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체부 :: '폭스바겐/람보르기니' 카테고리의 글 목록 (1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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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라토. 정말 근사한 단어 중 하나다. 하지만 완벽하게 번역할 수 없는 이탈리아 단어이기도 하다. 카운타크처럼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이런!’ 같은 감탄사와 외설적인 표현 사이에서 태어난 말이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스테라토는 ‘흙길’을 뜻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개간되지 않은 들판에 더 가깝다. 길들지 않고 정복되지도 않았다는 의미다. 페루초 람보르기니는 트랙터를 생산해 처음으로 재산을 모았고, 람보르기니가 시작된 성 아가타 주변의 도로 대부분은 스테라토라는 단어처럼 거칠다. 이 도로가 640마력짜리 화성 공략용 탐사선 같은 차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독자들에게 맡기도록 하겠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스테라토는 참 재미있는 단어다.

 

 

그렇다면 이 차는 무엇일까? 스테라토는 우라칸 에보의 지상고를 50mm 높이고 좌우 트레드를 약 25mm 넓힌 버전이다. 휠 아치 또한 앞 235/45R20, 뒤305/40R20 규격의 광폭 타이어에 맞게 키웠고,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앞차축은 커진 타이어에 대응하기 위해 앞쪽으로 약 76mm 이동했고, 이 때문에 새로운 서스펜션 암과 더 길어진 앞 펜더가 필요했다. 스테라토의 앞 범퍼 바닥, 사이드 실, 뒤 범퍼 바닥에는 알루미늄 강판이 더해졌다. 람보르기니답게 뒤쪽의 금속 덩어리는 디퓨저 역할을 겸한다. 접근각은 1˚, 이탈각은 6.5˚나 커졌다.

 

 

측면 흡기구에도 차폐물이 있어 엔진의 흡기 시스템으로 돌과 파편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LED 주간주행등과 지붕의 LED 바, 흙받기가 영화 <매드맥스> 스타일의 슈퍼카 외관을 완성한다. 녹색 알칸타라로 뒤덮이고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준 시트가 포함된 실내는 정말 끝내준다. 바닥 매트를 대신한 알루미늄판의 질감 또한 훌륭하다.

 

우라칸 스테라토가 양산된다면, 스노보드용 받침대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타이어에 스파이크가 달릴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이 안전벨트는 사라지길 바란다.

스테라토의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은 새롭게 들어간 LDVI 시스템이다. 우라칸 에보에 최초로 적용된 LDVI(Lamborghini Dinamica Veicolo Integrata, 영어로는 Lamborghini Dynamic Vehicle Integration)는 통합 차체 컨트롤 시스템이지만, 스테라토의 경우 오프로드 주행 재미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은 접지력이 낮은 도로와 상황에 최적화됐다. ESC와 토크를 네 바퀴 각각에 분배할 수 있는 LDVI 시스템은 스테라토가 흙길과 자갈길을 달릴 것을 염두에 두고 튜닝됐다. 그 결과 스테라토는 어떤 람보르기니보다 더 뚜렷한 뒷바퀴굴림 성향을 보인다. 심지어 뒷바퀴굴림 방식의 우라칸보다도 말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첫 주행은 최고의 트랙인 ‘나르도 핸들링 서킷’에서 이뤄졌다. 놀랄 것도 없이 이곳에서 스테라토에 내재된 우라칸의 본색이 드러났다. 대부분 순수한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스테라토는 잘 기울어진다. 퍼포만테는 말할 것도 없고 기본형(?) 에보 버전과 비교했을 때 서스펜션이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그렇다고 코너에서 늘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코너를 잘 달리는데, 이 모습이 정말 맘에 든다. 언급했던 대로 스테라토는 뒷바퀴굴림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언제든 드리프트를 펼칠 수 있다. 스테라토는 트랙을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일까? 물론, 절대 아니다. 다른 모든 슈퍼카들이 빠른 랩타임에 집착할 때, 스테라토는 황홀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운전자에게 엄청난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음은 랠리 코스와 유사한 스트라다 비안카 화이트 로드에서의 고속 주행이다. 나는 <매드맥스> 스타일의 이 버기카가 오프로드에서 보여준 믿을 수 없는 모습에 몹시 놀랐다. 스테라토가 환상적인 V10 5.2ℓ 엔진과 변속 속도가 빠른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것 같다. 스트라다 비안카에는 3단 기어를 넣을 수 있는 장소가 두 군데 있는데, 그곳에서 나는 스테라토의 엄청난 가속력에 큰 충격을 받았다.

 

 

브레이크를 밟고 운전대를 돌리자 차체 뒤쪽이 순식간에 미끄러진다. 그리고 LDVI는 정확히 프로그램된 대로 작동했다. 람보르기니의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은 스테라토가 흙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리프트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차는 오프로드 트랙을 옆으로 미끄러지면서 달릴 수 있는 최초의 슈퍼카다. 나는 스바루 WRX와 STI로 흙길을 여러 번 달려봤는데, 스트라다 비안카에서 둘은 비슷한 특징을 보여줬다. 오직 스테라토만이 이곳에서 2~3배 더 강력한 모습을 자랑했다. 정말 훌륭하다.

 

람보르기니가 스테라토를 양산해야만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슈퍼카를 몰아본 적이 있는가? 슈퍼카에서 가장 짜증나는 건 걸핏하면 앞머리가 바닥에 긁히는 일이다. 스테라토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 게다가 긁힌다 하더라도 알루미늄 장갑판이 긁힐 뿐이고, 그로 인한 흠집이 스테라토를 더욱 멋져 보이게 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스포츠카와 슈퍼카에는 더 얇은 타이어와 단단한 스프링, 딱딱한 댐퍼가 사용되고 있다. 두꺼운 타이어, 부드러운 스프링, 유연한 댐퍼를 갖춘 스테라토는 내가 생각하는 그 어떤 슈퍼카보다 잘 달린다. 심지어 맥라렌보다도 말이다.

 

 

스테라토가 수익 모델이 될 수 있을까? 포드 랩터나 포르쉐 GT3 투어링처럼 말이다. 나는 그저 부자들이 점점 더 부자가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들에게는 새로운 장난감이 필요하다. 스테라토는 가장 완벽한 장난감이다. 수십 년 전 람보르기니는 최초의 카운타크와 SUV인 LM002를 출시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페루초가 과거에 했던 일을 람보르기니가 다시 한번 할 때가 됐다. 회계사들이 싫어하는 극단적인 생각들이 오랫동안 계속되길 바란다. 스테라토여, 영원하라.글_Jonny Lieberman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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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와 무르시엘라고를 타보진 않았다. 이제 짐작이 간다. 결은 같을 테니.

 

왼손으로 묵직한 시프트 패들을 철커덩 튕기자 울부짖는다. 이것은 박력을 넘어 폭력이다. 터널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오른발에 힘을 준다. 이 포효가 끝나면 기관총을 갈긴다. 나를 제외한 세상은 흑백사진이다. 분당 천원을 흘리지만 괜찮다. 그 이상의 쾌락을 주니까.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냐고? 무슨 영문인지 람보르기니를 타고 있다. 그것도 아벤타도르 S. 이 순간이 길지 않을 거 같으니 열심히 즐겨야겠다. 미리 고백하자면 이 글은 시승기가 아니다. 평범한 군필자, 35세 남자가 25년 만에 쓴 일기다.

TMI로 난 1년간 쉬다 이 업계로 돌아왔다. 이 직업의 축복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람보르기니를 탈 수 있다는 것. 컴백 기념으로 내 자신에게 선물을 줬다. 한낱 월급쟁이가 수 억원 짜리 금속덩어리를 몰고 있다. 아니 이탈리아산 예술품이다. 평소에도 부자들을 부러워했지만 오늘은 더 진하게 부럽다.

연예인들은 늘 이런 시선을 받겠지? 쏟아지는 시선으로 오늘 하루가 행복하다. 지갑은 뚱뚱한데 사는 게 심심하다면 이 녀석을 질러라. 낯선 사람들이 친절하게 눈인사를 건네고 친구들한테 신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생길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짧지만 나에게도 에피소드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공항고속도로 위를 달린다. 슈퍼카를 타면 자연스레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오늘도 마찬가지. 쭉 뻗은 고속도로, 옆 차로 리무진 버스 안에 금발 미녀가 나를 촬영하고 있다. 콕 집어 말하자면 아벤타도르를 찍고 있다.

분명 오늘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이겠지. 애국심으로 가득한 난 결심한다. 그녀에게 대한민국의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주기로. 창문을 내리고 섬섬옥수로 V를 만들어 그녀에게 날린다. 여기에 배경음악으로 귀가 찢어질듯한 하이톤 트럼펫 연주를 깔아주며 난 사라졌다. 아마 인스타그램에 이 장면이 올라와 있을지도 모른다. 해시태그는 #koreanlambo, #handsome.

포토그래퍼와 키득키득 웃으며 추억도 만들었으니 다시 운전에 집중하자. ‘밟는 대로 나간다’는 표현은 앞으로 아벤타도르 밑으로는 금지다. 저회전에서부터 최대토크가 터지는 요즘 터보차와는 질이 다른 가속이다. 터보가 더 화끈한 맛은 있지만 자연흡기는 스로틀이 열린 만큼의 짜릿함을 주는 정직함을 가지고 있다.

더운 날씨에 타이어는 아스팔트에 녹아 붙으며 쫀득한 높은 그립을 만들고 있지만 황소의 힘은 그것을 거부한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지만 후륜구동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아냐고? 가속 페달을 무자비하게 밟으면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튀어나간다. 식은땀이 난다.

뱅크각 60° V형 12기통 6.5ℓ 엔진은 8400rpm까지 쥐어 짜 최고출력 740마력, 5500rpm에서 최대토크 70.4kg∙m의 힘을 생산한다. 완전 고회전 엔진이며 직분사 방식이 아니라 MPI다. 이것이 진짜배기 슈퍼카에 들어간 올드스쿨 파워 유닛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금 당장 느껴봐야 할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다. 다음 세대부터는 전기모터가 추가될 테니까.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단 2.9초다. 200km까지는 8.8초, 300km까지는 24.2초다.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제원보다 더 느리게 혹은 빠르게 느껴진다.

스트라다(Strada), 스포츠(Sport), 코르사(Corsa), 그리고 이고(Ego)로 구성되어 있다. 일단 스포츠 외에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발음이 멋있다. 스트라다 모드에서 안정감과 심심함을 느꼈다면 코르사 쪽으로 하나씩 모드를 옮기면 본연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고 모드는 운전자 입맛에 맞춘 값을 저장해두는 것이다. 각 모드가 어쩌고 저쩌고 간에 ‘무지 빠르다’로 결론은 같다. 공차중량이 1575kg. 공도에서 왕놀이 하는 BMW M3 보다 가볍고 약 300마력을 더 가진 셈이다. 비현실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가 아닌 싱글 타입이다. 그것도 토크컨버터 방식이 아닌 수동 기반이라 정통 슈퍼카의 향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 람보르기니 스테파노 도메니칼리 사장과 오붓한 티타임을 가졌다. 아벤타도르에 싱글 클러치를 고수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듀얼 클러치보다 가볍고 변속충격으로 슈퍼카의 박진감을 전달할 수 있다.” 그의 답변이다. 덧붙여 듀얼 클러치보다 변속 속도도 빠르다고 했다. 이 부분이 아리송했다. 당시 그가 커피를 사는 입장이었기에 속으로만 의심을 품었다. 어찌 듀얼 클러치보다 빠를 수 있지?

이제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있다. 직접 타보니, 다운시프트는 빠르고 기어를 올릴 때는 흥분이 가라앉는다. 참고로 그는 페라리 F1팀 감독 출신이다.

자료에는 변속 속도가 0.05초로 되어있다. 다음 기어로 옮기는 시간만을 잰 것이겠지. 운전자가 느리다고 느끼는 건 아마 클러치 결속 속도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수동변속기로 비유하면 클러치를 밟고 손으로 기어는 빨리 넣었는데 클러치를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떼는 것 같다.

클러치 내구성을 위해 한 템포 늦췄을 것이라 추측하기엔 부하가 많이 걸리는 다운시프트가 오히려 빠르다.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유투브에서도 나와 같은 의견이 없어 더더욱 궁금하다. 아벤타도르 처음 탄 내가 잘못 느꼈을 거다. 람보르기니 플래그십 슈퍼카가 이럴 리가 없지. 그래도 언젠가 람보르기니 엔지니어를 만난다면 물어보겠다.

타면 탈수록 이 변속기를 다루는 노하우가 생긴다. 패들시프트를 튕길 때 액셀을 놓으면 변속이 유연해져 한결 낫다. 적응도 했으니 무자비하게 달려본다. 여분의 면허증만 있다면 공도에서도 시속 300km는 쉽게 주파할 수 있다. 고속안정감이 훌륭하니 나 같은 초보도 쉽게 초고속을 점령할 수 있다.

잘 빚어진 차체는 공기를 부드럽게 뚫고 탄탄한 서스펜션은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도 그립을 보장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가벼운 앞쪽에 공기흐름을 이용해 엄청난 다운포스를 발생시켜 스티어링 휠로 프런트 그립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몇 시간 탔다고 건방지게 코너링 실력이 궁금하다. 굽이진 길을 찾아 헤매는 황소 한 마리. 난 이러쿵저러쿵 할 능력이 없다. 뉘르부르크링에서 7분대 벽을 깬 것만으로, 더 이상 전진만 하는 무식하고 미련한 소가 아니라는 걸 세상에 증명한 셈이다.

사실 내 차도 아니고 이만한 고출력을 다룰 실력도 없어 차에 주눅 들어 있는 상태다. 살짝 맛만 보기로 하고 코너에 들이댄다. 이게 오버스티어인지 언더스티어인지 모르겠다. 어지간한 속도와 각도로 평가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복합코너에 들어가도 섀시가 뒤엉키지 않는다.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쪽으로 넘기는 리듬이 깔끔하다.

하이퍼카 하드웨어 스펙인 카본 터브와 푸시로드 타입 서스펜션을 사용한 대가다. 여기에 사륜조향 시스템이 달려 코너링 퍼포먼스를 향상시켰다. 사륜조향 시스템은 최근 포르쉐와 BMW가 즐겨 사용한다. 즉 스포츠 드라이빙을 추구한다면 무게를 감수하고 이를 다는 게 낫다는 방증이다.

여하튼 이 시스템 덕분에 운전자는 큰 덩치를 우라칸 정도로 느끼게 해준다. 이 장치는 스티어링 명령에 빠릿빠릿한 순발력과 박자를 갖춰야 이질감이 들지 않는데 람보르기니는 이를 잘 해냈다. 조향이 들어가면 뒷바퀴가 0.005초 만에 반응한다고 한다.

날뛰는 황소라도 채찍질할 브레이크 시스템이 뛰어나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다. 앞뒤 400mm, 380mm 카본 세라믹 디스크 로터에 각각 6피스톤 4피스톤을 물렸다. 노즈다이브나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을 잘 억제했고 강한 제동이 연거푸 들어가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트랙에서 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코너 중에 브레이킹이 걸려도 차체가 안으로 말리지 않는다. 완벽한 브레이킹 밸런스를 가졌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서니 서행하기 시작한다. 어울리지 않게 스톱 앤 고가 달려있는데 다시 엔진이 켜질 때마다 주위를 놀라게 한다. 차를 받자마자 정신 없이 타고 다녀 이제야 실내를 둘러본다. 최고급 가죽과 알칸타라로 뒤덮었고 룸미러에 비친 엔진은 날 특별하게 만든다.

옵션이 이것저것 들어갔겠지만 굳이 따질 필요 없다. 애플카플레이만 되면 되지. 근사하게 생긴 시트는 운전자를 잘 잡아주고 편하기까지 하다. A필러가 극단적으로 누워있어 전방시야가 좁아 신호등이 안보일 때가 있다. 찡그린 얼굴을 스티어링 휠 앞으로 내밀고 눈을 치켜드는 반항적인 멋을 얻었다.­

짧지만 진한 데이트가 끝났다. 시저스 도어를 하늘을 향해 올리고 내린다. 아침에도 멋있었지만 페인트에 노을을 더하니 황홀한 자태를 표현한다. 아쉬움도 있지만 후련하다. 높은 몸값 때문에 내가 차를 탄 게 아니라 내가 차를 모시고 다녔다. 이 때문인지 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했다.

앞서 시승기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촬영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의 비루한 운전 실력으로 이 녀석을 하루 만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6개월 정도 같이 살아야 아벤타도르에 대해 알 것 같다. 그것도 조금이겠지만. 여하튼 신선한 경험이었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4797×2030×1136mm
휠베이스 2700mm
엔진형식 ​​V12, 가솔린
배기량 6498cc
최고출력 ​​740ps
최대토크 70.4kg·m
변속기 ​​​​​​7단 자동
구동방식 AWD
복합연비 ​​​​​5.9km/ℓ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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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문 잡지 <모터매거진>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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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SUV'를 표방하는 람보르기니의 우루스는 현재 의심할 여지 없이 람보르기니의 캐시 카우가 되어주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실적은 2019년 상반기 두배 가까이 상승한 것만 보아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루스에 이어 람보르기니의 '나름' 저가형 모델인 우라칸 또한 지난 5년동안 14,022대 판매에 성공하며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 숫자는 가야르도가 10년간 판매한 숫자보다 높은 것이다. 

이 말은 우라칸이 기존 가야르도에 비해 거의 두배의 생산량을 지녔다는 것이고, 람보르기니의 상업적 성공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연초에 베일을 벗은 우라칸 에보는 람보르기니의 최신 기술을 모두 탑재하였으며, 퍼포먼스 버전인 에보 스파이더 또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우라칸을 베이스로 한것으로 보이는 스파이샷들이 속속들이 공개가 되면서 람보르기니의 우라칸 라인업 확장은 에보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새로운 모델이 뒷바퀴 굴림을 장착한 에보 모델일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으나, 확실한 것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람보르기니는 2018년 상반기에 비해 2019년 상반기 96%의 상승효과를 보았으며 이러한 실적에 힘입어 폭스바겐 그룹의 총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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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카에 필적하는 감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

 

지난 겨울, 카메라계의 명품 라이카가 만든 디지털 보디 M-10D가 등장했을 때, 필름 카메라도 아닌데 디스플레이가 없고 수동 초점을 고수한다고 온갖 조롱을 당했다. 라이카 유저에게는 그것마저도 예스러움을 담아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비난의 대상일 뿐이다. 

다른 분야에도 비슷한 일이 많다. 아벤타도르 S같은 수퍼카마저 최신식 기어박스와 직분사 엔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명품의 가치는 안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비자리니의 유산 탈출

시승차는 아벤타도르 S. 이 차는 12기통 미드십 모델로 미우라, 카운타크, 디아블로, 무르시엘라고를 잇는 람보르기니 플래그십을 담당하고 있다. 아벤타도르 이전까지 람보르기니의 초석을 다졌던 지오토 비자리니가 만든 엔진이 무려 반세기 동안 사용되었다. 비자리니가 빚은 V12 엔진은 람보르기니 최초의 모델 350GT의 심장이었다. 

V12 3.5L를 지속적으로 개량시켜 무르시엘라고 LP640-4부터 배기량 6.5L에 이르게 된다. FR이었던 350GT 이후 미우라는 이 엔진을 미드십에 가로로 배치한다. 후속 카운타크는 세로 배치로 바뀌어 최후기형(5000 QV)에 이르러 배기량을 5.2L까지 늘렸다. 현행 람보르기니 레터링 뒤에 달리는 LP가 바로 세로배치 엔진이라는 뜻이다.

완벽한 디자인은 각도 빨이 없다. 다음 세대는 이 차를 뛰어넘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이 될정도다

 

여러 모기업을 거치다 폭스바겐 그룹에 안착한 람보르기니는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아벤타도르에서 드디어 완전히 새로운 섀시와 심장을 사용했다. 기존보다 실린더 보어 사이즈는 7mm 늘고 스토르크는 12.6mm 짧아지면서 더욱 고회전형 엔진이 되었다. 무르시엘라고 최후기형이 최고출력 670마력이었던 반면에 아벤타도르는 700마력, 아벤타도르 S는 740마력을 쏟아냈다. 이 차의 섀시와 엔진을 기반으로 한 한정판 시안(Sian)은 785마력까지 높아졌다. 게다가 전기모터가 더해져 시스템 출력 800마력 이상을 커버한다.

반세기 동안 사용한 비자리니가 조율한 엔진이 아닌 새로운 심장

자연흡기 예찬

현행 아벤타도르 S(이하 S)의 최고 매력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디자인만 봤을 때 하이퍼카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가격을 호가하는 차 사이에서 이 정도 아우라를 뽐낸다는 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질 정도다.

전투기 콕핏처럼 버튼이 큼직해 장갑을 껴도 모든 조작이 편하다

파워트레인은 다소 구식이지만 그렇다고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V12 엔진은 뱅크각 60°, 배기량 6.5L의 MPI 방식이다. 게다가 싱글 클러치 기어박스는 극적인 변속 충격을 날것 그대로 온몸에 전달한다. 기술 발전으로 DCT가 수퍼카 영역까지 침투했지만 이 차에 들어간 변속기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 단순히 빠르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지 않는가.

시저 도어를 열때마다 카본 배스터브의 골격이 눈에 들어온다

전기형 아벤타도르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었던 민첩한 회두성의 부재와 변속기 이질감은 S에 와서 완벽하게 개선되었다. 무르시엘라고 LP 640-4와 비교했을때 거의 환골탈태 수준이지만 F12 베를리네타와 비교했을 때는 다소 아쉬웠던 퍼포먼스는 S에 들어서 수퍼카 시장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수준으로 진화했다. 변속기는 개선형 로직이 들어간 덕분에 스트라다와 코르사 사이 갭이 커서 살살 달래가며 탔던 기존과는 다르게 주행모드와 상관없이 직결감을 보장한다.

아울러 파워트레인의 열관리도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최근에 시승했던 우라칸 에보가 수퍼카의 레퍼런스라면, S는 정통 람보르기니 플래그십 DNA를 계승하고 진화시킨 결과물이다. 요즘 차에서 결코 느껴볼 수 없는 원초적인 감동과 감성의 향기가 짙게 베여있다.

전고가 매우 낮아서 사람에 따라 머리가 천장에 닿는 경우도 있다. 헤드룸은 기자 기준 주먹 3개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어서 쾌적했다

감춰지지 않는 존재감

인터컨티넨탈 호텔 한켠에 S를 주차했다. 미팅 후 다시 차로 가는데 주변 남녀노소(외국인 포함) 구분 없이 열심히 셔터 세례를 퍼붓고 있었다. 시선이 부담되어 관중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에 타려고 했으나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담담히 시저도어를 열어 콧핏에 앉았다. 시동버튼을 누르니 고밀도의 꽉 찬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시끄러운 배기음이 자못 부담스러워 바로 빠져나왔다.

오버 페이스로 타고나면 시동을 꺼도 알아서 윙을 올려 쿨링 효과를 높인다

운전석에 앉은 기분은 마치 전투기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다. 한껏 눕혀진 윈드실드와 두꺼운 A필러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시야는 일반 양산차에서는 볼수 없는 광경이다. 지붕 끝단도 머리 한참 앞에 있어서 차로 선두에 있으면 몸을 숙여야만 신호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전혀 번거롭게 느껴지지 않으니 신기하다. 그냥 이 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영동대로에서 칼럼식 고정 패들 시프터로 1단을 넣고 액셀 페달을 밟으니 지금까지 탔던 스포츠카들과는 다른 차원의 파워가 느껴졌다. 미드십 스포츠카를 타다가 밸런스를 잃으면 전손각이지만 S는 정교한 세팅 탓에 그리 겁나지는 않았다. 디아블로와 무르시엘라고가 이보다 낮은 출력으로 더 거친 느낌인 반면에 S는 고출력이면서도 비교적 다루기가 쉽다.이 차의 등장만으로 예스러운 곳이 21세기가 된다

고속도로에 올라 서서울 톨게이트에서 통행권을 발급받자마자 코르사 모드로 바꾸었다. 다양한 주행 모드를 선호하지 않지만 이 차의 코르사 모드는 좋아한다. 스트라다나 스포츠에서도 충분히 강력한 엔진이지만 이 차의 퍼포먼스를 제대로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전방 1-2차로가 비어진 틈을타 오르발을 끝까지 밟았다. 8400rpm까지 너무 빠르게 도달하기 때문에 8000rpm을 넘기기 전에 변속을 해야만 퓨얼 컷이 걸리지 않는다. 그리 긴구간이 아니었는데도 금세 6단에서 시속 320km에 도달한다. 전방 멀리 차들이 보여 더 이상 속도를 내지 않았지만 7단에서 350km/h까지는 너끈히 도달할 듯하다. 그 정도로 이 차의 섀시와 파워트레인이 주는 안정감은 실로 대단했다.

아벤타도르 S는 새로운 디자이너가 손을 댔다. 기본형보다 세련미가 넘친다

그린 헬에서의 남다른 입지

몇 년 전, 아벤타도르 SV가 뉘르부르그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전기모터 도움 없이 마의 6분대를 마크했었다. 하이브리도 모델 918 스파이더 다음가는 기록이었다. 당시 기록이 조작된 것이라고 의심을 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기자 역시도 놀랐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운전하는 것 이상으로 차가 알아서 해주는걸 보니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출력 미드십 모델은 코너에서 스로틀 열기가 겁이 나지만 S는 정교하게 조율된 파워트레인과 전자 장비의 도움으로 쉬우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안겨준다.

시종일관 리니어 한 제동 성능은 운전자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예전 람보르기니는 외모만 화려하고 최고속도에만 관심 있는 메이커로 조롱을 당했지만, 아벤타도르 이후부터 트랙에서도 빠른 기록을 낼 정도로 달라졌다. 게다가 아벤타도르 SVJ는 뉘르부르그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여전히 양산차(991 GT2RS MR 제외) 최고 랩타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눕힌 윈드실드와 A필러는 독특한 시야각을 제공해서 더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폭스바겐 그룹 내 아우디 산하로 들어간 후부터 모터스포츠 관련 기술들이 람보르기니에 속속 이식되고 있다. 파워트레인과 서스펜션의 완성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모든 전자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LDVA와 후륜 조향까지 더해 경량 스포츠카 못지않은 몸놀림을 만들어 낸다.

달릴 곳이 없다는 진부한 얘기는 이제 그만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고 공도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 차를 경험하는 순간 자적자(자신의 적은 자신)임을 인정하게 된다. 오히려 넉넉한 출력과 엄청난 제동 성능 덕분에 S는 시도 때도 없이 관성을 거스른다. 게다가 엔진 브레이크만으로도 속도를 빨리 줄여 굳이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될 정도다. 300km 영역에 발을 들였다가 그저 오른발을 떼고 다운 시프트하는 것만으로 금세 시속 110km까지 속도가 줄어든다.

 

요즘 구간단속구간이 많아져 스포츠카는 더 이상 달릴 곳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수퍼카 오너가 300km/h로 계속 달리는 것은 아니다. 단시간 혹은 짧은 거리에서도 빠르게 최고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수퍼카의 매력이다. 게다가 예전처럼 최고속도만 높은 것이 아니라 뛰어난 섀시와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제동 그리고 똑똑한 전자 장비 덕분에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이다. 또한 외모는 하이퍼카로 보일만큼 매력과 개성이 넘친다. 여기에 V12 자연흡기 엔진까지 있으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글 사진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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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생활 (CAR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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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보르기니 모델로는 처음으로 황소의 이름이 아닌, 투우에서 황소를 찌르는 창의 이름을 사용한 '에스토크(Estoque)'는 2008 파리 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된 모델이다.

>디시인사이드 / 최혁중 기자 (gallog.dcinside.com/cardc)


 전장 5,150mm, 전폭 1,990mm, 전고 1,350mm, 휠베이스 3,010mm에 람보르기니 모델로는 최초로 4도어를 탑재한 에스토크는 그동안 보여주었던 날렵한 외관은 그대로 지니고 있는데, 전면은 무르시엘라고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뒷면은 섭세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이러한 실루엣을 통해 람보르기니 최초의 세단 모델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 람보르기니 에스토크 컨셉의 영상 ]

 세단형 슈퍼카라는 개념의 람보르기니 에스토크의 차체는 아우디 'A8'에 적용되었던 'ASF(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이 적용되었으며, 베이스 또한 아우디 A8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양산에 가까운 컨셉카으로 선보인 에스토크의 헤드램프는 최근 람보르기니 모델에 적용됐던 세로형 램프가 아닌 가로형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에스토크 엔진은 가야르도 LP560에 적용된 배기량 5.2리터, V10 560마력(hp) 엔진이 적용되며, 엔진의 위치는 미드십이 아닌 프런트에 위치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고 속도 320km/h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또, 아우디가 자랑하는 콰트로 기술이 적용되어 탁월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인테리어는 전체를 고급스러운 나파 가죽으로 덮어 럭셔리 세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LCD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은 앞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에도 별도로 갖추고 있어 뒷좌석의 편의사항을 중시하는 고급 세단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또한, 람보르기니 에스토크에는 내비게이션과 다양한 편의장비가 적용되며, 강력한 슈퍼카의 성능과 세단의 안락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람보르기니 에스토크는 최근 국내에 스파이 샷으로 화제가 된 포르쉐 최초의 4도어 세단 '파나메라'와 애스턴 마틴에서 출시할 력셔리 세단 '라피드'와 경쟁할 예정이며, 201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양산 모델인 가야르도와의 많은 부품이 공유될 에스토크는 이 때문에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출시할 예정으로 연간 5천대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출시 이후 V8 트윈 터보 엔진의 가솔린 모델과 디젤 모델, 그리고 최근 화두가 된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한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될 예정으로 람보르기니의 추후 생산될 모델의 방향과 독특한 매력을 선보일 것이다. 이러한 람보르기니 에스토크는 미국자동차 전문지 '오토위크'가 선정한 2008 파리모터쇼 '최고의 차(Best in Show)'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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