소령대피소(세석 6.3km, 연하천 3.6km, 음정 6.7km)는 주능선을 따르는 등산객에 마천면 음정 마을쪽에서 올라온 이들까지 합쳐지면서 한층 북적인다. 이영석씨는 “벽소령도로 따라 음정 마을로 내려서는 길이 지리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산길”이라 너스레를 떨다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연하천대피소로 향한다.

칠선계곡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륙폭포. 지계곡에 숨어 있다.

형제봉과 토끼봉을 넘어 도착한 연하천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1시가 조금 못 미처 화개재로 향한다. 김승완 기자와 이영석씨는 무릎 관절에 통증을 느껴 먼저 출발했건만 뒤쫓아 출발한 일행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추월당하고 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릎보호대를 댄 ‘환자’ 일행에게도 밀리고 말았다. 이 날 새벽 3시경 중산리를 출발한 이들은 오후 5시까지 성삼재에 도착하기 위해 강행군 중이었다. 지리산은 한때 3박4일이나 2박3일은 잡아야 능선종주가 가능한 산이었으나 이제는 당일종주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얼마나 더 걸어야 뱀사골로 내려설 수 있어요?”

화개재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20분. 장마철답지 않게 비가 내리지도 않고 바람 한 점 없는 후텁지근한 날씨에 모두들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다. 성삼재에서 능선을 타고 온 등산인들이 여기까지 잘 걸어놓고도 뱀사골로 내려서는 길을 정확하게 몰라 헤매고 있다. 화개재 삼거리에 안내판이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단길 아래 뱀사골대피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공사용 건물 한 채와 널찍한 공터만 보일 뿐이다. 예전 대피소와 취사장 자리는 포크레인으로 정지작업이 끝나고 토사유출방지용 그물로 덮여 있다. 시원스러우면서도 왠지 허전한 것은 오랜 추억의 장소가 자취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일 게다.

뱀사골대피소 자리를 지나면서 발걸음이 빨라진다. 화개재에서 만난 등산객에게 진통제를 얻어먹은 김승완 기자도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는지 걸음이 빨라지더니 물줄기가 나타나자 얼굴에 생기가 돈다. 물소리 울리는 골짜기가 이래서 좋은가 보다.

마음을 심연처럼 가라앉혀 주는 뱀사골

구름과 산릉이 멋진 조화를 이룬 지리산. 칠선봉 부근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풍광이다.

대피소 자리에서 1km쯤 내려섰을까, 좌측 골짜기 물이 합쳐지면서 골은 한층 커지고 물소리도 드세진다. 연하교를 건너는 사이 푸른 이끼 덮인 커다란 바윗덩이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류는 작은 포말을 일으키며 골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한다. 이어 안영교(安永橋) 아래 지계곡 물과 합쳐져 세를 더욱 키우더니 유유교(幽幽橋)에 이르러 제 규모의 골짜기로 모습을 갖춘다.

 순하디 순한 골짜기 풍광에 착 가라앉은 분위기로 반선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서늘해온다. 간장소와 병풍소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이다(반선 6.5km, 구뱀사골대피소 2.5km). 옛날 마천장과 화개장을 넘나들던 보부상이 어느 날 중산이재(화개재)를 넘어 마천으로 내려서다 소에 빠졌는데, 등짐에 있던 소금이 녹아버렸고, 그 빛이 간장빛과 같다 하여 간장소로 불리게 되었다는 얘기가 전하지만, 실상은 맑디맑은 옥빛을 띠고 있다. 그 빛에 매료되고 말았는지 하산 중이던 20대 초반 청년이 옷 입은 채로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고 만다.

재승교(再承橋)를 건너는 사이 오후 막바지 햇살에 골짜기를 파고든다. 순간 다리 위의 작은 폭포와 소는 이름난 폭포나 소 못지않은 풍광을 보여주고, 다리 아래쪽으로 쭉 뻗은 골짜기는 칠선골 부럽지 않다는 듯 반짝인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는 소에 들어가 휘감기다 다시 크고 작은 턱을 넘으며 포말을 일으킨다. 그러다 좁은 협곡 사이 담에 잠겨 평정을 되찾는다. 골짜기는 저녁 햇살이 넘어가기 전 절정의 풍광을 보여주려 안간힘을 다했다.

 옛날 고승이 불자들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 제를 올렸다는 제승대(祭僧臺)를 지나 고운 옥빛 계류에 취해 대웅교와 옥류교에 이어 명선교를 건너고 병풍소를 지나친다. 울창한 숲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병풍소는 이제 기암절벽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들이고 있다. 뱀사골만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다 받아들일 기세다. 조망대 벤치에 앉아 병풍소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본다. 깊고 웅장한 골짜기는 사람을 쉽사리 내보내려 하지 않는다. 버스시각에 맞춰 하산하려는 등산객들이 잰걸음으로 지나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칠선골은 9,10월 가을철에 예약 가이드제로 개방

뱀사골~세석대피소~한신골 잇는 산행 시도해볼만

뱀사골 병소.

칠선골 중단부의 비선담에서 천왕봉 구간은 2027년까지 생태계 보호와 계곡 오염 방지를 위해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지리산 관리소(소장 김성수)는 올해부터 내년 말까지 5~6월과 9~10월 넉 달간에 한해 탐방예약 가이드제를 시범 운행한 다음 이후 환경훼손여부에 따라 횟수를 조절할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는 1주당 4회 회당 40명의 탐방을 허용한다. 등행은 월·목요일에는 추성동에서 07:00 출발(천왕봉 15:00 도착)하며, 하행은 화·금요일 07:00 천왕봉에서 출발(추성주차장 14:00 도착)한다.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jiri.knps.or.kr) 참조. 공원탐방→칠선계곡 탐방 클릭. 단, 하행 참가자는 산행 전날 로타리대피소나 장터목대피소 이용을 사전 예약해야 한다.

전화 지리산 사무소 055-972-7771, 함양분소 055-962-5354.

지리산은 칠선골이 아니더라도 좋은 계곡이 많이 있다. 특히 취재팀이 하산길로 잡은 뱀사골은 계곡휴식년제 실시 이후 계곡물에 들어설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산길 대부분 계곡을 끼고 이어지므로 시원스런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 뱀사골과 한신골을 잇는다면 지리산 내에서 가장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계곡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계곡의 자연미가 빼어나고 길면서도 계류를 수시로 건너면서 산행을 하기 때문에 계곡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뱀사골 산행은 남원시 산내면 부운리 반선에서 시작한다. 버스종점에서 와운교까지 2km 구간은 승용차도 통행이 가능하다. 와운교를 건너 오른쪽 계단길을 올라서면서 뱀사골 산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뱀사골은 계곡자연휴식년제가 시행되는 골짜기여서 탐방로를 벗어나 계곡으로 들어서는 것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숲길에서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맛도 좋은 데다 데크가 물가를 따라 설치돼 있고, 수시로 다리를 건너기 때문에 계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데에는 큰 문제 없다.

요룡소, 뱀소, 병소, 병풍소, 간장소로 이어지는 뱀사골은 유유교를 건너면서 서서히 좁아지고, 이끼 낀 바윗덩이가 뒤엉킨 골짜기로 바뀌다가 뱀사골대피소터로 올라선다. 뱀사골대피소는 현재 완전 철거된 상태다. 반선에서 약 4시간. 이후 주능선 상의 화개재까지는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200m쯤 오르면 된다.

뱀사골 초입의 물줄기를 가로지르는 등산인들. 계곡 휴식년제 시행으로 계류로 내려서는 것은 금지돼 있다.

화개재에서 세석까지는 약 14km로 7시간 정도 걸리며, 중간 숙박지로는 연하천대피소와 벽소령대피소가 있다. 반선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다면 세석대피소까지도 갈 수 있으나, 혹서기 때는 다른 계절에 비해 체력 소모가 심하므로 벽소령에서 하루 산행을 마치는 게 적당할 듯싶다. 주능선 상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연하천대피소, 벽소령대피소, 선비샘(벽소령 2.4km, 세석 3.9km), 세석대피소 등이다.

세석대피소에서 한신계곡으로 내려서려면 촛대봉으로 향하다 첫 번째 갈림목(백무동 6.5km, 장터목 6.3km)에서 능선을 넘어서야 한다. 가내소폭포와 하동바위길 갈림목을 지나 탐방안내소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칠선골행과 백무동행은 함양, 뱀사골행은 남원에서 운행하는데, 모두 88고속도로 변의 인월을 경유한다.

서울→백무동 동서울터미널에서 백무동행 함양지리산고속버스(055-963-3745~6)를 타면 인월과 마천을 경유해 백무동까지 운행한다.

동서울터미널 출발시각 08:20, 10:30, 13:20, 15:20, 17:30, 19:00, 24:00(야간).

쥐오줌풀.
백무동 출발시각 07:20, 08:50, 11:30, 13:30, 14:50, 16:00, 18:00. 3시간50분 소요, 요금 19,800원, 야간 21,700원.

함양→추성동 시외버스정류장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마천 경우 함양지리산고속 농어촌버스가 약 30분 간격(06:30~18: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요금 3,300원.

남원→뱀사골 공용버스터미널(063-633-1001)에서 1일 10회(07:30, 08:50, 10:41, 11:40, 12:10, 13:28, 15:45, 17:18, 18:30, 20:00) 운행. 약 1시간 소요, 요금 4,200원.

함양→백무동 시외버스터미널(055-963-3281)에서 1일 17회(07:00~18:30) 운행. 요금 3,300원.

※인월 시외버스정류장 전화 063-636-2000.

숙박

뱀사골 들머리인 반선과 한신골 초입인 백무동에는 민박집과 음식점이 많이 있다.

△뱀사골 거시기식당 063-626-3320, 와운 통나무산장 063-626-3791 △백무동 느티나무집(탐방지원센터 아래) 063-962-5345, 옛고을가든(주차장 위) 963-4037, 반달곰펜션(주차장 부근) 962-5353.

산행 중 묵을 만한 곳으로는 주능선 상의 연하천(063-625-1586), 벽소령(016-852-1426), 세석(011-1769-1601), 장터목(011-1767-1915) 등의 대피소가 있다.

연하천대피소는 5,000원, 다른 대피소는 7,000원씩 1일 숙박비를 받는다.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를 통해서만 받는다. 대피소에서는 햇반, 과자류, 음료수, 버너용 가스 등을 판매한다.

/ 글 한필석 차장대우 | 사진 이경호 기자



등산인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세석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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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하나가
창틀에 터억
걸터앉는다

잠시

나의 집이
휘청- 한다

강은교의 시 <빗방울 하나가>의 전문이다. 짧은 시이지만 읽을 때마다 매번 사람을 휘청, 하게 만드는 아주 힘 센 시다. 장마를 알리는 빗줄기가 시작되었다. 비 오는 날엔 시인의 눈으로 빗줄기를 바라보자. 맑은 날엔 경험치 못하는 분위기와 깊이가 빗속에 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에 있는 일영 허브랜드는 언제 찾아가도 산뜻한 곳이지만 비 오는 날에는 그 분위기가 더욱 그윽해지는 곳이다. 시인 마종기는 그의 시 <비 오는 날>에서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다고 나직이 속삭이고 있는데, 이곳에 가면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이 확연히 들리는 초록 숲길이 펼쳐지고, 그 길을 따라 가면 각종 허브향이 품어내는 은은한 향기가 온몸에 산뜻한 기운을 충전시켜 준다.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양주시와 고양시 경계에 위치하고 있지만 서울 은평구 구파발에서 지척인 거리에 있는 허브랜드는 1만여 평의 부지가 온통 허브향으로 가득한 허브천국이다. 아름드리 미루나무가 수문장처럼 주변을 지키고 선 그곳엔 테마별로 꾸며진 테마 가든과 산책로, 분수를 뿜어내는 연못, 식물원을 비롯해 레스토랑과 허브숍도 자리하고 있다.

테마 가든은 피로회복에 효과적인 라벤다 가든,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켜주는 허브의 왕으로 불리는 로즈마리 가든, 야생화로 꾸며진 로맨틱 가든, 온갖 종류의 장미와 단맛이 나는 스테비아 등의 허브식물로 이뤄진 로즈가든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테마 가든 사이로 난 산책로 곳곳에는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놓아 언제든 편안하게 앉아 숲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게 해놓았다. 또 그곳에 포토 존을 만들어 아름다운 추억을 촬영할 수 있게 했다.

온실 형태의 허브식물원에는 세이지, 팬지, 재스민을 비롯한 150여종의 다양한 허브식물들이 은은한 향을 내뿜고 있다. 허브는 옛날부터 병의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서 차나 약술 등 평소에 마시는 음료에 이용했고, 방충, 방부제로서도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서 작은 허브 화분 하나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은은한 허브향이 장마철 눅눅한 분위기를 산뜻하게 바꿔 줄 것이다.

허브로 만든 생활용품에 관심이 많다면 허브숍이 기다린다. 각종 다양한 생활용품과 액세서리, 방향제, 허브차 등 300 여종의 허브 제품 및 아로마 용품이 판매된다.

허브랜드 안에 자리한 솔베이지 레스토랑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북유럽 풍 분위기가 물씬한 레스토랑이다. 허브가 가미된 바비큐와 스파게티, 비빔밥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허브의 식용꽃과 새싹을 재료로 한 허브꽃밥이 많이 찾는 메뉴. 어린이들은 수타피자를 선호한다. 주말에는 음식을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너무 긴 것이 흠.

(허브랜드: 문의 031-871-5047, www.iyherb.co.kr)

*가는 요령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구파발 삼거리에서 은평뉴타운 공사현장을 끼고 들어간다. 일영유원지 방향으로 5km 남짓 가면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보이고, 진입로로 들어서면 곧 허브랜드 주차장이 나온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①번 출구로 나가 360번 혹은 7023번 버스를 타고 삼하리 마을회관에서 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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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를 동원해서라도 먹고 싶은 음식, 원조 경쟁, 의암호, 클레식 체험 등에 춘천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춘천 예술인들의 아지트 - 갤리리 아트원
춘천의 예술인들은 참 활발히 뭉친다. 마임축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문화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힘 역시 그들에게서 나오는 것일 게다. 춘천 예술인총연합 ‘회장님’께서 얼마 전 지었다는 갤러리 아트원은 그 중심축 같은 공간. 현재는 춘천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작가 17명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고, 앞으로도 춘천다운 작가를 발굴해 알리는 데 힘을 쏟을 예정. 1층 카페에선 가장 커다랗고 변화무쌍한 캔버스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의암호를 품은 통창 풍경. 이곳에 앉아 말리브와 블루큐라소로 만든 칵테일 ‘블루 하와이언’을 마셔보시라. 투명하고 맑은 에메랄드 빛이 파란 호수와 꼭 닮았으니까.

가는 길
의암댐에서 춘천댐 방향으로 오다 면사무소를 지나 우측으로 300m.
메 뉴 허브차 4천원, 체리네이드 4천원, 칵테일 6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1시
문 의 033-243-4410

중독되고 말았다! - 샬롬분식
꽃작가로 알려진 백은하 작가는 이 샬롬분식의 총떡이 먹고 싶어 경춘선 기차에 몸을 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그 맛은 먹어봐야 안다. 작고 허름해 누군가는 그대로 지나쳐 버릴 이곳의 감자떡과 총떡은 서울까지 입소문이 퍼졌다. 안이 비칠 정도로 투명한 감자떡은 쫀득쫀득 씹히는 맛과 고슬고슬한 콩고물의 조화가 ‘알흠’답다. 총대같이 길게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총떡은 강원도 향토 음식이다. 겉은 흐물흐물하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려진 무, 당면, 김치 속이 아삭아삭 씹힌다(원고 쓰는 와중에 침이 고인다. 쓰읍~). 입문자들은 총떡만 먹다간 매워서 2개도 못 먹고 녹다운 될 수도 있으니 만두, 찐빵, 부침개 등 할머니가 집에서 만들어온 사이드 디시들과 함께 드시라. 그리고 총떡은 남기지 마라. 서울로 돌아오니 남겨둔 한 조각이 두고두고 눈에 밟히더라.

가는 길
동부시장 TRY 속옷 가게 골목 안. 모르겠으면 “샬롬분식 어디예요?”라고 물어라. 시장 사람 모두가 안내해줄 것이다.
메뉴 총떡, 감자떡, 개떡, 부침개, 꽈배기 모두 1천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7시~저녁 10시
문 의 033-243-3472

원조 경쟁에 마침표를 찍다 - 샘밭막국수
안다. 춘천은 막국수와 닭갈비의 고장이란 걸. 그렇지만 서로 담을 나눠쓰는 사이 ‘원조 할매’ ‘진짜 원조’라며 아웅대는 가게들의 모양새는 좀 아니다 싶다. 3대째 내려오는 진짜 맛집이란 정보를 입수해 이곳에 발을 들일 때 아무런 기대감을 갖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여기 국수, 장난이 아니다. 우선 깨와 참기름이 고소한 앙상블로 코를 사로잡고, 국수에 동치미국물을 살짝 말아 비빈 후 입에 넣으면, 담백한 메밀을 질감에 행복해진다. 그리고 씹을수록 짙어지는 그 감칠맛! 39년 전 허름한 가게에서 시작해 막국수로 4명의 자녀와 3명의 시동생을 끼워냈다는 백발 할머니의 무용담에 수긍이 간다. 이런 막국수라면 떼돈을 번다 해도 태클 걸 이유가 없다.

가는 길
소양댐에서 소양5교 쪽으로 내려오는 길, 윗샘밭 버스 종점 지나 대로변에 위치.
메 뉴 막국수 4천5백원, 감자전 5천원, 편육 9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저녁 9시
문 의 033-242-1702

의암호를 코앞에서 즐기는 법 - 미스타페오
의암호 주변 카페촌의 여러 카페 사이에서 뒤뜰의 풍광으로 일찍이 ‘왕좌’의 자리에 오른 전원 카페. 잔디로 덮인 정원 중앙길을 통해 동화 속에서 나올 법한 빨간 지붕의 미스타페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통 유리창으로 탁 트인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숲 속의 작은 카페 같은 미스타페오의 아기자기한 장식, 핸드 드립 커피, 수제 초콜릿, 케이크, 쿠키는 모두 오너가 손수 만든 것. 주인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란 게 사소한 장식 하나에서도 느껴진다. 벽 쪽 책꽂이에는 수많은 시집이 진열되어 있는데, 알고 보니 오너 부부가 모두 시인이었다. 부부 시인이 운영하는 강변 카페가 오죽 로맨틱하겠는가. 둘러보면 카페 중간중간 자작시를 새긴 엽서 세트도 전시?판매한다. 카페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격조 넘치는 분위기는 비단 풍경의 힘만은 아닌 듯하다.

가는 길
의암호에서 춘천호로 이어지는 강변길 신매대교 직전에 위치.
메 뉴 더치 아이스커피 6천원, 레드오렌지 허브차 5천원, 케이크 4천원, 생초콜릿 6천~9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2시
문 의 033-243-3989


가장 이색적인 하룻밤 - 고슴도치섬 캠핑카
싱그러운 섬의 밤공기를 한 모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풀벌레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캠핑카에서의 하룻밤을 경험해볼 것. ‘동화 같긴 하다. 근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저 좁은 데 들어가 자야 할까?’라고 의구심을 갖던 에디터. 캠핑카에 들어서자마자 “어머~ 여기 수납장이 있네요. 밥솥도~”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른 3~4명이 중간에 서 있으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공간이지만 TV, 싱크대, 밥솥, 냉장고, 에어컨 등 모든 게 빌트인되어 있다. 화장실 상태도 매우 깨끗해 만족스러웠다. 이층 침대에 누워 창가의 블라인드를 올리니 신록의 나뭇잎이 코앞에서 손짓한다. 이 정도면 불편을 감수하는 게 아니라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거라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

가는 길
고슴도치섬 입구에서 경비행장 쪽으로 걷다 보면 잔디밭 위 캠핑장이 보인다.
이용요금 4인 기준 평일 6만원, 주말 9만원(비수기), 평일 8만원, 주말 12만원(성수기)
문 의 033-254-7650

택배를 동원해서라도 먹고 싶은 맛 - 우미닭갈비
춘천의 닭갈비 골목엔 시작부터 끝까지 수많은 닭갈비집이 줄지어 있다. 춘천의 맛을 대표하는 메뉴답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명동에 들어선 닭갈비 골목. 어디가 진짜 맛있는 집인지 헷갈린다면 무조건 손님 많은 집을 향해 들어가라. 그중 닭갈비 골목 입구에 바로 위치한 ‘우미닭갈비’는 이미 여러 차례 매스컴에 소개된 맛집. 닭고기, 양배추, 떡, 고구마, 깻잎 등 각종 재료와 고추장 양념으로 매콤하게 버무린 춘천 닭갈비의 맛. 서울에서 먹는 것과 얼마나 다르겠어 하는 의구심, 한 입 맛보면 사라진다. 육질은 상당히 부드럽고, 씹히는 맛은 놀랍도록 탱탱하다. 닭갈비의 칼칼한 맛을 개운하게 정리해주는 동치미 국물은 궁합 최고의 반찬이다. 찾는 사람이 하도 많아 전화로 전국 택배 서비스도 실시한다고 하니 춘천의 맛이 궁금하다면 전화기를 드시라.

가는 길
춘천 시내 명동 닭갈비 골목 안.
메 뉴 뼈없는 닭갈비 8천5백원, 사리 1천5백원, 막국수 4천원
영업시간 오전 8시~밤 12시
문 의 033-253-2428

클래식을 체험하라 - 예부룩
강이 코앞에 내다보이는 자리, 손으로 툭툭 지어 올린 것 같은 낮은 건물이 한 채 있다. 인공미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모양새로 고슴도치섬의 일부인 듯 어우러진 카페. 내부 벽면을 가득 채운 LP와 각종 책이 이곳의 정체가 북카페임을 알게 해준다. 손때가 잔뜩 묻은 LP들을 보다가 무심결에 한 장을 꺼내보니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꽃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30년은 족히 더 되어 보이는 LP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책에 한 번, 창밖에 한 번 시선을 번갈아 두는 호사. 이 곳에 오면 꼭 한번 즐겨보길! 커피를 꺼리는 사람들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짙고 달콤한 에스프레소 ‘이름 없는 커피’도 이곳이 .
가는 길 고슴도치섬 입구에서 안내판을 따라 걸어서 3분.
메 뉴 이름 없는 커피 5천원, 생과일 주스 5천원, 허브, 국화차 4천원, 진토닉 7천원
영업 시간 오전 12시~밤 12시
문 의 010-6374-2474


소설따라 가는 여행 - 김유정 문학촌
1930년대 한국 소설의 축복 같은 존재, 서른 살도 되기 전에 요절한 천재 작가 김유정의 생가와 <동백꽃> <봄봄> <만무방> 등 소설 속 실제 주인공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위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낸다. 바위 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봄.봄> 중에서.
김유정이 이런 묘사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가 분명 실레 마을에 살았기 때문이라고 믿어버렸다. 춘천에서 8km 정도 떨어진 이 아늑한 마을은 금병산 자락에 푹 안겨 있는 모양이 떡시루 같다 하여 ‘실레’란 이름이 지어졌다. <봄.봄>에서 화전밭을 갈던 새고개, <산골 나그네>의 물레방앗간 터 등 김유정 소설 속에 묘사된 풍경들이 아직 남아 있는 곳.

가는 길
김유정역에서 안내판을 따라 걸어서 5분.
개관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문 의 033-261-4650 www.kimyoujeong.org



기획 최혜진 | 포토그래퍼 이광재,장진영 | 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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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 기자 adamszone@chosun.com

1년 52주 당일치기 여행

더워서 축 처질 땐 역시 물이 최고다. 고무보트 한 대에 몸을 맡기고 급류를 따라 떠내려가는 쾌감에 빠지는 사이 무더위는 멀리 달아나버린다. 강원도 평창군 오대천에서 래프팅(급류타기)을 하며 스트레스를 확 씻어내자.

"전원 앞으로!" "하나 둘! 하나 둘!"

힘찬 구호가 오대천 협곡에 쩌렁쩌렁 울린다. 원색의 래프팅 보트들이 앞다퉈 오대천 급류를 따라 떠내려가고 있다. 막동계곡 입구, 오대천 래프팅의 출발점이다.

오대천은 오대산에서 발원, 평창군 진부면 땅을 관통하며 정선군으로 흘러내려가는 하천으로 남한강 상류 물줄기 중의 하나다. 상원사와 월정사의 예불 소리를 가득 담고 중간중간 이 계곡 저 계곡 물도 보태면서 남으로, 남으로 흘러간다. 오대천 래프팅의 출발지는 막동계곡 입구고 종착지는 4㎞ 더 내려간 숙암계곡 초입이다. 초급자의 경우 물살이 덜 거센 수항계곡~막동계곡 입구 코스를 이용하는 게 수월하다. 어느 코스건 물길은 59번 국도와 나란히 달린다.

'오대천레저'의 강창희 대표는 오대천 래프팅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오대천은 V자형 협곡을 흘러가는데 낙차가 크고 유속도 빨라 급류타기의 진수를 체험하기에 좋습니다. 화의계곡, 막동계곡, 장전계곡, 단임계곡의 시원한 계곡수가 합수되는 지점에서는 래프팅 도중 냉수 샤워도 가능하고요. 기암괴석 사이를 재빠르게 헤쳐나가는 스릴이 가득하지요." 내린천이나 동강에 비해 폭이 넓지 않아 좌우 풍광을 감상하는 시원한 맛은 조금 떨어진다. 간단한 안전교육 후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9인승, 6인승)에 탑승한 다음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구령을 외치고 노젓기를 하면 된다.

오대천 래프팅 체험(약 2시간) 비용은 1인당 2만5000~3만5000원 정도.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보트가 출발하며 각 업체 캠프에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아쿠아 슈즈(aqua shoes·물에 젖어도 빨리 마르는 소재로 된 신발)나 샌들, 갈아입을 여벌의 옷을 준비해가자.

오대천 래프팅 갔다면, 이것도 즐기세요

●한국 자생식물원_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으로 나가서 월정사 방면으로 올라가면 한국자생식물원을 만난다. 18만㎡나 되는 산골짜기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식물원의 김영철 연구실장은 "올해의 경우 7월 중순이면 부처꽃의 개화가 시작되고 생태식물원의 산수국과 나리류(털중나리, 하늘나리, 섬말나리 등)도 제 모습을 한껏 드러낸다"고 했다. 7월 하순부터는 군락지에 연보라색 벌개미취도 피어날 예정. 어른 5000원, 중고생 3000원, 어린이 2000원. 집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 식물(산수국, 부처꽃, 꽃창포, 벌개미취 등)의 꽃씨를 준다.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를 방문해도 좋다. 월정사 입구 전나무 숲길은 걷기 명소다.

●평창한우와 산채 정식_ 진부면 '평창우리한우타운(033-336-9255)'에선 평창한우를 맛볼 수 있다. 한우 600g 3만6000원, 한우 300g 1만8000원을 받으며 상차림 비용(1인당 3000원) 추가. 산채류는 월정사 입구의 비로봉식당(033-332-6597), 통일식당(033-333-8855). 산채정식 1만3000∼1만5000원, 산채백반 1만∼1만1000원, 산채비빔밥 7000원 선.

막동 계곡 찾아가는 길

자가용으로: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정선 방면 59번 국도→막동계곡 입구(래프팅 출발지)

대중교통으로: 진부면 버스터미널에서 정선 방면 버스 이용

(지역번호 모두 '033')

오대천 래프팅 업체:오대천레저 333-8666, 평창래프팅클럽 332-3344, 파워래프팅 333-6631, 래프팅700 333-9956, 오대산레저 332-7723

―평창군 진부면사무소: 330-2607 ―한국자생식물원: 332-7069 ―월정사: 332-6661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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