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BORGHINI URUS & MASERATI LEVANTE TROFEO
스포츠카 영역 위협하는 고성능 SUV

SUV 시장의 양적 팽창은 자연스레 다양한 성격의 신모델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는 성능에 중점을 둔 SUV도 당연히 존재한다. 단순히 SUV 차체에 고출력 엔진을 얹은 수준이 아니라 태생부터 달리기에 중점을 둔 퍼포먼스 SUV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마세라티 르반떼 트로페오는 수퍼 SUV라 불러야할 만큼 고성능을 지향하는 현역 SUV 최강자들. 스포츠카의 영역을 위협하는 이들의 과감한 도발을 몸소 체험해 보았다.

“나는 관대하다~”
LAMBORGHINI URUS
우루스를 타고 거리에 나서면 어째서인지 관대해진다. 높은 운전 시야 뿐 아니라 성능으로도 주변 차들을 순식간에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 플랫폼과 V8 4.0L 트윈터보 엔진을 품은 SUV지만 디자인부터 성능에 이르기까지 람보르기니 DNA로 가득 채운 우루스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SUV이자 새로운 형태의 그랜드 투어러이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최진호
개인적으로 우루스를 시승하면서 영화 <300>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 1세의 대사 “나는 관대하다”가 떠올랐다. 엄청난 대군을 끌고와 한다는 말이 자신이 관대하다니. 사실상 너의 목숨은 내 손 안에 있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수많은 짤방과 페러디를 양산한 이 대사가 우르스를 시승하는 내내 머릿속을 맴돈 것은 어째서일까.
SUV 시장의 빅뱅은 롤스로이스, 벤틀리는 물론 수퍼카 브랜드까지도 그영향권으로 끌어들이고 말았다. 카이엔을 욕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SUV 따위 만들지 않겠다던 페라리가 SUV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제아무리 자존심 강한 회사라도 시장의 동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부 저항이야 있겠지만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또한 기업 아니겠나.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매력의 신차가 탄생할 수도 있다.

이 각도에서 보면 마치 해치백 쿠페를 키워놓은 듯하다. 심하게 경사진 뒤창과 디퓨저 느낌의 범퍼는 일반 SUV와 많이 다르다
람보르기니 DNA 가득 품은 디자인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로의 진출은 어느 정도의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람보르기니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수퍼카 브랜드이면서 특이하게 SUV를 만든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브랜드가 SUV와의 실낱같은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고생한 것과 달리 람보르기니는 굳이 그런 노력이 필요치 않았다. 80년대 중반에 선보였던 LM002는 자금난에 허덕이던 람보르기니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군 군용차 프로젝트를 시도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었다. 강관 스페이스 프레임, FRP 보디에 카운타크용 V12 엔진을 얹은, 무척이나 이례적인 존재였다. 높은 가격과 적은 수요로 300여대만 만들고 단종되었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우루스 탄생의 뿌리가 된 셈이다.

기본은 21인치지만 시승차는 카본-세라믹 디스크와 23인치 휠이 달려 있었다
우루스의 디자인은 이 날 르반떼와 함께여서 그런지 한층 더 튀어 보였다. 람보르기니 패밀리룩에 충실한 우루스는 수많은 SUV 속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뾰족하게 날을 세운 표면은 마치 스텔스 전투기를 연상시키는데, 스텔스는 보이지 않는 것이 목적인 반면 우루스는 어디서나 잘 드러나 보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실내는 이전까지의 어떤 람보르기니보다도 거주성이 좋다. 지금까지 그랜드 투어러를 만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3m가 넘는 긴 휠베이스와 높은 지붕은 비교를 불허한다. 물론 다른 SUV와 비교한다면 그리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홀드성에 치중한 버킷 시트는 타이트하고, 뒷좌석까지 좌우 독립식(옵션)으로 만들었다. 경사진 앞창은 헤드룸을 다소 제한한다. 대신 카본 트림과 가죽, 스티치 장식 등 화려함에서는 따라올 자가 드물다. 센터 페시아에는 위아래로 모니터를 2개 달아 내비게이션과 공조 시스템 등을 별도로 조작할 수 있게 배려했다. 그 아래로는 드라이브 모드인 아니마와 이고 레버를 오밀조밀 모아놓았다. 가운데 있는 빨간 레버는 시동 버튼 커버. 마치 전투기 공격 버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우라칸이나 아벤타도르에도 사용되고 있다.

계기판은 모드에 따라 디자인을 바꾸며 다양한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누가 감히 수퍼 SUV를 논하는가
우루스의 성능은 수퍼 SUV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서킷 주행을 통해 그 대단한 성능을 충분히 맛보았다. 3km 남짓한 길이에 무려 19개의 코너가 있는 포천 레이스 웨이에서 우루스는 자신이 왜 수퍼 SUV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고속 코너에 이은 타이트한 헤어핀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고, 타이밍 맞추어 속도만 제대로 줄이면 커다란 노즈를 어김없이 코너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내리막 브레이크에 이은 타이트 코너에서도 언더스티어는 거의 느낄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 다듬어 온 4WD 시스템에 뒷바퀴 조향을 더한 결과 마치 휠베이스가 짧은 차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루스의 휠베이스는 3m가 넘는다.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우루스의 주행성능은 SUV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시승차는 독립식 뒷좌석을 갖춘 4인승이었다. 물론 5인승도 가능하다
당연하겠지만 플랫폼은 기존 람보르기니가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등 그룹 내 다른 브랜드의 SUV들과 공유한다. 카이엔, Q7 등에 쓰이는 L73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지만 센터 터널을 카본 복합소재로 만드는 등람보르기니만의 솔루션으로 더욱 무게는 줄이고 강성을 높였다. 고집스럽게 자연흡기 대배기량 다기통 엔진을 고집해 온 람보르기니로서는 첫 터보 엔진인 V8 4.0L 트윈터보가 65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람보르기니답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차가 SUV임을 잊으면 안된다. 자연흡기 엔진은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리니어한 출력특성이 매력인 반면 터보 엔진은 보다 넓은 회전수에서 강력한 토크를 제공한다.
이번에 시승하며 중점을 두었던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상황에서도 터보 엔진의 이점은 크다. 변속기를 자동 모드에 놓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우루스의 파워트레인은 기존 람보르기니 고객층과 다른 우르스의 고객층에 딱 어울리는 심장이다. 일반 도로 주행이라면 굳이 스트라다 모드를 바꿀 필요도 없이 오른발을 조금 더 밟는 것만으로 어지간한 상황은 해결이 된다. 이번에 함께한 르반떼 트로페오와 비교해 딱 하나 아쉬운 점이 기본 모드(스트라다)에서의 승차감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더 높은 성능 영역에 초점을 두고 세팅하다 보니 댐퍼 감쇄력을 낮추어도 승차감이 그리 매끈하거나 나긋나긋하다는 인상은 아니다. 물론 수퍼 SUV를 표방하는 우루스에게는 도에 넘는 요구다.

곧고 넓게 뻗은 대시보드는 람보르기니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다
운전자를 관대하게 만드는 SUV
보통은 고성능차를 타고 거리에 나서면 질주 본능에 사로잡히기 마련. 그런데 우루스를 타고 있으니 어째선지 느긋해진다. 이미 서킷에서 엄청난 성능을 체감한 것도 있지만 다소 높은 운전시야, 언제라도 앞차를 추월할 수 있는 폭발적인 가속능력은 운전자를 세상 관대하게 만든다. 최고출력 650마력을 쏟아내는 강력한 심장과 최고시속 300km를 넘기는 성능으로 못할 것이 무엇일까? 뛰어난 다용도성과 거주성에 강력한 성능까지 결합한 우루스는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SUV이자 그랜드 투어러다. 마치 우리는 이 정도가 가능한데 따라올 수 있겠냐며 도발하는 듯하다. 우루스가 촉발시킨 SUV 성능경쟁이 앞으로 얼마나 더 엄청난 괴물들을 탄생시킬지 두려워진다.

잊지 못할 우아하고도 강렬한 여운
MASERATI LEVANTE TROFEO
SUV로 찍은 고성능 GT의 정점 르반떼 트로페오는 감성 충만 V8 엔진이 뽑아내는 경이로운 성능과 뛰어난 섀시 밸런스에 힘입어 누가 몰든 여유롭고 쾌적하며 우아하다. 곳곳에 숨겨진 특별한 디테일을 찾아내는 건 오너와 가치를 알아보는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만 허락된 깨알같은 즐거움. 마세라티에 대한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글 심세종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트로페오는 마세라티 역대 양산 모델 중 가장 빠르고 강력하다. 특히 쿠페나 세단보다 조종성 및 운동성에 제약이 많은 SUV로 고성능 모델의 방점을 찍은 시도는 파격적이다. 만약 그란투리스모나 기블리, 콰트로포르테였다면 이만큼 신선했을까.
빠르고 편안한 럭셔리 카를 뜻하는 GT(Gran Turismo)는 요즘 트렌드에 딱맞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메이커가 GT 성향의 모델을 한두 개 이상 라인업에 갖추는 추세다. 심지어 순수 스포츠카 브랜드도 강력한 성능에 거주성과 쾌적성을 겸비한 모델을 속속 내놓고 있다. 마세라티는 원래 가장 자신 있는 분야답게 트로페오로 GT 명가의 관록과 여유, 차 만들기의 차별화된 지향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첫인상은 이 날 함께 한 우루스에 비해 무던하며 밋밋하다.

무광 블랙 마감 22인치 ‘오리온’ 단조 휠과 펜더, 후드의 벤트는 고성능 마세라티 최고 존엄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덩치에서 밀리진 않는다. 백자처럼 담백한 곡선 위주의 측면 실루엣과 스포티한 비율 덕분에 언뜻 보면 SUV라기 보단 키를 좀 높인 기블리 해치백 같다. 길이 5m, 폭 2m, 휠베이스 3m가 넘는 덩치의 위화감 없이 은은하게 흐르는 근육질 라인이 마치 사냥감을 앞에 두고 잔뜩 웅크린 설표의 모습과 닮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날카로운 눈매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 에어덕트가 조합된 마스크는 트로페오에 이르러서 황금비를 찾았다.

매끄러운 풀그레인 가죽 시트에 수놓인 트로페오 로고와 알칸타라 헤드라이닝. 보는 것만으로는 느낌을 절대 알 수 없다
우아하지 않으면 마세라티가 아니다
르반떼 트로페오의 특별함은 무광 블랙 오리온 22인치 단조 휠, 초경량 알루미늄 후드의 듀얼 벤트, 앞 범퍼 하단 카본 스플리터와 그릴 블레이드, 사이드 스커트와 머플러 주변 리어 밸런스, 쿼터 패널의 트로페오 배지 그리고 적응형 LED 매트릭스 전조등과 삼지창 로고가 빛나는 카본 엔진 커버 등 디테일에 숨어있다. 심지어 꽁무니에 ‘트로페오’ 레터링도 없어 웬만큼 차를 잘 알아도 눈치 못 챌 정도다. 하지만 퍼포먼스 모델임에도 티를 내지 않는 고고함은 마세라티의 특징이다.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보수적인 레이아웃의 콕핏. 고급스런 소재를 아낌없이 발랐다
비록 마이너 한 취향이지만 마세라티는 색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마세라티라면 화려하기보단 우아해야 한다’는 고집이다. 부드러운 곡선과 면으로 그린 보수적 구성의 실내엔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펴 발랐다. 풀 그레인 가죽으로 시트와 대시보드, 도어 트림 등 탑승자 주변을 꼼꼼히 감쌌고 헤드레스트엔 박음질한 트로페오 로고, 필러와 천장은 스포티하게 짙은 알칸타라로 마감했다. 아울러 입체적인 카본 직조 패턴과 메탈 인서트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 트림, 멋진 장식품 같은 B&W 사운드 시스템 등 다채로운 소재와 시각적인 화려함으로 풍요로움을 담았다.

평범한 ZF제 8단 자동변속기. 그러나 엔진과의 조합이 눈부시다
눈부신 파워트레인과 세련된 섀시 튜닝
트로페오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에서 제조된 F154 AQ 엔진이다. 보닛 안쪽 깊숙이 자리 잡은 빨간 흡기 매니폴드와 헤드 커버가 탐스럽다. 레드존 7000 rpm까지 우렁차고 매끈하게 도는 이 엔진은 웨트 섬프 윤활 시스템과 크로스 플레인 크랭크샤프트가 특징. 풍성한 질감과 심금을 울리는 엔진 노트엔 치명적인 중독성이 있다. 최고출력 590마력, 최대토크약 74.4kg·m는 빠른 반응속도와 똑똑한 자동 로직으로 차별화한 ZF제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다. 우루스의 최고속도가 시속 304km라지만 트로페오도 시속 290km까지 가능하다. SUV이면서 400마력짜리 스포츠카를 압도하는 퍼포먼스다.

르반떼 중에서 트로페오에만 허락된 코르사 모드.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을 극한으로 올리고 서스펜션은 최대한 낮추어 전투태세를 갖춘다
트로페오만을 위한 비밀무기 코르사 모드와 론치컨트롤을 비롯해 기계식 LSD가 포함된 Q4 AWD 시스템, 전자 댐핑 제어 퍼포먼스 에어 서스펜션, 자세제어 시스템(IVC) 등 고출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영민한 시스템을 대거 갖췄다. 드라이버와 동승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편안하고 절도 있는 에어서스펜션, 수준 높게 조율한 섀시가 독일산 동급 라이벌마저 긴장하게 만든다.

완벽한 조작감을 선사하는 알루미늄제 패들 시프터
트로페오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기만족에 주목하는 셀럽을 위한 수퍼 SUV다. 오너와 동승자의 우아함에만 신경 쓰는 마세라티식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준다. 비록 국내 10대 한정판이지만 안팎으로 지나치게 수수한 이미지와 보수적인 구성, 라이벌보다 다소 떨어지는 유저 인터페이스 탓에 2억 3천만 원의 가치를 고객에게 어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듯하다. 하지만 옵션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기본가에 최소 1억 이상을 들여야 하는 람보르기니 우루스에 비해서 확실히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각종 엔진 상을 휩쓴 페라리의 심장을 얹고도 2억 원대라는 가격은 마니아를 수긍하게 만든다. 게다가 데일리성과 하이 퍼포먼스를 모두 양립시킨 결과물이 바로 트로페오다. 아울러 차기 페라리 SUV ‘프로산게(purosangue)’에 대한 사실상 프리퀄 의미까지 담고 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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