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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국차에서도 마침내 이런 느낌이!

묵직하다,우렁차다

현대車 첫 후륜구동 스포츠카 ‘기대 이상’… 운전대 간격 넓고 VDC 예민 ‘단점’

‘현대자동차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제네시스 쿠페’ 3.8L 수동 모델의 시동을 거는 순간 ‘이건 과거의 현대차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적으로 우렁차게 설계된 배기음은 지금까지 현대차가 보여준 ‘자동차 철학’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빠져나오기 위해 차를 조금 움직이는 순간 다시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독일산 자동차처럼 묵직한 운전대와 무거운 클러치 감각. 역시 지금까지 어떤 국산차 모델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잘 팔리고 많은 사람이 무난하게 타는 차만 만들어온 현대차의 경영진이 뭔가 작심을 한 것 같다.

‘우우웅∼∼’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제네시스 쿠페의 엔진음을 즐기며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 성능시험장에서 초고속주행 테스트를 시작했다.

○정통 스포츠카의 주행성능

시속 250km.

속도계 바늘은 더 올라가지 않는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속도제한장치 때문이다. 이때 정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측정기는 245km를 표시한다. 속도제한장치가 없었다면 303마력의 출력을 감안할 때 시속 260km 이상도 가능할 것 같다. 최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연속적인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빡빡한 느낌의 운전대를 살짝 움직이자 차의 앞머리가 말려드는 듯한 기분이 들며 차체는 순식간에 옆 차로로 이동했다. 단단하게 조여진 서스펜션(현가장치)과 19인치 타이어 덕분에 큰 흔들림(롤링) 없이 이내 자리를 잡았다. 일반 세단과는 전혀 다른 스포츠의 거동이었다.

이어진 고속 코너링과 차선 변경에도 제네시스 쿠페는 운전자의 의도를 충실하게 따라줬다. 특히 시속 200km 이상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차체의 비틀림 강성도 높다는 이야기다.

다만 예민한 것은 좋다고 쳐도 고속에서 운전대의 움직임에 따라 점진적인 핸들링 반응이 나오지 않고 다소 급작스럽게 앞머리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부분은 부담스러웠다. 혹시라도 안정성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살짝 가슴을 스쳤다.

계측기로 측정한 시속 0→100km(제로백) 가속시간은 6.1초였다. 드래그레이스 드라이버가 몰면 5.9초 정도는 나올 것 같다. 제로백 기록을 의식한 듯 2단 최고 엔진회전수(rpm)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도록 세팅이 됐다.

제네시스 쿠페의 광고처럼 차를 옆으로 미끄러뜨리는 ‘드리프트’도 해봤다. 충분한 출력과 차동제한장치(LSD)를 바탕으로 쉽게 파워 슬라이드가 일어나고 자세를 컨트롤하기가 까다롭지 않았다. 차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증거다.

수동변속기의 변속감은 괜찮았다. 기어를 넣고 뺄 때 기어봉이 움직이는 거리도 짧아서 스포티한 변속이 가능했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2단과 3단을 넣을 때는 한 번씩 걸리는 듯한 느낌이 나서 변속 흐름이 깨지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전체적인 가속감은 빠르다고 느껴지지 않았는데 실제 제로백은 생각보다 짧았다. 이는 승차감과 연료소비효율을 감안했기 때문인지 가속페달의 초기 반응이 약간 둔한 데다 출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엔진세팅의 특성 때문으로 보였다.

브레이크에는 브렘보의 알루미늄 4피스톤 캘리퍼가 들어갔다. 화려한 모양만큼 뜨거운 성능이 나오지는 않지만 끈기가 있고 일반 브레이크보다 미세한 조절이 가능했다.

○디자인과 승차감은 ‘Not Bad’

외부 디자인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나쁘지 않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앞모습은 너무 가운데로 몰렸다거나 뒷모습이 심심하다고 평을 하기도 한다. 특히 은색이나 회색이 주로 그런 소리를 듣는 편인데 ‘슈퍼 레드’나 ‘다이내믹 옐로’ 색상은 전혀 다른 차를 보는 느낌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강렬한 원색이 제격이다.

실내로 들어오면 그다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세련되게 꾸며졌다는 느낌은 든다. 세미 버킷시트는 비교적 안락하면서도 몸을 잘 잡아준다. 운전대와 시트의 가죽 촉감이 ‘친절’하지 않지만 레드나 브라운 패키지를 넣으면 산뜻한 기분에 눈감아 줄 수 있을 듯하다.

실내 설계는 덩치 큰 사람들을 위한 미국 스타일처럼 느껴졌다. 클러치 페달에 맞도록 시트를 조절하면 운전대가 너무 가깝다. 운전대의 앞뒤 거리가 조절되는 텔레스코핑 기능이 아쉽다. 기어봉 역시 약간 멀리 있다는 느낌이다. 몸을 튜닝해야 하나?

승차감은 19인치 대형 휠과 45시리즈의 타이어 때문에 처음부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대를 버리고 주행을 하면 생각보다는 괜찮다. 서스펜션이 강하게 만들어져서 고속주행과 핸들링이 좋으면 승차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숙명을 나름대로 해결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바람소리나 타이어 소음은 ‘형님’인 제네시스보다는 훨씬 크지만 스포츠 쿠페형 치고는 나쁘지 않다. 전반적으로 크게 칭찬할 것도, 딱히 결점도 보이지 않는다.

○2.0L 터보도 매력적

제네시스 쿠페 구매 고객의 75%는 2.0L 터보 모델(210마력)을 선택한다. 출력이 낮은 만큼 수치상의 가속력은 떨어지지만 운전의 재미는 큰 차이가 없다. 테스트 한 제로백은 8.1초, 최고속도는 시속 230km 정도가 나왔다.

2.0L 모델은 3000rpm부터 출력이 급상승하는 터보의 특성 때문에 수치 이상의 짜릿함을 준다. 엔진 무게가 3.8L보다 50kg 정도 가벼워서 핸들링이 더 정확하다. 고속주행에서 운전대를 빨리 돌릴 때 3.8L 모델처럼 급작스럽게 앞머리가 감겨드는 현상도 적었다.

그러나 변속을 위해 클러치를 밟았을 때 RPM이 너무 늦게 떨어지는 점은 스포티한 운전에 방해요소였다. 3.8L와 2.0L 모델 모두 전자식 차체제어시스템(VDC)이 너무 예민하게 설정된 것도 문제다. 운전에 방해가 될 정도로 자주 개입을 하기 때문에 일부 운전자는 스위치로 아예 기능을 꺼버릴 가능성도 높아 안전을 위해 도입한 장치의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

이 밖에 대시보드와 선루프에서 삐거덕거리는 소음도 간혹 들리는 등 몇 가지 개선해야 할 점들이 보였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성능과 상품성은 기대 이상이다. 현대차의 첫 후륜구동 스포츠카여서 ‘첫술에 배가 부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절반쯤은 불러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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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판을 시작한 A3는 아우디 중 가장 유틸리티성이 강한 5도어 ‘스포츠백’이다. 콤팩트한 차체에 2.0X DOHC 직분사 터보 200마력 엔진과 DSG를 조합한 A3는 앞바퀴굴림 최고의 핸들링을 선사한다. 3천만 원대 후반으로 값마저 형제차 VW 골프 GTI를 위협하는 A3의 향후 활약이 기대된다.

C세그먼트로 분류되는 콤팩트카 시장은 한국식 관점에서는 ‘준중형’ 모델에 해당한다. 가능한한 낮은 가격에 최대한 높은 상품성을 갖추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대중성’이 판매를 좌우하기에 소위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진입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시장이었다. 매출의 핵심인 고급세단에 비해 마진도 박한데다가 비슷한 얼굴의 소형 해치백이 돌아다니면 자칫 기함의 이미지 훼손을 가져올까 염려한 탓이었다. 하지만 1996년 아우디가 첫 C세그먼트 A3를 들고 나오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190만 대라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통해 ‘프리미엄 해치백’시장은  활짝 열렸고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뛰어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과연 아우디 브랜드의 GTI인가?
차값에 상응하는‘덩치’가 구입의 관건이었던 과거 한국 시장에서 이들은 그림의 떡이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근 10년 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프리미엄 해치백 시장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활짝 열리려 하고 있다. BMW 1시리즈도 한국 상륙을 코앞에 두고 있고, 드문드문 중고차가 반입되던 시장의 원조 아우디 A3도 정식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속속 발매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C세그먼트 차들이야말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상당한 포용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크기와 가격이 판단의 지표가 되던 시절을 거쳐 점점 넓어지고 있는 선택의 폭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안목도 함께 넓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리미엄 해치백의 진출은 2008년의 기념할 만한 변화로 꼽는 사건이다.

콰트로 시스템 때문에 세로배치 엔진을 주종으로 하는 아우디에서 가로배치 엔진 차는 A3와 TT 정도다. 두 차 모두 앞바퀴굴림차의 대명사 폭스바겐 골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내에 시판된 차는 2003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을 올해 대대적으로 마이너 체인지한 모델로, 라인업 중 가장 유틸리티성이 강한 5도어‘스포츠백’이다. 해치백보다도 크지만 스테이션 왜건보다는 작아 보이는 일견 애매한 구성은 기반이 된 골프 5세대 모델과의 차별화를 위한 궁리 끝의 절충이었으리라.

5세대 골프와 휠베이스는 밀리미터 단위까지 같지만 길이는 90mm 가량 길며 골프 해치백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훌쩍 커진 적재공간을 제공한다. 6 대 4 분할식 뒤 시트를 접을 경우 적재공간은 1천100ℓ까지 늘어나니, 각종 레저 장비를 싣고 이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순정파츠로 구입할 수 있는 루프랙이나 사이클 마운트 또한 A3의 실구매층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한 장비들이다.

할덱스 콰트로 시스템, 마그네틱 드라이브 등 최신 장비들이 한국형 A3에서 빠진 것은 아쉽지만 골프 플랫폼에 직렬 4기통 2.0ℓ 직분사 터보 엔진과 6단 DSG 변속기라는 기본 구성은 스포티함이 넘쳐난다. 이 차의 성격에 대해 마음대로 속단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음, 이건 아우디판 GTI 왜건쯤 되는 차인가?’

DSG의 최대 단점으로 지목되었던 언덕길 출발을 보정해줄 힐어시스트 기능은 GTI에 비해 확실히 개선된 부분. 이것은 언덕길 정지시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가속을 시작하는 약 1초간 브레이킹 상태를 유지하는 장치로, 보통의 오토매틱과 같은 자연스러운 출발을 가능하게 한다.

촉감 좋은 베이지색 스포츠 시트에 몸을 밀착시키고 대면한 실내는 디자인과 버튼의 배치는 물론이고 구석구석의 질감이 여느 아우디와 다르지 않다. 프리미엄 브랜드만의 노하우가 가득한 높은 품질감은 ‘C세그먼트=싼 차’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FF 최고의 핸들링과 와인딩 재미
시승차는 최상급 다이내믹 모델, 천장 전체를 대형 유리 2장으로 뒤덮은 오픈스카이 선루프와 RS풍의 18인치 휠 그리고 6장 CD 체인저 정도가 기본형과 다르다. 특히 헤드라이트 위쪽의 LED 램프나 광섬유 테일램프 같은 것들은 확실하게 근미래의 아우디 이미지를 대표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7개의 LED를 눈썹처럼 상단에 배치한 발광 라이트는 오토라이트 모드로 설정시 낮에도 자동으로 점등되는데, 푸른색 인광을 내뿜는 듯한 사나운 이미지가 어디서든 달려가는 아우디를 각인시켜 줄 것이다.

엔진은 28.6kg·m의 최대토크 분출시점이 조금 낮은 1천700rpm인 정도가 골프 GTI와 차이난다. 달리기 시작하면 역시 예의 GTI 필링이 피어오른다. 2천rpm 이하에서도 풍부한 토크를 발생시키는 2.0 TFSI 엔진 덕분에 어느 시점에서도 마음먹은 대로 가속이 가능하다. 전대역에 걸쳐 풍부한 토크뿐만이 아니고 고회전으로 뻗어나가는 맛 또한 일품이다. 터보 래그는 거의 느낄 수 없고, 체감 파워는 200마력이라는 최고출력을 훌쩍 상회할 정도로 높다. 어느 기어로 어디에서 밟아도 순식간에 뻗어나가는 기분 좋은 스포츠 엔진이다.

핸들링은 기본적으로 GTI의 선을 넘지 않는 안정성 위주의 설정. 의외로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면 비교적 빨리 프론트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면서 아주 안정된 언더스티어로 코너를 클리어한다. 급격한 노면 변화에도 서스펜션의 움직임만 커질 뿐 차체의 거동변화로 연결되는 법이 없다. 달리면 달릴수록 핸들링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지며, 마음놓고 와인딩을 질주할 수 있는 하체다.

시승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타이트한 와인딩에서 동급 최고의 재미를 안겨 주었지만 풍족한 토크를 바탕으로 한 고속영역에서의 질주 또한 기대된다(시속 210km에서 작동되는 속도 리미트만큼은 먼저 어떻게 해야겠지만). GTI와 직접 자웅을 가려 본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도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A3의 국내 론칭에서 돋보이는 것은 바로 아우디의 공격적인 가격정책. 기본형 3천950만 원의 가격은 차값 싸기로는 세계 최고인 미국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유틸리티성 모두 뒤떨어지는데다가 강점인 달리기마저 엇비슷한 골프 GTI에게는 낭패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배다른 형제 GTI의 차기모델이 과연 어떤 가격표를 달고 나올지 흥미진진해지는 대목이다.

Editor's Comment
골프 GTI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다소 협소한 짐공간이 마음에 걸린다면 꽤 괜찮은 선택, 덤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로고도 따라온다. 예의 파워풀한 엔진과 기막힌 핸들링은 여전하다.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이번만큼은 다이내믹 패키지 쪽의 가치가 높다. 미국 현지보다도 저렴한 가격은 세간의 ‘바가지 수입차 가격’ 같은 근심걱정에서도 해방시켜 줄 것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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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세계에서 ‘양가죽을 쓴 늑대’란 양산차를 베이스로 엄청난 성능을 내는 고성능 모델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BMW M처럼 이 표현이 어울리는 차가 또 있을까. 3, 5, 6시리즈에 튜닝한 V8, V10 엔진을 얹은 M라인은 정통 스포츠카와 맞장 뜨는 화끈한 성능을 끌어낸다. 이들 중 가장 끌리는 차는 콤팩트 클래스 M3. 많은 카매니아에게 여전히 값비싼 드림카이기는 하지만…….


V8 4천cc 420마력 엔진 얹은 걸작
M3는 1986년 초대모델(E30) 이후 92년 2세대(E36), 2000년 3세대(E46)에 이어 지난해 4세대가 데뷔했다. 초기에는 쿠페 한 가지였으나 지금은 세단, 컨버터블로 가짓수가 늘어났다. 4세대 M3의 가장 큰 특징은 M3 최초로 V8 엔진을 얹은 점. 직렬 6기통을 버리고 V8을 택한 것은 아랫급 모델과의 간섭을 피하고 경쟁모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아우디 RS4나 메르세데스 벤츠 C63 AMG는 V8이며 3시리즈 최강모델인 335i는 직렬 6기통 3.0ℓ트윈터보로 300마력 이상을 끌어내 M시리즈의 영역을 넘본다.
 BMW가 제작한 새 M3의 유닛은 V8 4.0ℓ 420마력에 한계 회전수가 8천400rpm에 이르는 고회전형이다. 최대토크는 40.8kg.m/3천900rpm으로 2천rpm부터 34.7kg.m의 넉넉한 토크가 나오고, 최대토크의 85%를 6천500rpm까지의 넓은 영역에서 발휘한다.

이처럼 한계 회전수가 높으면서 토크밴드까지 넓어 어느 기어에서든 화끈한 성능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엔진의 무게는 3세대 M3의 6기통 3.2L 유닛보다 15kg나 가벼운 202kg에 불과하다. 엔진 경량화와 더불어 흡배기 가변 밸브 리프트 및 타이밍 장치인 더블 바노스, 실린더별 독립 드로틀, 습식 강제순환 윤활장치 등 M3의 엔진에는 F1에서 갈고닦은 최신 기술이 아낌없이 투입되었다.

신형 M3는 10월 4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F1 시티 쇼크 행사 때 BMW 경주차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내세운 슬로건은 ‘도로 위의 F1 머신’.

4세대 M3는 3시리즈 쿠페(E92)를 기본으로 했지만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대형 흡기구, 브레이크 전용 덕트, 앞바퀴 뒤쪽의 에어 아울렛, 비행기 날개 모양의 전용 사이드 미러 등에서 기본형과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큰 차이점은 가운데가 불룩 튀어나오고(파워돔) 양쪽에 배기구가 뚫린 알루미늄 보닛과 카본 루프를 채용한 점이다. 카본 루프는 5kg의 감량효과를 내고 무게중심을 낮추어 달리기에도 도움된다. 그밖에도 뒤 범퍼 아래에 허니컴 그릴 장식이 들어간 디퓨저와 2개의 트윈 머플러, 트렁크 끝의 립 스포일러, M3 전용 18인치 휠 등을 달았다. 조그맣게 붙은 M3 로고를 보기 전에도 주변을 압도하는 포스를 내뿜는다.

도어를 열자 M로고가 새겨진 사이드 스커트와 스티어링 휠, 카본 무늬의 가죽을 두른 대시보드, 탄탄한 버켓시트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시속 330km까지 그려진 계기판과 8천rpm이 넘어야 시작되는 레드존이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타코미터를 들여다보면 7천700∼8천200rpm 사이에 가변 경고구간(variable warning zone)이 보인다. 이것은 엔진 상태에 따라 오렌지 혹은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그에 맞는 한계 회전수를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손쉽게 변신시킬 수 있는  지킬과 하이드
시동을 걸자 우렁찬 V8 엔진이 포효한다. 3시리즈 6기통 최고 버전인 335i만 하더라도 엔진이 부드럽고 사운드가 호쾌하기로 유명한데, V8은 말 그대로 와일드한 사운드를 내뿜는다. M3의 0→시속 100km 가속성능은 4.6초로 335i의 5.8초를 1초 이상 상회한다. 덕분에 잠깐 잠깐의 가속구간에서도 등을 때리는 후련한 가속감을 이어갈 수 있었다. 퓨얼컷 구간인 8천400rpm 직전에서 스티어링 휠의 플리퍼로 변속을 이어가면 순식간에 시속 200km 이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M3의 트랜스미션은 수동 메커니즘 기반의 자동 변속기인 7단 M 더블 클러치로, 3세대 M3의 6단 SMG에서 진화한 미션이다. 홀수와 짝수 단수에 각 클러치를 연결해 변속 시간과 충격을 줄이고, 연비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언덕에서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것은 SMG와 다를 것 없지만 4천∼5천rpm에서 변속을 이어가면 일반 AT와 같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M드라이브 버튼은 엔진 파워와 EDC(전자제어 조절식 서스펜션), DSC(주행안정장치) 등을 통합한 주행특성 조절장치로, 운전 중 버튼을 누르면 미리 세팅한 모드로 변경시킨다. 즉 i드라이브의 설정 모드에서 M드라이브를 선택해 미리 출력 특성과 EDC(Electronic Damper Control), DSC(주행안정장치) 등을 세팅할 수 있고, M드라이브 버튼만 누르면 여기서 설정된 값으로 주행특성을 바뀐다. 한 마디로 편안하게 달리다가 배틀을 걸어오는 차가 있으면 즉각 전투 모드로 돌입할 수 있는 것이다. 출력과 서스펜션 특성, 주행안정장치 온오프는 변속기 왼편에 달린 파워, EDC, DSC 등의 버튼으로도 조절할 수 있다.

먼저 최대한 스포츠 주행에 맞게 세팅해 달리니 빠릿빠릿한 직결감과 고성능 튜닝카 같은 딱딱한 서스펜션이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한다. 최대한 컴포트하게 세팅을 하면 제법 나긋나긋한 쿠페 감각을 연출한다. 기어 레버 아래쪽의 ▲/▼ 버튼을 통해서도 손쉽게 차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 ▲로 반응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면 액셀과 엔진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대로 ▼를 이용해 최대한 끌어내리면 2단으로 출발하고 액셀 페달을 지긋이 밟아야 차가 움직이는 소프트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스위치 하나로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및 스티어링 반응을 여러 단계로 조절해 차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기분 좋게 극한의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긴 후 나긋나긋한 미국제 세단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극적반전을 한 대의 차로 연출할 수 있는 것이다.

신형 M3는 브레이크 작동 때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제동 에너지 회생기술로 전력을 보충한다. 하지만 제동감각은 일반 고성능 브레이크와 다름없다. 고성능 경량 브레이크 시스템은 깔끔하고 완벽한 성능을 뽐냈다.

M3는 F1 기술이 들어간 고성능 엔진과 똑똑한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로 기술적으로 최고 경지에 다다랐을 뿐만 아니라 드라이빙을 보조하는 각종 전자장비의 조화도 인상적이다. V8 사운드가 아주 매혹적이지 않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 정직한 기계음을 살짝 다듬어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연출한다면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배가되지 않을까 싶다. 탁월한 고성능으로도 충분한데, 주행특성까지 자유자재로 요리할 수 있다니 지킬과 하이드의 변신약물이 따로 없다.

Editor's Comment
M3는 기본형 9천590만 원, 전자식 댐핑 컨트롤(EDC), M드라이브, 한국형 내비게이션, USB를 지원하는 고급형 오디오 시스템 등을 더한 고급형이 1억290만 원에 판매된다. 최근 유로화의 상승을 감안하면 상당히 착한(?) 가격표를 붙였다. 3시리즈의 고성능형인 335i(8천190만 원)에 1천400만 원을 더 투자하면 쿠페의 탈을 쓴 드라이빙 머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경쟁모델인 아우디 RS4 1억4천550만 원, 메르세데스 벤츠 C63 AMG는 9천19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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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라는 이름은 진리, 진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과연 어떤 진리와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일까. 익스테리어의 진실, 인테리어의 진실, 퍼포먼스의 진실을 밝힌다

오랜만이다. GM대우의 대형차 라인업의 공백을 채우게 될 베리타스가 드디어 출시되었다. GM대우 내부적으로는 스테이츠맨 이후에 오랜만에 내놓는 대형 승용차이고, 전체 자동차 시장을 놓고 보자면 새로운 모델을 많이 선보인 대형차 시장에 풍요로움을 더해줄 차이다. 주요 경쟁차로는 현대의 제네시스를 꼽을 수 있으며, 역동적인 외부 디자인에서도 느껴지듯이 쌍용 체어맨이나 현대 에쿠스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향하고 있다. 젊은 감각의 역동적인 럭셔리 승용차 정도로 베리타스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리타스는 스테이츠맨과 마찬가지로 호주 홀덴사의 차를 조립해 들여오는 것으로, 홀덴에서는 계속 스테이츠맨(현재 3세대)으로 팔리지만 국내에서는 스테이츠맨의 실패를 고려해 새 이름표를 달게 되었다. 베리타스(veritas)라는 이름은 ‘진리’, ‘진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 그럼 어떠한 진리와 진실이 담겨 있는지 떠나보도록 하자.


The True Exterior
베리타스의 첫인상은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역동적인 것이었다. 짧은 오버행은 금방이라도 앞으로 달려 나갈 것 같은 인상을 주었고 뒷모습과는 달리 납작하게 가라앉은 앞모습은 질주 직전의 맹수처럼 느껴졌다. 이와 같은 느낌은 5m가 넘는 차체를 더욱 길어보이게 만든다. 베리타스의 외관 중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앞 펜더에 자리잡고 있는 사이드 턴 시그널 램프였다. LED 타입인 데다가 에어덕트와 함께 어우러져 있어 베리타스의 인상을 강렬하게 만들어 준다.

직선을 주된 요소로 삼은 베리타스의 디자인은 다이내믹하면서 동시에 보수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그야말로 자동차의 전형에 가까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보수적인 디자인은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베리타스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살리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너무 화려하거나 튀는 디자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최대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베리타스는 전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아름답다. 사이드 턴 시그널 램프와 크롬 처리된 사이드 미러가 보수적인 느낌을 완화시켜 줄 뿐만 아니라 역동적인 앞모습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국내에서 실패한 스테이츠맨과 디자인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The True Interior
실내에서 바라본 베리타스는 풍부한 편의장비가 인상적이다. 특히 뒷좌석 승객을 배려한 부분이 돋보였는데 천장에 내장된 7인치 DVD 모니터가 그 예다. 뒷좌석 모니터는 전 모델에 기본으로 달리고, 모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전동식 뒷좌석 시트뿐만 아니라 전동식 헤드레스트와 안마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베리타스는 분명 소퍼 드리븐보다는 오너 드리븐을 지향하는 자동차이다. 하지만 뒷좌석의 가족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잊지 않음으로써 대형차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좌석 역시 다양한 편의장비가 돋보인다. 오토크루즈 컨트롤과 워크인 스위치까지 갖추었고 보스 오디오는 AUX 단자를 통해 MP3와 같은 외부 기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뒷좌석 승객은 무선 헤드셋을 통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터치스크린이 아니긴 해도 센터콘솔에 있는 버튼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만큼은 아니어도 리모컨을 사용해서 일일이 목적지를 입력해야 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리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기능은 각각의 자동차 키를 이용해 운전자별로 시트와 사이드 미러의 위치 등을 설정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베리타스의 장점은 바로 이러한 편의장비로부터 비롯된다. 베리타스는 세 가지의 그레이드로 구분되는데 대부분의 장비가 기본으로 달리는 것이 장점이다. 개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서 기본 차값을 더 낮추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옵션으로 장난친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는데 그것은 전체적인 마감 품질과 플라스틱 부품의 시각적, 촉각적 느낌과 같은 감성적인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또 센터콘솔에 자리잡은 파워 윈도 버튼은 재배치가 필요해 보인다. 스테이츠맨과 같은 위치인데, 이 점을 불편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시트의 위치가 높아서 여성 운전자의 경우 조금 불편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The True Performance
V6 3.6L 엔진은 베리타스의 차체를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출발부터 가속에 이르기까지 34.0kg·m의 토크와 252마력의 출력이 1.8톤이 넘는 베리타스의 차체를 거침없이 몰아붙였다. 거기에 더해 뒷바퀴굴림인 베리타스는 감각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주었다. 핸들링도 수준급이고 코너를 공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수동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액티브 셀렉트 자동변속기는 스포츠 모드와 액티브 모드를 선택하여 보다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3.6L의 엔진과 조합을 이룬 5단 자동변속기는 조금 시대에 뒤처진 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동 모드는 6단 이상일 때 훨씬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중형 승용차에까지 6단 자동변속기가 달리는 시점에 5단 자동변속기는 어떤 이유에서든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베리타스의 차체 길이는 5,195mm로, 제네시스보다 길다. 차체가 긴 만큼 휠베이스도 긴데, 넉넉한 휠베이스는 당연히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해 준다. 뒷바퀴굴림 차는 더욱 그러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Epilogue
베리타스는 성능과 옵션 모두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옵션의 경우 충분히 럭셔리에 값하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가격대비 가치는 그 이상의 만족감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그것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제든 수정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 보면 그러한 사소한 아쉬움으로부터 럭셔리의 이름에 값하는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품질의 차이가 아니라 디테일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쓴이 조동범
시인.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그리운 남극’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과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를 펴냈다. 현재 한신대에서 시창작을 강의하고 있으며, 못 말리는 자동차 매니아로 자동차 잡지와 사보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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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 380GT는 국산차 중 최고의 핸들링과 가속력을 지닌 차다. 쿠페의 멋진 스타일링과 V6 3.8ℓ DOHC 303마력의 람다 RS 엔진, 반응 빠른 ZF사의 6단 자동 변속기, 19인치 브리지스톤 타이어와 브렘보 브레이크 등이 어울려 스포츠 쿠페의 요건을 두루 만족시킨다. 다만 ‘제네시스’의 급에 맞지 않는 실내 품질과 곳곳에서 보이는 원가절감의 흔적이 아쉬움을 남긴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가 펼쳐진 제주도를 무대로 이국적인 야자수 배경 아래 제네시스 쿠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10일, 제주도 해비치 리조트에서 1박 2일로 제네시스 쿠페 발표회 및 미디어 시승회가 열렸다. 첫날 저녁 공식 발표회를 통해 제네시스 쿠페를 소개하고 이튿날 제주도 도로를 달리는 시승회로 짜여졌다.

넓은 바다가 펼쳐진 해비치 리조트 주차장에 다양한 색상의 제네시스 쿠페 30여 대가 도열한 장면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이번에 발표된 제네시스 쿠페는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쎄타)와 V6 3.8ℓ DOHC(람다) 등 엔진에 따라 200 Turbo와 380GT로 나뉜다. 그리고 200 Turbo는 5단 자동과 6단 수동 변속기, 380GT는 6단 수동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아쉽게도 시승차는 V6 3.8ℓ엔진을 얹은 풀옵션 380GT 모델만 준비되었다.


꿈틀거리는 듯한 화끈한 스타일
제네시스 쿠페는 국산차 최초의 뒷바퀴굴림 스포츠 쿠페로 데뷔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국내외 모터쇼에서 미리 공개하고 위장막 없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테스트 주행 사진이 인터넷에 계속 올라온 탓에 첫인상은 TV에서 자주 본 유명 연예인을 직접 대면한 것 같은 느낌이다. 

쫙 벌어진 앞바퀴 사이로 히죽 윙크하는 헤드램프와 씨익 웃는 에어덕트 모양에 기자단의 평가는 ‘멋있다’와 ‘이상하다’로 명확하게 나뉘었다. 하지만 뒷모습에는 모두 긍정적인 평을 내렸다. 스포일러처럼 끝부분이 봉긋 올라간 트렁크 리드와 사다리꼴 형태의 머플러 팁, 검은 디퓨저가 어울려 심플하면서도 빵빵한 모습이다.

옆모습의 굴곡은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더욱 강렬하고 입체적이어서, 볼 때마다 팔뚝의 근육이 꿈틀거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커다랗고 멋진 디자인의 19인치 휠과 타이어에서는 이전 현대자동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자신감과 과감함이 느껴진다. A필러에서 C필러를 거쳐 트렁크까지 부드러운 라인이 흐르고,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로 전체적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도어를 열면 창문이 살짝 내려갔다 올라가는 ‘숏 드롭’ 기능은 도어 프레임이 없는 쿠페에 이전부터 사용했어야 하는 기능이다. 밖에서 볼 때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운전석에 앉으니 쿠페답게 도어가 상당히 길다. 긴 도어 뒤쪽 B필러에 위치한 안전벨트는 팔 짧은 사람은 몸을 뒤로 쭉 빼지 않으면 닿기 힘든 위치다. 가죽 세미버켓 시트는 들어갈 곳은 쏙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와 있는 멋진 디자인. 허벅지, 허리, 어깨 부분이 튀어나와 몸을 잘 감싸고 안락한 느낌까지 전한다. 머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헤드레스트가 과감하게 앞으로 튀어나온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 안쪽의 플라스틱은 제네시스급에 못미치는 저렴한 재질과 감촉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란 이름을 빼고 2천만 원 초반에서 시작하는 스포츠 쿠페를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 입체적으로 컵을 씌워 놓은 듯한 속도계와 타코미터 디자인은 제법 스포츠카 분위기를 낸다. 하지만 파란색의 트립컴퓨터와 계기판 중앙은 빛이 강한 낮에는 시인성이 떨어진다. 또한 센터페시아의 은색 장식이 다른 인테리어 색감과 비교해 혼자 튀는 느낌. 센터페시아에는 비슷비슷한 디자인의 오디오와 공조 버튼이 위아래로 배치되어 복잡한 느낌도 든다. 사용하기 편한 블루투스 핸즈프리나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직접 연결, 조작할 수 있는 커넥터와 MP3 파일을 UBS에 담아 바로 들을 수 있는 USB 단자 등의 편의장비를 기본으로 갖추었다.

스마트키를 센터페시아 재떨이 부분에 꽂아 넣고 대시보드의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아이들링 소리는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밖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실내에 울리는 엔진음과 배기음은 제법 스포티하다. 스포츠카로서 마음에 들지만 안락한 세단을 타는 일반인이라면 시끄럽고 피곤하다는 불평을 할 수준이다. 뒷바퀴굴림 방식으로 드라이브샤프트가 실내 공간을 앞에서 뒤로 가로질러 2인승의 뒷좌석은 좁은 편이다. 가방이나 옷가지를 놓거나 잠깐 타고 이동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겠다.


국산차 최고 수준의 핸들링과 코너링
제네시스 쿠페 380GT는 세단(BH380)에 들어가는 람다 V6 3.8ℓ DOHC 엔진을 쿠페에 사용하기 위해 몇 가지 업그레이드해 ‘람다 RS 3.8’이란 이름을 붙였다. 캠샤프트의 위상을 바꾸어 흡배기 밸브 타이밍을 조절하는 더블 가변 밸브 타이밍과 가변 흡기식 람다 엔진을 기본으로 고강도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을 사용했다. 그리고 쿠페의 낮은 엔진룸에 맞추기 위해 흡배기 시스템을 5cm 낮췄다. 저항을 줄인 배기 매니폴드로 빠른 엔진 반응과 스포티한 음색을 이끌어낸 것도 달라진 부분. 다만 6단 AT에 스포츠 모드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 결과 제네시스 쿠페의 심장은 이전 람다 엔진보다 16마력 올라간 최고출력 306마력, 토크 역시 약간 높아진 36.8kg·m를 낸다. 출력은 세단형과 큰 차이가 없으나 스포츠카에 어울리도록 조율한 부분은 높이 살 만하다. 덕분에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엔진 반응이 빠르고 ZF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한 동력전달 느낌도 꽤 직접적이다. 여기에 대배기량이 만들어내는 큰 토크가 가세해 제네시스 쿠페의 가속력은 국산차 최고 수준이다.

탁 트인 도로에서 쭉 밟으면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시속 200km까지도 거침없이 나간다. 이 정도 가속력이면 333마력의 인피니티 G37 쿠페와 드래그를 해도 앞서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뒤지지도 않을 실력이다. 충분한 파워 덕분에 정지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휠 스핀으로 튀어나가고, 이내 VDC가 개입해 스핀을 다스리면서 타이어의 접지력을 잡아나간다.

대시보드의 버튼으로 VDC를 끄면 간단한 번 아웃까지 가능하지만 뒷바퀴를 스핀시켜 제자리를 도는 턴이나 드리프트를 시도하면 자동으로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해 방해를 한다. 이것은 끌 수 없는데,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고출력 뒷바퀴굴림 스포츠카여서 안전을 위한 세팅이라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드리프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ECU를 다시 세팅하면 되지만 이때는 3년간의 일반부품과 5년간의 동력계통 무상보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국산 스포츠카로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놀란 것은 핸들링과 코너링 실력이다. 인피니티 G37 쿠페보다 40mm나 널찍한 1천865mm의 너비, 비싸지만 고성능을 내는 19인치 브리지스톤 RE050A 타이어, 튜닝용 제품처럼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단단한 차체 강성, 그리고 뒷바퀴굴림의 구동방식이 종합적으로 어울려 놀라운 핸들링과 코너링 성능을 보인다. 구불구불한 제주도 와인딩 도로에서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운전자의 요구대로 돌아나가는 제네시스 쿠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예전 현대차의 안락하다 못해 푹신하고 한 박자 느리던 핸들링에 대한 기억을 싹 잊게 된다.

19인치 바퀴 안에서 빨갛게 반짝이는 Brembo 로고! 브레이크 시스템은 제네시스 쿠페에서 눈여겨봐야 할 물건이다. 앞 직경 340mm(약 13.5인치)와 뒤 330mm(13.0인치) 디스크에 앞뒤 모두 4피스톤 모노블록 브렘보 캘리퍼를 사용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브레이크 성능은 보통보다 살짝 잘 듣는 수준이다. 민감하고 팍팍 땅에 꽂히는 느낌이 아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잡아준다는 정도다.

사실 브레이크가 너무 민감하면 제동거리가 짧아질지는 몰라도 브레이크 패드 분진이 많이 생기고 예민하게 작동해 운전자나 동승자가 쉽게 피곤해진다. 여기서 제네시스 쿠페가 본격적인 스포츠카라기보다는 성능이 좋은 스포츠 쿠페를 지향했음을 알 수 있다. 제동성능을 떠나 브렘보 브레이크는 제네시스 쿠페를 스포츠카로서의 이미지를 불어넣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브리지스톤과 브렘보 넣고 원가절감?
예전 현대차는 손가락 하나로 스티어링 휠을 돌릴 수 있을 만큼 가벼웠지만 제네시스 쿠페는 저속에서 두 손으로 돌려야 할 만큼 묵직하다. 유럽 감각이 반가워서 한껏 기대를 갖게 되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가벼워지는 스티어링 감각은 뛰어난 핸들링과는 별도로 불만사항이다. 제네시스 쿠페를 탈 정도의 오너라면 단단한 서스펜션과 앞뒤 40 대 45의 낮은 편평률의 19인치 타이어가 주는 민감한 핸들링을 좋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동승자가 타면 노면상태가 그대로 전달되는 승차감과 예민한 직진성 등으로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겠다.

한편 제네시스 쿠페는 비싼 브렘보 브레이크와 브리지스톤 타이어를 신긴 대가로 다른 부분에서 원가절감의 압박이 컸던 모양이다. 딱딱하고 저렴해 보이는 인테리어 플라스틱은 그렇다 할지라도 트렁크 안쪽 윗부분에 커버가 없어 철판과 스피커 전선이 그대로 드러나 트렁크에 물건을 넣다 전선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한 투스카니에도 있던 엔진커버를 없앤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더라도 흙탕물이나 눈이 튀어 부식되는 것을 막는 휠 하우스 안쪽의 플라스틱 커버를 없애고 살짝 언터코팅으로 마무리한 것은 눈에 거슬린다. 그리고 ‘제네시스’급임에도 LED 브레이크 램프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다음 페이스리프트에 적용할 항목을 위해 남겨놓은 것일까?

‘S 쿠페’에서 이름을 가져와 1990년 데뷔한 현대 스쿠프(Scoupe)를 시작으로 티뷰론과 투스카니, 그리고 이제 데뷔한 제네시스 쿠페를 함께 보고 있으니 마치 서울올림픽 이후 경제가 발전한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는 듯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앞바퀴굴림 쿠페 투스카니로 버겁게 겨루었던 해외 시장에서 제네시스 쿠페는 본격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로 영역을 넓혀 대등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밑에서 치고 올라오면 선두도 저만치 앞서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겠지만 제네시스 쿠페를 통해 이제 국내에도 FR 스포츠 쿠페의 시대가 열린 것은 분명하다.

Editor's Comment
제네시스 쿠페 200 Turbo는 2천320만∼2천942만 원, 380 GT는 3천42만∼3천392만 원이다. 여러 가지 단점이 보이지만 수천만 원짜리 비싼 수입차에서나 고를 수 있었던 고출력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를 낮은 값에 AS 부담 없는 현대차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자동차 매니아에게도 환영받을 것이다.




Posted by 따뜻한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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