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괜찮은 경차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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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모닝(위), GM대우 마티즈.

경제 한파로 경차 수요 많지만 공급되는 차종은 갈수록 줄어

국내 업계 "수익 내기 어렵다" 정부 관여해서라도 지원 해야


최근 불황으로 인해 해외 자동차시장은 물론 국내 자동차시장의 판매가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지난달 내수 판매 통계에 따르면, 기아차 모닝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차종의 판매가 떨어졌다. 월별 내수 판매는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모닝이 7596대가 팔려 9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경차가 전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전통의 베스트셀러 차종인 현대차의 아반떼(5704대)·쏘나타(4957대)는 가장 잘 팔릴 때 판매량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소비자로서는 차만 좋으면 시장이 좋지 않더라도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시장 판매가 크게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소비자는 작고 단단한 차를 원하는데도, 완성차 회사는 중·대형차 위주로만 생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력적인 경차·소형차 공급 늘려야

지난달 모닝은 내수 전체 판매량의 10%를 차지했다. 모닝 판매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모닝의 디자인이나 상품성이 대단히 뛰어나서라기보다, 불황기에 각종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차 가운데 고를 만한 것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현대차는 2002년 경차 아토스를 단종시킨 뒤, 더 이상 경차를 내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인도 공장에서 인도·유럽용 경차 'i10'을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내놓을 계획이 없다. 또 국내 판매 중인 소형차 클릭의 경우도 곧 단종시키고 후속모델은 국내에서 팔지 않을 계획이다. 클릭의 후속모델은 인도공장에서 이제 막 생산에 들어간 i20이지만, 이 역시 국내 판매용은 아니다.

회사원 이성민(36)씨는 "경차급에서 새롭고 멋진 차종이 나온다면 구입을 고려해보겠지만, 지금처럼 선택의 여지가 적은 상황에서는 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경차시장에 신차 계획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큰 변화 없이 판매된 마티즈는 내년 여름 신차로 바뀐다. 또 기아차 모닝은 내년 초에 LPG를 연료로 하는 모델이 새로 출시된다. 마티즈 후속모델은 출시가 좀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쨌든 기존 모델에 비해 더 커지고 성능·디자인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서성문 연구위원은 "완성차 회사들이 이번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시장을 탓하기보다 불황기에 맞는 매력적인 차종의 개발·판매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10여개 업체가 내수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본은 몇 개월 단위로 소비자 입맛에 맞는 작고 실용성이 뛰어난 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준중형차 크기의 미니밴에 7명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는 신개념차가 등장, 판매순위 5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채산성 낮다고 소형차 생산 외면하는 현실부터 개선해야

자동차 내수 상황은 2000년 이후 미국 자동차 업체의 실패 사례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GM·포드·크라이슬러는 수익성 낮은 소형차 부문을 포기하고, 중대형 SUV에 집중하다가 경쟁력을 잃었다. 현대차는 국내의 고비용 생산구조로는 경차를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경차의 국내 생산을 포기한 지 오래다. 기아차 역시 자체 공장에서 채산성이 안 맞아 별도 업체인 동회오토에서 100% 외주 생산을 하고 있다.

현대차 국내영업 관계자는 "당장 국내에서 생산을 하는 것은 어렵고, 인도에서 생산 중인 경차·소형차 신모델을 수입하면 통관·물류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국내 경차 소비자들에 좀 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국내 업체가 해외에서 생산한 경차를 수입할 경우, 통관시 세금혜택을 주는 방안도 완성차와 함께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가 채산성을 이유로 경차 생산에 소극적이라면 정부가 관여해 아예 경차 전문회사 설립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연구원 전재완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아예 경차 전문회사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며 "우리도 중·대형차 중심의 생산구조를 빨리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완성차 업체의 고비용 생산구조에서 자유로운 별도의 경차 업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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