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에 공식 인증 중고차사업 붐이 일고 있다.
수입사를 기준으로 2003년부터 크라이슬러, BMW, 아우디, 포르쉐, 푸조, 포드가 인증 중고차사업을 시작했고, 최근엔 렉서스, 폭스바겐, 캐딜락, 사브 등이 사업을 검토중이다. 다른 브랜드들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이 분야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입차업계의 인증 중고차사업이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인증 중고차사업은 2002년부터 많은 수입사들이 검토에 나서면서 사업개시 시점을 저울질했다. 그러나 2003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로 중고차 판매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자 주춤해졌다. 신차 판매 시 각종 프로모션을 적용하면서 중고차시세가 대폭 떨어졌기 때문. 현재 대부분의 수입사들은 위탁판매 형식으로 중고차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들어 인증 중고차사업을 확대 및 강화하는 수입사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차 판매에 도움이 되는 데다 판매대수가 많은 업체의 경우 중고차사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의 경우 신차 판매실적은 전년보다 늘었으나 할인 및 각종 프로모션 등으로 차 1대 당 이익은 크게 줄었다. 당연히 흑자를 내기 위한 여러 방안이 나오고 있고, 이 가운데 인증 중고차사업이 부각되고 있는 것. 일부 브랜드는 과도한 신차 프로모션으로 차를 산 지 1년만에 40~50% 이상 잔존가치가 뚝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이를 보전하려는 의미도 있다.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고차가치를 제대로 지켜줘야 신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다. 각 업체별 인증 중고차사업 현황을 소개한다.
▲크라이슬러-성수동·양재동으로 매장 이전
크라이슬러는 업계 최초로 2003년 10월 서울 양평동에 420평 규모의 직영 중고차전시장을 개장했다. 초기에는 연간 140여대의 차를 팔았으나 지난해는 200대 정도로 증가했다. 회사측은 양평동 매장의 임대계약이 끝남에 따라 성수동 및 양재동 2곳으로 중고차전시장을 옮길 계획이다. 성수동 매장은 250평 규모에 50대의 차를 전시할 수 있고, 양재동 매장은 서울오토갤러리(SAG) 내 별도의 상사 1곳을 임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강북 및 강남에 각각 하나씩 매장을 두고 판매 및 인지도 확산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최근 크라이슬러코리아에 부임한 안영석 사장이 직접 부지확보를 위해 나설 만큼 적극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게 물량확보”라며 “자체 금융사를 통해 중고차라도 신차와 같은 조건으로 차를 판매해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BMW-프리미엄 셀렉션 업계 최대 규모
BMW코리아 딜러인 도이치모터스는 ‘프리미엄 셀렉션’이라는 이름의 중고차전시장을 2005년 10월 열었다. BMW 본사의 기준에 맞게 시스템을 갖춘 이 매장은 SAG 1층에 자리하며, 1,000평 규모로 업계 최대다. 지하 1층에는 정비작업대 2개, 기술자 및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상주하는 퀵서비스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곳은 중고차의 100%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이력 투명성을 확보한 게 특징이다. 회사측은 딜러들의 시승차는 물론 일반 고객이 전국 딜러에 판매를 의뢰한 차 중 무사고 5년 또는 10만km 이하의 BMW와 미니에 대해 총 72개 항목의 정밀점검을 거쳐 새 차와 같은 수준에서 판매한다. 또 중고차 고객은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 12개월 무상보증, BMW 할부금융 프로그램 등 신차 고객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지난해 600여대의 중고차를 판매했으며, 현재는 월 85대 정도의 실적을 기록해 올해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고객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중고차를 팔고 있으며 ‘파워 리스’ 등 신차 못지 않은 획기적인 금융프로그램 운영으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아우디·포르쉐·푸조·포드-중고차사업 강화
2005년 7월엔 푸조 수입·판매업체인 한불모터스, 2006년 하반기엔 아우디코리아 딜러 고진모터스와 포르쉐 수입·판매업체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가 각각 인증 중고차사업을 시작했다. 세 브랜드의 공통점은 중고차전시장이 모두 SAG에 있다는 것.
푸조의 중고차전시장은 120평 규모로 신차와 동일한 수준의 안전점검 테스트를 통과한 차만 판다. 고객들은 신차 구입 시 제공되는 24시간 긴급출동 서비스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자동차 정보와 이력, 품질상태, 사고경력 등을 투명하게 관리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차를 구입할 수 있게 했다. 한불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10대 정도 판매했으나 지속적인 홍보와 인지도 제고로 올해부터 월 20대까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SSC는 2005년 6월부터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되는 포르쉐 중고차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 2006년 11월 SAG에 중고차전시장을 냈다. 이 프로그램은 SSC가 중고차를 사들여 상태를 점검한 후 완벽하게 수리, 품질을 보장하고 품질보증기간을 그대로 승계하는 게 요점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차를 사는 게 중요하다”며 “지난해엔 26대 정도를 거래했으며 올해는 30대 이상 팔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진모터스는 375개 항목의 기술점검, 각 모델들의 히스토리 및 정비이력 투명화, 사전 주행테스트 실시 등을 통해 매물을 관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고차 고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신차와 다름없는 상황에서 차를 인도받는 것”이라며 “출고 후에도 사후관리 시스템을 통해 고객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장 초기엔 월 10대 정도에 머물렀던 판매실적이 현재 월 30대까지 증가했다.
이 밖에 포드코리아는 딜러인 선인자동차가 바이포드(
www.buyford.co.kr)란 사이버 매장을 통해 중고차사업을 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는 않은 상황. 선인 관계자는 “고객들의 매입물량을 받지 않고 시승 및 전시차 위주로 팔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연간 100대 정도의 물량이 거래되고 있고, 앞으로는 점차 중고차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렉서스·캐딜락·사브-검토중
렉서스, 폭스바겐, 캐딜락 및 사브 등도 직영 또는 딜러를 통해 인증 중고차사업을 검토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차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고객관리 차원에서라도 인증 중고차사업은 꼭 필요하다”며 “그러나 중고차 인허가 획득, 부지확보 등의 부차적인 일들이 많아 빠른 시간 안에 사업을 시작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마 내년 정도까지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인증 중고차사업을 하지 않겠느냐”며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게 중고차사업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